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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 개봉 전 봐야할 이창동 영화 6

8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이창동 감독. 국내 개봉을 앞두고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장편 영화 여섯 편을 모았습니다.

프로필 by 김나혜 2026.09.07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이창동 장편 영화 6
  • 초록물고기·박하사탕: 이창동 감독의 시작과 한 개인의 삶을 통해 바라본 시대의 변화.
  • 오아시스: 세상에서 소외된 종두와 공주의 사랑, 이창동 감독에게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안긴 작품.
  • 밀양: 상실에서 시작해 믿음과 용서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전도연 주연의 영화.
  • 시: 시를 배우기 시작한 미자를 통해 바라본 아름다움과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
  • 버닝: 종수와 해미, 벤을 둘러싼 미스터리이자 ‘가능한 사랑’ 이전 이창동 감독의 마지막 장편 영화.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를 찾은 조인성, 조여정, 이창동 감독, 전도연, 설경구.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를 찾은 조인성, 조여정, 이창동 감독, 전도연, 설경구.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지난 9월 6일(현지시간)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처음 공개됐습니다. 이창동 감독이 베니스 경쟁 부문을 찾은 건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입니다. 주연 배우 설경구, 전도연, 조여정, 조인성과 함께 베니스를 찾았고, 공식 상영이 끝난 뒤에는 약 6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이창동 감독이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가능한 사랑'.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창동 감독이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가능한 사랑'.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가능한 사랑'은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이창동 감독의 장편 영화이자 넷플릭스 영화입니다. 해고 노동자 호석과 그의 아내 미옥,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와 그의 남편 상우까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네 사람이 서로 얽히면서 감춰두었던 감정과 욕망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9월 23일 국내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며,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됩니다.


신작을 만나기 전 그의 지난 영화들을 먼저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1997년 데뷔작부터 가장 최근작까지. 현재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창동 감독의 장편 영화 여섯 편을 살펴봤습니다.



분홍색 스카프 한 장
'초록물고기' (1997)

이창동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 '초록물고기'.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창동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 '초록물고기'.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창동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입니다. 한석규가 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막동을, 심혜진이 그의 삶에 우연히 들어온 미애를 연기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막동은 신도시 개발로 달라진 고향과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마주하고,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합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건 기차에서 날아온 분홍색 스카프 한 장입니다. 스카프의 주인 미애와 다시 만난 막동은 그를 통해 조직폭력배 배태곤과 얽히며 전혀 다른 세계에 발을 들입니다. 한 남자가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리는 동안 그 뒤로는 빠르게 변하는 도시의 풍경도 함께 지나갑니다. 제목인 ‘초록물고기’는 막동이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보낸 한때를 떠올리는 기억에서 등장합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평범해 보였던 제목마저 꽤 먹먹하게 남습니다.


나 다시 돌아갈래
'박하사탕' (2000)

시간을 거슬러 한 남자의 20년을 되짚는 '박하사탕'.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시간을 거슬러 한 남자의 20년을 되짚는 '박하사탕'.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행복했던 시절의 영호와 순임을 담은 '박하사탕'의 한 장면.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행복했던 시절의 영호와 순임을 담은 '박하사탕'의 한 장면.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박하사탕’은 설경구가 연기한 영호의 20년을 거꾸로 되짚어가는 영화입니다. 이야기는 1999년 봄에서 시작해 1994년, 1987년, 1984년을 지나 1979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사람의 인생과 그가 지나온 한국 현대사의 시간이 맞물려 흘러갑니다.


“나 다시 돌아갈래.” 철로 위에서 영호가 외치는 유명한 대사처럼 영화는 정말 시간을 돌려버립니다. 처음 만난 영호는 삶이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중년 남자입니다. 그런데 시간을 되돌릴수록 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하나씩 드러납니다. 그렇다면 영호는 언제부터 달라진 걸까요. 결말을 향해 가는 대신 시작점으로 돌아가 그 답을 찾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의 첫 장편 작업이기도 하며 두 사람은 이후 '오아시스'를 거쳐 '가능한 사랑'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두 사람만의 오아시스
'오아시스' (2002)

