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과 옷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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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과 옷

김원중은 옷을 보고 옷을 입고 옷을 사고 옷을 만든다.

ESQUIRE BY ESQUIRE 2017.12.05

백진희(이하 백) 사기꾼이세요?

김원중(이하 김) (박수를 치며) 저 맞습니다.

신기주(이하 신) 백진희 에디터와 김원중 씨는 패션 에디터와 모델로서 <에스콰이어> 패션 화보 작업을 자주 함께 하잖아요. 그런 두 사람이 사기꾼이라고 부르면, 편집장인 나는 뭐가 되나!

백 _ (무심하게) 사기당한 거죠, 뭐.

신 _ (허탈하게) 원래 예술은 절반이 사기라더니, 여기는 태반이 사기네.

백 _ 2018S/S 쇼에서도 백남준 선생님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하셨잖아요. 거기에다 87MM은 아예 이렇게 덧붙였죠. “우리는 원래부터 사기입니다.”

김 _ 정말 이번 쇼에서만큼은 제대로 사기꾼이 돼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아티스트가 아니라. 저는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어떻게 보면 아티스트라는 말 자체에 대해 반감이 있는 편이거든요.

백 _ 모델이자 디자이너인 김원중이 아티스트가 아니라면 누가 아티스트인가요?

신 _ 다들 아티스트라고 불리고 싶어서 안달인 자기 홍보 시대에!

김 _ 저는 정반대인 것 같아요. 저는 아티스트란 자기 작품에 대해 추상적이거나 중의적인 메시지를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게 불편해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스로의 이미지를 무한 바이럴하는 사람들 속에서, 저를 아티스트라고 규정하고 제 디자인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설명한다는 게 솔직히 싫어요. 오히려 모델이나 디자이너로서 사람들을 만나거나 이렇게 인터뷰할 때 일부러 제 깊이를 더 파서 말하지 말자고 자주 생각해요. 얕으면 얕은 대로인 거죠.

신 _ 말씀을 듣고 보니 “우리는 원래부터 사기입니다”라는 87MM의 말이 오히려 절대 가짜가 되고 싶진 않다는 다짐처럼 들려요. 패션계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가 참 어려운 세계잖아요. 가짜가 진짜가 되는 이미지의 연금술이 횡행하는 세계니까. 디자이너의 단순한 의도나 모델의 무심한 포즈에도 열광하고, 그걸 바탕으로 구축된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소비자들이 거금을 쓰는 세계.

김 _ 모델을 하면서 그런 경험은 충분히 한 것 같아요. 벌써 데뷔한 지 7년은 된 것 같은데.

백 _ 2009년 데뷔.

김 _ 모델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제 존재감이 컸던 것 같고, 지금도 그러리라고 믿어요. 그런 친구들 앞에서 특강을 하든 토크 콘서트를 하면서 그런 경험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를 허황된 해석으로 포장하는 건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요. 87MM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디자인을 병행하면서부터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를 포장하고 싶지 않다는 의식이 더욱 강해진 것 같고.

신 _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병행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그렇게 포장을 거부하고 진짜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큰 사람이라서 모델에 머물지 않고 디자이너로 나아가게 된 게 아닐까요? 모델은 순간의 진실 속에서 사는 존재잖아요. 런웨이나 스튜디오에서 입는 옷이 자기 옷도 아니고. 그렇게 담긴 이미지는 정말 나인가, 그렇다면 진짜 내 것은 무엇인가, 그런 고민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되네요.

김 _ 좀 더 진중해지고 싶었어요. 모델은 제 젊은 시간을 빛낼 수 있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직업이죠. 패션 화보도 그중 하나고요. 반대로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의 얼굴이나 이미지를 팔아서 옷을 만들고 팔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날 포장할 필요도 없는 거고.

백 _ 그렇게 진지한데 왜 우리는 원래부터 사기였다고 한 건데요? 얘기 듣고 보니까 사기는커녕 세상에 둘도 없는 진짜이고 싶어 하면서.

김 _ 위악을 떤 위트일 수 있겠다 싶어요. 솔직히 이번 쇼를 준비하면서 제가 87MM 회사 식구들을 정말 많이 괴롭혔거든요. 저도 힘들고 식구들도 되게 힘들어했어요. 다들 예민하니까 저도 눈치 보이고. 제가 예민하게 굴 때는 미안하면서도 또 예민하게 굴고.

