우리가 다이어트 할 때 '맛있으면 영칼로리'를 외치게 되는 이유
도둑의 미각 Vol.2 아무도 모르는 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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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감의 맛
프랑스 미식 문화에는 기묘한 식사 방식이 있었다. 작은 새인 오르톨랑을 먹을 때, 식사하는 사람은 머리 위에 냅킨을 뒤집어쓴다. 향을 더 깊이 느끼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있고, 신의 눈을 가리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있다. 금지된 음식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행해지는 식사. 이 요리는 단순히 미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배덕감까지 함께 삼키는 의식이었다. 몰래 먹기의 가장 현대적인 장면은 다이어트에서 등장한다. “오늘부터 안 먹는다”고 선언한 뒤 몰래 집어 먹는 초콜릿 한 조각. 사람들은 종종 다이어트를 어기면서도 그것을 공식적인 식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어떤 음식은 식사로 계산되고, 어떤 음식은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아예 없던 일이 된다. 맛있으면 그 순간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영칼로리.” 금지된 음식일수록 더 궁금하고, 남의 음식일수록 더 맛있어 보인다. 그래서 인간의 식탁에는 늘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누군가 몰래 집어 먹는 작은 한입. 이상하게도 그 한입은 정식으로 먹은 식사보다 조금 더 맛있다. 배덕감이 양념이기 때문이다.
Masses Magazine , CG Watkins 오르톨랑
어미새의 한입
어미새는 먹이를 찾으면 먼저 삼켜 버린다. 그리고 둥지로 돌아와 새끼의 벌어진 부리 속으로 그것을 다시 밀어 넣는다. 겉으로 보면 마치 몰래 건네는 것처럼 빠르고 조용한 동작이다. 그래서 어미새의 한입은 단순한 먹이가 아니다. 그것은 몸을 한 번 통과한 음식, 그리고 그 만큼의 시간을 들여 건네는 사랑이다. 인간의 식탁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다.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 교복을 입고 지각할까 봐 서둘러 집 문을 나서던 아침. 현관 앞에서 엄마가 숟가락에 간장계란밥을 떠서 “이거라도 먹고 가” 하며 입에 넣어주던 그 한 숟갈. 아직도 간장계란밥의 가장 맛있는 한입은 사춘기 시절에 남아 있다. 왜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할까. 시오콘부 염장 다시마를 올려 반나절 숙성시킨 노른자 레시피도, 노른자가 줄줄 흘러내리는 반숙에 참기름과 간장을 한 숟갈씩 두른 계란밥도 그 맛을 이기지 못한다. 오늘 먹은 계란밥이 훨씬 정교한데도 그 한입을 따라잡지 못한다. 아마 그 맛에는 약간의 급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대로 앉아 먹는 식사가 아니라, 집을 나서기 직전 허겁지겁 몰래 삼키던 한숟갈. 어쩌면 그 맛은 간장이나 계란의 맛이 아니라 그 순간의 틈에서 만들어진 맛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간장계란밥을 먹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식탁이 아니라 현관이다.
시식 코너 연극
마트의 시식 코너는 가장 교묘한 몰래 먹기의 공간이다. 한 번 먹는 것은 소비자지만, 두 번째 먹는 순간 사람들은 약간의 연기를 시작한다. 엄마에게 괜히 손짓을 보내거나, 다른 통로로 카트 한 바퀴를 돌고온다. 시식 코너는 사실 합법적인 몰래 먹기의 무대다. 지금의 성심당은 흔히 ‘착한 빵집’이라고 불린다. 아마도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와 비교적 착한 빵값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생이던 나에게 성심당은 조금 다른 의미였다. 그곳은 시식의 자유를 처음 맛보게 해준 빵집이었다. 매장에는 거의 모든 빵을 맛볼수 있는 시식용 바구니가 메뉴별로 놓여 있었다. 빵이 줄어들면 직원들은 갓 나온 빵을 가위로 숭덩숭덩 잘라 바구니를 다시 채웠다. 빵을 사는 척 눈치를 볼 필요도, 괜히 매장을 몇 바퀴 돌 필요도 없었다. 그곳에서는 그냥 먹어 보면 됐다. 갓 구운 빵은 늘 따뜻했고, 시식용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상하게 더 맛있었다. 어쩌면 그건 공짜라서가 아니라 허락된 도둑질 같은 순간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떤 빵집은 빵을 파는 곳이 아니라 처음으로 마음껏 맛볼 수 있게 해 주는 곳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극장안 팝콘 먹는 아이들, J.R.Eyerman, The LIFE
교실의 나나콘, 극장의 팝콘
