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영화 <콜> 개봉에 앞서 미리 만나본 배우 전종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종서는 다 알고있다.

BYESQUIRE2020.03.19
 
 

전, 종서 

 
화보 촬영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이창동 감독이 왜 〈버닝〉의 해미 그 자체라고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몸을 날려 소파에 앉은 전종서가 말없이 웃었다.)
 
가죽 튜브 톱, 가죽 스커트 모두 지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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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스커트 모두 분더캄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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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원피스 보테가 베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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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나리자 앤 더 블러드문〉(이하 〈블러드문〉)부터 시작해볼까요? 할리우드 영화죠.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이 〈버닝〉을 보고 먼저 연락한 걸로 알고 있어요.
릴리 감독님이 〈버닝〉을 보고, 그런데 저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으니까 일단 다른 연기를 좀 보고 싶으셨나 봐요. 그래서 오디션 영상을 요청해 왔어요. 릴리 감독님이 스티븐 연과 아는 사이예요. 스티븐 통해 제 이야기를 좋게 듣기도 했나 봐요. 그러다 결정적으로 오디션 테이프를 찍어 보내면서 영화에 들어가게 된 것 같아요.
오디션 영상은 어떤 걸 찍어 보냈어요?
오디션용 〈블러드문〉 대본을 받았는데 오디션용이라고 하기에는 대본 페이지 수가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생각하다가 장면 장면을 다 나눠서 찍었어요. 옷도 여러 번 갈아입고, 며칠 걸렸어요. 그걸 옴니버스 형식으로 단편영화처럼 만들어서 보냈어요. (그런 방식으로 오디션 영상을 제작하니) 좀 더 창의적으로 더 거침없이 연기할 수 있었어요.
한국 오디션 현장과는 다른가요?
한국에서 오디션 볼 때는… 조금 더 정직하다고 해야 하나… 진행 방식에 어느 정도 틀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전부터. 카메라 반경에서 벗어나면 안 되고, 정해진 시간 내에 연기하고, 묻는 게 있으면 잘 대답하고, 뭐 이런 식이에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틀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깨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블러드문〉 오디션 보는 과정은 좀 달랐어요. 제가 미국 현지에 있었어도 이런 맨투맨 방식으로 오디션을 볼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어요. 다른 영화 〈콜〉을 준비하느라 미국에 직접 갈 수 없었던 상황에서 봤던 오디션이라서.
틀이 있으면 그 틀에 맞추려고 할 수도 있는데 전종서 씨는 깨고 싶어 하네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선에서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고 아는 게 적을수록 따라야 하는 게 되게 많잖아요. 뭘 따라가라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존중이 잘 되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전종서 씨가 따라가는 건 자신인 건가요?
다음에 올 무언가가 무섭거나 두려워서 그렇게 학습이 되어서 미리 경험해보지도 않고 모험의 즐거움을, 재미를 못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어릴 때부터 다치더라도 위험하더라도, 두발자전거를 못 타더라도 무작정 타는 아이였어요. 그냥 그런 거? 일단 부딪치고 나면 재미있는 일이 생기는 것 같다는 기대?
두발자전거 탈 수 있어요, 그래서?
자전거 타요. 잘 타요.(웃음)
촬영 현장은 어땠어요? 할리우드 영화 촬영장은 뭔가 다르던가요?
한국에서 영화를 찍은 경험이 많은 게 아니라서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방에 외국인들이 있다는 거? 그걸 제외하고는… 아, 한국에서는 배우들이 연기할 때 현장에 항상 매니저가 함께 있잖아요. 외국에서는 촬영장 내에 매니저를 포함한 외부인을 금지하는 반경이 딱 있더라고요. 촬영할 때는 정말 배우만. 그런 게 조금 엄격했어요.
오로지 배우만 있는 상황에서 연기를 하게끔 환경이 만들어져 있군요.
그래서 미국 가기 전에 현지 제작사와 얘기를 많이 했어요. 한국에서는 항상 매니저가 동행하는데 출입 자체에 제한을 두니까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했어요?
그쪽에서는 ‘선택을 해라. 출입권을 주겠다. 아니면 혼자 하든지 해라’ 그러는데 그럼 그냥 거기 가서 거기 배우들이 하는 대로 한번 해봐야겠다 해서 혼자 하겠다고 했어요. 보니까 처음에만 조금 그렇지 나중에는 다들 들락날락하더라고요.(웃음) 비슷한 것 같아요. 〈블러드문〉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도 정신병원에 오랫동안 수감된 적 있는, 만사를 다 처음 겪는 애예요. 미국에 가서 촬영하는 제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어요. 저도 처음이니까. 실제 상황이 영화 캐릭터가 놓인 상황과 접목되는 게 있어서 (연기에) 잘 섞어서 썼던 것 같아요.
