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타의 사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축구계를 떠난 나카타는 거의 도를 닦는 자세로 사케를 만들고 있다. | 사케,N 사케,나카타

N 사케를 만들면서 무엇을 떠올렸나?와인과 경쟁할 수 있는 것. 그냥 사케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20년 전만 해도 서울의 한식당이나 일식당에서 와인을 얼마나 두었을까? 많지 않았지. 하지만 지금은 많은 레스토랑이 와인이나 샴페인을 갖다 뒀다. 사케도 당연히 다른 나라의 음식과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 한국, 중국, 그리고 프랑스 레스토랑에서도. 그래서 나는 사케를 다른 음식과 페어링하는 일에 도전하려 했다.일본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일본엔 사케 말고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많다. 소주도 있고, 하다못해 채소 절임도 있고. 왜 사케였나?나는 장인들과 일하는 걸 좋아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도 많다. 농부도 있지. 하지만 식품은 무역 규칙이 까 다롭다. 수출하기 쉽지 않다. 반면 사케는 수출하기 쉽다. 내게 중요한 건 일본 국내 시장이 아니다. 그 안 에는 이미 많은 업체가 있다. 일본 밖은 어떨까? 한국에 일본 레스토랑이 얼마나 있나? 엄청 많겠지? 그 모든 일본 레스토랑에는 사케가 있다. 사케의 해외 시장이 점점 커질 거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아무도 사케 브랜드를 모른다는 거다. 다들 그냥 사케를 달라고 하지 어떤 브랜드의 사케를 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정보가 없으니까. 그게 내가 사케를 택한 이유다. 시장을 봤다. 일본의 사케 비즈니스를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해외 사케 시장을 만듦으로써.N 사케 맛을 통해서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사이에 있는 맛을 만들려 했다. 사람들은 사케가 생선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나는 생선 말고 붉은 고기와도 잘 어울리는 술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N 사케는 보통 사케에 비해 조금 더 달다. 보통 사케보다 좀 더 풍부한 맛이 난다는 거지. 말하자면 숙성된 화이트 와인 맛 같달까. 그래서 고기 와도 잘 어울린다.당신은 이탈리아에서 오래 살았다. 거기서 어떤 영향을 받았나?라이프스타일, 더 나아가 삶에 대한 열정. 디자인, 음식, 패션, 건축에 대한 열정. 이탈리아 사람들은 삶의 아름다운 면모를 사랑한다. 모든 건 아름다워야 하고, 아름답게 완성되어야 한다. 인지도나 가격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삶의 질에 대한 이야기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가, 당신이 무엇을 입는가, 무엇을 쓰는가, 그 작은 모든 것이 아름답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당신의 나라인 일본 사람들도 삶의 질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바로 그거다. 나는 일본과 이탈리아에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인이나 음식 문화 같은 것들. 방식은 다르지만 비슷한 주제가 있다. 그래서 내가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을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으면서도 이런 걸 하고 있겠지.일본 사케는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 ‘이건 일본의 전통’이라는 주장이 느껴진다. N 사케는 병 디자인 부터 반대다.지금 사케 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거의 모든 라벨이 일본어로 쓰여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본 밖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은 그걸 못 읽는다. 읽지 못한다면 품질이 좋아도 기억하지 못한다. 사케 산업은 전통적인 산업이라서 여기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 규칙을 바꾸려 하지 않더라. 그래서 ‘오케이, 내가 새로운 브랜딩을 보여줄게’라고 생각했다. N 사케에는 레이블이 없다. 레이블이 없는게 이 사케의 레이블이다. 나는 이 아름다운 병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레이블이 아니라 병만 보고도 ‘아, 이 사케’ 라고 생각하도록, 기억하도록. 동시에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나서도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병을 만들고 싶기도 했다.사케까지 만드는 걸 보면 당신은 취향이 꽤 좋을 것 같다.모든 아름다움을 좋아하긴 한다. 옷이나 디자인 같은 걸 넘어서 아름다운 인간의 내면도. 걷는 방식, 말하는 방식, 앉는 방식, 음식을 보여주는 방법도 아름다운 게 좋겠지. 그게 비쌀 필요는 없다. 취향도 마찬가지다. 아주 복잡할 필요도, 너무 과할 필요도 없다. 나는 사람이 바보 같지 않다는 사실을 믿는다. 뭔가가 좋다면 많은 사람이 그게 좋다는 걸 안다. 그건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인간의 본능이라는 건가?좋은 물건은 늘 사람들이 이해한다는 뜻이다. 내가 좋은 사케와 좋은 병, 아름다운 뭔가를 만든다고 해도, 그게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배웠다는 뜻일까? 아니지. 나는 그냥 모두에게 가장 좋은 걸 만들려 했을 뿐이다. 물론 나는 내 취향을 찾기 위해 많이 공부했다. 하지만 난 아직도 좋은 사케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걸 좋아했나?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각자 다른 방식으로?사실 나는 당신의 축구를 기억한다. 당신의 움직임이 아름다웠거든. 특히 당신의 패스를 좋아했다.내게는 축구도 아름다워야 했다. 골을 넣거나 강력한 플레이를 하는 것도 좋지. 하지만 내게는 간결한 플레이가 늘 가장 좋았다. 그게 가장 아름다웠고.어떤 사람에게 N 사케를 권하고 싶나?모든 사람에게. 모두 좋아할 것이다.당신은 여행도 많이 다녔다. 어느 도시를 가장 좋아하나? 어디서 살고 싶나?나는 100개 이상의 나라를 가봤다. 그중에서 많이 좋아하지는 않은 곳은 있었겠지. 하지만 거의 모든 곳에 또 가보고 싶다. 그리고 요즘은 세계의 모든 곳에 가볼 수 있다. 왜 꼭 한 군데를 골라야 하지? 나는 더 찾고 더 배우고 싶은데.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 가보고 싶다.그러면 다음 목적지는?비밀이다.사케를 넘어서려는 사케이게 나카타가 그렇게 자랑한 그 술인 N 사케다. 나카타 히데토시와 아키츠나 타카기 주조사가 협업한 프리미엄 사케다. 일본 야마가타현의 부드러운 물과 효고현에서 생산한 쌀에 아키츠나 타카기 주조의 노하우가 들어갔다. 아키츠나 타카기는 1615년에 시작해 15대째 사케를 만드는 주조사다. 일본의 전통 주조 기술에 나카타 히데토시라는 (거의) 해외파 프로듀서를 붙인 셈이다. 꽃을 꽂아도 될 법한 병은 오피스 넨도가 디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