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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이 생각하는 스트레이 키즈의 '넥스트 스텝' [2]

현진은 모든 것이 새로운 단계에 닿았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자신의 창작적 갈망도, ‘스트레이 키즈다운 무대’의 의미도.

프로필 by 오성윤 2026.10.23
메달리옹 버튼 디테일 블루 노치트 라펠 캐시미어 맨 코트, 디올 로고 코튼 슬리브리스 맨 톱, 핑크 코튼 맨 팬츠, 블루 워시드 데님 맨 부츠, 골드 & 블루 바이 컬러 메탈릭 메시 맨 스카프 모두 디올.

메달리옹 버튼 디테일 블루 노치트 라펠 캐시미어 맨 코트, 디올 로고 코튼 슬리브리스 맨 톱, 핑크 코튼 맨 팬츠, 블루 워시드 데님 맨 부츠, 골드 & 블루 바이 컬러 메탈릭 메시 맨 스카프 모두 디올.

듣다 보니까 아까 화보 촬영 좋아한다고 했던 얘기의 무게감도 달라지네요. 옷도 좋아하고, 자기표현도 좋아하고,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아하니까요.

무언가를 창작하는 작업 안에 내가 함께 있다는 그 사실이 너무 좋아요. 누군가가 창작할 때 그 옆에 내가 있다는 거. 그 사람이 표현하고 싶었던 걸 내가 피사체로서 대신 표현해줄 수 있다는 거. 그 사실이 정말 좋아요. 그 사람의 창작물에 내가 완벽한 피사체가 되고 싶어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나만 잘 나온 거 말고.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만든 이 이미지에 내가 딱 들어맞으면 좋겠어요.

화보나 영상 촬영이 있으면 미리 시안 연구를 하세요, 아니면 현장에서 직감적으로 가는 부분이 커요?

미리 한번 보기는 하는데, 연구라고 할 것까지는 하지 않아요. 옛날에는 연구를 좀 했었죠. 그때는 잘 몰랐으니까. 이제는 제가 어떤 옷을 입는지, 누가 촬영을 하는지 알면 현장에 와서 만들어가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옷을 입고 메이크업, 헤어스타일링을 다 받고 세팅된 현장에서 내 모습을 보며 머릿속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거죠.

배우들 인터뷰에서 자주 듣는 얘기와도 결이 맞네요. 연기를 너무 완벽하게 준비해 가려고 하면 오히려 현장에서 삐그덕대고 안 맞을 수 있다고들 하더라고요.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고.

동감해요. 유연함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혼자 뭔가 설정해서 왔는데 그게 어긋나면 정말 속상하거든요.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제게 주신 의도들을 잘 받아서, 그 안에서 ‘새로운 거 해볼까’ 했는데 그게 모두에게 딱 들어맞으면 정말 기분이 좋죠.

화보나 영상 촬영만 그런 식으로 하게 됐을까요, 아니면 기본적으로 일에 임하는 자세 전반이 그렇게 바뀐 걸까요?

모든 게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제가 스케줄 하나하나 준비를 정말 많이 했던 이유가 뭐였냐면, 그때는 준비가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그동안 배운 것들, 해본 것들을 슬롯들에 잘 채워 놨다가 그때그때 맞게 잘 풀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늘 준비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는 부분인 것 같고요. ‘어떤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준비를 해야 해.’ 지금의 제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좀 안 맞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 준비를 5년 전에 했어야지.

스트라이프 울 더블브레스티드 피크트 라펠 맨 재킷, 디올 로고 코튼 슬리브리스 맨 톱, 스트라이프 울 맨 팬츠, 베이지 모리스 스웨이드 맨 로퍼 모두 디올.

스트라이프 울 더블브레스티드 피크트 라펠 맨 재킷, 디올 로고 코튼 슬리브리스 맨 톱, 스트라이프 울 맨 팬츠, 베이지 모리스 스웨이드 맨 로퍼 모두 디올.

3년 전에 제가 처음 만났던 현진은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한 사람이었어요. ‘너 최선이라고 할 만큼 노력 안 했잖아’ 스스로를 계속 몰아붙이고 상황에서 오는 변수는 다 변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노련해진 부분은 있지만 엄격함은 여전하군요.

물론 지금도 제가 처음 해보는 종류의 일이 있다면 당연히 그때부터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겠죠. 하지만 무대에 서고 화보를 찍는 건 제가 10년 가까이 해온 일이잖아요. 이제 와서 뭔가를 급하게 준비하고 연습을 해야 한다면 그건 제가 준비가 안 된 사람이라는 거고, 실패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거예요.

‘실패한 사람’이라니. 가혹한 표현이네요.

