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잊게하는 압도적 몰입감, 여름 영화·드라마 인생작 추천 4
한밤에도 지속되는 무더위를 즐기는 방법, 여름에 보면 그 진가를 발휘하는 인생 영화와 드라마 4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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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움 속에서 반짝이는 청춘의 미스터리 '기묘한 이야기 (Stranger Things)'
- 한여름 장마철의 소나기를 닮은 서정성, ' 클래식'
- 바쁜 도시에서 꽃미남과 느슨하고 뜨거운 휴가, '롱 베케이션 (Long Vacation)'
- 공간의 물리적 온도를 낮추는 한국의 대표 공포영화, '곤지암'
여름은 참 견디기 힘든 계절입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열기와 눅눅한 습도는 우리를 쉽게 지치게 만들죠. 밤이 되어도 식지 않는 열대야는 일상의 피로를 더하고 깊은 잠을 방해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여름은 우리의 감각이 가장 선명하게 살아나는 시기이기도 하죠. 오직 이 계절에 감상해야만 그 진가를 완벽하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영화들이 존재합니다. 무더위에 지친 몸을 식히며 스크린 앞에 앉아 온전히 몰입하는 순간, 우리는 더위를 피하는 것을 넘어 여름이라는 계절을 가장 능동적으로 즐기게 되죠. 계절의 불쾌함을 잊게 만들고, 오직 여름이기에 더 아름답고 서늘하게 다가올 네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소개합니다. 스크린을 마주하는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여름을 즐기게 되실 거예요.
뜨거움 속에서 반짝이는 청춘의 미스터리 '기묘한 이야기 (Stranger Things)'
한 소년의 실종과 함께 시작되는 미스터리한 모험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공개 연도: 2016년 ~ 현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크리에이터: 더퍼 형제 (맷 더퍼, 로스 더퍼)
」출연: 밀리 보비 브라운, 핀 울프하드, 위노나 라이더, 데이빗 하버 외
」이 작품은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주의 가상 마을 호킨스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실종과 함께 시작되는 미스터리한 모험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이 시리즈를 여름에 다시 꺼내어 보아야 하는 당위는, 작품이 포착해 내는 특유의 시각적 질감과 긴 에피소드 호흡에서 고스란히 도출됩니다. 특히 시즌 3 전체를 관통하는 여름날의 연출이 대단히 매혹적이죠. 학교라는 통제된 공간에서 벗어난 아이들의 '여름 방학'은 거대한 음모를 추적하기 위한 자유로운 시간적 배경이 됩니다.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가득 찬 쇼핑몰과 한낮의 야외 수영장, 그리고 독립기념일의 불꽃놀이가 자아내는 시각적 대비는 영화를 뛰어넘는 감각을 선사합니다. 뜨거운 햇살이 비치는 야외 수영장의 활기와 괴물이 도사리는 차갑고 음습한 '뒤집힌 세계'의 온도 차는, 회차를 거듭하며 점진적으로 서사를 누적하는 드라마 포맷이기에 더욱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작품 속 아이들이 겪는 뜨거운 성장통과 미지의 존재에 맞서는 팽팽한 서사는 후텁지근한 밤의 공기를 잊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한여름 장마철의 소나기를 닮은 서정성, ' 클래식'
손예진의 리즈와 여름의 감성을 담아낸 영화 '클래식' / 이미지 출처: 시네마서비스
90년대 한국의 한여름과 아련하고 투명한 감성을 잘 담아낸 영화 '클래식' / 이미지 출처: 시네마 서비스
개봉 연도: 2003년 1월
」감독: 곽재용
」출연: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우리가 푸르른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이 영화를 다시 마주해야만 하는 이유는,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서정적인 소나기의 공기 때문입니다. 배우 손예진의 가장 눈부셨던 시절의 투명한 얼굴과, 조인성의 풋풋하고 찬란했던 청춘의 실루엣이 빗속에서 완성하는 미학적 감흥은 오직 이 계절에만 마주할 수 있는 특권이죠. 영화는 엄마 주희의 비밀스러운 첫사랑을 추적하는 딸 지혜의 서사를 두 개의 시간대를 가로지르며 정밀하게 포개어 나갑니다. 과거의 준하와 주희가 외딴 시골에서 함께 보낸 짧은 여름 방학은 이 영화에서 가장 찬란한 계절감을 선사하죠. 흔들리는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피해 초록빛 원두막에 머무는 시퀀스는 잊고 있던 청춘의 기억을 투명하게 복원합니다. 어두운 시골 밤하늘 아래에서 준하가 주희를 위해 반딧불이를 잡아 선물하는 장면은 밤의 정취를 가장 서정적으로 담아낸 백미이죠. 이 아련한 과거의 기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딸 지혜가 겪는 사랑의 순간과도 유기적으로 조우합니다. 우산 없이 상민의 재킷 하나를 머리 위에 함께 쓰고 장대비 속 캠퍼스를 질주하는 순간은 이 영화의 가장 찬란한 시그니처 명장면이죠. 자전거 탄 풍경의 청량한 음악과 어우러진 비 오는 날의 달리기는, 세대를 관통하며 사랑의 영원함을 속삭이는 아름다운 영화적 순간입니다. 이처럼 소나기와 첫사랑이라는 테마로 정교하게 직조된 이 영화는, 열대야에 지쳐 메마른 우리의 감수성을 촉촉하게 적셔놓고는 하죠.
