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한글이 이렇게 예뻤나? 소장하고 싶은 '한글 굿즈' 5

자음과 모음의 조형미를 그래픽으로 재해석하고, 위트 있는 한글 문구를 패션에 새긴 브랜드들. 읽는 한글을 넘어 보고, 입고, 소장하는 한글을 소개합니다

프로필 by 차종현 2026.10.11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김씨네 과일 : 이보다 더 한글을 잘 활용하는 브랜드가 또 있을까요. 심플한 티셔츠에 위트 있는 한글 문구 하나를 더했을 뿐인데 순식간에 힙해졌습니다.
  • 소로시 : ‘고스란히’와 같은 뜻의 순우리말인 소로시. 한글 자음 14개를 그래픽 패턴으로 재구성해 도자기와 유리컵, 패브릭 등에 적용하는 리빙 브랜드입니다.
  • 덕화맨숀 : 한글은 촌스럽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단어와 이야기를 재치 있는 그래픽으로 풀어 티셔츠에 담아내는 브랜드입니다.
  • 콤 : 한글 자음에 한옥의 곡선과 직선을 더해 만든 ‘한옥체’. 이를 활용한 북엔드와 문진 등 일상의 물건을 디자인하는 공예 브랜드입니다.
  • 오이뮤 : 한국의 정서와 오래된 문화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더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인쇄물부터 생활용품까지 전통과 오늘의 일상을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갑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훈민정음』의 익숙한 구절이죠.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로는 우리말을 온전히 표현하기 어려웠기에, 한글은 누구나 쉽게 익히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문자입니다.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한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품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기도 하죠.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동시에 그 아름다움을 조금 더 트렌디하게 풀어낸 다섯 브랜드를 찾았습니다. 익숙한 자음과 모음을 새로운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로 발전시킨 이들의 작업을 소개합니다.


김씨네과일

찐친끼리 하나씩 나눠 입고 싶은 친구 시리즈 2만 5천 원. / 이미지 출처: 김씨네과일 공식 인스타그램 @kimsfruits

찐친끼리 하나씩 나눠 입고 싶은 친구 시리즈 2만 5천 원. / 이미지 출처: 김씨네과일 공식 인스타그램 @kimsfruits

리센느 다섯 멤버들의 고향을 담아낸 야호 티셔츠 3만 2천 원. / 이미지 출처: 김씨네과일 공식 인스타그램 @kimsfruits

리센느 다섯 멤버들의 고향을 담아낸 야호 티셔츠 3만 2천 원. / 이미지 출처: 김씨네과일 공식 인스타그램 @kimsfruits

진짜 과일 가게 아니냐고요? 과일을 판매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다마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과일 그래픽이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 굿즈 등을 판매하기 시작한 김씨네과일. 그 모습이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국티 원탑’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만큼 티셔츠를 통해 자신들만의 유쾌한 세계관을 전달하는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았죠. 특유의 지역성과 위트 있는 감각으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완성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김씨네과일의 대표 아이템은 단연 한글 타이포 티셔츠입니다. ‘알아서 결정할 권리’, ‘서울 새끼’, ‘DM 안 읽고 스토리 업로드 금지’, ‘귀여운.걸.어뜩라하고’ 등 지극히 평범한 한국어를 티셔츠 중앙에 큼지막하게 배치한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인데요. 일상적인 문장을 특유의 유쾌한 감성으로 비틀어 수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포켓몬스터, 어프어프, 서울재즈페스티벌 등 다양한 브랜드 및 콘텐츠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예상치 못한 아이템을 선보이며 우리의 주머니를 계속 열게 하죠. 친구들과 유쾌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면 김씨네과일의 티셔츠만큼 딱 맞는 아이템도 없을 거예요.