백 _ 이번 쇼는 런웨이 형식이 아니라 프레젠테이션 형식이었잖아요. 장소도 청담동 호림아트센터였고. 바닥까지 온통 하얀색이었어요. 특히나 바닥은 하나하나 흰색 테이프로 붙여놓았던데, 그걸 87MM식구들이 전부 손으로 붙였다면서요.

김 _ 두 분은 87MM 옷을 구매해본 적이 없겠지만, 보통 소비자한테 우리 옷을 배송할 땐 그 테이프로 봉인해서 나가요. 쇼장 바닥을 그 테이프로 채워놓은 건 87MM을 아는 분들한텐 의미가 있는 거죠. 또 사람들이 우리 쇼에 왜 올까 생각했거든요. 87MM 옷을 보러 오는 이유도 절반이지만 내가 이 쇼에 왔다고 소셜 미디어에 노출하기 위한 것도 절반은 있다고 봤어요. 가만 보면 그때 찍는 사진 중 상당수가 자기 신발이에요. 이상하지만 사실이라. 그 사진에 바닥을 채운 우리 테이프가 함께 노출되겠구나 생각했어요. 정말 다방면으로 생각했죠.

신 _ 정말 다방면으로 생각하는 디자이너 겸 CEO 덕분에 87MM 식구들이 그 테이프를 밤을 새워서 한 땀 한 땀 붙였단 말이군요.

김 _ (웃음) 다들 너무 고생했죠. 그래서 “예술은 다 사기”라고 한 건 다들 웃으라고 툭 던진 말 같은 거예요. 어차피 우리 사기니까 다 잘될 거야, 다 잘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그렇게 부담 없이 시작하고 싶었고, 그런 내부적인 순간들을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될 때 메시지로 던져주고 싶었어요.

신 _ 87MM 같은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어쩌면 디자인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요. 사람을 끌고 가는 거죠. 그것도 자신조차 100% 확신할 수 없는 일에 팀원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이끌어야 하죠. 나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사람들을 이끈다는 건 분명 사기네요.

백 _ 모델만 했으면 안 그랬을 텐데. 모델은 런웨이에서도, 화보 촬영에서도 꽃 같은 존재잖아요. 가장 화려한 존재. 그것만 하지.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어요?

김 _ (쓴웃음) 가끔씩 해요. 저도 사람인지라. 그래서 모델로서 옷을 입는 것과 디자이너로서 모델한테 옷을 입히는 감정이 교차할 때마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감정의 교차 때문에 더 디자인에 매달리게 되는 것도 같고.

신 _ 앞선 인터뷰들을 살펴봤더니 매번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성숙해졌다는 거였어요. 87MM을 시작한 게 2012년이었으니까 대부분 그 이후의 인터뷰였겠죠. 솔직히 김원중이 모델만 했다면 그러기 어렵지 않았을까 짐작해요. 크리에이터로서 좌절과 실패와 타협을 경험하면서 성숙해진 게 아닐까.

김 _ 정말 끊임없이 일을 벌이고 포기하고 타협하는 과정의 반복 같아요. 원래 욕심이 많아서 지르는 걸 되게 좋아해요. 이번 쇼에선 프레젠테이션을 처음 했는데 남다르게 하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기존 패션쇼의 표현 방식에서 길을 찾다가 어느 순간 기분이 나빠지더라고요. 남들 다 하는 걸 따라 하기가 싫어서.

백 _ 그래서 준비하다가 엎었다면서요?

김 _ 처음엔 대형 트로피도 만들고 사진 작업도 준비하고 그러다가 다 엎고 나온 게 두 분이 보신 그거였어요. 조형물 하나 없는 순백의 공간에 오직 모델들만 서 있는 방식.

백 _ 저는 그래서 오히려 김원중의 자신감이 느껴졌는데요. 옷이 스쳐 지나가고 만져볼 수도 없는 런웨이가 아니라 옷을 가까이에서 보고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이라는 형식을 선택했다는 것부터가요.

김 _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 그러면 그렇게 안 멋있을 텐데.

백 _ (웃음) 구태여 안 멋있게 말해도 돼요. 우리 지금 그러기로 하고 만난 거잖아요.

김 _ 이번 시즌엔 쇼를 안 할까도 고민했어요. 몇 년째 죽어라 달려와서 힘도 없고. 그런데 컨버스와 협업하자고 약속을 했거든요. 그러자면 쇼를 할 필요가 있어서.

