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브라클라 증류소에서 몰트 마스터 스테파니 맥로드와 나눈 대화
한여름의 스코틀랜드에서 듀어스의 마스터 블렌더이자 로얄 브라클라의 몰트 마스터인 스테파니 맥로드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주제는 물론 ‘로얄 브라클라.’ 다만 인터뷰가 끝날 때쯤 되니, 역사에서 예술까지 온갖 이야기를 다 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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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역사적 위스키 증류소를 직접 돌아보는 건 애주가들의 꿈이다. 더구나 몰트 마스터와 함께 시설을 돌아보고, 테이스팅 클래스를 갖고, 증류소 한정판까지 맛보는 기회가 포함되어 있다면야. 그 증류소가 영국 왕실 인증을 받은 최초의 스카치 위스키인 로얄 브라클라의 증류소라면 어떨까? 대동한 몰트 마스터가 6년 연속으로 ‘올해의 마스터 블렌더(Master Blender of the Year)’ 상을 받으며 신기록을 세운 듀어스의 마스터 블렌더 겸 로얄 브라클라, 애버펠디, 올트모어, 크라이겔라키, 더 데브론의 몰트 마스터인 스테파니 맥로드라면? 지난 6월, 로얄 브라클라 증류소 투어에 초청된 에스콰이어 코리아가 하이랜드에 다녀왔다. 스테파니 맥로드와 함께 코도르 곳곳과 증류소 시설을 돌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로얄 브라클라의 맛에 대해.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집념에 대해.
로얄 브라클라의 몰트 마스터 스테파니 맥로드.
로얄 브라클라 증류소에는 자주 방문하시나요?
가급적 자주 오려고 노력해요. 사실 제게 실제 방문보다 중요한 건 증류소에서 수급하는 샘플과 지속적인 캐스크 평가를 통해 로얄 브라클라 증류소와 ‘항상’ 연결되어 있는 거죠. 직접 방문할 때는 직원들과 소통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며, 때로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데에 집중합니다.
저처럼 로얄 브라클라 증류소에 처음 온 사람은 어떤 부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면 좋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스피릿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는 겁니다. 로얄 브라클라의 스피릿은 자연스럽고 우아하며 과일 향과 은은한 꽃냄새가 어우러져 있어요. 모든 숙성 과정은 이러한 스피릿의 특징을 보호하거나 더욱 풍부하게 하려고 고안된 것이죠. 스피릿을 이해하면 그 증류소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제안하고 싶은 건, 증류소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역사도 눈여겨보라는 것입니다. 코도르 영지는 1812년부터 로얄 브라클라 증류소의 터전이었습니다. 로얄 브라클라라는 위스키와 증류소 주변 지역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함께 살펴보면 좋을 것 같고요. 물론 증류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자부심을 이해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듀어스는 위스키 제조 과정에서 과학적인 접근과 캐스크 숙성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잖아요. 그럼에도 증류소가 위치한 곳의 ‘지역성’이 위스키의 특징을 결정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저희는 위스키 증류의 과학적인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죠. 하지만 환경은 여전히 위스키에 미묘하지만 중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물, 기후, 저장고의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증류 과정에서 위스키의 특징을 형성하고, 숙성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에도 영향을 줍니다.
로얄 브라클라 증류소 앞에서 진행된 스피릿 테이스팅 세션. 갓 증류된 로얄 브라클라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지난 인터뷰 때, 로얄 브라클라의 맛을 ‘한 잔의 여름(summer in a glass)’이라고 표현하신 적이 있죠.
밝고 화사한 꽃향기와 여름 과일 향이 어우러진 로얄 브라클라의 특징을 짚은 저만의 표현이죠. 말씀하신 것처럼 위스키는 생산 과정과 숙성 캐스크에 따라 특징이 결정되지만, 주변 환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일단 환경은 만드는 사람의 ‘밸런스’와 ‘표현력’의 기준에 영향을 끼치잖아요. 로얄 브라클라의 경우 하이랜드 특유의 밝고 활기찬 분위기가 아름답게 녹아든 위스키라고 생각합니다.
여름에 로얄 브라클라 증류소에 온 게 운이 좋았던 거군요. 비록 요 며칠 비가 많이 오기는 했지만요.
(웃음) ‘한 잔의 여름’은 물론 이 위스키의 밝고 생기 넘치는 특징을 잘 나타내는 비유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코틀랜드의 여름을 떠올릴 때, 햇살뿐 아니라 그 햇살이 주는 그늘과 대비를 함께 생각해요. 로얄 브라클라 시리즈를 구상할 때, 우리는 다양한 셰리 캐스크를 사용해 각 숙성 연도별로 이 위스키가 지닌 다채로운 특징을 부각하고자 했죠. 그래서 로얄 브라클라 시리즈는 각각 다른 풍미를 선사할 뿐 아니라, 셰리의 종류가 가진 다양한 색조로 이미지의 차이까지 만들어낸다고 믿습니다.
