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라면집 1편 라면패밀리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흔한 음식도 맛과 사연을 담으면 치명적이다. 단순히 라면을 끓이는 것이 아니라 라면을 진짜 ‘요리’하는 곳. | 음식,라면,분식,홍대,명동

집집마다 라면 레시피가 있다. 달걀을, 김치를, 혹은 우유와 콜라란 다소 희한한 조합으로 끓이는 사람도 있다. 단돈 1,000원이면 각 집마다 포진한 ‘준 라면 요리사’가 쉽게 끓여내니 누가 라면을 요리한다고 하면 "요리를?"이라고 반문하게 된다. ‘라면패밀리’는 정말 라면을 요리한다. 정확히는 봉지라면 전문점이다. 우후죽순처럼 번진 일본식 라멘과 베트남 쌀국수도 질리는 마당에 흔한 봉지라면으로 승부를 건 음식점이란. 하지만 홍대에 위치한 1호점은 15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을 만큼 지역에선 이미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김병창 대표는 휘뚜루마뚜루 끓이는 일반 가정식 라면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딱 한 종류의 봉지 라면만 쓴다. 그 중에서도 한 공장에서 생산한 라면을 고집하는데 같은 제품이라도 기름의 정도, 밀가루 반죽 상태, 면발의 굵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 미세한 차이로 맛을 놓치고 싶지 않은 그의 의지였다. 또한 이곳의 라면 메뉴에는 봉지 안의 인스턴트 스프도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그 대신, 팔팔 끓인 채수에 다섯 종류의 고추를 빻은 고춧가루를 넣는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맛있게 매운 라면을 선호하기 때문에 매운맛 끝에 단맛이 감돌도록 황금비율의 고춧가루를 개발한 것이다. 물론 매운 걸 좋아하는 ‘매덕’은 가장 매운 라면인 ‘최양라면’을 먹으면 된다. 대체로 여성이 선호하는 매운 라면은 ‘양’이 붙고 남성이 선호하는 덜 매운 라면에는 ‘씨’가 붙는다. 김치라면, 떡라면처럼 메뉴만 봐도 어떤 라면인지 알 수 있다는 점을 지루하게 느낀 김 대표의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안 맵고 콩을 넣어 구수한 맛이 나는 라면은 안씨라면. 오징어, 새우와 같은 해물이 들어가 시원하고 얼큰한 라면은 오양라면, (볶음)김치와 단백한 국물 맛이 조화로운 라면은 김씨라면인 것. 각 라면 메뉴마다 이름에 걸맞는 캐릭터가 붙어있는 메뉴를 구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을지로입구점은 요즘 뜨는 코믹스 카페를 연상시킬 만큼 가게 곳곳에 재미있는 웹툰과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 김 대표의 지인인 웹툰 작가 노풍언, 정시균의 실제 작품으로 김 대표와는 주인과 손님에서 지인의 관계로 발전 후 의기투합한 결과물인 것. “다들 라면 먹으면서 먹는 걸 숨겨. 괜히 주말 저녁을 라면으로 때웠다고 하면 없어 보일까 걱정하는 거지. 라면도 라면 나름이다. 흔히 사람들이 ‘라면이나 먹을까’하는데 그 말 속에 ‘이나’를 뺄 수 있도록 자부심이 담긴 라면 한 그릇을 계속 요리해낼 것이다.”김대표의 말처럼 라면을 사 먹었다고 창피할 필요가 없다. 치명적 맛집 라면패밀리의 라면은 맛있게, 즐겁게 먹었다고 말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음식이니.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2가 199-40 아르누보 센텀 1층 102호문의 02-313-8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