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라면집 2편 손맛의 라제비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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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라면집 2편 손맛의 라제비

흔한 음식도 맛과 사연을 담으면 치명적이다. 40년 가까이 흑석 시장 한켠을 지켜온 국숫집. 여전히 중앙대 학생들이 그곳을 찾는 이유가 있었다.

ESQUIRE BY ESQUIRE 2017.12.01

수목식당

40년 가까이 한 자리만을 지키는 가게가 있다. 물 수, 나무 목. 물 주는 나무처럼 쑥쑥 자라라고 지은 이름 수목식당. “이름 때문에 수요일, 목요일만 하는 줄 아시는 분들도 더러 있어. 단골들은 괜히 ‘수목드라마’, ‘수목원’이라 부르는데 애칭이야 애칭.” 2대에 걸쳐 국수를 삶아온 이 가게는 흑석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자 유일한 국숫집이다. “옛날엔 이 일대가 다 국숫집이었는데 개발 때문에 다 사라지고 홀로 남았지. 그 시절 맛이 그리워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아.” 그런 국숫집에서 요즘 가장 인기 좋은 메뉴는 라제비. 원래 있던 수제비를 라면에 넣은 것이다. “라면 하나만 먹으면 밥 먹은 것 같지가 않잖아. 그래서 수제비를 넣었지. 배부르라고.”

넉넉한 인심 덕에 푸짐한 라제비는 매섭게 끓더니 손잡이도 없는 양푼에서 그릇으로 금세 옮겨졌다. 그 맛은 짭조름하다. 밀가루가 한껏 밴듯한 걸쭉한 국물에 라면 본연의 맛과 마지막에 뿌려지는 후추의 짭조름함이 어우러진다. “특별한 건 없지 뭐. 중요한 건 타이밍과 불 세기야.”라며 겸손을 보였지만, 이 라면의 포인트는 육수에 있었다. 매번 황태, 멸치 등으로 직접 칼국수 육수를 내는데, 라제비에도 그 육수가 사용되는 것. 수제비 역시 직접 반죽해 그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오래되다 보니 단골도 많다. 주변에 학교와 대학 병원이 있어 사연 많은 손님들이 이곳을 오간다. 마음 아픈 손님도 있었다. 암 투병 중인 환자 중 “마지막이에요. 안녕히 계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젊은 아주머니는 여전히 가게 아주머니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손님 중 하나. 그런가 하면 차츰 몸이 회복돼 처음에는 먹지도 못한 맵고 짠 재료도 팍팍 넣어달라는 아저씨도 계셨다고. 오래되다 보니 그 역사를 함께한 단골도 있었다. 혼자 오다가 부부가 되어 오더니 어느덧 아이들까지 데리고 오는 손님. 혹은 학생 때 찾았던 이 식당을 아들, 손자와 함께 찾는 할아버지 손님도 여럿이다. 그래서인지 가게 아주머니는 라제비의 맛을 ‘정겨운 맛’이라 묘사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 라제비를 추천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입맛 없는 분”이라 답했다. 감기 때문에 입맛이 뚝 떨어진 지금, 아주머니 말대로 무척이나 라제비가 먹고 싶다.

주소 서울시 동작구 서달로14나길 28

문의 02-816-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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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예진 정,사진|이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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