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지능 기계 시대의 선언’의 현장에서 내가 본 것들
다이슨이 베를린의 유서 깊은 건물로 전 세계 300여명의 인플루언서와 기자들을 불러모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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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비 로봇청소기 시리즈와 다이슨의 기술 책임자인 제이크 다이슨.
다이슨의 지능 선언
」9월 초 베를린 전역은 ‘IFA 베를린 2026’(국제가전박람회, 이하 ‘이파’)으로 들썩인다. 베를린 중심지의 비즈니스 호텔들은 영어 사용자들로 가득 차고, 밤이면 그 호텔들의 바에는 체크 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은 아저씨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1900여 개의 브랜드가 유럽 최대의 테크 전시회인 이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이는 기간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다이슨은 이파에 부스를 내지 않았다. 사실 참가한 적도 없다. 대신 이파가 열리기 바로 전날, 같은 도시인 베를린에서 자신들만의 무대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그 무대 ‘다이슨 언베일드’(Dyson Unveiled)가 처음 열린 게 작년이다. 지난해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 경은 이파가 열리는 2025년 9월 5일 하루 전인 4일에 베를린 최대 규모의 자사 데모 스토어에 기자들을 불러 모으고 11종의 신제품을 직접 소개했다. 올해의 ‘다이슨 언베일드’는 덩치를 더 키웠다. 올해는 9월 3일에 유서 깊은 3000㎡짜리 산업 유산에 기자와 인플루언서 300명을 불러 모았다. 마이크는 아들이자 수석 엔지니어인 제이크 다이슨에게 넘겨졌다. 베를린 모아비트에 있는 붉은 벽돌 건물 ‘볼레 페스트젤레’(BOLLE Festsäle)에 모인 기자들은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고 핑거푸드를 먹으며 제이크 다이슨이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규모의 확장이자 세대교체의 무대. 1900여 브랜드가 소음처럼 뒤섞이는 전시장 대신 8m 층고의 거대한 전시장에 단 하나의 목소리만 울리게 하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었다. 그리고 단상에 올라온 제이크 다이슨이 선언했다. “우리는 이제 순수한 기계장치에서 보고, 생각하고, 반응하는 지능형 기계로 옮겨왔습니다.” 지능 기계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카메라젯의 모든 것
」보고, 생각하고, 반응하는 지능형 기계를 대표하는 제품이 바로 다이슨 카메라젯이다. 일단 본다. 카메라젯의 칫솔모 바로 아래, 연필심 크기의 공간에 1mm 카메라와 조명이 달려 있다. 이 브러시 헤드를 입안에 넣으면, 돔 형태의 렌즈 위로 스트로보 조명이 터지며 어두운 입안을 순간순간 비추고 10만 화소 매크로 렌즈가 초당 28장의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47만 장의 치아 이미지로 학습한 머신러닝이 치아와 치간을 구분한다. 구강세정액을 발사해야 할 때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그리고 반응한다. 앗, 저것은 치간이군! 하고 판단하면 100밀리초 안에 구강세정액이 발사된다. 그사이 사용자의 손은 계속 움직이니, 시스템은 다음 틈이 어디에 나타날지 ‘예측’까지 해야 한다. 당신의 입안이라는 작은 세계에서 수십 초 안에 벌어지는 이 다이내믹한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엔지니어 661명이 6년 동안 1600만 줄의 코드를 짰고 38건의 특허를 냈다.
핵심은 물줄기의 모양이다. 기존 워터 플로서의 바늘형 제트는 플라크를 뚫기만 하고 떼어내지 못한다는 게 다이슨의 주장이다. 싱가포르국립대 치의학부와 함께 만든 ‘모의 플라크’ 모델로 실험해 얻은 결론이 원뿔형 분사다. 미세 물방울을 부채꼴로 뿌려 더 넓게, 더 낮은 압력으로 플라크를 쓸어낸다. 12.5mL 세정액 탱크에는 더 정교한 기술이 들어갔다. 특정 각도 이상으로 기울이면 물을 빨아들이는 빨대에 공기가 차서 헛발사가 일어나는 보통 구강세정기의 단점을 해결했다. 다이어프램 펌프와 압력실로 구현한 ‘반중력 탱크’ 덕분에 카메라젯은 한껏 기울여 어금니를 닦아도 일정하게 분사된다. 세정액은 티스푼 두 개 반 분량을 아주 조금씩 쏘기 때문에 입안에 물이 고이지 않고, 도크에 꽂으면 3초 만에 다시 채워진다. 거품이 카메라 시야를 가리면 안 되니 계면활성제인 SLS(소듐라우릴설페이트)가 들어가지 않은 저발포 치약과 세정액을 사용한다.