바쁜 도시에서 꽃미남과 느슨하고 뜨거운 휴가, '롱 베케이션 (Long Vacation)'
일본의 대표 미남 기무라 타쿠야의 리즈를 만날 수 있는 일본 드라마 '롱 베케이션' / 이미지 출처: 후지 테레비
방영 연도: 1996년 (후지TV)
」각본: 키타가와 에리코
」출연: 기무라 타쿠야, 야마구치 토모코, 타케노우치 유타카
」결혼식 당일 약혼자에게 버림받은 연상의 모델 미나미가, 약혼자의 룸메이트였던 무명 피아니스트 세나의 아파트로 들이닥치며 시작되는 기묘한 동거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에서 당시 스물네 살이었던 기무라 타쿠야가 보여주는 미적 아우라는 그야말로 시대의 아이콘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죠. 어깨선을 부드럽게 덮는 단발머리와 우수에 찬 섬세한 눈빛은, 미숙하고 소심하지만 내면 깊이 배려심을 품은 연하남 '세나'라는 캐릭터에 독보적인 매력을 불어넣습니다. 실연의 아픔으로 지쳐 있는 연상의 미나미를 가만히 관조하고 위로하는 그의 서툰 다정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여름 밤의 서늘한 미풍 같은 간지러운 설렘을 느끼게 하죠.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신이 주신 긴 휴가라고 생각하자"는 이 작품의 대사는 한여름의 나른한 공기와 정확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드라마 특유의 11부작이라는 호흡 덕분에, 두 사람의 궤도가 서서히 겹쳐지며 온도가 맞추어지는 감정의 성장은 보다 조밀하고 깊이 있게 누적되죠. 특히 3층 아파트 창문 밖으로 세나가 떨어뜨린 초록색 탱탱볼이 아스팔트 바닥을 치고 다시 그의 손바닥 안으로 힘차게 튕겨 올라오는 오프닝의 상징적인 시퀀스는, 여름날의 생동감과 희망을 고스란히 시각화합니다. 아파트 옥상에서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며 나른한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의 풍경은, 여름의 습도마저 청량한 스타일로 전환하는 명곡 'LA·LA·LA LOVE SONG'의 선율과 어우러져 지친 도시인들에게 가장 이성적이면서도 세련된 휴식을 선사하죠.
공간의 물리적 온도를 낮추는 한국의 대표 공포영화, '곤지암'
등장인물들이 직접 착용한 액션캠과 고프로 뷰를 통해 관객이 마치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압도적인 1인칭 공포를 제공하는 한국형 공포영화 '곤지암' / 이미지 출처: 쇼박스
개봉 연도: 2018년 3월
」감독: 정범식
」출연: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 여름의 더위를 극복하고 싶다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혹한 텐션이 좋은 대안이 되죠. CNN 선정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로 알려진 실제 폐가인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유튜브 채널의 공포 체험단이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감행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도 함부로 열지 못했던 굳게 닫힌 '402호'의 문을 억지로 개방하려는 순간부터, 인물들을 덮치는 기괴한 초자연적 현상은 시시각각 숨통을 조여오죠. 액티브 카메라와 고프로를 활용해 배우들이 직접 촬영한 1인칭 시점의 연출은, 마치 관객이 그 습하고 냉기 어린 병원 복도에 함께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개봉 당시 이 영화가 불붙인 극장가의 리얼한 관객 반응은 하나의 독특한 문화적 신드롬에 가까웠죠. 극도의 공포감에 비명을 지르며 팝콘을 사방에 쏟는 관객들 덕분에 이른바 '팝콘비 영화'라는 진귀한 별칭을 얻기도 했죠. 작품을 채운 기괴한 사운드와 제한된 조명이 주는 서스펜스는 더위를 감각할 틈을 주지 않고 온몸을 서늘하게 만듭니다.
Credit
- Editor 엄예지
- Photo 각 이미지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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