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쉐론 콘스탄틴부터 MB&F, 까르띠에까지. 운전자를 위한 드라이빙 워치 4
운전대를 잡은 손목 위에서도 시간을 또렷이 읽을 수 있도록, 다이얼과 디스플레이의 방향을 비튼 개성 넘치는 4개의 드라이빙 워치를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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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쉐론 콘스탄틴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 1921년 운전자를 위해 다이얼을 45도 비틀어 탄생한 드라이빙 워치의 원형.
- 제라드 페리고 카스케트 2.0: 손목 옆면을 향한 LED 디스플레이로 1970년대를 사로잡았던 카스케트의 귀환.
- MB&F HM8 마크 2 퍼플: 슈퍼카의 차체와 계기판에서 착안해 측면 시간 표시를 구현한 드라이빙 워치.
- 까르띠에 탱크 아시메트리크 스켈레톤: 1936년 루이 까르띠에가 마지막으로 선보인 비대칭 케이스를, 오픈워크로 재해석한 100점 한정작.
운전 중에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들에서 손을 떼야 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거예요. 자동차가 처음 대중화되던 시기, 같은 불편을 느낀 사람들을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드라이빙 워치입니다. 목적은 간단합니다. 양손으로 운전대를 쥔 채로도 손목을 틀지 않고 시간을 바로 읽는 것. 이를 위해 다이얼을 비스듬히 돌리거나, 케이스를 기울이거나, 아예 디스플레이를 옆으로 옮긴 시계들이 등장했죠. 1921년 바쉐론 콘스탄틴이 그 원형을 제시한 이래, 까르띠에와 제라드 페리고, MB&F 등 다양한 브랜드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드라이빙 워치를 이어 오고 있습니다. 그중 개성이 돋보이는 4개의 시계를 소개할게요.
바쉐론 콘스탄틴 -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
운전대를 잡은 상태에서도 직관적으로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다이얼을 45도 비틀어 설계한 바쉐론 콘스탄틴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 / 이미지 출처: 바쉐론 콘스탄틴
은빛 무광 그레인드 다이얼에 선명한 블루 숫자와 블루드 골드 핸즈를 올린 2026년 신제품 / 이미지 출처: 바쉐론 콘스탄틴
히스토릭 아메리칸은 드라이빙 워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시계입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던 1921년, 바쉐론 콘스탄틴이 미국 시장을 겨냥해 소량 제작한 모델로, 핸들을 쥔 채로도 손목을 꺾지 않고 시간을 볼 수 있도록 다이얼 전체를 오른쪽으로 45도 돌려놓은 것이 특징이죠. 크라운이 케이스 우측 1시 방향에 자리하고 스몰 세컨드가 3시로 옮겨간 것도 이렇게 회전한 다이얼에 맞춘 결과입니다. 둥근 모서리의 쿠션형 케이스 역시 1920년대 아르 데코 양식을 그대로 품고 있고요. 바쉐론 콘스탄틴이 1991년 헤리티지 라인 '히스토릭'을 출범시키며 되살린 이 아이콘은, 2026년 새로운 그레인드 다이얼을 입고 다시 한번 모습을 바꿨습니다. 은빛 무광 그레인드 다이얼 위에 선명한 블루 아라비아 숫자와 블루드 골드 핸즈를 올려 빈티지한 인상에 생기를 더했죠. 36.5mm와 40mm 두 가지 핑크 골드 케이스로 제공되며, 각각 7.41mm와 8.06mm의 얇은 두께로 손목에 부드럽게 안착합니다. 내부에는 일반적인 축에서 45도 기울여 설계한 인하우스 핸드와인딩 칼리버 4400AS를 탑재했는데, 2.8mm의 얇은 두께에도 65시간의 넉넉한 파워리저브를 제공합니다.
