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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술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집에서 좋아하는 위스키 한 병을 천천히 열어도 좋고, 식사를 마친 뒤 가볍게 칵테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술 한 잔을 위해 일부러 찾아가고 싶은 공간이 있습니다.
최근 서울의 바 문화는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습니다. 한때는 좋은 위스키와 클래식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스피크이지(Speakeasy) 바가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한국의 술과 식재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바들이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 위스키를 좋아한다면, 르챔버
수백 병의 주류가 채워진 백바 앞에서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드는 르챔버의 풍경. 조도를 낮춘 클래식한 공간에서 다양한 위스키와 균형 잡힌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에스콰이어
책장 사이에서 비밀스러운 입구를 찾아 문을 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2014년 문을 연 르챔버는 서울의 스피크이지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곳입니다. 조도를 낮춘 공간과 긴 바 테이블, 그리고 벽을 채운 술병까지 우리가 떠올리는 클래식한 바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르챔버의 매력은 위스키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은 200여 종 이상의 위스키를 갖추고 있어 평소 좋아하던 한 잔을 선택해도 좋고, 바텐더의 추천을 받아 조금 낯선 위스키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칵테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화려한 재료보다 술의 맛과 균형에 집중한 클래식 칵테일을 즐기기에 잘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최근에는 개성 강한 칵테일 바가 많아졌지만 가끔은 좋은 위스키 한 잔과 차분한 공간만으로 충분한 밤이 있습니다. 그런 날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곳입니다.
2. 비밀스러운 뉴욕을 서울에서, 앨리스 청담
술병으로 가득한 바를 배경으로 한 잔을 완성하는 앨리스 청담의 바텐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비밀스러운 공간과 독창적인 칵테일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Mingchu
청담의 한 건물 지하. 꽃집처럼 보이는 입구를 지나면 이상한 나라로 통하는 문이 등장합니다.
앨리스 청담은 이름 그대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스피크이지 바입니다. 처음 방문한다면 입구를 찾는 과정부터 하나의 경험이 됩니다.
하지만 앨리스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가 재미있는 콘셉트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클래식 칵테일을 기반으로 새로운 재료와 아이디어를 더한 메뉴와 수준 높은 증류주 셀렉션을 꾸준히 선보여 왔습니다. 2025년에는 Asia's 50 Best Bars 13위에 오르며 Highest Climber Award를 받기도 했습니다.
르챔버가 조금 더 차분하고 클래식한 위스키 바에 가깝다면 앨리스는 한 잔의 칵테일과 공간에서 오는 즐거움을 함께 경험하는 곳에 가깝습니다. 데이트를 마친 뒤 조금 특별한 한 잔을 마시고 싶은 밤이라면 좋은 선택입니다.
3. 가장 한국적인 한 잔, 바 참
오래된 한옥의 목재 구조와 긴 바 테이블이 어우러진 서촌 바 참의 내부. 전국의 술과 익숙한 한국 식재료를 현대적인 칵테일로 풀어내며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한 잔을 선보인다. / 이미지 출처: 에스콰이어
서촌 골목을 걷다 보면 오래된 한옥 한 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전통적인 한옥의 구조 안에 작은 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로 바 참입니다. 바 참의 재미는 한국적인 것을 억지로 강조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찾은 술과 식재료를 현대적인 칵테일의 문법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냅니다. 그래서 메뉴를 살펴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여행처럼 느껴집니다. 익숙했던 한국의 재료가 바텐더의 손을 거쳐 전혀 다른 한 잔으로 등장합니다.
공간 역시 특별합니다.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한옥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바텐더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합니다. 청담의 스피크이지와는 완전히 다른 서울의 밤입니다. 2025 Asia's 50 Best Bars에서 6위에 오를 만큼 국제적인 평가도 받았습니다. 해외에서 친구가 서울을 방문한다면 한국적인 경험을 위해 함께 찾고 싶은 바 중 하나입니다.
4. 지금 세계가 바라보는 서울, 제스트
밝은 우드 톤의 바와 미니멀한 백바가 돋보이는 제스트의 공간. 제주 감귤과 당근, 오메기술 등 한국 재료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현대적인 칵테일로 풀어낸다. / 이미지 출처: Mingchu
마지막은 제스트입니다. 최근 서울의 칵테일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곳 중 하나입니다. 2026 Asia's 50 Best Bars에서 2위에 오르며 한국 최고의 바로 선정됐고, 세계적으로도 서울의 바 문화를 대표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스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좋은 칵테일을 만드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제주 감귤과 당근, 오메기술 등 한국의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이를 전통이라는 틀에 가두지 않습니다.
여기에 재료를 최대한 남김없이 활용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더합니다. 공간 역시 기존의 스피크이지와 다릅니다. 무겁고 어두운 공간 대신 보다 밝고 현대적이며 편안합니다. 칵테일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 더 자유롭게 느껴집니다.
르챔버에서 시작해 앨리스와 바 참을 지나 제스트에 도착하면 지난 10여 년 동안 서울의 바 문화가 얼마나 다양해졌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취향은 서로 달라도 괜찮습니다.
좋은 바의 매력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한 잔을 발견하게 해주는 데 있으니까요.
이번 주말에는 평소 마시던 술 대신, 한 잔을 위해 조금 멀리 걸어가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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