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야 먹는 남자: 도쿄 스시다이 편>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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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야 먹는 남자: 도쿄 스시다이 편>

미대식가(미식가+대식가) 자베의 맛집 탐방기. 그 남자는 오늘도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줄을 선다.

ESQUIRE BY ESQUIRE 2017.06.22

정확히 3시간 30분을 기다렸다. 아침 7시가 되어서야 '스시다이'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곳은 아침 6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점심 쯤 문을 닫는다. 일본인은 물론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스시를 먹기 위해 최소 3시간을 기다린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가면 5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스시다이는 도쿄 츠키지 어시장 내에 위치해 있다. 신선한 해산물을 바로 공수할 수 있어서 훌륭한 맛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주방장이 알아서 하나씩 스시를 내주는 코스인 오마카세가 한국 돈으로 4~5만원 선이다. 고급 스시집의 메카인 긴자에서 2~30만원은 줘야 맛볼 수 있는 수준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시간과 돈을 맞바꾸는 셈이다. 고급 스시를 안 먹어본 게 아니다. 맛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줄서는 이유가 궁금했다. 일단 에어비앤비로 검색해 걸어서 10분 거리에 숙소를 잡았다. 새벽 3시부터 기다려야 약 3시간만 기다리고 오픈에 맞춰 입장할 수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밤을 샜다. 기꺼이 동참해줄 호기심 많은 친구 둘과 동행했다. 긴자에서 3차까지 달리면서 술을 마셨다. 한 친구가 너무 흥에 취한 나머지 3시가 넘어서 술집에서 나왔다.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츠키지 시장으로 향했다.

3시 30분에 도착했는데 이미 앞에 50명가량이 줄을 서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앉거나 기댈 곳도 없었다. 한 친구는 기다리는 내내 짜증을 냈고 흥 오른 친구는 뒤에 선 미국인들과 쉴 새 없이 시끄럽게 대화를 나눴다. 지루하고 눈치 보이고 정신없고 다리가 아팠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육체적 고통이 밀려왔다. 포기할까 고민도 했다. 미국인들은 3시간이 가까워지자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드디어 차례가 찾아왔다. 안도와 기쁨과 환희가 몰려왔다. 자리에 앉아 주문하자 참치 대뱃살 스시를 내주었다. 오래 기다린 손님의 마음을 확실하게 헤아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기름기가 많은 부위인 만큼 코스 후반에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혀 위에서 참치 살이 녹아내림과 동시에 모든 종류의 고통이 함께 녹아내렸다. 다시는 나를 보지 않을 것처럼 짜증을 내던 친구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내게 눈인사를 건넸다. 미국인들이 가고 살짝 기가 꺾였던 흥 오른 친구는 어깨춤을 추며 호들갑을 떨었다.

딱 생각한 만큼의 맛이었다. 훌륭한 수준인 것은 확실하지만 두 친구만큼의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줄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고생 끝에 자리에 앉아 살짝 긴장이 풀린 뒤 첫 번째 스시를 입에 넣었을 때의 만족감과 행복감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흥이었다. 줄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첫 번째 이유를 깨달았다. 인내의 한계를 극으로 내몬 뒤 얻은 성취감. 자극의 강도가 상상 이상이다. 줄서는 남자의 줄서는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는 그날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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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이 충섭,사진|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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