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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땀 아웃! 데오드란트 말고 '지한제'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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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디션 (Audition, 1999)
로맨스인 줄 알았어?
」영화 '컨저링'처럼 악령이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고 '스크림'처럼 복면을 쓴 살인마가 달려드는 것 역시 아니다. 이번에는 스릴의 결이 다르다. 중년의 홀아비 아오야마가 재혼 상대를 찾기 위해 가짜 오디션을 열고, 그곳에서 단아하고 완벽해 보이는 여성 '아사미'를 만난다. 이대로 행복하고 잔잔한 로맨스가 시작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근데.. 아사미의 방 안에 있는 저 커다란 자루 하나가 수상하네?
공포보다 인간의 광기가 더 오래 남는 영화, 오디션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공포보다 인간의 광기가 더 오래 남는 영화, 오디션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어쩌면 우리가 알던 평범한 멜로가 아닐지도 모른다. 감독은 뻔한 멜로 영화의 클리셰처럼 서사를 고요하게 쌓아 올리다 중반 이후 서늘하게 비틀어버린다. 청순한 아사미가 쏟아내는 기괴한 집착과 광기는 그 어떤 괴물보다 끔찍하다.
부스스한 머리에 음산한 표정을 지어야만 공포스러울 것 같았나 보지? 천만의 말씀. 우아하고 차분한 톤 앤 매너 뒤에 숨겨진 핏빛 고문씬은 여름밤의 끈적함을 단숨에 얼려버린다. 이쯤 되면 그 유명한 대사가 귓가에 맴돌 것이다. "끼리끼리끼리…"
2. 프라이트너 (The Frighteners, 1996)
유령보다 더 무서운 게 나타났다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으로 전 세계적인 거장이 되기 전, 그가 재기발랄한 B급 장르물의 장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프라이트너'는 주인공 프랭크(마이클 J. 폭스)가 유령들과 짜고 치는 사기극을 벌이는 장면으로 유쾌하게 시작된다. 의욕도 없고 뻔뻔하지만, 유령을 보는 능력 하나로 돈을 버는 사기꾼이다.
이런 프랭크 앞에 생계를 위협하는 진짜 잔혹한 악령이 나타난다면?
유령과 사기꾼의 기묘한 공조가 시작되는 프라이트너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유령과 사기꾼의 기묘한 공조가 시작되는 프라이트너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쾌활한 소년미를 뽐냈던 마이클 J. 폭스가 이 영화에서는 사기꾼의 능글맞음과 내면의 트라우마를 섞은 듯한 프랭크 역을 기막히게 연기했다. 유머러스한 코믹 판타지로 시작했던 영화는 연쇄살인마 악령이 등장하며 순식간에 롤러코스터 같은 스릴러로 돌변한다.
피터 잭슨 특유의 유머 감각과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CG 연출이 만나 최악의 상황에서 던지는 최후의 한 방을 날린다. 무섭기만 한 공포가 부담스럽다면, 유머와 호러가 기막히게 배합된 이 영화가 제격이다.
3. 매드니스 (In the Mouth of Madness, 1994)
당신의 현실은 안전한가?
」존 카펜터 감독이 선사하는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 우주적 공포)의 진수, '매드니스'다. 베스트셀러 공포 작가 셔터 케인이 실종되고, 보험 조사원 존 트렌트(샘 닐)는 그를 찾기 위해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마을 '홉스 엔드'로 향한다.
지적인 보험 조사관 트렌트는 어떤 기괴한 현상 앞에서도 사건을 논리적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천만의 말씀. 소설 속 끔찍한 괴물들이 현실로 기어 나오기 시작하며 이성은 산산조각 난다. 에이리언 같은 물리적인 위협이 아니라, 내가 굳게 믿고 있던 '현실' 자체가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미지의 공포를 만났으니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다.