신 _ 제가 보기엔 꽤 멋있는 이유인데요? 원래 잡지 마감도 정말 죽을 것처럼 힘들어서 하기 싫은데, 이달에 꼭 써야 할 기사가 있어서 죽을힘을 다해서 하게 되는 거더라고요. 그런데 해내고 보면 또 멋있어. 무슨 일이든 해낸다는 건, 여유롭고 멋있는 경우보단 늘 그렇게 죽을 것 같은 경우가 더 많은 게 아닐까 싶어요. 그걸 견디면서 끝내 해내는 게 진짜 멋있는 것일지도....

백 _ 그런데 왜 쇼를 안 해요? 하면 얻는 게 더 많지 않나요? 국내외 프레스들이나 바이어들에게 브랜드가 더 노출된다거나. 또 그걸 통해서 인지도도 올라가고 수익도 커지고.

김 _ 솔직히 국내 시장에선 그러기 좀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다행히 87MM은 브랜드가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는 분명 도움 되는 부분이 있었죠. 브랜드가 레벨 업이 됐달까요. 물질적인 부분은, 사실 크게 없어요.

신 _ 쇼를 안 할까 고민했던 진짜 이유는, 반복을 싫어해서는 아니었나요? 김원중은 반복되는 걸 싫어하는 사람 같거든요.

김 _ 반복적인 일에선 오래가지 못해요.

신 _ 사실 모델도 시작하고 2년 정도 있다가 반복성 때문에 지쳐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시즌마다 런웨이에 서고 패션을 소화하는 것도 결국 반복이니까. 디자이너로서 컬렉션을 여는 것도 지금 그 단계에 이른 게 아닌가 싶네요. 또 그 반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을 남보다 더 크게 느끼는 것 같고.

백 _ 87MM은 매 시즌 다른 디자인과 다른 쇼를 보여주려고 치열하게 고민해온 건 맞는 것 같아요. 이번 쇼에서도 관객들한테 흰색 가운을 입혔죠. 다들 어리둥절해했지만. 프레젠테이션에선 오직 87MM의 옷만 보이게 하고 싶어서 관객들에게 모두 흰옷을 입힌 거라면서요.

김 _ 파리의 패션 하우스에 가보면 직원들이 흰색 가운을 입고 옷을 매만지잖아요. 거기서 영감을 얻었어요. 영화 <디올 앤 아이>에 나오잖아요. 쿠튀르 디자이너들이 흰색 가운을 입고 나오는 모습에 너무 반해서. 쇼를 위해서 비매품으로 만들었죠.

신 _ 스탠딩 패션쇼를 한 적도 있었죠. 관객들이 모두 런웨이를 서서 보게 만들었던.

김 _ 굴레를 싫어해요. 제가 모델로 섰던 쇼와 조금 다른 개념으로 쇼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하거든요. 아이디어는 지금도 너무너무 많아요. 다만 그런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회사 안에서 부딪쳐야 하는 부분 역시 너무 많거든요. 스트레스도 큰 편이고. 그래서 에너지가 깎이죠. 그래도 회사 밖에선 저와 87MM 식구들을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게 있어서 힘이 되죠.

신 _ 아무래도 패션계에선 모두들 ‘우리 원중이, 우리 원중이’ 하니까.

백 _ (모른 척) 그런 게 있어요?

김 _ 되게 많아요. 백진희 에디터님만 그런 게 없더라고요.

신 _ 옷이 왜 좋아요?

김 _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멋 부리는 걸 되게 좋아했어요. 사람들 시선도 많이 의식했고. 초등학생 때부터 엄마한테 200원씩 용돈 받아서 그걸로 한 4000원 정도 모아서 이마트에 가서 혼자 캡 모자 사고 그랬거든요. 초등학생 때 저만 모자 쓰고 다니고 그랬어요. 그때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저 자신을 꾸미는 걸 좋아했어요.

신 _ (백진희 에디터를 돌아보며) 두 분이 여러모로 비슷한 것 같은데.

백 _ 비슷해요. 중학생 때 2박 3일 수학여행을 가는데 캐리어를 끌고 갔거든요.

김 _ 대박!

백 _ 캐리어 안에 착장 8개를 담아 갔죠. 친구들과 다 같이 나눠 입었어요. 학교 행사에 옷이 마음에 안 들어서 못 간 적도 있어요. 그날 엄마가 따로 데려다 줬어요. 옷 고르다가 학교 버스 놓친 딸을.

김 _ 대박 민폐.

