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승자가 한국일 리 없는 이유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경제를 다루는 정부의 실력이 승패를 가를 것이다. | 4차 산업혁명

1차 산업혁명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산업혁명1차 산업혁명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산업혁명4차 산업혁명은 지난 대선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여러 후보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후보들과 자신을 차별화하려고 애썼다. 모두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변화에 민첩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 했다. 흥미로운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그 대응 역시 애매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발명한 증기기관으로 인한 획기적인 기술 진보를 말한다. 토머스 뉴커먼의 발명을 제임스 와트가 혁명적으로 개량하면서 노동자와 기계가 분업을 하기 시작했고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때부터 세계경제는 본격적인 경제성장을 시작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산업혁명 전까지 세계의 경제성장률은 연간 0% 이상의 의미 있는 성장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경제성장은 산업혁명 이후에야 비로소 가능해졌다.2차 산업혁명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산업혁명2차 산업혁명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산업혁명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제2차 산업혁명을 불러온 것은 대량생산 체제와 이를 가능하게 한 전기와 내연기관, 전화 등의 발명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높은 생산성을 이루는 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세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금보다도 낮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야 3%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소위 3차 산업혁명을 불러온 IT 기술의 발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컴퓨터의 도입으로 시작된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도입은 생산성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기업 전반에 도입된 컴퓨터와 인터넷이 생산성을 증가시켰다는 증거는 없고 오히려 선진국의 생산성은 지금까지 계속 하락하고 있다.3차 산업혁명 1969년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 시스템이 주도한 산업혁명3차 산업혁명1969년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 시스템이 주도한 산업혁명이런 와중에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주장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관점에서는 다소 뜬금없다. 4차 산업혁명은 신기술의 발명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도약하면서 사회와 경제 시스템이 급격하게 바뀔 것이란 주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발명으로 언급하는 것은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그리고 빅 데이터의 활용이다. 이런 기술로 자동차를 비롯한 운송 수단과 전자 기기가 연결되고, 인공지능을 적용하면서 인간의 지식 노동이 대체될 것이란 주장이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 데에는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영향이 컸다. 체스에 비해 경우의 수가 월등하게 많기 때문에 인간을 이기기 어렵다는 바둑에서 알파고는 이세돌을 네 번 이기고 한 번 졌다. 작년 3월의 일이다. 그리고 올해 5월에 벌어진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커제와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한 번도 지지 않고 세 번을 내리 이겼다.4차 산업혁명이란 말을 계속 듣게 되는 상황에는 몇 가지 함의가 있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은 경제의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로봇과 인공지능 같은 특정 부분의 기술 진보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이러한 기술이 산업의 전반적인 생산성을 빠른 시간 내에 비약적으로 증가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지금 세계경제의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게다가 생산성의 하락은 노동 생산성뿐 아니라 총요소 생산성으로 추정하는 기술 진보의 영역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금의 일자리 부족이 기술 진보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매체와 정치인들은 대중의 두려운 마음을 파고든다. 두려움은 돈과 표가 된다.둘째, 특정 기술의 진보가 전체 생산성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특정 분야의 기술 진보는 비숙련 노동자를 소수의 숙련된 인력과 기계로 대체시킨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진화하면 진화할수록 숙련도와 전문성이 낮은 기술을 가진 사람부터 높은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 순차적으로 대체된다. 소득 불평등이 지금보다 더 악화되고 고용 안정성은 더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1, 2차 산업혁명은 생산성 개선을 통해 노동자들의 소득수준을 향상시켰지만 최근의 기술 진보는 생산성 개선에 실패하고 노동자들의 소득수준은 악화시킬 것이란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셋째,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많은 직업이 사라지겠지만, 반면 새로운 많은 직업이 탄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금융시장에서도 정성적인 판단으로 하는 트레이더의 자리는 줄어들겠지만 정량적인 스킬을 가진 트레이더, 혹은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트레이더의 수는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시장의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축소시키거나 극단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일자리는 계속 생겨나고 또 기존 일자리는 계속 소멸할 것이며, 그 과정에 잘 적응하는 사람은 많은 돈과 직업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덕분에 수학과 과학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승자 독식의 경향이 더 심해진다.넷째, 자본을 가진 사람과 노동자 간의 불평등은 확대될 것이고 정치의 대중영합주의(파퓰리즘)는 그 간극이 더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영민한 정치인이 등장한다면 그 간극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 영민함으로 경제적 성취를 얻는 나라는 소수에 그칠 것이다. 예컨대 선진국의 청소부나 보모의 월급은 신흥 시장의 청소부나 보모의 월급보다 높지만 둘의 생산성 차이는 거의 없다. 