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브리오니와 헤어지고 직접 브랜드를 만들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근사한 브랜드 SSS 월드 코퍼레이션(SSS World Corp)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SSS 월드 코퍼레이션은 그래픽 아티스트인 베니 로빈슨과 함께한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브리오니에 있을 때 메탈리카의 리드 기타리스트 커크 해밋의 의상을 디자인했다. 서퍼 느낌이 나면서 어둡고 불량해 보이는 스타일 이었다. 브리오니와 헤어진 후 베니와 나는 그런 옷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고, 어느 날 베를린에서 만난 요르크 코흐와 마리아 코흐에게 그것들을 보여줬다. 맞다. 바로 그 악명 높은 패션 잡지 <032c> 소유주들. 두 사람이 우리 프로젝트를 너무 좋아했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어라’, ‘우리가 공동 창립자가 되어 도와주겠다’고 하길래 바로 그렇게 했다.
뜬금없고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는데?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몰랐다. 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다. 시대 가 요구하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뿐이다. SSS는 항상 ‘지금’을 강조한다. 그것이 스트리트웨어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포멀한 스트리트웨어 말이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재미있을 뿐이고 대단한 계획 같은 건 없다.
누군가 SSS 월드 코퍼레이션이 어떤 브랜드냐고 물으면 뭐라고 설명하겠나?
진짜 멋을 아는 사람을 위한 끝내주는 브랜드.
당신의 브랜드를 누리고 싶으면 어디로 가야 하나?
런던 셀프리지, LA 맥스필즈, 마이애미 웹스터, 도쿄 GR8, 서울의 갤러리아 백화점, ssense.com과 032c.com 등. 온라인 숍을 운영할 계획도 있다.
파리에서 첫 컬렉션을 공개할 때 하루에 세 번이나 쇼를 했다.
여태껏 다른 사람들의 쇼를 1000번 정도 찾아가 봤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건, 시선을 사로잡는 뭔가를 할 수 없다면 그냥 쇼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시간 낭비, 돈 낭비다. 쇼는 너무너무 많은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으 려면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쇼를 구성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세 장소에서 세 시간대에 쇼를 나눠서 진행했다. 허가도 받지 않았다. 허가받은 곳이 아니라 원하는 곳에서 옷을 보여주고 싶었다.
심지어 장소가 방돔 광장이었다. 불량해 보이는 모델들이 호화로운 광장에서 자유롭게 걷는 모습이 이질적이면서도 아주 쿨했다.
사실 방돔 광장, 몽테뉴 거리는 쇼를 진행할 만한 여건이 아니었다. 그래서 게릴라 형식으로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이 언제든지 우리를 제지하고 중단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쇼가 진행되었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모든 것이 정리될 수 있도록 재빠르고 신속해야 했다. 이렇게 급박했던 쇼 구성은 에티엔 루소가 맡았다. 샤넬, 디올, 에르메스의 쇼를 연출한 친구인데 내 프로 젝트가 마음에 들어 흔쾌히 도왔다.
KEY LOOKS
셔츠는 200달러 선, 슈트는 1000달러 선이다. 예상보다 가격이 합리적인데?
멋지고 품질 좋은 옷이 반드시 비쌀 필요는 없다. 럭셔리 패션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럭셔리’라는 단어는 잘못 이해하기 딱 좋은 표현이다. 최근 5년 동안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럭셔리하다는 건 브랜드의 분위 기를 나타내는 것이지 가격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세련된 감각과 뻔한 스타일을 구분 짓는 기준점 같은 거다. 스타일은 절대 돈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당신은 늘 근사하게 스리피스 슈트를 입는다. SSS의 스타일링은 방탕하지만 분명 테일러링의 면모가 느껴진다. 하지만 요즘 테일러링은 종종 진부하고 지루한 것으로 취급받는다.