듀어스 패밀리에서 최근 돋보이는 행보는 다양한 캐스크의 숙성 실험인 것 같습니다. 로얄 브라클라도 다양한 셰리, 머스카텔, 포트 캐스크를 시도해본 바 있죠. 오직 직관에 의한 시도인지, 좀 더 엄정한 연구 과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 측면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저희는 연구를 통해 다양한 오크통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관과 호기심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죠. 핵심은 이런 거예요. ‘이 오크통이 저 증류소 고유의 특성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만약 답이 ‘그렇다’라면,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거죠.
마스터 블렌더로서 살아 있는 전설인 당신은 블렌딩이 ‘예술과 과학의 결합’이라고 한 적이 있어요. 몰트마스터로서도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보면 되겠군요.
블렌디드 위스키와 싱글몰트 위스키 생산 모두 풍미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아름답게 균형 잡힌 위스키를 만드는 기술을 필요로 하죠. 차이가 있다면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에서 블렌딩 과정은 여러 증류소의 풍미를 조합해 균형 있고 조화로우며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내는 데에 중점을 둔다는 것. 그리고 싱글몰트 위스키는 하나의 증류소 고유의 특징을 깊이 탐구하고, 오크통과 숙성 시간이라는 변수를 통해 그 형태를 다듬는 데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만찬에서 함께 나눈 로얄 브라클라 25년. 가장 고숙성인 라인업으로 곧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로얄 브라클라는 왕실 인증을 받은 최초의 스카치 위스키입니다. 그런 역사가 오늘날 이 브랜드의 위스키를 만드는 방식에 영향을 끼치기도 할까요? 이를테면 품질 기준이나 추구하는 맛의 우아함 측면에서요.
우선 품질 기준 측면에서는, 저희는 브랜드와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로얄 브라클라와 왕실의 연결은 역사에 한 획을 그었죠.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그 역사가 바로 품질과 섬세함의 표준을 설정했다고 생각해요. 로얄 브라클라는 자연스럽게 우아한 스피릿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보존하고 개선하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합니다. 역사를 위해 무언가를 강조하고 고집하는 게 아니라, 온전함과 균형을 가진 뭔가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거죠.
190여 년 전 윌리엄 4세가 처음 로얄 브라클라를 마셨을 때의 느낌과 지금 로얄 브라클라를 한 모금 맛볼 때의 느낌은 어떤 지점에서 같은 맥락 안에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그간 생산 방식은 발전을 거듭했지만, 로얄 브라클라가 가진 본질적인 우아함과 부드러움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윌리엄 4세가 당시에 로얄 브라클라에서 세련되고 독특한 무언가를 경험했을 거라고 상상합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은은한 복잡성과 즐거움을 로얄 브라클라의 중요한 특징으로 삼고 있죠.
올해 초 서울에서는 로얄 브라클라의 맛을 요리, 음악, 춤으로 전달하는 ‘멀티 센서리 테이스팅’ 행사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위스키 브랜드 중에서도 로얄 브라클라가 그렇게 다양한 감각으로 맛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방금 말씀드렸듯 로얄 브라클라는 다양한 레이어를 가진 위스키이기 때문입니다. 세련되고, 표현력이 풍부하며, 은은하면서도 복잡한 특유의 매력은 테이스팅 노트만으로는 담아낼 수가 없죠. 음식, 음악, 움직임을 통해 그 풍미를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좀 더 진실한 접근일 수 있습니다. 다감각적 스토리텔링은 풍미를 질감, 리듬, 분위기 같은 것들로 승화시켜 한결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연결을 만들어줍니다. 로얄 브라클라가 추구하는 ‘절제된 고급스러움’이라는 정체성을 반영하기도 하고요.
로얄 브라클라가 한국 시장에 공개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어떤 유의미한 피드백을 받고 있으며, 한국의 위스키 애호가들이 어떤 지점을 더 알아주기를 원하시나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로얄 브라클라에 보여준 깊은 관심과 애정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단순히 맛뿐 아니라 균형감, 질감, 장인정신, 원산지에 대한 강한 호기심까지 위스키를 맛보며 다양한 측면을 두루 즐기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죠. 특히 한국에서는 로얄 브라클라의 우아함, 즉 과수원의 향과 은은한 향신료 풍미, 특유의 부드러움을 좋아해 주는 것 같아요. 강렬함보다는 균형을 추구하며, 그런 지점에서 로얄 브라클라와 깊이 공명한다고 느꼈습니다. 한 가지 여러분께서 알아주셨으면 하는 점을 꼽으라면, 바로 ‘시간’에 대한 것입니다. 위스키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죠. 특히 로얄 브라클라의 복합적인 풍미는 아주 미묘합니다. 시간을 두고 음미하거나 물 한 방울을 떨어트리는 등 천천히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며 즐긴다면 로얄 브라클라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로얄 브라클라 증류소는 1812년부터 줄곧 하이랜드 코도르에서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으며, 1833년 스카치 위스키 최초로 영국 왕실 인증을 받았다.
Credit
- PHOTO 바카디코리아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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