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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샤넬 X 예올의 '올해의 장인' 전시에서 지금 볼 수 있는 장면들

소목장 조복래는 수십 년간 나무를 모았다. 도자공예가 백경원은 흙을 손으로만 쌓아 올린다. 두 사람의 작업이 북촌 한옥에서 만난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6.08.19
백경원 작가와 조복래 소목장.(왼쪽부터) PHOTO 샤넬 제공

백경원 작가와 조복래 소목장.(왼쪽부터) PHOTO 샤넬 제공

재단법인 예올이 샤넬과 함께 2026년 '올해의 장인'으로 소목장 조복래를, '올해의 젊은 공예인'으로 도자공예가 백경원을 선정하고, 두 사람의 협업 결과물을 담은 전시 <진소(眞素)공예 : 진경의 눈, 조형의 손>을 8월 21일부터 10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올 북촌가와 한옥에서 선보인다. 예올과 샤넬이 파트너십을 맺은 지 5년째, 두 기관이 함께한 다섯 번째 프로젝트다.

소목장 조복래는 수십 년간 나무를 모았다. 도자공예가 백경원은 흙을 손으로만 쌓아 올린다. 두 사람의 작업이 북촌 한옥에서 만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형태가 아니라 결이다. 도자공예가 백경원의 백자에는 흙을 눌러 올린 손가락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고, 소목장 조복래의 가구 표면에는 강렬한 나무의 무늬들이 회화처럼 박혀 있다. "두 분 다 재료가 가지고 있는 형태를 끄집어 내는 작업을 하고 계세요." 이번 전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양태오가 말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진소(眞素)공예 : 진경의 눈, 조형의 손’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소(眞素)'는 참되고 꾸미지 않는 태도를 뜻한다.

장식을 걷어낸 자리에 남는 것

이번 전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디자이너 양태오다. 그는 2023년 <우보만리 :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부터 샤넬과 예올의 프로젝트 총괄을 맡아 올해로 4년째 이끌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제시하는 태도는 명확하다. 본질을 가리는 장식을 걷어내고, 재료가 지닌 가장 순수한 바탕을 바라보는 것.

이는 그의 오랜 관심사와 정확히 겹친다. 양태오의 태오양스튜디오의 주제는 '전통 그리고 지역성의 재발견과 미래'. 앞서 그는 한 인터뷰에서 한옥이 서구 사회에서 이질적이고 이국적인 대상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고, 그래서 더 '무미(無味)의 미학'에 파고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무미의 미학에서 의미없는 장식성을 배제하는 진소로 이어지는 궤적이 자연스럽다.

전시 구성에서도 이 태도가 드러난다. 조복래의 가구와 백경원의 백자를 나란히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인이 책을 읽고 차를 나누며 사물을 완상하던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작품이 놓인 삶의 풍경까지 함께 제안한다. 작품을 보는 전시가 아니라, 작품과 함께 사는 방식을 보는 전시다.

조복래 — 나무를 모으는 시간

조복래 소목장의 작품. PHOTO 샤넬 제공

조복래 소목장의 작품. PHOTO 샤넬 제공

조복래의 작품은 그 형태도 아름답지만, 우선 그가 끄집어낸 나무 자체가 특별하다. 1963년생인 조복래는 경남무형문화재 29호 소목장 기능보유자로, 지리산과 인접해 소목이 발달한 진주에서 어릴 적부터 어깨너머로 나무를 접하며 자랐다. 고(故) 정돈상·고(故) 오행구 선생의 문하에서 수련하며 소목의 정수를 이어받았으며, 쇠못을 쓰지 않고 짜맞춤만으로 농·장·궤를 완성하는 전통 소목(小木)의 기법을 완성한 장인으로 평가 받는다. 우리 소목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견고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조복래 소목장의 작품. PHOTO 샤넬 제공

조복래 소목장의 작품. PHOTO 샤넬 제공

진주 명석면에서 취목공방을 운영하며 길게는 1000년 짧게는 300~400년 가량 된 진귀한 목재로 전통가구를 재현해 왔다. 건조 정도에 따라 다시 분별해 말리는데, 10년 이상 말려야 비로소 재료가 되는 나무가 많다. 그는 전통가구의 승부처가 재료와 기법이라고 못박는다. 조 작가는 "전통가구는 무늬가 생명이다. 나무마다 문양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 나무가 갖고 있는 최상의 문양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느티나무와 소나무, 오동나무, 가죽나무, 산벚나무, 먹감나무, 배나무, 밤나무가 그가 주로 쓰는 수종이다.