저는 정말 딱 그런 정도로 느껴요. 실제로 저는 제가 실패한 사람이라고 느낄 때가 굉장히 많거든요. ‘와 아직도 이게 이렇게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하면서 매번 실망하고. 그때부터 다시 준비하긴 하죠. 이게 왜 안 되어 있었을까 생각하고 자책하면서. 그러면서 이걸 3, 4년 뒤에 쓸 정도로 만들어 놓겠다는 생각으로 정진하는 거예요.

브라운 시어링 칼라 디테일 카키 맨 코트, 화이트 실크 맨 셔츠, 블랙 레귤러 피트 데님 맨 팬츠 모두 디올.

브라운 시어링 칼라 디테일 카키 맨 코트, 화이트 실크 맨 셔츠, 블랙 레귤러 피트 데님 맨 팬츠 모두 디올.

그렇게 스스로에게 혹독한 사람이 어떻게 남들에게는 이렇게 다정할 수 있어요?

저 예민해요. 안 드러내려고 노력하는 거죠.(웃음) 제가 저 자신에게 가혹할 수밖에 없는 게, 성격이 그래요. 제가 완벽주의자까지는 아닌데 멋이 없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어떤 상황에서든 멋있는 게 좋아요. 그런데 그게 가능하려면 겉만 멋있어서 될 게 아니라 아예 밑바닥부터 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가혹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 생각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기는 한데, 돌이켜봤을 때 그 노력이 후회됐던 적은 한 번도 없더라고요. 스스로에게 관대하게 굴고 스스로 만족하고 하면 나중에 꼭 후회하게 되죠.

스스로 채찍질을 해야 후회가 없는 거군요.

내가 나한테 채찍질해야지, 남이 나에게 하는 채찍질은 싫잖아요. 스스로 하는 채찍질은 다 내 재산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느끼기 시작한 후로는, 채찍질이 옛날만큼은 안 아파요.

카키 디스트로이드 프린지 맨 카디건, 블랙 & 화이트 프렌츠 커프스 실크 맨 셔츠, 니들 펀치 디테일 아이보리 코튼 맨 팬츠, 블랙 카프스킨 맨 새들 호보백 모두 디올.

카키 디스트로이드 프린지 맨 카디건, 블랙 & 화이트 프렌츠 커프스 실크 맨 셔츠, 니들 펀치 디테일 아이보리 코튼 맨 팬츠, 블랙 카프스킨 맨 새들 호보백 모두 디올.

스트레이 키즈는 멤버들이 저마다의 멋을 극한까지 추구한 느낌이 있어요. 표현하신 것처럼 오직 ‘스스로의 채찍질’만 받아들인 것 같고, 그래서 이제는 모였을 때 그 다채로움이 엄청나게 멋있더라고요.

그렇죠. 다 색깔이 다르니까. 거기다 다들 ‘멋없으면 시체’ 메타로 살고 있는 애들이라, 각자의 방향으로 가서 각자 생각하는 멋을 챙겨서 같이 모였을 때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그런 멋도 있고, 완전히 ‘하나의 심벌’처럼 뭉쳐지는 멋도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콘서트에서 ‘RUN IT’ 같은 무대를 보면 그때 진짜 스트레이 키즈라는 팀이 하나가 되어서 마치 전쟁을 나가듯 뛰어나가거든요. 저는 그럴 때 온몸에 전율이 퍼져요.

어, 저 뭔지 알 것 같아요. 도쿄국립경기장 콘서트에서 스트레이 키즈가 ‘CREED’ 부르면서 천천히 걸어 나와서 경기장을 가로질렀잖아요. 그때 각자의 멋과 ‘팀’의 느낌이 동시에 들면서 소름이 돋더라고요. <어벤져스: 엔드게임> 보는 것처럼.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쌓이면서 익어가는 부분이 있나 봐요. 저야 애들 보면 아직도 다 애기들 같고 맨날 유치하게 놀고 투닥거리고 그렇거든요. 그런데 또 무대를 보면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다들 매번 어디선가 새로운 것들, 새로운 멋을 하나씩 알아서 장착하고 오거든요. 그럴 때 새삼 느끼는 거죠. “야, 너 오늘 좀 멋있다?” 괜히 그러고.(웃음)

브라운 울 롱 숄 칼라 맨 코트, 블루 코튼 맨 셔츠, 실버 시퀸 엠브로이더리 맨 팬츠 모두 디올.

브라운 울 롱 숄 칼라 맨 코트, 블루 코튼 맨 셔츠, 실버 시퀸 엠브로이더리 맨 팬츠 모두 디올.

