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든 스미스가 보여주는 태도의 미학
배우로서의 활동부터 크리스찬 루부탱의 첫 남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기까지. 제이든 스미스가 새로운 역할을 맡기까지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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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통 모티브 크로스백, CL 펜던트 네크리스 모두 크리스찬 루부탱. 재킷 루이 비통. 원형 펜던트 네크리스 모델 소장품.
마치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한 매력을 지닌 제이든 스미스는 인생이란 더 많이 춤추고, 사랑하고, 끊임없이 창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는 고고학부터 힙합, 수학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재구성하는 감각을 지녔다. 무엇보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부터 <베스트 키드> 등 출연하며 카메라 앞에서 자랐고, 음악적 입지를 구축했음에도 그는 자신의 재능이 얼마나 특별한지 크게 의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말리부에서 윌 스미스와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아들로 자랐고, 미디어가 자신과 여동생 윌로 스미스를 주목하는 환경에서 특별함은 어쩌면 평범하게 느껴졌을 테니까.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최초의 맨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제이든 스미스. 28살인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따른 책임과 크리스찬 루부탱의 유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제이든 스미스와 무슈 루부탱은 서로를 선택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유리벽 하나를 사이에 둔 스튜디오에서 나란히 작업한다. 제이든 스미스는 연간 네 차례의 남성 신발·가죽 제품·액세서리 컬렉션을 기획하며, 캠페인과 이벤트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까지 직접 참여한다.
파리에서 만난 그는 촬영 전, 루부탱과 자신의 흔적이 가득한 갤러리 베로도다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다녀왔다고 했다. 팔레 브롱니아르에서 열린 2027년 S/S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다음 날, 촬영장에는 ‘아방 블랙 타이(Avant Black Tie)’ 스타일과 고프코어 실루엣, 특별한 아이템들이 등장했다. 가죽 화살통과 여러 개의 포켓이 달린 하네스도 눈에 띄었다. 하네스는 그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또 거대한 발톱을 지닌 야수의 발을 연상케 하는 ‘클로 피트(Claw Feet)’라는 신발까지도.
그는 컬렉션이 펼쳐지는 세계 밖에서도 음악과 비영리단체 ‘아이 러브 유(I LOVE YOU)’의 활동을 이어나갔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이 단체는 스키드 로(Skid Row) 지역의 노숙인들에게 비건 식사와 옷을 무료로 제공하는 푸드 트럭에서 시작됐다. 다시 말해 제이든 스미스에게 상상력은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
멀티 포켓 하네스, 바이커 부츠, 선글라스 모두 크리스찬 루부탱. 목걸이, 팔찌 모두 모델 소장품.
루부탱의 빨간 밑창은 누구나 아는 상징이다. 이런 상징성을 잠시 제쳐두고 신었을 땐 어떠한가?
걸음걸이부터 달라진다. 잠을 설쳤거나 시차 때문에 피곤할 때에도 이 신발을 신는 순간 모든 일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를 ‘레드 보텀 비헤이비어(Red Bottom Behavior)’라고 부른다. 단순히 지어낸 말이 아니다. ‘의복 인지(enclothed cognition)’라는 이론이 있다. 우리가 입는 옷은 스스로를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행동까지 바꿔놓는다는 것. 마치 슈퍼히어로 의상을 입으면 특별한 능력을 얻은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과 같다.
당신의 첫 정규 앨범 <SYRE>의 수록곡 제목이자, 프롬 파티에서 가장 좋아했던 의상인 배트맨처럼 말인가?
브루스 웨인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옷을 입는 순간 자신과 세상도 그를 특별한 존재라고 믿게 만든다. 슈퍼맨은 초능력이 있지만, 배트맨은 그런 능력이 없다. 이것을 규정하는 건 바로 의상이다. 크리스찬 루부탱의 남성 고객도 마찬가지다. 브리프케이스와 페니 로퍼, 슈트를 갖추고 집을 나서는 순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꾼다.
패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언제 처음 깨달았나?
아주 어릴 때부터. 내 옷이 여동생에게 미치는 변화를 지켜보다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시작은 그저 어린아이의 호기심이었고 그 경험들이 쌓여 지금 실현 가능하게 됐다.
무슈 루부탱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당신을 만났다.
집에 늘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이 가득했다. 10년 전, LA에서 무슈 루부탱을 처음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평소 워낙 팬이었기 때문에 팬심으로 그를 찾아갔다. 마침 같이 간 친구가 루부탱 신발을 신고 있기도 했고. 그때 그 친구가 음악 축제 페트 드 라 뮈지크(Fête de la Musique)에서 찍은 사진이 ‘칼프 모이세스(Calf Moises)’라는 프린트 패턴이 됐고, 현재 우리는 함께 일하는 사이가 됐다. 그리고 몇 년 후 크리스찬이 어떤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 정도 위상을 가진 인물의 생각이라면 분명 대단하고 엉뚱한 일이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런던에서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결국 함께하게 될 거라는 걸 느꼈다.
겉으로 보면 두 사람은 극과 극일 것 같다. 파리 피갈에서 신발에 집착하는 크리스찬 루부탱 그리고 유연한 창의성을 지닌 캘리포니아 출신의 당신. 그런데도 서로를 선택했다. 어떤 점에서 끌렸나?
