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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7일 언니네이발관의 프런트맨 이석... | 이석원,언니네이발관,은퇴

지난 8월 7일, 언니네이발관의 프런트맨 이석원의 은퇴 기사를 봤다. 그렇다. 정말 은퇴했다. 지난 6월 이석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려 9년 만에 새 앨범을 냈으니 인터뷰 한번 하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그는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사실 이번 앨범 내고 쇼케이스도 라이브도 안 할 예정이에요. 왜냐하면 제가 이번 앨범을 끝으로 음악을 그 만둘 거거든요. 그러니 인터뷰도 못 할 거 같아요. 미안해요.” 정말이냐고 물었다. 정말이라고 했다. 그럼 일단 인터뷰는 됐으니 술이나 먹자고 했다.솔직히 잠깐 하는 생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언니네이발관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를 발매한 2008년 당시 그는 6집 앨범 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긴 했다. 어쨌든 지난 6월, 광화문국밥에서 이석원을 만났다. 과거에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언니네이발관 앨범 다섯 장을 들고가 사인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이날도 새로 나온 6집을 들고 가 사인을 받았다. 그리고 국밥과 수육을 시킨 뒤 소주잔을 채우며 정말 은퇴할 거냐고 물었다. 정말이라고 했다. 아쉽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이석원을 처음 만난 건 8년 전이었다. 당시 그는 시네마디지털서울 2009라는 디지털 영화제의 공식 트레일러를 연출했고, 이를 빌미로 영화제 홍보팀을 통해 그를 섭외해 인터뷰를 하게 됐다. 광화문 씨네큐브 지하에 있는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그는 생각보다 말수가 없었다. 답변에 성의가 없는 건 아닌데, 말이 나오다 멈추는 느낌을 받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인터뷰를 다시 하자는 제안이었다. 의아했지만 피할 이유가 없었다. 다시 날을 정했고,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그를 만나 왜 인터뷰를 다시 하자는 건지 물었다. 그가 답했다. “그날 시간적인 문제로 영화제 직원분이 인터뷰를 중간에 자르지 않았나. 그리고 나도 공연을 앞두고 힘든 상황이었고, 사실 영화제 관련 인터뷰로만 생각했다가 예기치 않게 음악적인 질문을 많이 받으니 급작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어쨌든 공연을 마친 직후라 그는 더 이상 목 상태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난 뒤 녹음기를 보니 녹음 시간만 3시간 28분이었다. 그 당시 인터뷰 전에 이석원은 6집 앨범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발언에 관해 “내 두려움이자 막연한 예상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음악을 하는 괴로움을 이렇게 토로했다.“지금 우리가 앨범 내는 추세로 봤을 때, 내가 마흔 한 살이나 두 살쯤 6집이 나온다 하면 7집은 40대 중반에 나온다는 얘기거든. 그랬을 때 나처럼 음악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선에 도달하지 않은 앨범을 만들어낸다는 걸 견딜 수 없을 것이고, 아마 그렇다면 더 이상 음반을 내지 않을 거다. 생물학적으로 40대 넘어서 자기 페이스를 제대로 내는 작곡가가 얼마나 되나 봤을 때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 그러니까 아마 6집이 마지막이 되지 않겠나 싶다. 사실 지금 생각으론 6집이 나올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다행히도 6집은 나왔다. 불행히도 그는 은퇴했다. 물론 그의 불행이 아니다. 나의 불행이다. 언니네이발관 노래를 좋아하는 모든 이의 불행이다. 2차 장소로 이동하며 함께 걷던 그날 밤, 나는 이석원에게 역시 아쉽다는 말을 아이돌 후크송처럼 반복했다. 그가 멜로디만 붙이면 노래도 될 뻔했다. 그리고 그 날도 얘기했지만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어차피 서태지도 은퇴했다가 돌아와 앨범을 냈고, 김대중 대통령도 정계 은퇴를 했다가 번복한 적이 있다. 그러니 행여 다시 음악을 하고 싶거들랑 자신의 선언 따윈 아랑곳하지 말고 번복해달라고. 물론 그의 성정을 보건대 그가 자신의 말을 돌이킬 것 같진 않다만, 인생이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니. 어쨌든 그래도 당신이 앨범 한 장 더 발매해준 덕분에 인생의 낙 한 칸이 늘었다. 그게 고마웠다고, 그동안 당신의 음악을 듣고 자라며 좀 더 풍요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었다고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에 6집 앨범 커버에 쓰인 6을 거꾸로 돌려 9를 만들어봤다. 언젠가 거짓말처럼, 이석원이 다시 노래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