신 _ 회사에서 백진희 에디터의 패션을 보면 충분히 상상이 가는 걸로. <에스콰이어>는 패션지니까 에디터들이 패션에 신경 쓰는 게 유별난 일도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백진희 에디터의 패션에 대한 애착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죠. 백진희 에디터는 도대체 패션이 왜 그렇게 좋아요?

백 _ 모르겠어요. 저도 김원중 씨와 비슷한 게, 뭔가 꾸준히 오래 좋아한 적이 없어요. 변덕도 심하고. 빨리 질리고. 그런데도 옷만큼은 평생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물론 옷을 다양하게 입고 그러느라 집안 금고를 작살냈지만.

김 _ 저도 비슷해요. 저 역시 관심사가 온통 옷밖에 없었어요. 취미 생활도 많이 안 하고. 그저 옷 보는 것만 좋아해서. 그런데 옷이 많지는 않았어요. 일주일 내내 같은 옷만 입고, 대신 모자 세 개를 요일마다 돌려 쓰는 정도.

백 _ 진정한 스타일링이네요.

김 _ 저는 그때부터 갈구했던 것 같아요. 나는 돈이 없지만 저 옷들을 너무너무 입고 싶다, 이런 게 있어서 지금 이렇게 흥청망청하는 것도 같고.

백 _ 사실 패션의 완성은 몸매고 얼굴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일찍부터 자신이 옷을 잘 소화하고 옷이 잘 어울린다는 걸 알아서 옷을 좋아했던 거 아닌가요?

김 _ 초등학생 때는 뭘 알겠어요. 게다가 전 어릴 때는 키가 작았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컸어요. 정말 20cm 정도 컸나. 여름방학 끝나고 왔는데 친구들이 못 알아볼 정도.

신 _ 그 전까지만 해도 모델이라는 직업을 꿈꾼 적도 없었겠네요?

김 _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신 _ 그렇게나 패션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도대체 패션에 관한 정보는 어디에서 얻었어요?

김 _ 잡지도 보고 인터넷도 보고. 무엇보다 거리에서 봤죠.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뭘 입었나 늘 봤어요. 청바지가 뭔지도 몰랐는데 청바지가 사고 싶어서 혼자 컴퓨터를 배워서 인터넷 옥션에 들어가서 쇼핑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 780원짜리 중고 청바지를 산 게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그걸 정말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고 그랬는데.

신 _ 그걸 입은 나야말로 가장 나다운 나다, 그런 느낌?

김 _ 마침내 포장이 되었다는 느낌? 이제 남들이 내 바지를 보겠지? 남들이 나를 한 번이라도 더 봐주겠지? 늘 바지 두 벌을 돌려 입던 내가 내 돈 주고 청바지를 샀으니까 이제 애들이 나를 다르게 봐주겠지?

신 _ 다르게 봐주던가요?

김 _ 모르겠어요. 전 친구가 많지 않았어요. 여자들이 말만 걸어도 식은땀을 흘리던 애라서. 자기만족이 더 컸어요.

신 _ 이제는 런웨이만 서면 모두가 바라보는 모델이 됐잖아요. 좋아하는 옷을 원 없이 입어볼 수 있는 모델. 언제나 내면의 결핍과 갈구가 그 사람의 인생을 어딘가로 이끄는 것 같아요.

백 _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한텐 모두가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나다워지고 싶은 욕망. 옷을 통해서 진정한 자신이 되고 싶고 사람들한테 나답게 보이고 싶은 욕구. 다들 거기에서 출발하는데 나중엔 특정 디자이너의 옷에 매료되잖아요. 저는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의 광팬이라. 셀린느가 좋고 피비 파일로가 좋고 결국엔 피비의 인생까지 좋고. 저는 김원중 씨를 바라보는 대중도 같은 기분일 거라고 생각해요. 모델 김원중이 멋지고 87MM 옷이 좋고, 결국 87MM 옷을 입고 김원중처럼 되기를 기대하고. 지금 패션을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한테 김원중은 이미 롤모델이잖아요.

김 _ 지금은 모르겠어요. 나중엔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신 _ 지금도 이미 패션왕 킹원중 아닌가요?

김 _ 소셜 미디어를 팔로해주는 친구들도 많지만 안티도 되게 많아요. 특히 디자이너 김원중한텐 더 많죠. “너네가 옷을 만든다고?” 이렇게.