"셔터 케인의 책을 읽어보셨습니까?"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지는 코스믹 호러, 매드니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속 이 대사는 어느새 스크린 너머의 관객마저 그들의 끔찍한 세계로 멱살을 잡고 끌어들인다. 이성과 논리가 무너지는 압도적인 감각을 원한다면 이보다 더 완벽한 선택지는 없다.
과연 그들이 맞닥뜨린 광기와 공포의 끝은 어떻게 됐을까? 올여름, 뻔한 피서 대신 등골이 서늘해지는 짜릿함을 맛보고 싶다면 자세한 내용은 스크린에서 확인해 보자. 잊을 수 없는 서늘함이 감도는 방구석 극장으로 가자.
4. 크림슨 피크 (Crimson Peak, 2015)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간 베인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선사하는 잔혹하고도 매혹적인 고딕 로맨스. 유령을 보는 소설가 지망생 이디스는 매력적인 영국 귀족 토마스와 사랑에 빠져 그의 저택 ‘크림슨 피크’로 향한다. 하지만 이 저택, 뭔가 심상치 않다. 바닥에서는 붉은 진흙이 피처럼 스며 나오고, 밤마다 기괴한 형상의 유령들이 출몰한다.
압도적인 미장센 속 인간의 탐욕을 그린 고딕 호러, 크림슨 피크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압도적인 미장센 속 인간의 탐욕을 그린 고딕 호러, 크림슨 피크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화려한 시각적인 황홀함만 기대했다면 천만의 말씀. 우아한 드레스와 고풍스러운 세트 디자인 뒤에는 인간의 탐욕과 광기가 빚어낸 끔찍한 진실이 숨어 있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유령보다 더 서늘한 건 토마스의 누나, 루실(제시카 차스테인)의 차갑고 날 선 눈빛일지도 모른다. 압도적인 미장센에 눈이 멀어 있다가 어느 순간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기꺼이 이 붉은 저택의 문을 열어보자.
5. 카타콤: 금지된 구역 (As Above, So Below, 2014)
출구 없는 지하 미궁 속으로
」낭만의 도시 파리. 하지만 그 화려한 거리 아래에 600만 구의 유골이 묻힌 거대한 세계 최대의 지하 묘지 ‘카타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영화는 전설 속 연금술사의 돌을 찾기 위해 이 금지된 구역으로 들어간 탐험대원들의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전개된다.
출구 없는 지하 미궁이 선사하는 극한의 공포, 카타콤: 금지된 구역.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미로 같은 지하로 깊이 내려갈수록 그들이 마주하는 건 단순한 귀신이나 물리적 위협이 아니다. 과거의 죄책감과 트라우마가 지옥의 형체를 입고 그들의 숨통을 조여온다.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과 극도의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는 비좁은 통로들은 그 어떤 값비싼 CG 효과보다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에어컨 바람 없이도 온몸에 끈적한 식은땀이 흐르는 경험을 원한다면, 이 출구 없는 미궁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 보길 권한다.
여름의 끝자락을 서늘하게 얼려버릴 최후의 한 방
무더운 여름, 단순히 쾅쾅거리는 사운드와 갑툭튀로 놀래키는 1차원적인 공포 영화에 지쳤다면 앞서 소개한 이 다섯 편의 영화가 완벽한 해답이 될 것이다. 때로는 우아한 얼굴을 한 인간의 광기가, 때로는 굳게 믿었던 현실의 붕괴가, 때로는 숨 막히는 폐쇄감과 압도적인 미장센이 당신의 방 안 온도를 몇 도는 거뜬히 낮춰줄 테니까.
얼음장처럼 차가운 맥주 한 캔이면 준비는 끝났다. 인파로 북적이는 뻔한 피서지 대신, 방구석 1열에서 즐기는 이 서늘한 스릴 라이드에 탑승해 보길. 과연 당신은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당신의 이성과 멘탈을 기분 좋게 뒤흔들 이 기묘하고 서늘한 세계로 지금 당장 접속해 보자. 잊을 수 없는 서늘한 악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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