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밀라노에서 찾은 2027 S/S 맨즈 컬렉션의 핵심 키워드 12
루이 비통, 생 로랑, 프라다까지. 파리와 밀라노를 관통한 컬러와 실루엣, 스타일링 포인트를 12개의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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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BIG WAVE
루이 비통은 그 어느때보다 화려한 세트 디자인으로 파리 컬렉션의 첫날 밤을 열었다. 시테 국제대학교(La Cité Internationale Universitaire)에 구현된 웅장한 파도 사이로 몇몇 모델들은 루이 비통의 DNA가 새겨진 서핑 보드를 들고 등장했다. ‘모던 서퍼’를 그리고 싶었다는 퍼렐 윌리엄스는 루이 비통의 기조를 지키는 동시에 애슬레저 원단과 팝한 애시드 컬러, 반짝이는 모래알을 닮은 비즈 디테일을 적재적소에 활용했는데, 실제 서퍼들이 착용하는 윈드 코트와 모노그램 보디 슈트, 비즈와 스팽글로 야자수를 그린 니트 베스트 등에서 서프 컬처를 향한 헌사를 확인할 수 있다.
ELEGANT MAN
남자는 과연 어디까지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수많은 쇼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먼저 곡선적인 실루엣의 바 재킷과 리본 넥 밴드, 브로치 등을 선보이며 우아한 남성상을 그려온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은 이번 시즌 보다 정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목에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머플러를 두르고, 라펠에는 얼굴만 한 비즈 코르사주를 단 모습. 사카이도 그들만의 볼드한 실루엣에 마치 프릴처럼 보이는 태슬 장식과 원단을 뭉친 로제트로 로맨틱한 무드를 한 스푼 더했다. 스킨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소재의 활용도 눈에 띈다. 드리스 반 노튼은 피부처럼 얇고 하늘하늘한 질감의 실크로 흘러내리는 듯 부드러운 실루엣을 완성했고, 헤드메이너는 빳빳한 오간자로 턱시도 재킷을 만들었다. 손목에 부피감 있는 커프스를 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장 많은 브랜드에서 발견된 디테일은 단연 비즈와 스팽글. 아미리와 루이 비통, 드리스 반 노튼은 한땀 한땀 수놓아 패턴을 만들었고, 디올은 비즈를 길게 늘어뜨려 수술처럼 연출했다. 마지막으로 셀린느는 이 우아한 남성상의 흐름에 방점을 찍는다. 무심하게 두른 웨이스트 밴드, 풍성한 실루엣의 벌룬 팬츠와 케이프, 플라워부터 오리엔탈까지 다채로운 패턴의 향연… 아무래도 내년 봄은 좀 더 과감해져도 될 것 같다.
POP UP
컬러는 고채도 고명도로 더 선명하고 시원해졌다. 튀르쿠아즈부터 핑크, 옐로, 레드…. 워낙 색채를 잘 쓰는 마이클 라이더의 셀린느는 말할 것도 없고, 저채도 룩들 사이에 팝한 핑크색 블라우스와 팬츠를 더한 디올, 네온 빛 윈드브레이커와 니트를 선보인 생 로랑까지. 다음 시즌 포인트 컬러는 화려할수록 좋다.
FLASH LUSH
어린 시절 갖고 놀던 금은박 색종이처럼 반짝이는 소재가 곳곳에 등장했다. 생 로랑은 골드 컬러로 표면을 처리한 트렌치코트로 쇼의 피날레를 장식했고, 아미리는 고급스러운 빛의 골드 스트라이프 새틴 슈트로 특유의 글램한 룩을 완성했다. 골드가 부담스럽다면 실버로 눈을 돌려보자. 디올은 데님 빛의 꽈배기 니트에 파이톤 질감의 실버 팬츠를, 셀린느는 매끈한 스웨이드 베스트에 매트한 질감의 실버 팬츠를 매치했다.
HOT SUMMER
파이톤과 레오퍼드, 지브러… F/W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했던 패턴이 S/S 컬렉션에 쏟아졌다. 아미리는 클래식한 점퍼에, 디올 또한 스트레이트 핏 팬츠에 파이톤 소재를 사용해 관능미를 더했고, 셀린느는 팬츠에 지브러 패턴을 비딩했다. 드리스 반 노튼의 선택은 레오퍼드. 시어하고 부드러운 소재와 물 빠진 컬러들 사이 더해진 레오퍼드 슈즈와 백, 글러브는 존재만으로 에너지를 불어넣기 충분하다.