김 _ 괜히 욕도 많이 먹어요. 원래는 안티가 많았거든요. “형, 저는 형이 모델 할 때 되게 좋아했는데 87MM한다고 해서 핵 싫어했어요” 뭐 이렇게. 그런데 올해 들어서부턴 인스타그램 DM 내용이 좀 바뀌었어요. “형 파이팅하세요. 이제 제가 같은 일을 하는 디자이너로서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모델 일을 할 때 받은 피드백보다 요새 이렇게 들어오는 메시지가 더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백 _ 처음에는 모델 겸 디자이너 김원중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봤던 걸까요? 이제 겨우 조금씩 벗겨지는 것 같고.

김 _ 지금도 그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마르지엘라를 좋아하거든요.

백 _ 알죠.

김 _ 87MM 옷이 그 정도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 계속 자문을 하게 되지만, 앞으로 계속해나간다면 소수의 사람들은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백 _ 김원중의 팬들은 모델 김원중이 디자이너 김원중보다 더 좋은가 봐요. 대중은 스타를 사랑하지만 또 스타가 자신의 기대를 배반하면 가혹해지니까. 디자이너를 해서 이 고생.

김 _ (한숨) 아무튼, 뭐 그렇습니다.

백 _ 어쩌면 김원중 씨나 저나 패션을 미친 듯이 사랑하는 죄로 이렇게 살고 있는 거죠.

신 _ 두 사람 모두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두 사람 모두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의 일부가 되고 싶고.

신 _ 87MM은 콘셉트는 없지만 센스는 있다면서요.

김 _ 그게 저희 슬로건이죠. 노 콘셉트 버트 굿 센스.

백 _ 콘셉트에 갇히지 않고 센스 있게 예쁜 옷을 만들겠다는 건가요?

김 _ 요즘은 거기에서 실용성을 더 중시하게 된 것 같아요. 초창기 87MM 옷을 보면 실용성이 배제돼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예쁘다’라는 세 글자가 우선인 옷을 만들었다면 요즘은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게 실용성. 그게 첫 번째고. 디자인이 됐든 품질이 됐든 그 모든 걸 복합적으로 아우르면서 서른한 살 김원중이 입어도 창피하지 않을 옷을 만드는 게 가장 큰 숙제예요. 어떤 옷을 만들어도, 나라면 입을까 자문하게 되고.

백 _ 이번 시즌만 봐도 지난 시즌에 비해서 디자이너 김원중이 많이 내려놓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웨어러블해졌달까. 옷을 좀 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까이에서 보니까 더더욱. 지난 시즌에 비해서 트렌드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했다 싶었고.

김 _ 많이들 그렇게 얘기해요. 그런데 저는 지난 시즌이 더 좋았거든요, 사실.

백 _ 지난 시즌도 좋았지만 이번 시즌이 더 87MM스럽달까.

김 _ 87MM스럽다는 말이 저한테도 많이 꽂혀요. 87MM은 김원중과 박지운이고 김원중과 박지운이 87MM이지만, 김원중과 박지운이 좋아하는 걸 고스란히 표현하면 지난번 컬렉션처럼 나오는 것 같고, 김원중과 박지운이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87MM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옷을 만든다면 이번김원중과 옷시즌처럼 옷이 나오는 것 같아요. 100% 우리 취향을 반영하기에는 87MM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좀 다른 것 같거든요. 사람들이 87MM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정직함은 기본으로 깔고 가긴 하는데, 가볍고 젊은 느낌인 것 같더라고요.

신 _ 대중의 기대와 창작자의 욕망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네요.

김 _ (허탈한 웃음) 어떻게 이걸 뒤집지. 계속 압박이 느껴져요, 솔직히.

신 _ 이렇게 고민이 많은 디자이너 김원중에 비하면 모델 김원중은 훨씬 본능적으로 보이는데요. 지난 <에스콰이어> 10월호에서 백진희 에디터와 함께 진행한 화보 제목이 ‘라스트 댄스’였어요. 백진희 에디터가 ‘라스트 댄스’라는 제목을 끝까지 고집하더라고요.

김 _ 왜요?

백 _ 스튜디오에는 라이의 ‘라스트 댄스’가 흐르고 있었고, 미팅할 때도 “김원중이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면 우리는 그 순간을 포착하면 된다”고 했죠. 그때부터 화보 찍을 때까지 내내 제 머릿속을 맴돌았던 이미지는 춤이었어요.

김 _ 춤.

백 _ 촬영 당일에도 김원중 씨가 옷을 벗고 입고 카메라 앞에 서고 움직이는 모든 동작이 춤을 추는 것 같아 보여서 편집장님을 설득했죠. 제목은 무조건 ‘라스트 댄스’라고.

