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는 주얼리를 '이 동물'에서 착안한다
말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대신 안장과 재갈, 올가미 같은 승마 도구가 에르메스의 헤리티지를 보여줍니다. 피에르 아르디는 새 하이 주얼리 컬렉션 '인투 더 호스스케이프'를 통해 말 자체보다 그 상징에 주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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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Hermès)의 시작은 말(Horse)이었습니다. 에르메스가 이달 초 프랑스 파리에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인투 더 호스스케이프(INTO THE HORSESCAPE)'를 공개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의 중심에는 말보다 말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안장과 재갈, 올가미 등 말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를 보석으로 재해석하며 브랜드의 뿌리를 현대적인 하이 주얼리로 풀어냈습니다.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11.27 캐럿 카보숑 페어 컷 에메랄드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 에트랑트 네크리스 Etreintes Necklace © Julien Martinez Leclerc
추상과 서사를 넘나드는 피에르 아르디의 시선
에르메스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 아르디(Pierre Hardy) / 이미지 출처: 피에르 아르디 인스타그램 @pierrehardy
에르메스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 아르디(Pierre Hardy)는 무용과 조형 예술을 공부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신체의 움직임과 구조적 미학을 극대화하는 디자이너입니다. 1990년부터 에르메스의 슈즈 디자인을, 2001년부터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임하며 하우스의 현대적 비주얼을 정립했습니다. 보석의 화려함보다 형태와 건축적인 구조를 우선시하며, 착용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실루엣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샹달(체인), 말(Horse), 켈리·버킨 백의 록 장치 등 에르메스의 전통적인 유산을 모던하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합니다. 전통적인 장식성에 갇혀 있던 하이 주얼리 세계에 조각적인 현대미와 위트를 불어넣으며 에르메스 주얼리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구축했습니다. 그는 이번 컬렉션을 “환유적 컬렉션”이라고 정의합니다. 무용을 공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움직임과 균형, 입체적인 형태를 탐구해온 그는 주얼리에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담아왔습니다.
화이트·브라운 다이아몬드와 로즈 브라운 투어말린을 조합해 피에르 아르디가 말한 '회화적인 색감'을 구현한 에트랑트 네크리스 ⓒ Guido Mocafico
이번 컬렉션에서 말(Horse)은 직접적인 형태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안장, 재갈, 편자 등 승마 문화의 상징을 통해 에르메스가 오랜 시간 이어온 헤리티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피에르 아르디는 이를 “마치 색으로 그림을 그리듯 회화적인 방식으로 젬스톤을 다루었다”고 설명하며, 다양한 스톤의 조합으로 깊이 있는 색감과 빛의 흐름을 완성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에트랑트(ÉTREINTES) 네크리스입니다. 승마용 재갈의 곡선을 재해석한 이 작품은 화이트와 브라운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세팅하고, 세 개의 로즈 브라운 카보숑 컷 투어말린으로 포인트를 더해 피에르 아르디가 말한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기능적 오브제에서 예술적 주얼리로의 전이
라쏘 디스코(LASSO DISCO) 네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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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컬렉션은 실용적인 승마 도구를 하이 주얼리로 바꿔낸 점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라꼬 디스코 네크리스는 바게트 컷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화이트 골드로 완성한 하이 주얼리입니다.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배열해 올가미가 꼬여 있는 형태를 표현했으며, 균형 잡힌 비대칭 디자인으로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생동감을 담았습니다. 단순한 직선의 반복을 넘어 빛과 구조가 어우러진 입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에트랑트(ÉTREINTES) 커프 브레이슬릿과 이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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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골드에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에트랑트 커프 브레이슬릿은 승마용 재갈의 유려한 곡선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서로 맞물리듯 이어지는 곡선이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며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합니다. 정교하게 세팅된 화이트 다이아몬드는 화이트 골드와 어우러져 절제된 우아함과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에트랑트 이어링은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10.63캐럿, 11.12캐럿의 드롭형 에메랄드를 화이트 골드에 세팅한 작품입니다. 승마용 재갈의 곡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에 깊고 선명한 에메랄드가 포인트를 더합니다. 특히 두 에메랄드는 크기뿐 아니라 색감과 투명도, 서로 어우러졌을 때의 균형감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엄선했으며, 드롭 형태로 자연스럽게 흔들리며 우아한 존재감을 완성합니다.
셀레뜨(SELLETTE) 브레이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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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뜨 브레이슬릿은 파리 포부르의 에밀 에르메스 컬렉션에서 피에르 아르디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18세기 미니어처 안장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하이 주얼리입니다. 피에르 아르디는 안장이 지닌 섬세한 구조와 장식 요소를 손목 위 크기로 재해석하면서도, 원본 오브제가 가진 디테일과 균형감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새틴 브러시드 블랙 세라믹 코팅 티타늄은 시간이 흐르며 깊어지는 가죽의 파티나를 연상시키며, 그 위로 정교하게 조각된 옐로 골드와 화이트 골드, 화이트·브라운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져 안장의 장식적인 요소를 현대적인 주얼리로 완성합니다. 전통적인 승마 오브제와 첨단 소재가 만난 이 브레이슬릿은 과거의 장인 정신을 현대적인 조형 언어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끌루 드 포르주 루미에르(CLOU DE FORGE LUMIÈRE) 네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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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루 드 포르주 루미에르 네크리스는 말발굽의 편자를 고정하는 철제 못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거친 기능적 요소를 하이 주얼리로 재해석해 에르메스만의 독창적인 미감을 담았습니다. 화이트 골드 위에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다섯 개의 페어 컷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으며, 다이아몬드를 엇갈리게 배열하는 '파바주 마티에르' 기법으로 섬세하면서도 입체적인 광채를 완성했습니다.
"주얼리는 단순한 장식에 그치지 않는다. 사랑과 권력, 유대감, 그리고 자기 자신과 나누는 비밀스러운 대화다." 피에르 아르디의 말처럼, 이번 에르메스의 피스들은 신체의 움직임을 따라 유연하게 흐르며 착용하는 이에게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특별한 순간을 선사합니다.
이번 컬렉션은 '말'이라는 에르메스의 출발점을 현대적인 하이 주얼리로 풀어냈습니다. 안장과 재갈, 올가미, 편자 등 말과 관련된 요소는 90여 점의 피스를 통해 새로운 오브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말보다 그 상징을 통해 에르메스의 정체성을 풀어낸 것. 그것이 '인투 더 호스스케이프'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Credit
- Editor 김나혜
- Photo 각 이미지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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