HIGHFIVE
릭 오웬스는 아디다스와 만든 기상천외한 옷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내부에 장착된 초소형 팬으로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실루엣을 만든 것. 고강도 타이벡으로 제작한 점프슈트와 재킷, 팬츠 등은 야외 작업자를 위해 개발된 일본의 팬 재킷에서 영감 받았다. 실제로 내부는 에어컨을 튼 것처럼 시원하다고. 준야 와타나베는 역대급 협업 리스트를 선보였다. 해체주의적 테일러링과 텍스처 레이어링 사이로 리바이스, 칼하트, 니들스, 뉴발란스, 카파, 뉴에라 등 열여섯 개 브랜드의 로고가 더해졌다. 셀린느와 리복의 협업 스니커즈, 사카이와 버켄스탁의 슬리퍼 또한 다가올 봄을 벌써 기다리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EYES WIDE
40℃의 폭염 속에서도 릭 오웬스 쇼장은 축제 같았다. 뙤약볕 아래 고생할 손님들을 위해 양산과 얼음물도 준비했다. 팔레 드 도쿄의 분수가 시원하게 터지고 눈 주변을 공작새처럼 화려하게 장식한 모델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러프한 섀도와 블랙 렌즈, 거기에 분홍, 노랑, 검정의 기다란 속눈썹… 메이크업이라는 말보다 예술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이 메이크업을 완성한 건 2021년부터 릭 오웬스의 아방가르드한 얼굴을 만들어온 다니엘 셀스트룀. 쇼가 끝남과 동시에 그의 메이크업은 온 피드를 물들였다. 축제의 여운을 붙잡기라도 하듯.
MILANO
FOCUS AND REPEAT
프라다를 관통하는 이번 시즌 키워드는 절제와 명료함이다. 최소한의 요소만으로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본질만 남긴 채, 완벽함을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 보여줬다.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실루엣이다. 밀착되는 스키니 핏 팬츠와 허리 위에서 끝나는 크롭트 재킷, 직선적인 블레이저를 통해 선형적인 실루엣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두 번째는 컬러. 채도 높은 선명한 색채로 룩 전체를 물들이거나 포인트를 더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디테일은 액세서리에서도 이어진다. 오드아이처럼 서로 다른 컬러 렌즈의 선글라스, 허리춤에 더한 파우치와 패턴 스카프 그리고 보석 반지처럼 반짝이는 이어링은 반복이 자아낼 수 있는 단조로움을 단번에 깼다. 이 흐름은 소재에서도 찾을 수 있다. 레더에 과감한 색을 입히고, 데님은 은은하게 비치도록 제작해 익숙한 소재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 현재의 프라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일수록 무한히 확장될 수 있음을 자신 있게 증명해내고 있다.
MIX & MATCH
20년 만에 밀라노로 돌아온 랄프 로렌은 지난해 복귀 무대의 여운을 이어 총 78개에 달하는 룩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컬렉션은 클래식한 테일러링에 스포티한 무드를 더하는 데 집중했다. 퍼플 라벨은 정제된 슈트 위에 라이더 재킷을 걸쳤고, 데님과 실크를 절묘하게 조합한 스리피스 슈트를 공개하며 믹스앤매치를 보여줬다. 또 일본 디자인 하우스 KUON과의 협업을 통해 일본 전통 손바느질 기법인 사시코(Sashiko)를 활용한 ‘사시코 걸즈(Sashiko Gals)’의 수작업 자수 디테일까지 담아냈다. 이어 폴로 랄프 로렌은 아메리칸 프레피 스타일을 중심에 뒀다. 컬러풀한 팔레트와 패치워크, 레이어드 스타일링으로 경쾌한 분위기를 더했고, 스리피스 슈트에는 에드워디안 스타일의 넥웨어를 매치해 캐주얼에 낭만적인 무드를 가미하며 다채로움을 더했다.
