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폼필리오의 또렷한 취향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까날리의 디렉터 안드레아 폼필리오를 만났다. | 인터뷰,안드레아 폼필리오,패션,까날리,디렉터

안드레아 폼필리오는 맘껏 마시고, 느긋하게 말하고, 자유롭게 입는다.당신의 고향 이탈리아 페사로는 어떤 곳인가?덥고 습하고, 어떤 곳은 한적하고, 어떤 곳은 시끌시끌한 해변 마을이다. 누군가가 내 옷이 페사로와 닮았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나나 보다. 특히 여유로운 분위기 같은 것. 하지만 만약 내가 계속 페사로에 살았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겠지? 거긴 무척 아름답지만, 일상이 단조로운 편이라 다양한 경험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그렇다면 당신에게 자극이 되는 건 무엇인가?여행이 나를 만든다. 한 도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나 자신이 소모되는 기분이 든다. 일정 주기가 되면 떠나야 한다. 며칠 전까지도 마라케시에 있었고 지금은 서울, 얼마 뒤엔 도쿄에 간다. 나는 모든 도시를 사랑한다.안드레아 폼필리오 옷을 대변하는 단어는 편안함이다. 당신이 만들고 입는 옷은 한결같이 여유로운데도 멋지다.뭐든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게 좋다. 티셔츠에 치노 바지만 입어도 충분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치장하고 꾸미는 데 익숙하다. 나는 이탈리아 사람이고, 이탈리아에서 디자인하고, 브랜드의 모든 옷을 이탈리아에서 생산하지만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 청바지와 운동화만으로도 얼마든지 멋질 수 있고, 파란색과 남색의 조합으로도 완벽한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그러고 보니 푸른색 계열의 넉넉한 바지를 자주 입더라. 폼필리오 컬렉션도 대부분 통 넓은 바지다. 그게 시그너처 스타일인가?사실 내가 만드는 통 넓은 바지는 이탈리아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미국식에 가깝다. 반면 바지 허리선을 모두 높게 만들었는데 이것은 과거 이탈리아 남자들이 즐겨 입었던 스타일이다. 안드레아 폼필리오 바지는 미국식과 이탈리아식이 합쳐졌다. 이런 바지가 반응이 제일 좋다.정형화하지 않은 스타일 덕분에 까날리의 디렉터가 되었다고 들었다. 사실 안드레아 폼필리오와 까날리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쉬운 도전이었다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와 까날리는 공통점보다는 오히려 차이점이 많다. 이런 차이가 나를 더 자극하고 열정을 불어넣는다. 까날리는 남자답고 클래식한 브랜드다. 그 역사를 존중한다. 내가 디렉터가 된 후에는 확연히 변화가 드러나는 대신 현대적인 소재와 실루엣으로 은근하게 바꿨다. 재킷, 셔츠, 바지가 전부였던 컬렉션에 파카나 라이더 재킷, 풀오버 형태의 튜닉, 짜임이 재밌는 니트웨어를 추가하고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도 많이 만들었다. 그동안 까날리에 무심했던 남자들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것이다.2017 S/S Collection 2017 S/S Collection2017 F/W 컬렉션이 곧 시작된다. 컬렉션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나만의 유니섹스 스타일은 유지하겠지만 무겁고 두꺼운 겉옷의 비중은 줄일 생각이다. 앞으로 겨울은 점점 더 짧아질 거고 그리 춥지도 않을 거니까.지난 시즌에는 런웨이 쇼 대신 프레젠테이션으로 형식을 바꿨다. 이번에도 프레젠테이션인가?그렇다. 런웨이 쇼를 진행하면 한 시즌에 초대하는 사람이 300~400명이다. 그중 내 컬렉션에 진심으로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100명 남짓? 프런트 로에 앉아 있는 사람만 따지면 그 수는 더 줄어든다. 휴대폰 화면으로만 쇼를 보고, 곧바로 SNS를 하기 바쁘니까. 블로거나 셀러브리티가 이 산업에 좋은 영향을 줄지는 의문이다. 쇼는 철저히 비즈니스다. 나는 내 컬렉션을 좋아하고 이해하며,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안락한 소파와 좋은 음악, 가볍게 먹고 마실 게 준비된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