소로시

한글 자음을 새하얀 도자기에 푸른 미감을 살려 표현한 소로시의 한글 시리즈 제품들 / 이미지 출처: 소로시 공식 인스타그램 @sorosi_living

한글 자음을 새하얀 도자기에 푸른 미감을 살려 표현한 소로시의 한글 시리즈 제품들 / 이미지 출처: 소로시 공식 인스타그램 @sorosi_living

가야 시대 대표 유물인 굽다리 접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한글 자음 패턴을 더한 ‘한글 가야 굽다리 접시’ 6만 9천 원. / 이미지 출처: 소로시 공식 인스타그램 @sorosi_living

가야 시대 대표 유물인 굽다리 접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한글 자음 패턴을 더한 ‘한글 가야 굽다리 접시’ 6만 9천 원. / 이미지 출처: 소로시 공식 인스타그램 @sorosi_living

‘고스란히’와 같은 뜻의 순우리말에서 이름을 딴 소로시는 한글과 산수화, 조각보 등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리빙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입니다. 알파벳을 활용한 디자인은 많지만 한글을 응용하고 재해석한 제품은 많지 않다는 아쉬움에서 시작된 브랜드답게 제품 곳곳에서 한글과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한글 자음 14개의 형태를 활용한 디자인입니다. 자음을 점·선·면의 그래픽 패턴으로 재구성해 도자기와 유리, 패브릭 등 다양한 소재에 적용하죠. 한글 패턴을 입은 찻잔 세트부터 새하얀 그릇 위에 푸른색으로 한글의 조형미를 시각화한 제품까지, 단순히 한글 문구를 새기는 것을 넘어 글자 자체를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바라보는 소로시만의 시선이 돋보입니다.

한글뿐만이 아닙니다. 조선 시대 산수화를 현대적인 이미지로 도식화하는가 하면,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십장생과 가야의 굽다리 접시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도 선보이고 있죠. 소로시의 제품을 보고 있으면 그동안 익숙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덕화맨숀

백미 vs 흑미, 취향에 따라 골라 입는 쌀 Ssal 한글 티셔츠 3만6천 원. / 이미지 출처: 덕화맨숀 공식 인스타그램 @duckwa_mansion

백미 vs 흑미, 취향에 따라 골라 입는 쌀 Ssal 한글 티셔츠 3만6천 원. / 이미지 출처: 덕화맨숀 공식 인스타그램 @duckwa_mansion

을지로 재개발로 사라져 가는 한글을 아카이빙한 달력 1만5천 원. / 이미지 출처: 덕화맨숀 공식 인스타그램 @duckwa_mansion

을지로 재개발로 사라져 가는 한글을 아카이빙한 달력 1만5천 원. / 이미지 출처: 덕화맨숀 공식 인스타그램 @duckwa_mansion

왜 한글로 된 옷은 없을까? 한글은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편하고 재미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덕화맨숀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티셔츠에 담아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이기도 한 대표는 주변의 사물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그래픽으로 풀어내며 위트 있는 티셔츠를 하나둘 탄생시켰죠. 을지로가 재개발되면서 점점 사라져 가는 옛 글자가 담긴 간판과 시트를 아카이빙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한국인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 ‘쌀’을 디자인적으로 풀어낸 티셔츠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언제 한번 밥 먹자’, ‘밥은 먹고 다니냐?’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말 한마디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것이죠.

이외에도 도로 표지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ㅎㅎㅎ’를 새긴 캡 모자, ‘불타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성냥까지. 스스로 브랜드의 추구미를 ‘빙구미’라고 꼽을 만큼 덕화맨숀의 제품에는 유쾌한 언어 유희와 엉뚱한 아이디어가 가득합니다.


콤

책을 세우는 본연의 기능뿐 아니라 공간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 오브제 역할도 하는 한옥체 패턴 북엔드 5만 3천 원. / 이미지 출처: 콤 공식 인스타그램 @kome2home

책을 세우는 본연의 기능뿐 아니라 공간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 오브제 역할도 하는 한옥체 패턴 북엔드 5만 3천 원. / 이미지 출처: 콤 공식 인스타그램 @kome2home

위에서 보면 한글 자음 ‘ㅇ’을, 단면에서는 ‘ㄷ’·‘ㅈ’·‘ㅊ’을 발견할 수 있는 한옥체 문진 펜 홀더 5만 7천 원. / 이미지 출처: 콤 공식 인스타그램 @kome2home

위에서 보면 한글 자음 ‘ㅇ’을, 단면에서는 ‘ㄷ’·‘ㅈ’·‘ㅊ’을 발견할 수 있는 한옥체 문진 펜 홀더 5만 7천 원. / 이미지 출처: 콤 공식 인스타그램 @kome2home

