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탐사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우주는 탐사하는 곳이 아니라 사업을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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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탐사의 시대는 끝났고, 나는 그 변화가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이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이라고 생각한다. 기업 가치 약 1조7500억 달러.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였다. 사람들은 천문학적인 기업 가치와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성공 신화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뉴스의 핵심이 과연 ‘상장’에만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페이스X를 로켓 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페이스X가 진짜 바꾼 것은 로켓 기술이 아니다. 과거에는 한 번 발사한 로켓을 그대로 버렸지만, 이제는 회수해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재사용 발사체로 대표되는 이 변화는 우주에 접근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고, 이전에는 경제성이 없던 수많은 사업들이 현실적인 가능성을 갖기 시작했다. 즉, 스페이스X가 바꾼 것은 로켓의 경제다.
우주는 원래 갈 수 없는 곳이 아니었다. 우리는 늘 우주로 갈 수 있었다. 다만 너무 비쌌을 뿐이다. 스페이스X는 그 비용을 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주가 비로소 ‘사업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주 산업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변화를 이해하려면 탐험과 산업의 차이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탐험은 본질적으로 경제성을 따지지 않는다. 인류가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남극을 탐험한 이유는 그곳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새로운 세계를 향한 호기심과 도전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산업은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없다면 산업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술보다 먼저 경제성이 성립되어야 하고, 그래야 기업의 투자와 재화, 서비스의 시장이 형성된다. 스페이스X는 그동안 탐험의 공간이었던 우주를 ‘산업의 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른 인류는 왜 반세기 넘게 우주를 산업으로 만들지 못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는 우주를 산업으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인류가 처음 우주를 향해 질주했던 이유는 과학도, 경제도 아니었다. 냉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초강대국으로 나뉘었다. 문제는 양국이 핵무기를 앞세워 대치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핵탄두를 상대보다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미사일에 실어 보낼 수 있는 능력이 국가의 생존을 좌우했다. 우주 경쟁은 그 연장선에 있었다. 1957년, 소련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지구 궤도에 올렸다. 인류가 만든 물체가 처음으로 지구를 돈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받은 충격은 ‘세계 최초’의 자리를 소련에 빼앗겼다는 데만 있지 않았다. 인공위성을 우주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은 곧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지구 반대편까지 보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시 로켓은 우주선을 우주로 보내는 발사체이면서 가장 강력한 전략 무기였다. 스푸트니크의 탄생은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생존 경쟁의 결과였다. 미국은 곧바로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했다. NASA를 설립하고 아폴로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당시 투입된 예산은 약 258억 달러로,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3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1966년 당시 미국 연방 예산의 4.4%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오늘날 단 하나의 과학기술 프로젝트에 연방 예산의 4% 이상(400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한다고 상상해 보면, 믿기 힘든 규모의 사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달에 발을 디뎠다. 경제성을 따지는 사업이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투자였다. 하지만 냉전 시대의 우주 개발은 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체제 경쟁의 문제였기에 경제성을 따질 필요가 없었다.