그 이유를 알 것 같긴 하다. 왜냐하면 너무 포멀하니까. ‘테일러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뚱뚱한 미국인 사업가가 떠오른다. 내게 테일러링은 자신감을 심어 주는 과정이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곳에서 슈트를 입거나, 청바지나 티셔츠 와 함께 스타일링하면 느낌이 다르다. 좋은 슈트는 남자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본인만의 개성을 살려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한다면 특히 더. 그래서 나는 항상 나만의 방식대로 옷을 입는다. SSS 월드 코퍼레 이션도 이런 철학으로 접근한다. 우리 브랜드의 스리피스 슈트는 카키색이다. 전혀 식상하지 않다. 검은색이나 와인색 벨벳 슈트는 티셔츠와 꽤 잘 어울리고.
몸에 완벽하게 밀착되는 당신의 슈트들은 당연히 테일러링이겠지?
내 슈트는 모두 맞춤이다. 최근 8년간 대부분 옷을 맞춰 입었다. 신발이나 특별한 아이템은 루이비통에서 산다. 가죽 재킷, 바이크 데님은 아크네 스튜디오 에서, 스포츠웨어는 나이키, 티셔츠는 032c, 선글라스는 선글라스 헛에서.
당신이 왜 맨날 섹시한지 이제 알겠다. 당신의 브랜드인 SSS도! 하지만 보통의 남자들에게 ‘근사하게 섹시해지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섹시함이란 자신감과 멋짐에 은밀한 위험을 살짝 더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섹시한 남자들을 살펴보면 살짝 위험한 구석이 있다. 커트 코베인, 짐 모리슨, 스티브 맥퀸, 믹 재거, 제임스 딘, 조니 뎁. 진짜 끝내주는 남자들이다.
스트리트 사진에서 당신 곁에는 늘 베로니카 헤일브루너가 있다. 오랜 연인과의 사랑 이야기도 궁금하다. 남자에게는 테일러링도 중요하고 섹시함도 중요하지만 사랑도 너무 중요하니까.
베로니카는 정말 특별한 여자다. 나도 내 사생활이 있기 때문에 그녀에 대해 많은 걸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사랑이 중요하다는 건 확실하다. 사랑은 우리를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곳으로 이끈다. 어떤 때는 정말 환상적이지만 때때로 지옥에 빠진 기분이다. 사랑에 빠진 적이 없다면, 사랑으로 인해 가슴이 미어 진 적이 없다면 남자라고 할 수 없다.
최근 그녀와 함께 런던으로 이사한 것 같은데, 새로운 동네는 어떤가?
3주 전에 이사했다. 베를린에 살 땐 주로 집에 머물며 조용한 삶을 즐겼다. 1년 중 9개월은 집에 있었으니까. 집에 있는 것 자체가 세상으로부터 숨는 것이었다. 집에서 한가하게 요리하고 TV 시리즈나 NBA 보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지금은 런던에 있어서 그렇게 하기가 조금 힘들 지만. 아, 집 아래층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레스토랑 스콧이 있다.
스콧에서 즐겨 마시는 건?
진 토닉. 오후 6시쯤 골디 진을 마시는 순간을 사랑한다. ‘운동을 했으니 진 토닉쯤은 마셔도 되겠지’ 하는 방탕한 생각으로.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프렌치 75라는 칵테일이다. 파리 리츠 호텔에 있는 헤밍웨이 바의 주특기다.
최근 당신을 열광하게 한 순간은?
올해 초에 포뮬러 원 레이스 카와 비슷한 자동차를 몰았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짜릿하고 무섭고 신나는 경험이었다. 그 이후로 완전히 중독됐다. 마침 오프 화이트 쇼에 갔는데 포뮬러 원 챔피언 루이스 해 밀턴이 내 옆에 앉았다.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올해 또 특별한 소식은 없나?
‘골디’라는 진을 론칭하려고 한다.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와 돈이 드는 일이지만 역시 너무 재미있다. 처음 해보는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좋은 파트너들이 곁에 있기 때문에 결과가 기대된다. 론칭하면 서울에 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