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제모 트렌드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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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선호하는 털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버려둔 형태, 섬세하게 다듬은 형태, 완전히 면도한 형태, 매끈하게 왁싱한 형태, 심지어는 모양을 내서 디자인한 형태가 정석처럼 여겨지던 시기가 있었다. 때론 성급한 결정(당시에는 천재적인 아이디어 같았던 결정)으로 되돌리기 힘든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바로 레이저 제모다. 남성들은 완벽한 제모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관리의 세계 속 더욱 예상치 못한 영역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그중 특히 두드러진다고 말할 수 있는 예가 왁싱 숍이다.
지금 우리의 털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 수십 년 동안 거친 자연주의와 완벽한 제모 사이를 오간 끝에, 현대사회에서 털은 예전에 비해 덜 엄격한 규범을 따르게 된 듯하다. 요즘 남성들의 목표는 체모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남길지, 무엇을 없앨지, 또 무엇을 약간만 다듬으면 될지 결정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털 하나 없는 매끈한 상체가 곧 섹시함의 정점이던 ‘애버크롬비 앤 피치’ 시대를 진심으로 즐긴 남자는 아무도 없었을 거라 확신한다. 당시에는 그러한 몸을 가진 남자들이 로라이즈 청바지 차림으로 쇼핑몰을 돌아다녔다. 그러한 몸이 이상적인 몸으로 여겨지면서, 한 세대의 남자들은 온몸에 면도기 상처와 인그로운 헤어를 달고 다녔다. 가슴부터 배꼽, 더 열심히 제모한 경우라면 팔에까지 말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버트 레이놀즈나 데이비드 해셀호프 같은 아이콘이 등장하며 가슴털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반적으로 더 매끈하고, 더 호리호리하고, 더 깨끗한 형태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예외도 있었다. <엑스맨> 시리즈의 휴 잭맨이나 <판타스틱 포>의 크리스 에반스가 그 예다. 하지만 그들이 돋보였던 이유는 바로 그들이 고전적이고 거친 남성성을 대표했기 때문이다.
이때는 또한 ‘메트로섹슈얼’ 시대이기도 했다. ‘메트로섹슈얼’이란 외모를 매우 철저하게 관리하는 새로운 유형의 남성을 함축하는 문화적 용어다. 패션에 민감하고, 스킨케어에 관심이 많으며, 헬스장에서 몸을 단련하는 등 자기 외모에 주저 없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남성들. 축구선수, 배우, 모델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세련되었고 빈틈없이 외모를 관리했다. 털 역시 또 다른 관리 대상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털에 의미가 담기기 시작했다. 자연 상태의 털은 남성적으로, 지나친 정도로 관리한 털은 허영으로, 완전히 제모한 피부는 보는 사람에 따라 세련된 것 혹은 인위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언어조차 의미를 가득 담았다. 어쩌다 털이 없는 것과 ‘깨끗하다(clean)’가 동의어가 되었을까? 이 용어는 체모가 어쩐지 비위생적이고, 다루기 힘들며, 혹은 교정이 필요한 것이라는 개념을 은밀하게 드러낸다.
관리 정도는 그 사람의 남성성, 직업, 라이프스타일, 성 정체성 및 지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용모 단정한 사업가, 왁싱한 운동선수,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거친 성격, 엄청나게 관리한 메트로섹슈얼 타입, 털이 많으며 남성성이 강조된 게이 남성의 한 전형, 헬스장에서 만든 매끈한 몸 등. 그 어느 것도 완전한 진실은 아니었지만, 알아보기 쉬운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 유형들은 털 자체보다는 사회가 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지를 더 잘 보여주었다.
오늘날 그러한 상징은 그 어느 때보다 꼬여 있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지금까지의 변화 중 가장 바람직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그대로 놔두는지, 다듬는지, 모양을 내는지, 미는지, 다시 기르는지 여부는 상관없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이상적인 형태를 따르는 것보다 각자가 자신의 의도를 반영하고, 매력적이고, 몸이 편안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는 익숙한 사이클이다. 나는 몇 년 동안이나 내 몸에 난 털을 혐오했다. 밀었다가, 뽑았다가, 후회했다가, 다시 어색하게 자라는 털을 보고 고통 받으며 똑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내 피부(혹은 털)에 대해 갖는 불편한 느낌과 스스로 직업 및 관심사, 성적 지향과 개인적 스타일을 바탕으로 설정한 전형적인 타입들에 내 몸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절충안을 찾으려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털은 그저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자랐다.
결국 변한 것은 내가 가진 털의 양보다는 내가 털을 보는 방식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털의 양이 어느 정도 있는 게 괜찮은지에 관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 대신, 어떤 버전이 나 자신답게 느껴질지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문화가 바뀐 것도 한몫했다. 가슴털은 전과 달리 단정하지 않고, 깨끗하지 않고, 달갑지 않은 이미지와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소프트 보이, 너저분한 록스타, 길게 자란 버즈컷 열풍이 불면서 자연스러운 체모는 다시 미적으로 수용 가능한 대상이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관리란 철저하게 하거나 혹은 전혀 하지 않거나 두 가지 중 하나여야 한다는 인식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적절한 수준의 ‘다듬기’를 위한 다양한 도구가 등장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이제 사람들의 욕실 캐비닛에는 면도기 말고도 체모를 관리할 수 있는 도구들이 들어 있다. 자연스러운 곡선을 따르도록 설계된 체모용 이발기도 있으며, 소중한 부위 주변을 아프게 꼬집지 않고 깔끔하게 면도해주는 기기도 있다. 마침내 도구들도 선택의 폭만큼 다양해진 것이다.