냉전이 끝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우주 개발은 계속되었고 기술도 꾸준히 발전했지만 아폴로 시대처럼 국가가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던 시기는 끝났다. 우주를 향한 열정이 식어서가 아니었다. 그만큼의 비용을 감당해야 할 국가적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 우주 시대를 움직인 것이 정치였다면, 오늘날 우주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정치가 아니라 경제다. 냉전 시대에는 국가가 안보를 위해 우주 개발에 투자했다면, 이제는 기업이 수익을 기대하며 우주에 투자한다. 이것이 오늘날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본질이다. 정부 중심이던 우주 개발에 민간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고, 우주가 비로소 하나의 시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 변화는 숫자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세계 우주 경제 규모는 약 6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10년 안에 1조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우주 경제의 약 80%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의 상업 활동에서 만들어진다. 우주는 이제 국가 주도의 연구 개발을 넘어 기업이 투자하고 경쟁하며 견인하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로 성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우주산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로켓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우주 경제의 대부분은 로켓을 만드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위성 통신과 방송, GPS를 비롯한 위치 정보 서비스, 지구 관측 그리고 그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발사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우주 경제의 3% 남짓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발사체의 역할이 작은 것은 아니다. 우주 산업은 결국 우주에 나가야 시작되기 때문이다. 발사체는 하나의 산업인 동시에 다른 모든 우주 산업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인프라다. 철도가 놓여야 물류가 성장하고 인터넷망이 깔려야 디지털 산업이 성장했듯, 우주에 접근하는 비용이 충분히 낮아져야 비로소 그 위에서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스페이스X가 우주 경제를 혼자 만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주 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변곡점을 만든 기업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주에 접근하는 비용이 낮아졌다는 것은 우주 산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짜 변화는 이제 그 위에서 어떤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우주는 일터가 될 것이다. 일터가 된다는 것은 우주비행사가 많아진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지구에서 하는 경제 활동의 일부가 우주로 옮겨간다는 뜻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우주 산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만 그것을 우주산업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매일 아침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고,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태풍의 진로를 예측하고, 산불과 홍수를 감시하는 일은 모두 우주에서 내려오는 데이터를 이용한다. GPS와 지구 관측, 통신 위성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는 이미 우리의 일상을 떠받치는 사회 기반 시설이 되었다. 오늘날 우주 경제에서 가장 큰 시장 역시 이러한 데이터와 서비스다. 우주는 더 이상 먼 곳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정보 인프라다. 이처럼 우주가 경제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산업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우주 서비스 산업이다. 지금까지 인공위성은 연료가 떨어지거나 고장이 나면 그대로 임무를 마쳤다. 하지만 이제는 위성을 찾아가 연료를 보급하고 수리하며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를 정비하듯 우주에서도 유지·보수와 물류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우주 제조 역시 이미 시작되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미세 중력 환경을 이용한 의약품과 신소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 회사 머크(Merck)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단백질 결정 연구를 수행하며 우주 제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제 우주는 연구실(만)이 아닌 공장이 되기 시작했다. 달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도착 자체가 아니라 달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르고, 현지 자원을 활용하며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가이다. 오늘날의 달 탐사는 과학 프로젝트인 동시에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되고 있다. 이 사례들은 서로 다른 분야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우주를 ‘방문하는 공간’이 아니라 ‘활용하는 공간’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우주에 접근하는 비용이 낮아지면서, 우주는 더 이상 탐험의 종착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일하고 기업이 투자하는 또 하나의 경제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바꿀 때마다 사람들의 관심은 언제나 기술 그 자체에 쏠렸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사람들은 초고속 통신망을 얼마나 빨리 구축할 수 있는지, 회선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 자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검색을 하고, 물건을 사고,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술은 성숙하면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떠받치는 배경이 된다. 우주도 비슷한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재사용 발사체와 발사 비용, 위성과 우주선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주에 접근하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진다면 사람들의 관심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어떤 로켓이 더 뛰어난지보다 우주에서 어떤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지, 어떤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지,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가 더 중요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오늘의 우리는 ‘우주 제조’와 ‘우주 물류’, ‘우주 데이터’ 같은 새로운 말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주’라는 수식어 자체가 특별하지 않은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오늘의 우주 제조는 내일의 제조가 되고, 오늘의 우주 물류는 내일의 물류가 될지 모른다. 우주가 특정 산업이 아니라 사회의 자연스러운 기반이 되는 순간, 우주 경제는 비로소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은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고, 사람들은 천문학적인 기업 가치와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성공 신화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뉴스의 진짜 의미는 어쩌면 상장 자체에 있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역사는 그날을 한 로켓 회사가 증시에 입성한 날이 아니라, 우주가 탐험의 대상에서 산업의 무대로, 그리고 우리의 일상으로 바뀌기 시작했음을 세상이 실감한 순간으로 기억할 것이다.
전은지는 항공우주공학자다. 2012년 미시간대학교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 항공우주센터,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대학교와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희박한 우주 공간에서 빠르게 흐르는 유동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현재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로 있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WRITER 전은지
- ILLUSTRATOR MYCDAYS
- ART DESIGNER 주정화
MONTHLY CEL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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