종두와 공주의 관계를 그린 '오아시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종두와 공주의 관계를 그린 '오아시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종두와 공주가 나란히 앉아 있는 '오아시스'의 한 장면.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종두와 공주가 나란히 앉아 있는 '오아시스'의 한 장면.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출소한 종두와 중증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공주의 관계를 그린 작품입니다. 설경구가 종두를, 문소리가 공주를 연기했습니다. 가족에게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종두는 자신이 복역했던 뺑소니 사고 피해자의 집을 찾아갔다가 그의 딸 공주를 만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공주와 어디에도 쉽게 섞이지 못하는 종두는 몇 번의 만남을 거치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부터 편하지 않습니다. 첫 만남부터 폭력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가까워진 뒤에도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이들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영화 역시 이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만 포장하지 않습니다.

'오아시스'는 이창동 감독에게 베니스의 영광을 안긴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은 감독상인 은사자상을, 문소리는 신인배우에게 주어지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상을 받았습니다. 24년 뒤 '가능한 사랑'으로 다시 베니스 경쟁 부문을 찾았다는 점에서도 지금 다시 볼 만합니다.


용서란 누구를 위한 걸까
'밀양' (2007)

상실과 믿음, 용서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밀양'.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상실과 믿음, 용서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밀양'.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아들과 함께 밀양으로 향하는 신애와 종찬의 모습.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아들과 함께 밀양으로 향하는 신애와 종찬의 모습.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전도연과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밀양'은 남편을 잃은 신애가 어린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오면서 시작됩니다. 신애는 피아노 학원을 열고 새로운 삶을 꾸려보지만 또 한 번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게 됩니다. 그 뒤 영화는 한 사람의 상실에서 믿음과 용서의 문제로 깊숙이 들어갑니다.

'밀양'이 던지는 질문은 꽤 독합니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건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일까요. 신애가 종교에서 위안을 얻었다가 다시 흔들리는 과정을 통해 영화는 용서와 믿음의 의미를 집요하게 묻습니다. 전도연은 신애 역으로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송강호는 신애의 곁을 맴도는 종찬을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약 19년 뒤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은 ‘가능한 사랑’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시를 쓰려면 무엇을 봐야 할까
'시' (2010)

시를 쓰기 시작한 미자의 이야기를 그린 '시'.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시를 쓰기 시작한 미자의 이야기를 그린 '시'.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윤정희가 함께한 '시' 촬영 현장.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윤정희가 함께한 '시' 촬영 현장.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시'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가 우연히 시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윤정희가 60대 여성 미자를 연기했습니다. 문화센터에서 시 강좌를 듣기 시작한 미자는 한 달 안에 시 한 편을 완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받습니다. 그 무렵 손자가 한 소녀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시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자는 답을 찾기 위해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꽃과 나무, 과일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자세히 보려고 할수록 외면하고 싶은 현실 역시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제목은 '시'지만 마냥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윤정희가 1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작품이기도 하며, 이창동 감독은 '시'로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서 미자는 마침내 한 편의 시를 남깁니다.


벤은 정말 비닐하우스를 태웠을까
'버닝' (2018)

세 인물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버닝'.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세 인물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버닝'.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종수와 해미, 벤 세 사람의 묘한 관계를 담은 '버닝'의 한 장면.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종수와 해미, 벤 세 사람의 묘한 관계를 담은 '버닝'의 한 장면.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버닝’은 소설가를 꿈꾸는 종수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 살았던 해미, 그리고 해미가 아프리카 여행에서 만난 벤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이 세 인물을 연기했습니다. 우연히 다시 만난 종수와 해미는 가까워지고, 여행에서 돌아온 해미가 벤을 소개하면서 세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벤은 종수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좋은 차를 타고 근사한 집에 살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 수 없고, 어느 날에는 두 달에 한 번씩 버려진 비닐하우스를 태운다는 수상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때부터 종수의 의심은 점점 커지고, 평범해 보였던 일들까지 수상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관객 역시 종수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그의 의심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습니다. 세 청춘의 관계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계층의 차이와 불안, 분노까지 번져갑니다. 무엇보다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버닝'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여러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만듭니다.


'버닝' 이후 8년, 이창동 감독의 다음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지난 여섯 편을 보고 나면 '가능한 사랑'이 조금 더 궁금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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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나혜
  • Photo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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