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당신의 뇌를 지키는 법
AI에 의존하다 보면 당신의 뇌는 판단력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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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심에 미리 말하자면, 난 AI를 매우 좋아한다. 챗GPT와 클로드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AI가 우리의 뇌에 틱톡과 펜타닐이 합쳐진 것과 같은 영향을 준다는 MIT 미디어랩 연구원 나탈리야 코스미나 박사의 말을 들었을 땐 꽤 충격이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AI는 집중력과 기억력만 저하시키는 것이 아니라 업무 수행 능력을 떨어뜨리고 심할 경우 심각한 인지 과부하와 정신적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실린 한 연구는 이러한 현상을 ‘AI 브레인 프라이(AI brain fry)’라고 명명했다. 뇌를 태워버리는 ‘브레인 프라이’가 일어날 때 우리의 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이미 타버린 뇌를 되돌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안녕, 클로드. 내 뇌를 태우고 있니?
직접 생각하고 기억하는 능력, 그리고 어쩌면 삶의 의미를 찾는 능력까지. 일상에서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당신의 뇌에서 사라지는 능력들이다. 결정을 내릴 때, 답을 구할 때, 창의력을 발휘할 때, 정보를 처리할 때, 직접 기억을 형성할 때 신경망은 마치 대낮부터 파티를 시작한 술집 손님들처럼 소란스럽게 서로 소통한다. 하지만 AI에 이 모든 작업을 떠넘기기 시작하면(이를 ‘인지적 오프로딩’이라 한다), 이 파티는 금방 엉망이 된다.
코스미나 박사를 비롯한 MIT 연구진은 짧은 에세이를 작성하는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뇌 스캔에서 이러한 현상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참가자 그룹을 셋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그룹은 챗GPT를 사용했고, 두 번째 그룹은 AI 요약을 배제한 상태에서 구글을 사용했고, 세 번째 그룹은 아예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두뇌만 사용한 참가자들의 뇌 스캔에서는 수많은 신경망이 함께 작용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코스미나 박사는 뇌가 마치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표현했다. 챗GPT를 사용한 참가자들은 뇌 영역 간 전반적인 정보 흐름이 55% 감소하는 등 세 가지 집단 중 뇌 연결성이 가장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창의력과 기억력에 관여하는 신경망에서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학생들이 자신들이 쓴 에세이 내용을 기억하는지도 확인했다. 챗GPT를 사용한 그룹은 거의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했다. 코스미나 박사는 “AI를 적극 사용한 첫 번째 그룹은 에세이를 제출하고 고작 60초가 지났을 뿐인데 그 내용을 절반도 기억해내지 못했습니다”라며, 생성형 AI가 기억이 변환되어 저장되는 과정을 방해할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이러한 현상을 ‘디지털 치매’라고 부른다. 디지털 치매에 관한 연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 이 현상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향후 실제 치매를 발병할 가능성을 높이는지 여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비비안 밍 박사를 비롯한 신경과학자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AI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뇌의 감마파 활동을 연구하고 있다. 심도 깊고 노력이 필요한 사고를 할 때 일어나는 감마파 활동은 뇌의 한 영역인 해마에서 장기기억을 형성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경우처럼 인지력을 집중적으로 사용할 때 해마에서 상당히 잘 조율된 활동이 일어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밍 박사는 최근 진행한 연구에서 참가 학생들에게 석유를 비롯해 여러 상품의 가격을 예측하라고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AI를 사용한 학생들은 AI를 사용하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감마파 활동 수준이 현저하게 낮았다.
