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인식의 빛과 그림자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손가락 끝의 지문만 있으면 돈을 인출하고,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있는 시대다. 그렇다고 생체 인식으로 공인 인증서까지 대신할 순 없다. | 기술,생체 인식,지문,홍채,행동 분석

손으로 터치하면 보안이 해제되는 스마트폰, 눈으로 쳐다보면 열리는 도어록, 카메라만 쳐다보면 자동으로 로그인되는 게임기 등 생체 인식 기술이 우리 삶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더 이상 지문이나 목소리 인식 같은 생체 인식이 놀랍지 않다. 지문 인식의 경우 이미 1990년대 중반 PDA 같은 개인 통신 장비를 통해 보급됐고, 현재는 각종 IT 기기와 은행, 국가 공인 인증 기관에도 쓰인다.음성 인식 기술도 이미 높은 완성도를 이루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냉장고, 스피커 같은 가전제품도 음성 명령을 인지한다. 최근엔 홍채 인식과 안면 인식이 업계의 화두다. 일부 스마트폰 회사는 홍채 인식 보안 모듈을 양산 제품에 사용했다.원리는 홍채 인식 카메라와 적외선 LED가 사용자 홍채 패턴 266개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인간의 홍채는 생후 24개월 영·유아기에 고정돼 평생 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쌍둥이라 하더라도 홍채 패턴까지 같을 순 없다. 그만큼 보안에 유리하고 사용하기도 편리하다.그 밖에도 최근엔 눈, 코, 입뿐 아니라 얼굴의 특징을 찾아내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안면 인식도 각광받는다. 아직까지 이런 생체 인식이 동시에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더 강력한 보안 체계를 위해 혼합하는 일도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생체 인식의 범위도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이미 손금이나 정맥 분포를 활용한 기술이 특허를 받았다. 정맥 인식은 몸속 혈관의 형태가 사람마다 다른 점에 착안했다. 적외선이 혈관 속 적혈구는 통과하지 못한다는 원리를 이용했다. 손의 특정 부위를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했을 때 어둡게 보이는 정맥의 분포 정보를 추출한다.실제로 NH투자증권은 지난 1월 금융업계 최초로 전국 영업점에서 손바닥 정맥만으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정맥 인증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행동 분석도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는다. 개개인의 생김새나 필체, 걸음걸이, 특정 동작의 패턴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특정 습관을 감지하기에 인식률도 좋고 보안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론적으로 생체 인식은 안전하고 편리하다. 하지만 성급한 도입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문제가 위생과 해킹이다. 지문이나 정맥 인식처럼 신체의 일부가 어딘가에 닿는 경우 자칫 병원균을 옮기는 개체가 될 수 있다.공공장소에 설치한 지문 인식 리더기가 대표적이다. 이 기기에는 수많은 사람이 손가락을 댄다.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다. 이때 특정 바이러스에 걸린 누군가가 지문 인식기를 사용하면 많은 사람이 같은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생체 인식이 아무리 보안성이 높아도 해킹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홍채나 얼굴 패턴의 경우 정밀하게 복사한 프린트 장비로 모조가 가능하다. 극단적으로 보면 범죄 상황에서 신체 훼손 가능성도 있다. 또한 문제가 생겼을 때 수정이 불가능하다. 특정 신체 부위를 다치거나 해킹으로 정보가 유출됐을 때 빠르게 변경하기가 어렵다.이런 이유로 가까운 미래 생체 인식 기술이 더 발달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금융이나 보안에 접근하려면 추가 보안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물론 많은 보안 산업업체가 생체 인식의 문제에 대비해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홍채 인식의 경우 패턴의 변화를 감지한다. 사람의 홍채는 일생 동안 변하지 않지만 생체의 특성상 매번 100퍼센트 똑같을 수 없다. 즉 누군가 정밀한 홍채 프린트로 인증을 시도할 때 등록된 결과값과 100퍼센트 일치하면 무조건 해킹으로 간주한다.안면 인식 위조와 해킹에 방지하는 기술도 나왔다. 일본의 한 보안업체가 만든 3D 프린트 안경을 쓰면 카메라가 얼굴 패턴을 인식할 수 없다. 즉 모조 복제가 불가능하다. 플라스틱 안경에 붙은 필름이 코와 눈 주변을 튀어나오도록 보정해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교란시킨다.스캔한 생체 정보를 암호화하는 것도 핵심 기술이다. 수집한 각종 생체 정보를 고도의 수학적 변환 기법으로 전환해 전용 템플릿으로 저장한다. 저장된 정보를 해킹하더라도 그 정보를 알 수도 쓸 수도 없다.이처럼 생체 인식 기술은 장점만큼이나 다양한 관점의 보완이 필요하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가까운 미래엔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생체 인식 안정성이 훨씬 높아질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미래의 얘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잠재적 기술이 지금도 사방에서 태동하고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