VACANZE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 가운데 휴가를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시즌에는 여행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한 브랜드들이 여름 풍경을 펼쳐냈다. 돌체앤가바나는 ‘Vacanze Siciliane(시칠리아의 휴가)’를 테마로 그리스 신전과 바로크 건축, 해안 마을, 장인정신에서 착안해 시칠리아 특유의 풍요로운 정서를 담아냈다.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하는 블루와 피스타치오를 닮은 그린, 비즈와 자수로 완성한 산호초 장식은 휴양지의 낭만을 전했고, 엽서 속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프린트와 고도의 가죽공예 기술로 니트처럼 구현한 디테일 등 완성도를 높였다. 여유로운 여름의 정취를 그려낸 제냐는 지난 6월 미국 LA 말리부 피어에서 공개한 룩을 밀라노에서 다시 선보였다. 나파 레더와 누벅, 크로커다일, 실크 등 다양한 소재를 유연한 실루엣에 녹여냈고, 햇살을 머금은 듯한 컬러 팔레트로 브랜드 특유의 절제된 우아함을 강조했다. 또한 세추의 이번 컬렉션은 디자이너 구와타 사토시(Kuwata Satoshi)가 아프리카 중서부 가봉에서 마주한 풍경과 기억에서 출발한다. 어망처럼 엮은 레이스와 이를 컷아웃 디테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통해 어장에서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을 현대적으로 풀어내 여행의 경험을 독창적으로 완성했다.
THE TALE
한 편의 이야기처럼 서사를 풀어낸 브랜드도 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밀라노 컬렉션을 선보인 톰 브라운은 ‘톰의 정원’을 무대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여름날을 구현했다. 런웨이는 새하얀 화분으로 가득 채워졌고 모델들은 유쾌한 디테일로 가득한 룩을 입고 등장했다. 양봉가를 연상케 하는 레이스 베일 장식의 모자, 몸 위를 뛰어오르는 듯한 메뚜기 패치가 더해진 재킷, 몸을 타고 오르는 개미 장식 등을 곳곳에 더해 프레피 룩을 유쾌하게 재정의했다. 에트로는 관객을 기차역으로 초대했다. 플랫폼이 연상되는 공간을 통해 여행을 떠나는 순간의 설렘을 그려낸 것. 모델들은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페이즐리와 스트라이프 패턴을 더한 트렌치코트와 더스터 코트 등 여유로운 무드의 룩과 함께, 아르니카(Arnica) 패턴을 입힌 러기지를 끌고 움직이며 영화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여름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곳도 있다. 시몬 크래커는 잔혹동화를 주제로 성가신 여름날을 대하는 캐릭터들을 각 모델에 투영했다. 구겨진 웨딩드레스, 신발과 선글라스 위에 녹아내린 아이스크림, 늘어지게 입은 셔츠 등 개인의 불완전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개성과 재치를 드러냈다.
NEW CLASSIC
클래식의 정수를 이끌어온 하우스들의 행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좀 더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형태를 선택해 클래식에 새로움을 더한 것. 레오 델오르코가 선보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컬렉션은 자연을 향한 시선에서 출발했다.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지중해와 햇볕에 그을린 돌, 흙빛의 자연스러운 컬러 팔레트를 활용해 은은하면서도 친숙한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리넨, 코튼, 실크 등 천연 섬유 소재는 몸의 선을 따라 유려하게 흐르며 미니멀리즘의 본질을 새롭게 기록한다. 폴 스미스 역시 1980년대 획일화된 테일러링에 느슨함을 더하며 긴장감을 한껏 내려놓았다. 어린 시절 떠난 가족 여행에서 바지와 소매를 걷어 올린 채 해변을 거닐던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을 완성했다. 조여 맨 타이는 과감히 풀어헤치고, 소매는 자연스럽게 걷어 올렸으며, 단추는 여유롭게 풀었다. 폴 스미스는 거기에 슈트의 단정한 실루엣과 대비되는 크로스백을 무심하게 더했다. 반면 한층 더 정제된 클래식을 보여준 라르디니는 ‘Memoria Come Materia(기억은 물질이 된다)’라는 주제 아래 암석과 광물, 화석 등 자연에서 얻은 조각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빛바랜 듯한 자연의 색과 질감을 의상에 재해석하고, 오묘한 빛을 머금은 단추 같은 디테일에 녹여내며 라르디니만의 미니멀 클래식을 완성했다.
Credit
- EDITOR 성하영/이하민
- PHOTO 각 브랜드
- ASSISTANT 박예림/김민호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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