역사와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를 좋아한다는 점. 그는 건축과 구조, 형태를 사랑하고 나는 수학과 기하학, 고대 문명에 관심이 많다. 그는 예술 작품을 수집하고, 나는 오래된 책과 카메라를 모은다. 우리는 강렬하고 다채로운 표현을 좋아하고 급진적인 발상과 도전을 즐긴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나를 만든 경험들을 작업에 풀어내고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디자이너라는 나의 정체성, 음악, 캘리포니아, 뉴욕 같은 것들 말이다. 크리스찬은 내게 마음과 비전을 따르라고 말하는 소중한 멘토이다.
스니커즈일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첫 컬렉션인 2026 F/W에서 로퍼를 메인으로 공개했다.
사람들에게 반전을 주는 일이 즐겁다. 나는 남성을 위한 루부탱만의 ‘스타터 키트’를 구상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사고 싶은 제품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트랩맨 TCT 2 앵클부츠라고 답을 내렸다. 크리스찬 루부탱의 실루엣을 새롭게 해석한 디자인으로, 정식 데뷔에 앞서 선보인 ‘아방 프르미에르(Avant-Première)’ 캡슐 컬렉션에 포함했다. 그 다음에 로퍼를 선보였다. 로퍼는 세련되고 격조 있으면서도 대단히 쿨하다. 후드 티에 루즈 핏의 청바지를 입고 로퍼 하나만 더해주면 스타일의 격을 올려주는 아이템이기도 하니까.
멀티 포켓 베스트, CL 펜던트 네크리스 모두 크리스찬 루부탱. 팬츠, 팔찌 모두 모델 소장품.
하네스, 선글라스 모두 크리스찬 루부탱. 재킷, 셔츠, 팬츠, 타이 모두 비비안 웨스트우드.
2027 S/S 컬렉션에서 당신은 단순히 옷을 디자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미스터리한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 브르타뉴에 가면 볼 수 있는 거석 구조물처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는 궁금증 말이다. 붉은 돌 앞에 서면 ‘이건 어디서 왔을까? 누가 만들었을까? 왜 만들었을까? 당시 문명이 얼마나 발전했던 걸까?’ 하는 질문들이 떠오른다. 역사라는 테두리를 정의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질문들이다. 지난 1월 선보인 2026년 F/W 컬렉션이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이었다면, 이번 컬렉션은 첫 번째 장면이자 첫 번째 챕터, 진정한 시작인 셈이다.
크리스찬 루부탱과 함께 이탈리아의 공방도 방문했다. 비싼 물건과 럭셔리한 물건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하나의 디테일을 완성하기 위해 한 가족의 여러 세대가 함께 일하는 모습을 봤다. 기술을 완벽하게 다듬는 데 평생을 바친 거다. 어떤 제품은 여러 제작 공정과 장인 기술을 거친다. 그 모든 단계에 장인정신과 애정이 깃든다. 럭셔리란 숙련된 손길로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구현한 물건이기도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더 많은 사람이 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문을 여는 일이기도 하다. 행복과 평화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자유와도 연결된다.
무슈 루부탱은 극적이고 과감하며 때론 위트가 있다. 당신은 어떤 면을 보여줄 수 있나?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가 다소 역사적일 수도 있고 복잡할 수도 있지만, 애프터 파티에 와서는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즐기길 바란다. 캠페인과 영상, 우리가 전하는 모든 것에 유희적인 요소를 담고 싶다.
가족에게서 배운 교훈은 무엇인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주는 변화. 때로는 화가 날 수도 있고,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닐 테다. 하지만 매일 완벽한 벽돌 하나씩 쌓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을 주목하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나? 그리고 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함께 만들고자 하는 세상을 끊임없이 상상해야 하며, 예술과 창의성은 그 세상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현재는 ‘아이 러브 유(I LOVE YOU)’ 푸드 트럭 프로젝트와 스키드 로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의 노숙인들을 돕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기도 한다.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을 때, 그 힘이 주는 변화를 믿는다.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일에 진심을 다하다 보면 나와 마음이 같은 이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힘이 모이면 큰 파도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
영화 <행복을 찾아서>의 첫 촬영을 앞둔 여덟 살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앞으로 겪게 될 어려움은 네가 만들어내고 싶은 것들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양분이자 튼튼한 토대가 되어줄 거야.
솔직하게 말해보자. 크리스찬 루부탱은 정말 ‘스웩(Swag)’이 있나?
그는 본인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스웩을 지녔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사람이다. 내가 패션계에서 활동하기 훨씬 전부터 남달랐다. 그런 사람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일 감사하며 경외감을 느낀다.
멀티 포켓 하네스, 바이커 부츠, CL 펜던트 네크리스 모두 크리스찬 루부탱. 원형 펜던트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모델 소장품.
카우보이 부츠, 백 모두 크리스찬 루부탱. 재킷, 팬츠, 셔츠, 타이 모두 비비안 웨스트우드.
Credit
- FASHION EDITOR Nik Piras
- FEATURE EDITOR Margherita Malaguti
- PHOTOGRAPHER Johan Sandberg
- HAIR Maeva Rosan MAKEUP Anthéa Pillu
- PHOTO ASSISTANT Clara
- Hupé DIGITAL Erik Lundgren
- PRODUCTION Sabrina Bearzotti
- ART DESIGNER 주정화
MONTHLY CEL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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