브러시는 진동 각도를 계속 바꿔 모가 치아 표면에 ‘멈춰 서는’ 현상을 막는다. 안쪽 단단한 모는 착색 방지를, 바깥쪽 부드러운 모는 잇몸선의 세척을 맡는다. 헤드에는 RFID 태그가 들어 있어 하나의 본체에 여러 헤드를 번갈아 쓰거나 여행용을 뺐다 끼워도 각 헤드의 누적 사용량이 섞이지 않아 정확한 교체 시기를 알려준다. 제임스 다이슨은 “시제품을 6개월 쓰고 치위생사를 찾았더니 할 일이 폴리싱밖에 없었다”고 자랑했다.
1mm 카메라를 품은 ‘전동 칫솔 + 구강청정기’인 다이슨 카메라젯.
지능 기계로의 전환
」앞서 제이크 다이슨은 지능 선언 뒤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항상 제품의 기계공학에 집중해왔고, 각 기계의 물리적인 작동 방식을 발전시키는 데 수십 년을 투자해 왔습니다. 이런 접근 방식은 머리카락에, 입안에, 집 안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카메라젯의 메커니즘이 모든 카테고리에 적용 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보는 기능을 극대화한 카테고리는 로봇청소기다. ‘뉴로비(Nurovi)’로 이름을 갈아입은 로봇청소기 라인은 심지어 이제 자외선으로 본다. 최상위 모델인 뉴로비 ‘r3 스팟앤스크럽 UV’는 UV 조명과 AI 비전으로 다양한 얼룩과 사물을 식별하고 지워질 때까지 같은 자리를 끈질기게 반복해 닦는다. 현장에서 만난 다이슨 시니어 디자인 매니저 네이슨 로슨-맥클린은 “마른 음료 자국처럼 보이지 않는 얼룩들도 자외선을 비추면 형광을 낸다”며 “실제로 빛나는 광경을 보면 놀랄 것이다. 집 안이 볼링장처럼 될 것”이라며 웃었다. 70℃ 온수를 회전할 때마다 롤러에 고르게 공급하는 세척 시스템을 적용했다.
뉴로비의 또 다른 모델인 ‘r2 워시앤드라이’는 원형 패드가 닿지 못하는 모서리를 닦기 위해 ‘룰로 삼각형’ 형태를 적용해 회전 시에는 사각형에 가까운 청소 궤적을 만든다. 또 큰 이물질을 브러시로 쓸어 담고 모터는 미세먼지 제거에 집중하는 ‘트윈캡처’ 시스템 역시 특징. 로슨-맥클린은 “(센서를 통해) 푸실리나 옥수수알 같은 덩어리를 구분하고 이를 흡입하기 위해 흡입구를 크게 연다. 그런데, 그러면 미세먼지 흡입에 쓰이는 기류가 낭비되기에 입구를 둘로 나눴다”고 설명한다. 물걸레가 없는 ‘r1 드라이’ 역시 이 구조를 공유한다.
그 외에도 총 10가지 기기가 새로운 기술력을 더해 진화했다. w1 펜슬워시는 상반기에 공개된 첫 모델에 흡수력 높은 롤러와 위생적인 오수 처리 기능, 자가 세척 도크를 더했다. 이번 공기청정기는 지난해 콤팩트 모델에 처음 적용됐던 별 모양의 허쉬젯 노즐을 정면으로 바람을 내보내는 전면 분사 방식으로 넓혀 적용했다. 이 노즐은 항공기의 공기역학 설계 원리에서 착안해 공기가 흐를 때 생기는 난류를 억제하도록 설계됐으며, 이를 통해 분사되는 바람의 형태를 세밀하게 조절한다. 4월에 나온 허쉬젯 미니 쿨 선풍기가 전 세계에서 품절된 뒤의 결정이다.
뷰티 라인에서는 다이슨의 첫 핫에어 브러시 에어스무스가 눈에 띈다. 이 브러시에는 두 종류의 모가 눈물방울 모양으로 배열돼 있다. 하나는 90도까지 휘어지며 바람을 다스리는 피벗플렉스 모, 다른 하나는 머리카락이 걸리면 고리가 풀리듯 스스로 놓아주는 루프형 모다. 여기에 초당 100회 온도를 재며 열을 스스로 조절하는 기능까지 더해졌다.