대다수의 몰래 먹기는 어린 시절 학교 근처에서 시작된다. 수업 시간에 책상 아래에서 몰래 씹던 불량식품, 가방 속에서 꺼내 먹던 젤리나 초콜릿. 교실은 사실 작은 밀반입 음식의 시장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배운다. 몰래 먹는 음식에는 조건이 있다는 것을. 소리가 작고, 냄새가 약하고, 한입에 들어가는 음식이라는 조건이다. 책상 서랍 안에 숨겨 놓은 나나콘을 녹여 먹는 일은 고생스럽지만 목 넘김 뒤에는 묘하게 짜릿한 순간이 따라온다. 초기의 영화관도 음식을 먹는 공간이 아니었다. 1900년대 초 미국의 영화관은 오페라 극장이나 연극 극장을 닮은 꽤 고급스러운 장소였다. 카펫이 깔려 있고,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조용히 영화를 봤다. 음식 반입은 당연히 금지였다. 영화관에서 먹는다는 것은 예의 없는 행동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작은 간식인 초콜릿, 사탕, 견과류 같은 것들을 몰래 들여오고 있었다. 영화관 간식의 시작은 사실 공식 메뉴가 아니라 밀반입 음식이었다. 팝콘도 처음부터 영화관 음식이 아니었다. 19세기 후반 미국 거리에는 팝콘 노점이 많았다. 값이 싸고 냄새가 강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전형적인 길거리 음식이었다. 그래서 극장 주인들은 오히려 팝콘을 싫어했다. 바닥이 더러워지고 냄새가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이 오자 영화관도 결국 항복했다. 사람들은 비싼 간식을 사 먹을 여유는 없었지만 비교적 저렴했던 영화는 계속 보러 왔다.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이 바로 팝콘이었다. 거리의 팝콘 장사들이 영화관 입구에 몰려들었고, 관객들은 팝콘을 사서 몰래 극장 안으로 들고 들어갔다. 결국 영화관은 포기했다. 사람들이 계속 팝콘을 들고 들어오자 차라리 극장 안에서 직접 팔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팝콘은 영화관의 공식 간식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팝콘이 영화관에 꽤 잘 어울리는 음식이었다는 사실이다. 어둠 속에서도 손으로 집어 먹기 쉽고, 한 알 씩 먹기 때문에 영화 흐름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 결국 영화관의 상징이 된 팝콘은 사실 도둑처럼 들어왔다가 주인이 된 음식이었다.
리뷰 이벤트를 먹고 사라지는 사람들
요즘 배달 음식에는 작은 약속이 붙어 있다. “리뷰를 남기면 서비스 메뉴를 드립니다.” 치즈볼이나 음료 하나가 더 온다. 조건은 간단하다. 사진을 찍고, 별점을 남기고, 몇 줄의 후기를 쓰는 것. 하지만 많은 경우 그 약속은 조용히 사라진다. 서비스로 받은 음식은 이미 먹었지만 리뷰는 올라오지 않는다. 사진도 없고, 별점도 없다. 배달 봉투를 열어 서비스 메뉴까지 모두 먹은 뒤,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앱을 닫는다. 이 장면은 현대적인 몰래 먹기의 한 형태다. 과거의 몰래 먹기가 시선을 피하는 일이었다면, 지금의 몰래 먹기는 알고리즘을 피하는 일이다. 기록되지 않은 식사, 평가되지 않은 음식. 리뷰 이벤트로 받은 한입이 사진도 별점도 없이 사라질 때 우리는 아주 현대적인 방식으로 도둑의 미각을 경험한다.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있다. 리뷰 이벤트가 많은 식당이 조금 의심스럽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리뷰 이벤트 버튼을 누른다. 어쩌면 이것이 오늘날 가장 익숙한 몰래 먹기일지도 모른다. 시선을 피해 먹는 대신 기록을 피해 먹는 방식이다.
Cookie Jar, H.Armstrong Roberts
아무도 모르는 한입
인간은 함께 먹는 동물이지만, 가끔은 혼자 몰래 먹기를 원한다. 식사는 원래 사회적인 행위지만 몰래 먹는 음식은 완전히 개인적인 경험이 된다. 누군가와 나누지 않는 한입,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는 식사. 그 순간 우리는 관계가 아니라 오직 자신을 위해 먹는다. 몰래 먹는 음식은 언제나 특별하다. 금지된 과일에서 시작해 장발장의 빵, 어린 시절의 불량식품, 영화관의 밀반입 간식, 그리고 리뷰 없이 사라지는 배달 음식까지. 시대는 달라져도 몰래 먹기는 계속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왔다. 그러나 공통점은 하나다. 그 음식에는 맛 말고도 또 하나의 재료가 들어 있다. 금지, 호기심, 배고픔, 혹은 약간의 배덕감. 어쩌면 인간이 몰래 먹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가끔 누군가와 나누는 식사가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한입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한입에서 우리는 잠깐 도둑이 된다.
Credit
- WRITER 류경진 jinjonjam
- PHOTO 각 캡션 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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