처음에 이창동 감독이 왜 해미 같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고 했을 때 그냥 웃기만 했어요. 왜요? 그런 얘길 너무 많이 들어서?
해미 같다고 하는 게, 사실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제 주변에서는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저게 너냐’며 되게 동떨어진 사람 보듯이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또 어떤 사람은 그런 제 모습을 본 것 같기도 하다고도 했는데, 누가 뭐라고 하든 저는 뭐가 닮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해미라는 캐릭터를 보신 분들이 느끼는 게 자유분방하다, 미스터리하다, 속을 알 수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비밀이 많다 이런 건데,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때가 스물네 살 때거든요. 3년 전인데 그때 제 모습이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그 캐릭터에 대해 이제는 좀 그만 얘기하고 싶은데 하는 마음도 있나요?
아뇨, 아뇨. 그렇진 않아요. 제가 〈버닝〉 이후로 보여드린 작품이 없어서 그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건데, 빨리 다른 작품으로 찾아가야죠. 다른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화보 촬영장에서의 모습을 잠깐 봤을 뿐이지만 굉장히 밝고 해맑았는데, 그게 아주 얇은 얼음장 같다는 느낌이 스쳤어요. 그래서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버닝〉의 해미가 문득 떠오른 것 같아요.
얼음장 같은 면도 있는 것 같고 되게 뜨거운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웃음) 모르겠어요. 진짜 요즘에 모르겠어요. 전에는 난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나는 이걸 선호하고 이 방향성이고 이런 목표가 있고 이런 다짐을 하고 이 색깔이 좋고 이 냄새가 좋고, 이런 게 너무 확고했어요. 예전엔 모든 것에 기호가 확고했는데 지금은 그게 막 희석되는 것 같아요. 뭔가 다시 리셋된 것 같아요, 제 인생이. 그래서 좀 생각이 많아요 요즘. 누가 무슨 말을 물어보면 대답하는 데 한참 걸리고.
평소보다 더 한참 걸리는 건가요, 지금?(웃음)
(전종서는 말을 드문드문 멈추었다가 천천히 이었으나 말끝을 흐린 적은 없었다.)
그런 것 같아요. 요즘 생각이 좀 많아요.
왜 리셋된 것 같을까요? 전종서라는 이름이 갑자기 알려져서?
아뇨, 아뇨. 그렇다고는 생각 안 해요. 데뷔하고 나서나 전이나 사실 큰 차이가 없어요. 똑같이 생활하고 똑같이 다니고 똑같이 사람 만나고 하는데 음… 뭐 때문에 그런 건지, 뭐가 달라진 건지는 지나봐야 알 것 같아요.
최근에 또래들과 작업했잖아요. 영화 〈콜〉의 이충현 감독과 상대역인 박신혜 배우가 1990년대생이죠. 또래라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 듯도 해요.
또래라고 생각했던 건 영화 촬영 시작하기 전에 처음 미팅했을 때 그때 한 번뿐이었어요. 그 이후로는 정말 감독님, 선배님이어서 또래라는 느낌은 없었어요. 좀 아쉬웠던 게 거의 혼자 촬영하는 장면이 많았어요. 영화 배경상 두 캐릭터가 사는 시제가 다르기 때문에 만날 수가 없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계속 저랑 카메라랑 둘만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많이 들었어요. 어울려 지내는, 어울려 연기할 수 있는,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 이런 바람이 생겼어요.
다음에는 그런 캐릭터를 해보면 되겠네요.
좀 더 많은 대본을 경험하고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되게 다양한 것이 있구나…. 제가 찍은 〈버닝〉 〈블러드문〉 〈콜〉 전부 각양각색이어서 색깔도 확고했고, 그래서 그런 걸 넘나드는 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슈트, 스트랩 힐, 목걸이 모두 알렉산더 맥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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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드레스 모두 엠포리오 아르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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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원피스 롱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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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화를 가장 많이 하는 상대는 누구예요?
말을 잘 안 해요, 요즘에. 원래도 그랬는데 말하는 것보다 생각하는 게 더 많았어요. 수천 가지 생각을 하고 한마디 뱉는다든지 이럴 때가 있었는데… 그리고 생각이 많은 상태에서는 말이 산으로 가요. 지금도 머릿속에 뭐가 많은데… 그냥 저 스스로랑 대화를 좀 하는 것 같아요, 요즘에. 그냥 다 모르겠어요. 그런데 해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잠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한참 자고 눈을 딱 떴을 때 드는 첫 생각 있잖아요. 그게 가장 명확한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도 그랬어요?
