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찾아봤어?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검색어로 살펴보는 사람들의 야한 속마음. | 섹스,검색

일 때문에 남의 섹스 이야기를 듣는다. 현실은 상상을 압도하곤 한다. 아무리 대단한 뭔가를 생각하려 해도 남이 무심코 하는 말보다 못하다. 내 머리로는 정액의 맛을 “콧물보다 10배 짠맛”이라고도, 애액을 “건전지 맛”이라고도 표현하지 못한다. 그걸 깨달은 후부터 남의 섹스 이야기를 묻는다. 놀라울 정도로 용감하고 솔직한 지인이 몇 있다. 늘 고마워하지만 종종 궁금해진다. 내가 이 사람의 말을 어떻게 믿지? 믿어도 될까?이 의심은 합리적이고 유서 깊다. 를 만드는 팀의 고민 역시 데이터 입수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수집하는 대답의 진위를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섹스는 내밀하고 취향은 다양하니까 누구나 자기 마음을 숨길 수 있다. 그러다 요즘은 아무도 마음을 숨기지 않는 영역이 생겨났다. 검색어다.사람들은 검색할 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체면 차리는 말도 필요 없다. 검색창에 “실례지만” 같은 말도 쓸 필요 없다. 일찍이 이 인간 심리의 쓰레기통 혹은 보물 창고에 집중한 사람들이 있었다. 보스턴 대학교의 오기 오가스와 사이 가담은 10억 건의 검색 결과, 500만 건의 성인 구인 광고, 4만 개 이상의 성인 웹사이트, 에로 소설 등을 분석해 남녀의 욕망을 분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들이 쓴 에는 제목의 방정맞은 어감과는 달리 진지한 내용이 실려 있다. 남자들은 시각적 포르노를 검색하고 여자들은 픽션을 검색한다. 남자는 시각에, 여자는 이야기에 약하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입증됐다고 책에는 적혀 있다.검색어의 쓰임새는 성 심리 파악보다 훨씬 넓다. 검색어는 디지털화한 인간의 속마음이며 인간의 속마음은 아주 귀한 자원이다. 세스 스티븐스다비도위츠는 올해 나온 에서 이 부분을 파헤쳤다. 그는 유권자의 마음을 분석한 결과를 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유권자의 심리와 성적 취향은 속마음을 숨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검색어로는 투표율을 파악할 수 있다. 투표 방법, 투표장, 투표 기간 등을 검색하기 때문이다. 이를 따라가면 지역별 실제 투표율을 예측할 수 있다. 말이 섞일 출구 조사보다 훨씬 정확한 계측 방법이다.나도 블로그를 운영한다. 종종 의 섹스 칼럼을 올린다. 블로그를 하면서 개인적 블로그로도 꽤 많은 데이터를 구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섹스 칼럼을 올리자 못 보던 데이터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성적 검색어였다. 내가 올린 섹스 원고가 그물처럼 사람들의 검색어를 잡아낸 결과였다. 블로그에 올라온 한정된 글에 대한 검색어지만 그 안에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날것 그대로의 호기심이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하루에 한 번씩 내 블로그에 들어온 성적 검색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 올린 게 8월 3일이니까 두 달 조금 넘었다. 나도 그만큼의 데이터를 갖게 됐다.내 블로그의 검색 통계에 따르면 2017년 8월 3일부터 2017년 10월 14일까지 약 110건의 섹스 관련 검색어가 잡혔다. 저 110건 중 딱 1번만 검색된 말도 있고 여러 번 검색된 말도 있다. 예를 들어 ‘모하비 카섹스’나 ‘바르는 콘돔’을 검색한 블로그 유입은 1회뿐이었다. 단일 검색어 중 가장 많았던 건 ‘입으로 해줄 때’였다. 이 검색어는 약 3개월 동안 16회나 검색됐다.도서관 서가에서는 책등의 제목만 훑어봐도 뭔가 짐작이 갈 때가 있다. 내 블로그의 검색어를 보면서도 이것저것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섹스를 잘하는 여자란’, ‘섹스 잘하는 여자’, ‘섹스 좋아하는 여자’ 등의 검색어가 복수로 집계됐다. ‘이 여자가 이렇게 잘하다니 과거가 있는 것 아닐까?’라는 막연한 불안 같다. 신기하게도 섹스 못하는 여자에 대한 검색어는 없었다. 섹스를 못하는 여자의 과거는 궁금하지 않은 것도 편협인데. 그녀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의미니까. 섹스 잘하는 여자나 좋아하는 여자를 만난 건 당신 인생에서 복이니 감사히 여기기 바란다. 반면 여자들은 ‘섹스 못하는 남자’를 검색한 것 같았다. 쯧쯧.내 블로그에 김예리 씨를 검색하는 사람이 많다. ‘솔직한 김예리’, ‘붕맨꿀 김예리’, ‘에스콰이어 김예리’, ‘붕맨꿀’ 등. 이 소식을 전하자 김예리 씨는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늘 솔직했을까? “거짓말한 적 없어요.” 김예리 씨가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대답했다. 그러면 일어난 일을 말하지 않은 적은? 그녀의 곧은 눈빛이 12시 5분 정도로 미세하게 움직였다. “말 안 한 적은 있죠. ‘뭐 그런 것까지 굳이 (말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김예리 씨도 검색을 해봤을까? “애널 섹스를 처음 했을 때요. 나는 하나도 안 좋고 아파 죽겠는데 어떻게 해야 여자도 좋아질 수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검색을 해봤지. 하지만...” 김예리 씨는 극적으로 말을 멈췄다. “기술적인 부분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때 깨달았죠. 사랑이 그렇듯 섹스도 글로 배울 수 없구나. 사랑과 섹스는 경험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이구나.” 붕맨꿀 김예리 선생이 들려주는 인생의 교훈이다. 뒤이어 김예리 씨는 자신의 대단한 애널 섹스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예리 씨가 직접 말해주는 애널 섹스의 느낌은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온다. 12월호 에서 만날 수 있다.그리고 생각나는 검색어들섹스와 일 잘하는 사람가장 궁금한 검색어였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걸 검색하셨던 걸까? 일 잘하는 사람과의 섹스가 좋을 것 같다? 직장 사람과 어쩌다 자게 됐는데 생각해보니 상대가 일을 잘해서 매력적이었던 걸까?만날 때마다 모텔당신도 좋다면 모르겠지만 검색을 했다는 건 이렇게 굴러가는 관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뜻을 말하는 게 좋겠다. 머쓱하고 어려워도 할 때는 해야 한다.섹스가 좋아요김예리 씨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