신 _ 저 역시 모델 김원중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게 아니라 춤을 추듯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백진희 에디터의 이야기가 매우 인상 깊었어요.

김 _ (눈을 반짝이며) 오호.

신 _ 그렇게 김원중의 움직임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을 포착하면 된다고 했죠. 카메라 앞에서 정지된 포즈를 취하는 게 아니라 흐르듯 동작을 하는 모델.

김 _ 모델로 데뷔한 초창기에는 춤을 춘다는 표현보다는 기술적인 모델링에 치중했던 것 같아요. 전 모델로서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래서 잡지를 보면서 선배들이 한 포즈나 뉘앙스를 제 나름대로 해석하고 그걸 기술적으로 표현했던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대중이 모델 김원중을 알기 시작하고 김원중의 모델링은 이렇다는 식의 해석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저 스스로는 뭔가 이상한 거예요. 제가 기술적으로 뭔가를 표현하고 있는 것 자체가 억지스럽고 기괴해 보인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러면서 저 스스로 모델을 더 하고 싶으면 애티튜드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걸 춤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어떤 식으로든 흐느적대는 듯한 그런 방식으로 변한 거죠.

신 _ 그렇다면 모델 김원중을 카메라 앞에서 내버려두는 에디터나 포토그래퍼와 궁합이 잘 맞겠네요. 이런저런 포즈를 기술적으로 취해달라는 식이 아니라 촬영 들어가기 전에 느낌을 공유한 다음 촬영 현장에선 모델이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에디터.

김 _ 그러면 좋아요. 절 거의 내버려두면.

신 _ 백진희 에디터는 어떤가요?

김 _ 거의 방치 스타일이죠.

백 _ 방치라뇨. 방목이죠. 사전에 콘셉트에 대한 교감은 충분히 한 상태니까.

김 _ 방목 맞네.

신 _ 연출을 못 하는 영화감독은 배우 앞에서 직접 연기 시범을 보여요. 그러면 배우는 자유롭게 상상하지 못하게 되고 그저 감독의 연기를 흉내 낼 뿐이죠. 나쁜 연출법이에요. 패션 화보 촬영도 마찬가지 같아요.

김 _ 상업 광고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 순간만큼은 기계가 돼서 일해야 하는데, 그때 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신 _ 어떻게 견뎌요?

김 _ 울 때가 많아요. 회사 대표님 앞에서 그럴 때도 있고. 사실 촬영할 때 시간을 오래 끄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백 _ 김원중 씨와 촬영하면 정말 빨리 끝나죠.

김 _ 시간 빼앗기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광고를 하면 시간을 많이 빼앗기니까요. 내가 할 수 없는 걸 시킬 때도 있고. 그러고 보니, 그래서 광고가 안 들어오나?

신 _ 김원중 씨가 울고 있을 때 그걸 지켜봐주는 회사 대표가 앨컴퍼니 정진희 대표님. 두 분이 함께한 세월이 꽤 되죠?

김 _ 한 5년?

신 _ 그렇게 울면 어떻게 달래주나요?

김 _ 저한테 프레셔를 안 줘요. 회사 입장에서는 저를 이용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게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단 한 번도 돈 때문에 압박을 준 적이 없어요. 87MM 하면서 자연스럽게 모델 일 하는 시간도 줄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말씀이 없죠. 회사에서 꽤 큰 덩어리인 애가 갑자기 일을 안 하는데도. 저라면 화낼 것 같거든요.

신 _ 역시 사장 마인드.

김 _ 그런데 진희 누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항상 기대게 해줘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요.

신 _ 그래서 오래가는 걸 수도 있겠네요. 김원중이라는 모델을 아끼는 사람.

김 _ 누나는 돈을 벌려고 일을 시작했다기보단 자신이 선택한 모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생활하는 것에 감사해하는 사람이거든요. 돈을 좇는 사람이 아니라서 저를 이해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신 _ 배우 쪽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들었는데. 김원중은 톱 모델이니까 당연히 패션계를 거쳐서 연예계로 향하지 않겠느냐고들 했는데.

김 _ 연락이야 되게 많이 왔지요. 저 같은 이상한 마스크가 연기자 중에는 많이 없다면서.

백 _ 이상한?

김 _ 뻔하게 잘생긴 것도 아니고 못생겼다고 하기엔 이목구비가 분명하고. 그래서 연기 제안을 많이 받기도 했어요.

신 _ 왜 생각조차 안 해본 거죠?