오늘은 정신없이 와서.(웃음) 그런데 저는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진짜 많이 해요. 나는 왜, 지금 왜, 앞으로 왜, 이걸 왜, 그걸 왜, 이런 식으로 끊이지 않는 순환이 있어요. 단순해지고 싶은데. 그러다 보면 잠이 들잖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명확하게 보이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샤워할 때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저는 눈뜨자마자 그런 편이에요.
주변에 있는 것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최근 인터뷰에서 말했어요. 지금 전종서 씨 주변엔 무엇이, 누가 있을까 궁금했어요.
제가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어요?
잠시 딴생각했을 때 말한 건가 보네요.(웃음)
그 말 취소할게요.(웃음) 주변의 영향을… 받나? 아, 요즘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말한 게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보통 영향을 받기보다 주는 편이었어요. 조금 알고 지내다 보면 옆 사람이 저랑 많이 닮았고. “넌 색깔이 너무 세”, “넌 색이 너무 뚜렷해”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내 색깔이 뭐지?’라는 생각을 해요. 그때 내 생각이 그랬구나 싶네요. 지금은 뭔지 모르겠어요. 변태기가 아닐까요?
변하고 있는 시기라는 말이죠?
네.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지 않나요? 좀 물어보고 싶어요, 누구한테고. 그럴 때가 있느냐고. 이렇다고 생각했던 게 그렇지 않고, 이럴 거라고 예상했던 게 그대로 가지 않고, 이건 이렇다고 생각한 게 전혀 아니었고, 이런 시기가 오지 않나요? 제가 지금 그래요. 이러면서 알아가는 것 아닐까요?
그런 시기에는 어떻게 해야 해요?
진공상태로 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진공상태.
좀…. 그런데 아마 작품을 만나지 않을까요, 새로운 작품을? 거기서 뭔가 또 찾지 않을까요? 영화를 찍고 다음 영화를 하기까지 시간이 있잖아요. 그 시간 동안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그걸 찾고 싶기도 하고요. 다른 프리랜서분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 공간을 뭘로 채울지에 대한, 자기가 좋아하는, 자기에게 유익한 것들로 시간을 채우는 것에 대한. 저는 아직 뭘로 채워야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작품을 하게 된다면 거기서 또 뭔가 재미를 찾을 것 같기도 해요. 이번에 영화 〈콜〉 찍을 때도 되게 재미있었거든요. 〈콜〉은 거의 세트장에서 촬영했어요. 〈블러드문〉은 야외에서 많이 찍었는데, 거기 기후가요,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하루에 비가 한 다섯 번 넘게 온 적도 있고요, 그런데 그렇게 한번 비가 오기 시작하면 45분 동안 촬영을 철수해야 해요. 그게 법이어서. 한번 비가 오면 날씨가 또 엄청 더워져요. 그 변화를 가늠할 수가 없었어요.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는데 〈콜〉은 세트장 신이 많아서 아예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 되는 상태가 많았어요. 그래서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같고요. 그리고 촬영 회차가 뒤죽박죽이었거든요. 영화 후반부를 먼저 찍는다든지, 중반부 촬영이 갑자기 튀어나온다든지, 촬영 2주차 때 첫 장면을 찍는다든지. 그 템포를 맞추는 게… 재미있었어요.
한참 먼 데를 보길래 힘들었다고 할 줄 알았는데.
재미있었어요.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고.
영화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아서 아직 잘 모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래도 뭔가 알게 되고 달라진 지점이 있는 것 같네요.
직업적으로는 모르겠어요, 아직. 뭐가 달라졌는지, 뭐가 그대로인지, 이런 건 잘 모르겠어요.
생활 면에서도 여전히 밖에 잘 돌아다니고, 친구들 잘 만난다고 그랬죠.
네. 그런데 주로 집에 있어요. 원래 집에 많이 있는 편이에요.(웃음) 회사에 자주 놀러 가고요.
회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 소속사를 만난 게 스스로 거의 2, 3년 동안 열심히 찾아본 결과로 알고 있어요. 나와 맞는 회사를 찾고 싶었다고. 어떤 기준이었어요? 나와 맞는다는 건 어떤 거예요?
