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골프 R을 다시 말하는 이유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폭스바겐, 오랜만이다. 골프, 보고 싶었다. R, 여전히 걸출하다. | ESQUIRE,에스콰이어

정답이어서 인정하는 차폭스바겐 골프는 늘 정답에 가까운 차였다. 거의 모든 사용자의 용도와 취향을 포괄한다. 언뜻 무던해 보이지만 실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정확한 데서 오는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까탈스러운 성미도 아니라 질리지도 않는다. 오래도록, 원할 때마다 최고의 성능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골프의 진짜 실력, 다른 차가 흉내 낼 수 없는 탁월함이다. 골프 R은 골프 라인업 중 최고 성능 모델이다. 이미 디젤 고성능 모델 GTD와 가솔린 고성능 GTI가 있다. 둘다 그 자체로 아이콘이다. 골프 R은 더 높은 데 있다. 거기서 간이 똑 떨어질 성능으로, 하지만 비현실적으로 매끄럽게 질주하는 모델이다. 골프의 얼굴을 하고 골프 그 자체를 초월해버린다. 고성능의 고성능, 진보의 진보, 통쾌와 상쾌를 단숨에 관통한다. 레이스가 힙합이었다면 다 씹어 먹었을 성능. “도로 위에 레일이 깔려 있는 것 같았다.” 골프 R에 달린 사륜 구동을 두고 누 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미 제대로 된 차에 제대로 된 욕심과 기술을 담으면 이런 차가 나온다. 폭스바겐에 유독 엄혹하게 구는 이 시기가 지나면, 좀더 많은 사람이 골프 R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게 될까? 2014년, 골프 R을 처음 시승했던건 스웨덴 아르비사우르의 얼음 호수 위에서였다. 서울에서 탄 골프 R은 이미 2만5000km 이상을 혹독하게 달린 상태였다. 나토군이 혹한기 훈련을 하는 거기서나 초여름 태양이 작열하는 서울에서도 골프 R은 꼿꼿하고 팽팽한 채 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글_정우성오답이라도 인정하게 될 차폭스바겐 골프는 늘 실패하지 않는 똑똑한 선택이다. 어쩌면 그래서 새로운 R이 달갑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2년 전, 골프 R을 타고 굽이치는 산길을 달리며 더 이상 특별한 골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본디 R은 타협하지 않는 고성능이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별명에 어울린다. 소형 해치백의 평범함 뒤에 기술자들의 광기를 녹여낸 작품이다. 하지만 신형은 달랐다. 흠잡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것이 성숙했다. 매끈하게 돌아가는 엔진과 변속기가 달렸다. 똑똑한 사륜구동은 전후좌우로 딱 필요한 만큼만 동력을 보냈다. 코너를 돌파하는 속도는 골프 중에서 가장 빨랐다. 하지만 가슴 뛰는 흥분은 없었다. 심지어 두렵지도 않았다. 차가 너무 완벽했으니까. 운전자는 그냥 차를 거들 뿐이었다. 기술의 진보가 모든 것을 망쳤다고 생각했다. 차를 너무 잘 만들어서 오히려 광기어린 즐거움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의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나 주행거리 2만 5000km인 골프 R을 다시 탔을 때 새로운 걸 발견했다. 놀랍게도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마치 어제 뽑은 새 차처럼 반응했다. 이전과 움직임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 여유로운 주행 감각으로 운전자를 감쌌다. 그런데 내 마음은 약간 설렜다. 이렇게 똑똑하게, 한결같이, 오래 움직일 수 있는 차는 드물다. 언제 어디서든 내 생명을 모두 맡기고 신나게 달릴 수 있을거 같았다. 골프 R은 그런 자신감을 주는 차다.글_김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