나무에 조예가 깊지 않아도 전시장에서 그의 소목을 마주치며 단박에 알 수 있다. 그것들은 누가 봐도 귀한 것들이다. 먹감나무의 검은 번짐, 느티나무의 옹이 주변으로 소용돌이치는 물결 무늬들이 옷칠을 입고 빛난다. 양태오 디렉터는 이번 협업에서 "나무를 대하는 소목장의 철학을 가공 없이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한 바 있다.

조복래 소목장의 작품. PHOTO 샤넬 제공

조복래 소목장의 작품. PHOTO 샤넬 제공

조복래가 뿌리로 삼는 가르침은 스승이 남긴 한 문장이다. "보이지 않는 곳이 보이는 곳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 그는 원재료 선별부터 마감까지 모든 공정을 이 기준에 맞춰 완성한다. 현재 아들 조현영 작가가 이수자로 그의 뒤를 잇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두 사람의 가구로 채운 현대 문인의 방을 엿볼 수 있다. 예올의 층간층에 있는 중정에서 이 방들을 한번 보면, 그 방에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싶은 물욕이 치솟는다.

백경원 — 손의 자국을 남기는 선택

백경원 작가의 작품. PHOTO 샤넬 제공

백경원 작가의 작품. PHOTO 샤넬 제공

올해의 젊은 공예인 백경원의 방식은 화려한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도자는 물레로 성형한다. 물레가 회전하는 힘을 흙덩이의 벽을 밀어 뽑아 올린다. 이렇게 만든 작품들은 필연적으로 좌우 대칭의 형태를 이룬다. 백경원의 '핸드빙딩' 혹은 수성형 타렴법은 좀 더 자유롭고 소박하며 원시적인 형태다. 마치 벽돌을 쌓듯 흙을 집고, 말고, 펴면서 쌓아 올린다.

백경원 작가의 작품. PHOTO 샤넬 제공

백경원 작가의 작품. PHOTO 샤넬 제공

그래서 그의 그릇에는 예외 없이 손의 자국이 남는다. 표면을 매만져 지울 수도 있었을 흔적을 남겨두는 것은 실력의 부족해서가 아니다. 손자국이 남은 백자는 완성된 물건이면서 동시에 만들어지던 순간의 기록이 된다. 공예이면서 단 하나 뿐이 작품이 된다. 조복래의 나무 무늬가 자연이 남긴 시간의 흔적이라면, 백경원의 손자국은 사람이 남긴 시간의 흔적이다. 이 전시가 두 작가를 한자리에 모은 논리는 이렇게 완성된다.

백경원 작가의 작품. PHOTO 샤넬 제공

백경원 작가의 작품. PHOTO 샤넬 제공

샤넬은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기술력을 기업의 근간으로 삼는 하우스로, 유서 깊은 장인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려는 예올과 방향성을 공유해 2022년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후 2023년 화각장 한기덕과 도자공예가 김동준(<우보만리 :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 2024년 대장장 정형구와 유리공예가 박지민(<온도와 소리가 깃든 손 : 사계절로의 인도>), 2025년 지호장 박갑순과 금속공예가 이윤정(<자연, 즉 스스로 그러함>)의 전시를 선보인 바 있다.

예올의 장인 후원은 더 오래됐다.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은 2010년 시작돼 옹기장 이현배, 유기장 김수영, 화혜장 안해표, 우산장 윤규상, 갓일 정춘모, 금박장 박수영 등으로 이어졌고, '올해의 젊은 공예인'은 2013년부터 가구디자이너 이광호, 목공예가 권원덕, 옻칠공예가 유남권 등을 발굴했다. 프로젝트 이름 '예올'은 시인이자 소설가 윤후명이 지었다. '예'는 예로부터를, '올'은 올해와 다가올 앞날을 뜻한다.

Credit

  • PHOTO 샤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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