새로운 이민자를 받아들이거나 로봇 같은 기계를 도입해 낮은 생산성의 노동자를 대체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생긴다. 무역 통합이나 지역 간 통합과 같은 시도를 정치적으로 저항한 결과가 브렉시트이고 트럼프의 집권이라면, 내 직업을 빼앗아가고 내 월급을 깎아먹는 기술에 대한 반감 역시 자연스럽다. 따라서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대해서 이민자나 다른 나라 제품을 대하듯이 세금을 부과하거나 제재를 가하자는 정치적 목소리도 자주 듣게 될 것이다.4차 산업혁명인공지능, 로봇 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4차 산업혁명인공지능, 로봇 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4차 산업혁명에 대해 기술 개발자들과 대중은 과도한 경제적 기대를 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4차 산업혁명 기업으로 꼽히는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양산 차 회사들과 비교하면 매출과 이익이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GM(제너럴모터스)의 작년 매출액은 1664억 달러에 달하지만 테슬라는 70억 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테슬라는 2015년부터 적자를 내고 있어 어떤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인지 고평가인지를 따지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을 따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올해 6월 13일 기준으로 589억 달러에 달해 523억 달러인 GM과 449억 달러인 포드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러한 시장의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실현되지 않을 위험 또한 매우 크다.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걱정하면서도 특정 기술의 발전을 간과할 수도 없다. 이들 기술을 탄생시키는 환경과 그로 인한 변화 모두 한 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술과 기술 간의 융합, 사물과 사람 간의 초연결성이 핵심인 기술 진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적 자본과 그 인적 자본의 축적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 시스템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사회 시스템은 유연한 노동시장과 교육 시스템 등을 전제로 하고, 특히 유연한 법률 제도를 근간으로 구성원이 그 법률을 사수하려는 법치주의 없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것이 소위 ‘소프트 파워’라고 부르는 힘이다. 물리적 인프라스트럭처는 자본의 투자로 가능하지만 이러한 소프트 파워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처럼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하는 노력 없이는 확보되지 않는다.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프레스콧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 교수는 하야시 우미오 도쿄 대학 교수와 함께 일본의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이 총수요뿐 아니라 총공급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둘러싼 논쟁은 주로 금융 정책과 재정 정책 같은 총수요 정책에 관한 것이었는데 프레스콧 교수는 일본의 총공급, 즉 잠재성장률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하면 일본의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이 장기 침체의 원인이라는 주장인데 여기에는 일본의 노동력 감소, 노동시간 감소, 그리고 총요소 생산성의 감소가 작용했다고 프레스콧은 주장했다.경제의 잠재성장률이란 활용 가능한 모든 생산요소를 총동원했을 때 이룰 수 있는 성장률이다. 최종 생산품을 만들려면 노동력, 인적 자본, 물적 자본이 필요한데 노동력을 늘리거나 인적·물적 자본을 더 투입하거나, 같은 노동력과 인적·물적 자본으로 전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즉 생산성이 증가하면) 잠재성장률이 증가한다. 생산성 향상이 곧 기술의 진보는 아니지만 기술의 진보는 생산성 향상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경제학에서는 총생산과 총소득을 일종의 항등식으로 일치한다고 보기 때문에 소득을 증가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후생의 증가는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는 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잠재성장률은 장기 총공급이라고 부르고, 각 경제는 정책 기조에 따라서 수렴하는 성장 경로가 존재하는데 이 성장 경로를 따라 각 경제의 1인당 국민소득이 동일한 성장률로 증가한다. 프레스콧은 생산 활동에 사용하는 공공 지식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각 나라의 성장 경로 수준이 다른 것은 각 나라의 정책 기조가 다르기 때문이다.프레스콧은 트럼프 정부의 법인 소득세율 감면과 과세 기준 확대 및 한계 세율 인하,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규제 완화와 의료 서비스 지출 통제가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의 경우도 세금 인상 같은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내놓는 대신 법률과 규제 시스템을 보다 더 생산성 친화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프레스콧의 주장은 정치적으로 우파의 주장이지만 경제학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다. 경제학의 원리는 좌우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에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강요하거나, 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을 기준으로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재정 지출을 통해 공무원 고용을 늘리는 것은 모두 경제의 잠재 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정책이다.올해 5월에 열린 주주총회를 앞두고 2월 25일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워런 버핏은 미국 경제가 계속 다른 나라들을 앞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열거한 네 가지 이유는 개인의 창의성, 시장경제 시스템, 재능 있는 이민자의 유입, 그리고 법치주의였다.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기술 진보와 생산성 향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경제적 요인과 거의 같다. 개인의 독창성이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사회체제와 교육 시스템에 달려 있다. 시장경제 시스템이란 결국 경쟁을 중시하고 차별을 멀리하는 시스템이다. 재능 있는 이민자의 유입은 경쟁과 차별의 감소를 의미한다. 법치주의란 경제가 일정한 법률적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버핏의 말대로 4차 산업혁명의 승자는 미국이 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을 추종하는 영국과 일본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최근의 경제 기조를 고수한다면 한국은 승자의 리스트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