완벽한 털의 양에 관한 보편적인 공식은 없다. 필요한 부위가 아닌, 원하는 부위를 고려하여 제모 범위를 생각하는 게 좋다. 어깨나 등 곳곳에 난 성가신 털들은 이발기로 빠르게 없애버릴 수 있다. 목걸이가 푹 잠겨버리거나, 파트너가 아침에 발진을 겪을 정도의 가슴털은 완전히 제거하기보다는 다듬는 편이 낫다. 손에 닿지 않는 등이나 악명 높은 남성들의 엉덩이 위 털은 분명 제모가 필요한 부위 중 하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해보면 좋다. 나는 무엇을 정말 없애고 싶은가? 어떤 것들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가? 관리가 지독히 힘든 부위는 어디인가? 어떻게 할 때 내 기분이 가장 좋은가? 팔과 다리는 완전히 깔끔하게 면도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관리가 매우 까다로운 부위다. 반드시 그러한 외모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면, 혹은 스포츠나 의료와 관련된 이유로 필요한 게 아니라면 자연스러운 상태로 놔두는 것이 종종 가장 쉬운 선택지가 된다.
가슴털은 보통 완전히 제모하는 것보다 다듬는 편이 관리하기 쉽다. 털이 다시 자랄 때 옷 안에서 간지러움을 느낄 일이 없으며, 또 너무 짧게 잘라 까끌까끌해진 나머지 누군가 가슴 위에 기댈 때 따가움을 느끼거나 털이 셔츠 위로 뚫고 나오는 일도 없을 것이다. 등털은 남자들이 가장 많이 제모하는 부위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제모 방법이다. 제모 크림을 사용하면 쉽게 깔끔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화학 성분이 자신과 맞지 않거나 다시 털이 자라는 등 부작용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다듬은 직후 매끈하게 마무리한 피부에 셔츠, 땀, 습기가 닿으면 인그로운 헤어, 여드름, 발진과 같은 트러블이 일어날 수 있다. 어깨나 발과 같은 다른 부위들은 일반적으로 깨끗하게 면도한다. 물론 꼭 그렇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깨끗한 형태를 선호한다면 늘 쓰던 면도기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음은 은밀한 부위다. 아마 모든 신체 부위 중 가장 소외되면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묘한 부위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여자들은 이 부위의 털에 대해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아 왔다. 그러나 남자들에게는 더 많은 자유가 허용되었다. 때로는 지나칠 정도의 자유가 허용되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겨드랑이든, 사타구니든, 이 부위의 털은 순전히 미적인 기능만 담당하지 않는다. 이 털은 외부와의 마찰을 줄여주고, 땀과 상호 작용하여 편안함과 냄새와 피부에도 영향을 준다.
이 부위의 털 관리는 특히 개인적인 성향이 드러난다. 사람들 앞에 공개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내밀한 순간에는 아주 잘 드러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위의 털을 다듬을지, 형태를 잡을지, 제거할지, 그대로 놔둘지 결정할 때는 겉모습보다는 편안함, 자신감, 배려를 느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자연스럽게 놔두는 것, 다듬는 것, 완전히 깨끗하게 미는 것 중 무엇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몇 시간이든 이야기할 수 있다. 완전히 깨끗하게 미는 경우, 털이 다시 자라는 단계에서 관리가 까다로워지기도 한다. 어떤 관리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몸이 주는 시각적 인상도 달라진다. 어떤 남자들은 전체적으로 더 깔끔하고, 더 날렵하고, 더 균형 잡힌 인상을 주는 스타일들이 있다고 단언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스타일이 다른 스타일보다 객관적으로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완전히 밀면 단정해 보일 수 있지만, 이 방식은 피부에 많은 부담을 준다. 전부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면 거의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 다듬는 것은 가장 쉬운 절충안이 될 수 있다. 털을 완전히 밀어버리지 않으면서도 부피를 줄이고, 관리하기 쉬우며, 보기에도 더 깔끔한 라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다른 신체 부위와 마찬가지로, 실제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가장 좋은 관리 방법이다. 어떻게 관리할 때 쾌적한지, 얼마나 자주 관리에 신경을 쓸 의향이 있는지, 자신의 피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이 부위를 자주 가까이에서 보고 그 감상을 말할 만한 사람이 있는지를 고려하라. 아름다움을 위해 면도 후의 따가운 피부를 견뎌냈다고 해서 누가 상을 주는 건 아니다.
결국 제모는 관리의 문제다.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한다. 가슴털은 다시 섹시한 것이 되었다가, 과한 것이 되었다가, 다시 섹시한 것이 될 것이다. 면도기는 발전할 것이고, 이발기도 더 스마트해질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는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줄 새로운 제품을 필연적으로 발명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고 싶어서 관리하는 것과 해야 한다고 느껴서 관리하는 것의 차이를 아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관리법을 유지하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듬어내라. 거슬리는 것은 밀어버려라. 만약 줄곧 고수하고 싶은 스타일이 있다면, 최소한 그 스타일을 유지할 의지를 확고히 가져라. 그것만 지키면 된다. 이건 그저 털일 뿐이다.
Credit
- EDITOR Esteban G Villanueva
- ILLUSTRATOR Nuno Da Costa
- TRANSLATOR 박수진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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