코랄 쿨샤인은 쿨링파이프가 열판의 잔열을 빨아들여, 스타일링 중에도 머리카락을 식혀준다. 다이슨은 이 방식으로 모발 온도를 최대 29% 낮추고 윤기를 최대 154%까지 높인다고 밝혔다. 이 쿨링파이프는 다이슨 조명 솔라사이클의 열공학 원리에서 가져온 것이다.
모터는 헤어드라이어가 되고, 조명의 열 제어 기술은 고데기가 된다. 그런데 이번 세대에서 옮겨 다니는 건 부품만이 아니다. ‘스스로 보고, 판단하고, 반응한다’는 설계 철학이 입안(카메라젯)에서 바닥(뉴로비)을 거쳐 머리카락 위(에어스무스)까지 건너온다. 카메라젯이 치아를 ‘보고’ 물을 쏜다면, 에어스무스는 온도를 ‘느끼고’ 열을 누른다. 감각의 종류만 다를 뿐, 기계가 제 환경을 읽고 반응한다는 문법은 같다. 기술이 카테고리를 넘어 이사 다니는 방식, 그게 이 회사의 문장이다.
다이슨 언베일드 행사에서 지능 기계의 시대를 선언하는 제이크 다이슨의 모습.
다이슨과 늘 함께할 수 있도록
」어쩌면 다이슨의 더 큰 변화는 서비스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골자는 네 가지다. 첫째, 컨시어지. 로봇청소기 구매자에게 전담 직원이 일대일 화상으로 붙어 개봉, 지도 생성, 기능 설정, 첫 작동까지 안내한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7개국에서 먼저 시작한다. 둘째, 매장 수리. 전 세계 200여 데모 스토어가 판매와 서비스를 겸하기 시작하며, 접수 수리의 약 80%를 15분 안에 끝낸다. 셋째, 대여를 약속한다. ‘네버 위드아웃 유어 다이슨’의 핵심이다. 당장 고치지 못하면 고치는 동안에도 다이슨을 계속 쓸 수 있도록 같은 카테고리의 기기를 빌려준다. 그런데 그냥 빌려주는 게 아니다. 세척과 안전 점검을 마친 ‘최신 기기’를 빌려준다. 넷째, 토털 리스토어. 청소기와 로봇청소기를 70개 항목으로 점검하고 내부를 세척하며 기류와 배터리를 측정하고 필터와 롤러를 갈아 새것에 가깝게 되돌린다.
이 네 가지 기본 정책 위에 AI까지 얹었다. ‘마이다이슨(MyDyson)’ 앱은 연결된 기기의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읽어 원격 진단하며, 홈페이지와 앱에서는 대화형 AI와 상담할 수 있다. 원격 진단의 다음 단계는 선제 진단이다. 고객이 요청하지 않아도 수리 절차를 먼저 제안하는 것이다. 제이크 다이슨은 “AI와 센서 데이터를 이용하면 고객이 인식하기 전에 고장 가능성을 감지하고 진단할 수 있다”며 “전화하거나 매장을 찾지 않아도 수리나 교체를 미리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한국에서 이미 정책 대부분이 실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베를린에서 한국 기자들을 따로 만난 톰 무디 최고고객책임자는 “한국은 다이슨의 테스트이자 파일럿 시장”이라고 했다. ‘네버 위드아웃 유어 다이슨’의 일환인 수리 기간 무상 대여는 국내에서만 이미 4만3000대가 나갔고, 서비스 대기 고객은 3년 새 약 2000명에서 200명으로, 평균 수리 기간은 열흘 이상에서 2.5일로 줄었다. 서비스센터는 현재 총 52곳, 그중 프리미엄 센터는 2023년 1곳에서 올해 23곳으로 늘었다. 2019년 개선책을 내놓고도 코로나 이후 부품난으로 2023년 장기 수리 논란을 다시 겪은 시장이 글로벌 정책의 교과서가 된 셈이다. 무디는 “한국 고객은 다이슨의 성능을 매일 누리기를 기대했고 제품 없이 일상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며 한국 소비자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고장이라는 불쾌할 수 있는 순간을 최신 제품의 시험 사용 기간이라는 새로운 경험으로 바꾸고, 그 끝에 ‘기기 구입’ 버튼을 살며시 둔다(실제로 시험 사용한 기기를 살 수 있다). 수리는 비용이지만 대여는 영업이다. 다이슨이 베를린에서 판 것은 결국 ‘다이슨 없이 지내는 시간을 없애주겠다’는 약속이었지만, 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영업을 해보겠다’는 다짐이기도 한 셈이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다이슨 코리아
- ART DESIGNER 김대섭
MONTHLY CEL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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