도쿄국립경기장에서 남성 외국인 뮤지션이 공연을 한 건 스트레이 키즈가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영광이었죠. 저희가 일본을 정말 오랜만에 갔는데도 많이 와주셔서 일본 팬분들께도 정말 감사했고요. 그 큰 공연장에서 이틀 동안 공연했다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우리 팀이 자랑스러웠어요.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한 것도 기억나요. 도쿄국립경기장이 무대 구성 자체가 아예 달라서, 대부분의 연출을 새로 구성해야 했거든요. 앞에서 중앙 스테이지까지 직선으로 한 100m가 되고, 스테이지도 여러 개로 나뉘어 있어서 여기서는 이렇게 공연하고, 저쪽에서는 저기를 보면서 공연하고…. 무대 구성 자체가 되게 독특해서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또 하나 기록이 있죠. 이번 미니 앨범 <THIS & THAT>도 ‘빌보드 200’의 1위가 되면서 9개 앨범 연속 ‘빌보드200’ 1위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비틀스 이후 최다 기록이라고요.

너무 감사했죠. ‘빌보드 200’은 사실 앨범에 주어지는 상이잖아요. 저희 앨범의 프로듀싱은 쓰리라차(스트레이 키즈의 프로듀싱 유닛)가 전부 맡고 있기 때문에, 그 영광은 쓰리라차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플라워 코르사주 시퀸 디테일 오렌지 컬러 피트 크루넥 맨 톱, 그레이 실크 맨 셔츠, 블랙 레귤러 피트 데님 맨 팬츠, 브라운 스웨이드 지퍼 맨 부츠 모두 디올.

플라워 코르사주 시퀸 디테일 오렌지 컬러 피트 크루넥 맨 톱, 그레이 실크 맨 셔츠, 블랙 레귤러 피트 데님 맨 팬츠, 브라운 스웨이드 지퍼 맨 부츠 모두 디올.

너무 점잖은데. 방금 신나서 공연 설명할 때랑 온도차가 너무 나는 것 아니에요?

(웃음) 아니에요. 진짜 너무 좋습니다.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뉴스에 뜨는 것도 신기하고, 사람들이 전화해서 축하해주는 것도 좋아요. 그런데 그게 무대에서 제가 실감했던 것들만큼 확 와닿지는 않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저는 이번 페스티벌 때 진짜 재미있었거든요? 페스티벌이 콘서트랑은 또 다르더라고요. 무대도 훨씬 작고, 그래서 공연도 훨씬 더 소통하면서 할 수 있고, 자유로운 느낌이에요. 팬들도 공연을 즐기는 바이브가 좀 다르고. 우리 팀 이름을 걸고 페스티벌을 만들고, 지역 아티스트들을 초대해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뜻깊은 경험이죠. 또 언제 페스티벌을 개최해 보겠어요. (‘STRAYCITY’는 스트레이 키즈가 주축이 된 신규 페스티벌로 지난 9월 보고타, 부에노스아이레스, 멕시코시티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수상이나 새로운 기록보다 ‘스트레이 키즈가 스트레이 키즈다운 걸 했다’는 느낌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한 적이 있죠.

그쵸. 사실 그간 저희가 근래에 좀 왔다 갔다 한 부분이 있다고 느끼거든요. 더 멋있어지고 싶어서 새로운 색깔을 찾고, 또 타협점을 찾고, 그러다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죠. 그런데 그런 방황을 한 덕분에 지금 이것저것 다 할 수 있게 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낸 ‘THIS & THAT’이 그런 자긍심을 담고 있는 노래거든요. 이제 진짜 눈치 안 보고 저희가 하고 싶은 거, 잘할 수 있는 거 할 거니까,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스트레이 키즈는 늘 아무도 안 하는 새로운 걸 하는 팀이지 않았나요?

좀 더 도전적인 걸 해야죠. 저희가 ‘神메뉴’를 냈을 때도, 그 당시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노래였잖아요. 유쾌하고 가사도 웃긴데 그걸 웃지 않으면서 보여줬으니까. 퍼포먼스도 도발적이었고, 그야말로 모험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때를 생각하면 그 기저에는 ‘이게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 망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오래도록 새로운 단계로 올라서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두의 기대, 설렘, 불안, 모든 게 응축되어 나간 거였죠. 그런 간절함에 대한 이야기예요. 저는 이제 스트레이 키즈가 한 단계 더 올라설 때가 되었다고 느끼고, 그러려면 ‘완전히 스트레이 키즈다운’ 것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Credit

  • CONTRIBUTING EDITOR 윤웅희
  • FEATURE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윤지용
  • STYLIST 이종현
  • HAIR 오지혜
  • MAKEUP 이준성
  • SET STYLIST 전수인
  • ASSISTANT 김민호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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