‘Korea’와 ‘Home’의 합성어인 콤(Kome)은 집을 주제로 전통적 가치와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브랜드입니다. 한국 고유의 가치인 자연스러움을 내세우며 이를 홈 데코와 결합해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장소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예와 디자인을 선보이죠. 시간이 흐를수록 사용자의 손길과 환경에 따라 색과 질감이 변화하는 황동을 문진과 펜 홀더에 활용하는 것도 특징. 오래 사용할수록 자연스럽게 흔적이 쌓이고 깊이를 더해 가는 모습에는 콤이 추구하는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콤의 제품은 언뜻 보면 한글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어렵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익숙한 자음의 형태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글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조형적인 아름다움 속에 은은하게 녹여낸 것이죠. 직선과 곡선, 한글과 기하 도형이 만나 하나의 면을 이루는 북엔드는 책을 받치는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가 됩니다. 펜 홀더 겸 문진은 한글 자음 ‘ㄷ’·‘ㅈ’·‘ㅊ’의 단면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펜을 세워두거나 묵직한 황동의 무게로 종이를 고정할 수 있죠.

누구나 흔히 가지고 있는 물건이 아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그 진가가 드러나는 오브제. 콤의 제품으로 당신의 공간에 센스 한 스푼을 더해 보세요.


오이뮤

국내의 239개 산 이름과 유래, 유용한 등산 정보를 수록한 일종의 하이킹 가이드 <산 239> 1만 8천 원. / 이미지 출처: 오이뮤 공식 인스타그램 @oimu_

국내의 239개 산 이름과 유래, 유용한 등산 정보를 수록한 일종의 하이킹 가이드 <산 239> 1만 8천 원. / 이미지 출처: 오이뮤 공식 인스타그램 @oimu_

<색이름 352>에 실린 글과 그림을 활용해 노방천에 자수로 완성한 색이름 책갈피 1만 원. / 이미지 출처: 오이뮤 공식 인스타그램 @oimu_

<색이름 352>에 실린 글과 그림을 활용해 노방천에 자수로 완성한 색이름 책갈피 1만 원. / 이미지 출처: 오이뮤 공식 인스타그램 @oimu_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오이뮤는 ‘귀여운 마음으로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잇는 디자인 활동’을 펼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자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We connect the past with present’라는 슬로건 아래 잊혀가는 한국적 소재와 오래된 물건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더해 다시 일상의 쓰임으로 돌려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죠. 성냥, 향, 족자, 지우개 등 우리 주변의 익숙한 오브제에 담긴 이야기에 주목하고 새로운 쓰임과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중에서도 눈여겨볼 것은 오이뮤의 미니 책자입니다. 우리말 색 이름을 재해석한 ‘색이름 프로젝트’, 카카오페이와 함께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몰랐던 금융 용어 365개를 정리한 금융 익힘책 ‘오늘의 금융’, 하이킹 브랜드 엠티디와 함께 239개의 산 이름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엮은 ‘산 239’까지. 작지만 알찬 책 한 권에 재미와 유용한 정보를 동시에 담아냅니다. 특히 ‘산 239’에는 재난이나 응급 상황 발생 시 필요한 행동 요령 등 실용적인 등산 정보도 담겨 있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산 239’과 ‘오늘의 금융’은 키링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가방에 달고 다니다 언제든 꺼내 펼쳐볼 수 있다는 점도 오이뮤답습니다. 익숙한 우리말과 이야기를 수집하고 기록해 새로운 방식으로 일상에 되돌려놓는 것. 어쩌면 오이뮤가 우리 문화를 오래도록 이어가는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 사용하기에 익숙했던 한글이 누군가의 시선을 거치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글자가 패턴이 되고, 문장이 그래픽이 되고, 자음 하나가 아름다운 오브제가 되는 것처럼요. 한글이 촌스럽다는 생각은 이제 옛말입니다. 큼지막한 문장 하나만으로 티셔츠에 위트를 더하고, 자음과 모음의 조형미만으로 근사한 오브제를 완성하니까요. 읽고 쓰는 문자를 넘어 입고, 쓰고, 소장하는 디자인이 된 한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힙할 수 있다는 사실, 이 다섯 브랜드만 봐도 분명해집니다.

Credit

  • EDITOR 김한나
  • PHOTO 각 이미지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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