제라드 페리고 - 카스케트 2.0
스포츠카의 엔진 후드를 연상시키는 유선형 티타늄 및 옐로 골드 케이스가 돋보인다 / 이미지 출처: 제라드 페리고
케이스 측면 푸셔를 누르는 순간 LED가 점등된다 / 이미지 출처: 제라드 페리고
뒤집은 고글을 닮은 사파이어 프리즘이 계기판처럼 시간을 비추는 MB&F HM8 마크 2 퍼플 / 이미지 출처: MB&F
1970년대 스위스 시계 업계는 일본 쿼츠의 부상에 정면으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 격변기 한복판에서 1976년 등장한 카스케트는, 전통 매뉴팩처가 쿼츠라는 새로운 흐름에 맞춰 내놓은 결과물이었습니다. 다이얼이 놓일 자리를 비워두고 손목 옆면을 향하도록 LED 디스플레이를 배치한, 이른바 '드라이버스 디스플레이'를 구현한 것이 핵심이었죠. 원래는 그저 레퍼런스 번호 9931로 불렸지만, '챙 모자'를 닮은 케이스 모양에서 따온 '카스케트'라는 별명이 그대로 정식 이름으로 굳어졌습니다. 1978년까지 단 2년간 8,200점만 만들어진 채 단종되며 오랫동안 컬트의 영역에 머물던 이 시계는, 2022년 블랙 세라믹과 티타늄 조합으로 부활했고, 2024년에는 그레이드 5 티타늄 케이스에 18K 옐로 골드 로고와 푸셔를 더한 '티타늄 앤 골드' 버전으로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단 820피스 한정으로 선보이며, 쿼츠 칼리버 GP03980은 시·분·초와 요일·날짜는 물론 월·연도, 크로노그래프, 세컨드 타임존, 그리고 시크릿 데이트까지 표시합니다.
MB&F - HM8 마크 2 퍼플
고급 자동차 도장 안료를 입힌 카본마크롤론 패널을 방수 티타늄 섀시 위에 덧댄 케이스 구조 / 이미지 출처: MB&F
어린 시절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꿨던 막시밀리안 부서가 설립한 MB&F는, 그 못다 이룬 꿈을 시계를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측면에 계기판처럼 시간을 표시하던 HM5가 그 대표작이었죠. 2023년 선보인 HM8 마크 2는 이 HM5의 슈퍼카 같은 차체에, HMX의 콤팩트한 비율과 HM8 캔암의 노출형 로터를 더해 완성한 모델입니다. 2025년 등장한 퍼플 에디션은 이 HM8 마크 2의 네 번째 색상으로, 1970년대 디스코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메탈릭 퍼플 차체를 둘렀습니다. 실제 고급 자동차 도장에 쓰이는 미네랄 기반 안료를 입힌 카본마크롤론 패널을 방수 티타늄 섀시 위에 덧대, 마치 자동차를 조립하듯 완성했죠. 시간을 읽는 방식도 독특합니다. 뒤집은 고글을 닮은 두 개의 사파이어 프리즘이 디스크 위의 숫자를 정방향으로 반사해 계기판처럼 또렷한 시간을 보여주는데, 왼쪽 창에는 점프 아워가, 오른쪽에는 분을 가리키는 라이트 블루 포인터가 자리합니다. 247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는 42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하고, 상단의 더블 버블 사파이어 크리스털 너머로는 22K 골드 배틀액스 로터가 돌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까르띠에 - 탱크 아시메트리크 스켈레톤
평행사변형 케이스에 다이얼을 30도 기울여 운전자를 겨냥했던 까르띠에 탱크 아시메트리크 스켈레톤 핑크 골드 버전 / 이미지 출처: 까르띠에
칼리버 9623 MC의 브리지를 아라비아 숫자 형태로 깎아 블루 래커를 입힌 스켈레톤 다이얼 / 이미지 출처: 까르띠에
1936년 루이 까르띠에가 생전 마지막으로 선보인 이 시계는 평행사변형을 뜻하는 '파라렐로그람'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상에 나왔습니다. 직사각형이던 탱크 케이스를 비스듬히 비틀어 마름모꼴로 만들고 다이얼을 오른쪽으로 30도 돌렸는데, 이렇게 하면 운전대를 잡느라 팔을 앞으로 뻗은 자세에서도 숫자가 똑바로 읽히죠. 이후 탱크 아시메트리크로 이름을 바꿔 1996년과 2006년, 그리고 2020년 '프리베' 컬렉션을 통해 거듭 되살아났습니다. 그중 2020년 함께 공개된 스켈레톤 버전은 탱크 아시메트리크 스켈레톤만을 위해 새로 개발한 인하우스 핸드와인딩 칼리버 9623 MC를 탑재했습니다. 아라비아 숫자 12와 6을 살려 조각한 무브먼트의 브리지가 블루 래커를 머금은 채 인덱스를 대신하고, 그 사이사이 드러난 정교한 부품들이 다이얼 역할까지 겸합니다. 핑크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세팅 플래티넘 세 가지 케이스로 출시됐으며, 각각 100점씩 한정 제작됩니다.
Credit
- editor 손형명
- PHOTO 각 캡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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