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는 왜 돌을 던질까?
아프리카의 한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돌 던지는 침팬지가 던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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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에 있는 기니비사우의 ‘보에 국립공원’에서 한 조사팀이 이상한 나무들을 확인했다. 밑동이 긁히고 파인 채로, 주위에 돌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범인은 침팬지. 이 지역에 사는 서부침팬지 수컷들이 나무에 돌을 던지고, 던지고, 또 던져서 만든 무더기였다. 그리고 올해 같은 팀이 다시 이 이상한 돌무더기를 찾아갔다. 침팬지들은 여전히 같은 나무들 대부분에 돌을 던지고 있었다. 대체 10년이 넘도록 침팬지들은 왜 같은 나무에 돌을 던지고 있었을까? 이집트독수리는 타조알을 깨기 위해 부리에 문 돌을 던지고, 카푸친원숭이는 견과류의 껍질을 깨기 위해, 해달은 가슴에 얹은 조개를 깨기 위해 돌을 사용한다. 모두 목적이 뚜렷하다. 서부침팬지의 돌 투척 혹은 돌 축적은 그 결이 다르다. 연구진의 관찰에 따르면 이 행위로 얻는 먹이는 없다. 던지면서 길게 울부짖고, 손발로 나무를 두드린다. 침팬지에게 언어를 가르치지 않은 이상 이 행위의 목적을 알아낼 방법은 없다. 지금 단계에선 10만 광년 너머에 있는 외계인을 부르는 의식이라고 우겨도 그 누구도 틀렸다고 자신할 수 없다. 물론 연구자들이 내놓은 대담한 추측은 언뜻 그럴싸하다. 어쩌면 돌을 던져 쌓는 이 행동은 ‘문화’일지 모른다. 비슷한 돌과 나무는 서부침팬지의 서식지 전역에 널려 있는데 이런 짓을 하는 집단은 딱 네 개뿐이다. 사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 중에 아무 이유 없이 돌을 던져 쌓는 것은 그들뿐이다.
호주 북부의 큰바우어새 수컷은 나뭇가지로 긴 통로를 짓는다. 암컷은 그 통로 안으로 들어가 바깥 마당을 내다본다. 이때 암컷의 시점은 고정된다. 수컷은 그 마당에 조약돌과 조개껍데기와 뼛조각을 깔아두는데,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물건이 조금씩 커지도록 배치한다. 멀수록 작아 보이는 원근을 상쇄해 암컷의 시야를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강제 원근법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15세기에 이르러서야 손에 넣은 기술이다. 이 구애의 행위에서 암컷의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통로의 크기도 물건의 개수도 아니다. 착시의 완성도다. 암컷은 공들여 만들어진 눈속임을 보고 짝을 고른다. 착시를 완성하는 것이 구애의 수단이라는 건 알겠으나, 대체 왜 착시에 넘어가 짝을 고르는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종종 사람을 동물의 하나로 연구하는 신의 시점으로 사회에서 일어나는 행위들을 바라보곤 한다. 문화인류학이 아니라 동물행동학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얼마나 기이한 종일까?
이 종은 매년 자기가 태어난 날짜가 돌아오면 불을 붙인 막대를 세우고 입김을 불어 그것을 끈 뒤 노래를 부른다. 죽은 동족을 땅속에 묻거나 불로 태우며 크게 울부짖는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공기의 진동을 만들어내기를 좋아하고 그것을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 어떤 인간은 직접 성대를 사용해 그런 공기의 진동을 만들어내는데, 크고 일정한 높이의 진동을 잘 만드는 개체를 다른 개체들이 신처럼 모신다. 피부에 바늘로 상처를 내고 그 안에 색소를 집어넣어 그림을 그린다. 청각 기구의 끄트머리를 뚫고 그곳에 금속 조각이나 반짝이는 돌을 단다. 몸에 두르는 천 조각을 수백 가지씩 사 모으고 심지어 이를 위한 공간을 만든다. 산에 오르다 돌무더기를 발견하면 돌무더기의 가장 위에 다른 돌 하나를 얹는다. 신이 우리를 관찰한다면 아마 이 대목에서 펜을 멈출 것이다. 대체 왜? 인간은 대체 왜 돌을 쌓는 것일까? 그리고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볼 것이다. 이 종이 생일 때마다 촛불을 끄는 이유는 뭘까? 소원을 빌기 위해? 그런데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원을 비는 이유는 뭘까? 이 종이 자신의 몸을 영구히 훼손해가며 그림을 몸에 새기는 이유는 뭘까? 지위와 신념의 표시? 자기 변형의 원초적 욕망 때문에? 그렇다면 원초적 욕망은 왜 생긴 걸까? 그러다 결국 엉뚱한 질문에 도달한다. 어쩌면 문화란 설명할 수 없는데도 계속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아마도 신이 우리를 내려다볼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은 촛불도 문신도 아닐 것이다. 털이 적은 한 무리의 유인원들이 텐트를 치고 캠코더까지 설치해가며 털이 많은 다른 무리의 유인원이 나무에 돌을 던지는 광경을 녹화해 관찰하고 있다. 대체 왜 그럴까? 자세히 보니, 침팬지의 마음을 알아낸다고 해서 구애에 성공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Credit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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