혼자 뭔가를 해보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는 거예요. 데뷔하기 전에는요. 그래서 다들 회사를 찾잖아요. 저도 굉장히 많은 회사와 만났어요. 그런데 없었어요. 계약을 한번 하면 수년의 시간이 지나잖아요. 그래서 더 신중하게 골랐던 것 같은데, 물론 저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었지만요. 어쨌든 이제 그만 관둬야겠다, 회사 그만 찾아야겠다, 지금 때가 아닌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우연히 아는 분 소개로 지금 회사 대표님을 만났어요. 저는 이미 회사를 찾는 일에 의욕을 잃은 상태였는데 저희 회사 대표님과는 얘기를 하고 정말 얼마 되지도 않아서, 불과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계약을 했어요. 만나자마자 첫 미팅 때 4, 5시간 얘기를 하고 저랑 생각하는 데 접점이 되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나쁜 사람도 아니었고, 저를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같이 뛰자’라는 식이었거든요. 거기에 대한 계획이 제가 생각하는 거랑 되게 흡사했고요. 그래서 손을 잡았어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뛰자’는 가치관이 접점 중 하나인 거군요.
그렇죠. 뭔가 시도해보고 싶은 게 많고 도전 정신도 강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저처럼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많고요. 그게 벌써 3, 4년 전이네요. 처음부터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되게 트렌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장 앞에 놓인 것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앞으로 올 것을 예측하고 미리 내다볼 수 있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고. 이건 좀 개인적인 건데, 저는 형제가 없어요. 외동인데 대표님도 외동이었던 거예요. 외동끼리 통하는 게 있거든요.
뭘까요? 외동이 아닌 게 갑자기 안타깝네요.
정말 너무 혼자 같은 게 있어요. 뭐가 고장 나거나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거나 이러면 어릴 때부터, 물론 부모님도 계시지만, 외동들은 혼자 다 해결해요. 독립심이 좀 더 있다고 말해야 하려나? 그런데 형제가 있는 제 주변 사람들을 보면 안 그러더라고요. 물론 모두가 똑같은 건 아니지만 형제가 있으면 대부분 ‘이것 좀 도와줄래?’라는 심리가 있더라고요. 저는 살면서 누구한테 부탁해본 적도 없고 어지간한 거, 웬만한 건 다 제가 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지나치게 신중한 면도 있어요. 회사를 고르는 데에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압박이 큰 스트레스였어요. 한 번의 사인으로 몇 년이 뒤바뀔 수 있는 거니까. 그 금쪽같은 시간이. 그런데 지금 회사 대표님과 만났을 때 그런 부분에서 안심이 됐어요. 앞으로 나 혼자 일을 하지는 않겠구나, 나와 같이 가줄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 물론 아직 다 알지는 못하지만, 몇 년 지나보니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달라진 게 없어요. 서로에 대한 생각이 그때와 바뀐 게 없는 것 같아요.
굉장히 신중한 편이군요.
지나치게.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던 게 있어요. 네이버에 전종서 씨 이름을 치면 프로필에 이렇게 나와요. ‘무남독녀’. 엉뚱하고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는데, 무남독녀라는 환경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이뤄진 게 많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런 것 같네요.
꼭 무남독녀로 표기해달라고 네이버에 요청했어요. 사실 저는 형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요. 지금 엄마 아빠한테 부탁할 수도 없고. 혼자인 데서 나오는 힘이 또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회사 대표와 잘 맞는 의견 중 하나가 콘텐츠에 대한 생각이라고 했어요. 고지식하게 생각했을 때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란 결국 연기이지 않을까 싶은데, 전종서 씨가 말하는 콘텐츠라는 건 뭐예요?
기술력이 발전하는 만큼 정말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직업이 없어질 것 같아요. 그런데 거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직업이 있잖아요. 그중 하나가 연기라고 생각해요. 콘텐츠 측면에서의 변화란 영화관을 찾아가는 사람보다 집에서 휴대폰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죠. 단순히 드라마를 만들고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그게 이 시대에 맞는 콘텐츠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게 콘텐츠란 ‘내 손안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무언가’예요. 그런 시대가 점점 다가오는 것 같아요. 내가 가진 걸로 그 안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앞으로 뭐가 어떻게 변해갈까? 그 흐름에 따라 나도 변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 안에서 뿌리가 되어 다른 가지가 계속 뻗어나가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리네요.
네.
그런데 아직은 그게 뭔지 잘 모르겠고.
뭘 할 수 있지?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이걸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신경 써야 할 일 아닐까요? 영화를 위해서. 엔터테인을 위해서. 그렇게 생각해요.
왜 스스로 해미를 닮지 않았다고 하는지 이제 알겠어요. (전종서가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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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권지원
  • FEATURES EDITOR 김은희
  • PHOTOGRAPHER 박종하
  • STYLING 이정아
  • HAIR 유미
  • MAKEUP 무진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