김 _ 일단 저는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감을 갖고 보기 시작하거든요.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곤 해요. 연기도 저한테는 그랬어요. 지금 제가 아티스트라는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처럼 연기에 대해서도 그랬어요. 모델이면 모델이지 연기는 무슨, 그런 생각이 있어서 아무리 좋은 회사에서 연락이 와도 앞으로는 연락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거절했죠. 저는 패션모델이지 연기를 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라고 했죠.

신 _ 같이 모델을 시작했던 사람들 중에 적잖은 수가 연기자가 됐어요.

김 _ 선배님들도 많죠.

신 _ 그들의 선택도 존중할 만하지만 그들과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에 김원중이라는 인물이 더 돋보이는 게 아닌가 싶어요. 패션계에서 모델이라는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또한 모델에서 디자이너로 패션계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냈고.

김 _ 모델로 처음 유명해졌을 때였어요. 어떤 모델이 되고 싶느냐는 질문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그때 “나중에 할아버지가 돼도 김원중이라는 모델이 있었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말을 되게 많이 했어요. 지금도 연예계로 진출하지 않고 패션계에서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도 비슷해요. 다들 자연스럽다고까지 말하는 길 대신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으니까, 제가 가는 길이 새로 나는 길의 시작점이 됐으면 싶은 생각은 있어요.

백 _ 에디터들끼리 화보 기획을 하다 정말 난해한 옷들을 놓고 고민할 때가 많거든요. 그때마다 다들 하는 얘기가 ‘그래도 김원중은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예요.

김 _ (웃음) 얼마나 이상하길래.

백 _ 그만큼 당대 패션모델의 기준점이라는 거죠.

신 _ 해결사시네요.

백 _ 이번이 12월호잖아요. 이 인터뷰도 2017년을 마무리하는 12월호에 실릴 거고.

신 _ 12월호의 듀오 인터뷰는 <에스콰이어>가 사랑하는 패션모델 가운데 한 분을 주인공으로 모시고 싶었어요.

백 _ 그래서 질문. 모델 김원중한테 2017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옷은 무엇인가요? 예뻐서든 기괴해서든, 무슨 기준에서든.

김 _ 저는 기준이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백 _ 예쁜 거?

김 _ 기괴한 거. 올해 가장 인기 있었던 브랜드의 반바지 슈트였는데, 아 정말 못 입겠데요.

백 _ 왜죠?

김 _ 모델로서는 당연히 어떤 옷이든 싫어하면 안 되지만, 그건 못 입겠던데.

백 _ 인간 김원중도 취향이 있으니까. 지난번 화보 촬영장에서 보니까 부츠에 관심이 많던데요. 첼시 부츠들을 정말 유심히 보더라고요.

김 _ 제가 신발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어떤 부츠는 솔직히 잘못됐어요.

백 _ 왜죠? 앞코 때문인가?

김 _ 아니요. 그냥 소재도 이상하고. 이상하던데.

백 _ 벨루티는 어땠나요? 이달 우리 커버가 하이더 아커만의 첫 시즌 벨루티인데.

김 _ 눈여겨보는 브랜드죠. 지금 신고 있는 신발도 하이더 아커만이네요.

신 _ 역시 취향이 확실한 남자네요. 이건 싫고 저건 좋고.

백 _ 요즘도 내일 입을 옷을 미리 정해놓나요?

김 _ 요즘은 신발 정도는 정하는 것 같아요.

백 _ 오늘 <에스콰이어> 인터뷰 촬영을 위해선?

김 _ 보니까 이 인터뷰는 거의가 흑백이더라고요. 원래는 빨간색 신발을 신고 싶었거든요. 요새 빨간색이 트렌드라는 말이죠. 그런데 제가 빨간색을 진짜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도 트렌드에 뒤처져 보이고 싶진 않아서 빨간색을 신어볼까 했는데, 흑백이길래 말았죠.

백 _ 흑백이 더욱 강렬하니까요.

김 _ 이번에도 역시 흑백이겠네.

신 _ 요즘 패션 잡지는 즐겨 보는 편인가요?

김 _ 패션지는 언제나 응원 아닌 응원을 하죠. 프린트의 위기라지만 패션지는 인쇄됐을 때만 보여줄 수 있는 느낌이 있으니까.

신 _ 김원중한테 <에스콰이어> 같은 패션지는 홈그라운드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어서요. 답도 안 나오는 위기 얘기보단, 모델이자 디자이너 김원중이 요즘 패션지에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달까.