타버린 뇌를 되돌리는 방법
예방이 최선이다. 하지만 이미 AI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라면 아래의 조치를 통해 생각하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
① 근육질 뇌를 만들 것
」생성형 AI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자극으로 인해 AI가 뇌 퇴행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발표된 것이 없다. 대신 신경 연결을 강화하고 해마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운동을 해볼 수 있다. “전반적인 인지 능력에는 근력 운동이 도움 되고, 기억력에는 유산소 운동이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는 근거들이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있는 사람들의 운동과 뇌 건강을 연구하는 채드 웨싱어의 설명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제니터 에트니어 박사와 그의 연구진은 40세에서 65세 사이의 실험 참가자 약 150명에게 매번 1시간씩 주 3회 운동을 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50 대 50의 비율로 병행했다. 실험 결과 대부분의 참가자가 해마에 유익한 혈류 증가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수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BDNF 수치가 증가하면 신경 간 연결이 강화되며, 그 덕분에 정보를 흡수하고 기억해내는 작용을 돕는 신경세포가 더욱 잘 성장할 수 있다. 연구진은 중년기에 접어들기 전인 40세에서 50세 사이에 이러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연구에 참여했던 퀸즐랜드 뇌 연구소 소속 연구원 대니얼 블랙모어 박사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한 참가자들은 5년이 지나 운동을 중단한 후에도 그 효과를 지속적으로 보았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피클볼이나 농구처럼 역동적인 운동을 당신의 운동 스케줄에 추가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이야기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어려운 운동은 뇌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웨싱어는 “이러한 운동들은 새로운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노화로 인한 신경세포 상실을 막아줄 수 있다”고 말한다.
② 생산적인 마찰을 만들어낼 것
」밍 박사는 우리가 AI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는 AI를 삶을 더 편하게 만드는 데 사용하지 않습니다. 삶을 더 어렵게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밍 박사는 ‘적대적 프롬프트’를 적용한다. 자신의 작업을 가로막는 방식의 프롬프트나, 자신이 반박할 법한 답변을 AI가 내놓도록 유도하는 방식의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밍 박사는 제미나이에 이렇게 입력한다. “너는 나의 평생의 적이다. 넌 나의 실수를 찾아낸다. 내가 잘못한 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나에게 설명해.” 이렇게 하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얻으면서도 AI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경쟁하며 뇌를 사용할 수 있다. 결과를 미묘한 뉘앙스를 알아차리는 능력, 판단력, 호기심 등 인간적인 자질을 끊임없이 활용하는 습관을 통해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다.
③ 일을 늘리지 말 것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AI는 당신의 일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늘릴 가능성이 높다. 마치 일을 대충 하는 직원을 둔 것처럼 말이다. 해결책은 AI를 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 체크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만 맡기는 것이다. 정해진 양식에 정보를 입력하거나, 자동 응답 이메일을 보내거나, 매주 구매할 물품 목록을 만드는 것 같은 작업이 그 예다. 그러면 당신의 지적 능력을 창의적인 기획안을 작성하거나 복잡한 맥락이 담긴 연구 결과를 요약하는 일에 사용할 수 있다.
“AI와의 채팅은 통찰력 있는 답변을 주다가도 순식간에 소음으로 변질되어 불필요한 정보들을 토해냅니다.” 행동 변화 전문가 프레드릭 마샬의 말이다. 그는 AI에 무언가를 요청할 때 관련 없는 내용을 무시하라고 지시한다. 또한 ‘더 간결하고, 구체적이고, 실행할 수 있는’ 답변만을 내놓도록 설정한다.
④ 쉬운 반복에서 벗어날 것
」“AI의 목표는 사람들을 플랫폼에 계속 머무르게 하는 것”이라고 하버드 의과대학 의료 혁신 연구소 소장 제프리 카프 박사의 말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저항하지 않죠.” AI를 끝없이 사용하는 습관에 젖어들수록, 우리가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AI는 사용자의 비위를 맞추는 데 탁월하며,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AI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카프 박사는 사람들이 ‘쉬운 것’을 ‘적합한 것’으로 착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착각이 반복되면 우리의 뇌는 현실 세계에서 조금만 복잡한 일이 생겨도 쉽게 좌절하게 된다. 자전거에 비유해 설명하자면, 뇌를 활성화해 활발하게 생각하고 움직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두 발로 직접 페달을 밟는 것이지만, 우리는 자꾸 AI라는 전기자전거에 올라타는 쉬운 방법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뜻이다.
뇌의 자율주행 모드를 해제하는 간단한 방법을 하나 공개하겠다. 파트너에게 “오늘 하루 어땠어?” 같은 상투적인 말 대신 일부러 매일 다른 말을 건네보는 것이다. 상대방을 유심히 관찰한 다음 칭찬을 고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반복적으로 하던 말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궁리하는 과정이 당신의 뇌를 건강하게 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AI는 ‘반복의 왕’이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그 반복에 저항하는 습관을 들여야만 뇌가 타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Credit
- TRANSLATOR 박수진
- ART DESIGNER 심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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