김 _ 모델을 하기 전부터 패션지를 보기는 했으니까. 난생처음 패션지를 사본 게 <아레나>였나. 주드 로가 커버한 책이었어요. 사실 매거진은 두고두고 쌓아놓으면 아카이브가 되는 거잖아요. 물론 일반인들이 봤을 때는 그냥 일회성 쇼핑 홍보 책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처음 샀을 때는 그림만 보다가, 6개월쯤 지나면 글을 읽게 되고, 다방면의 칼럼도 읽게 되고. 그러다 편집장의 글까지 읽게 되고. 그렇게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 책 읽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소설책도 진짜 싫어하고. 그런데 매거진은 봐요.

신 _ 매거진은 소셜 미디어나 방송만큼 당장의 파급력은 크지 않을지 몰라도, 일단 콘텐츠가 나오면 다른 미디어에 비해 생명력이 길어요.

김 _ 그게 매거진의 특징인 것 같아요. 디자인을 할 때도 미래를 통해서 영감을 받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걸 이해 못 하겠거든요. 저는 과거로부터 영감을 받는 사람 같아요. 과거의 것을 한 번 더 재해석하는 게 제가 일하는 방식이죠. 그래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매거진이 제게는 영감의 원천이에요. 그런 매거진의 매력을 말해주는 단어가 바로 ‘아카이브’고.

신 _ <에스콰이어>가 창작자들에게,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지 그런 고민을 많이 해요. <에스콰이어> 편집장을 처음 맡았을 때 가장 많이 생각한 단어가 ‘인사이트’였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인스퍼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려요.

김 _ 그렇게 노력하고 있나요?

백 _ 노력하죠. 월간지라 매달 새로운 <에스콰이어>를 만들지만 절대로 한 달짜리 콘텐츠를 만들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거든요. 불과 한 달 전에 찍은 화보인데 옛날 것 같고 촌스러운 화보도 있거든요. 아카이브로 남으려면 언제 봐도 현재성이 있어야 하니까. 개인적으로 김원중 씨와 함께 했던 화보는 언제 봐도 생생해요. 그런데 어떤 화보는 아쉬움이 있죠. 이건 아카이브가 아니라 그냥 한 달짜리였구나, 혼자서 생각하죠.

김 _ 그렇게 아쉬움이 남는 콘텐츠가 뭘까요?

백 _ 말할 수 없어요. 모델 김원중과 함께 한 화보는 대부분 아카이브인 것 같아요. 김원중을 보면서 정말 모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것도 깨달았고.

신 _ 그 전엔 아무나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죠?

백 _ 그건 아닌데 김원중 씨는 너무 쉽게 하니까요. 막 춤추듯이 흐느적거리는데 느낌이 나오는 거죠. 배우한텐 대사라는 표현 수단이 있잖아요. 모델은 말 없는 연기를 해야 하니까 더 어렵죠.

김 _ 메소드 연기랍니다.

신 _ 패션모델은 말 없는 연기자다, 멋진 표현이네요.

백 _ 제 마지막 질문. 저는 코트가 많은데도 매일 코트를 사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거든요. 김원중 씨는 이번 시즌에 어떤 코트를 입고 싶나요?

김 _ 오늘 입고 온 코트가 2001년 헬무트 랭 것이거든요. 구매한 지 일주일 됐어요. 완전 헌 옷이었는데. 단추도 2001년도 컬렉션이다 보니까 되게 촌스럽고. 그렇지만 예뻐요. 2001년 헬무트 랭 코트를 강력 추천하겠습니다. 그리고 87MM에 오시면 캐멀 코트를 비롯한 멋진 코트가 더 많이 있습니다.

백 _ 역시 모델 겸 디자이너.

신 _ 행복하세요?

김 _ 지금요? 아니요. 산통 깨는 대답인가요?

백 _ 편집장님이 맨날 하시는 마지막 질문이에요. 근데 왜 안 행복해요?

김 _ 인터뷰하는 내내 되게 즐겁긴 했는데,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엔 또 별의별 생각이 다 들 것 같아서요. 혼자 있을 때는 생각에 깊이 잠기는 편이거든요. 지금은 즐거운데.

신 _ 순간은 행복하고 길게는 안 행복한 사람이네요.

김 _ 그럼 평생 안 행복하겠다.

백 _ 순간이라도 행복하다면야.

김 _ 그러다 자기 마음에 드는 코트를 한 벌 살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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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신 기주,헤어|장 해인,메이크업|장 해인,사진|KIM C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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