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키는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뜨겁게 달아오른 동네는 반드시 식고, 사람들은 몰려왔다 떠난다. 다음 젠트리피케이션은 과연 어디일까? 이 판을 만드는 자는 누구일까? | 부동산,경리단길,서촌,젠트리피케이션,권리금

STREET━━━왜 ‘송리단길’이라고 부르나요?“1년 전까지 권리금이 아예 없거나 1000만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최소 7000만원에서 1억4000만원까지도 불러요. 업종이 뭔가요? 어느 정도 크기의 점포를 생각해요?” 송리단길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10평에서 15평 정도 규모로 일본 가정식 백반 식당 자리는 찾는다는 말에, 어디에 매물이 나왔다는 답 대신 권리금 얘기부터 나왔다. 권리금은 웬만큼 고려하고 있다고 하자 그제야 두어 개의 후보를 알려줬다. “10평짜리는 권리금이 7000만원이고 보증금까지 하면 1억이라고 보면 돼요. 20평짜리 매물은 권리금 1억이네요. 골목 초입 대로변에 권리금 없이 보증금 1억, 월세 400만원짜리 매장도 나와 있어요.2층도 물건이 많지 않아요.” 동네 분위기는 마음에 들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높아서 망설여진다고, 요새 유동 인구가 얼마나 늘었느냐고 다시 물었다. “사실 맛집 투어한다고 젊은 사람들 많이 오는데, 이 정도 권리금은 우리도 권하기가 애매해요. 더 오를 것 같기도 한데, 그만큼 회수할 수 있을까요? 여긴 특히 영업시간도 짧아요. 그러지 말고 성남 롯데시네마 복합 상가에 매물 좋은 게 있어요. 월세는 6개월까지 서비스도 가능해요.” 초여름쯤 오픈할 생각으로 천천히 기다릴 수 있으니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메시지를 남기고 나왔다. 가까운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한 곳 더 찾았지만 성남 복합 상가를 권하지 않았을 뿐 비슷한 얘기를 했다.경리단길의 인기와 함께 망원동은 거주민과 상인 중 누구 하나 반기는 사람이 없었는데도 미디어에서 ‘망리단길’이라 불렸고, 그 뒤로 경주의 황리단길(에서 유시민 작가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단언했던 그 길)이 등장했으며 최근 가장 핫하다는 송파구 석촌호수 근처 백제고분로 일대에 송리단길까지 생겼다. 네이버에서 ‘송리단길’을 검색해보면 2017년 12월 13일 처음 뉴스에 등장한다. 송파구는 길 도입부에 아예 ‘송리단길’이라는 표지판마저 세웠다.롯데월드타워가 개장한 이후로 슬슬 골목 상권이 활성화되는 조짐을 보였고 본격적으로 유동 인구가 늘어난 것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17년 33㎡(약 10평) 기준 임대료가 80만~90만원 선이었던 이 거리는 현재 평균 150만~180만원까지 올랐다. 촬영을 위해 송리단길을 찾은 평일 오전 11시 20분, 이미 맛집으로 소문난 ‘단디’ 앞에서 10여 명이 줄을 서 있었고 한남동, 청담동에 이어 지난해 5월에 문을 연 수제 버거 가게 다운타우너도 매장이 손님으로 꽉 차 있었다. 정작 이름의 원조인 경리단길은 ‘임대’를 붙인 공실이 늘어나고 유동 인구도 줄어들어 젠트리피케이션 황폐화가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지금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STREET━━━젠트리피케이션, 경리단길만의 일인가젠트리피케이션은 크게 주거 젠트리피케이션과 상가 젠트리피케이션, 두 종류로 나뉘지만 미디어에는 압도적 비율로 후자가 주로 등장한다. “사실 젠트리피케이션은 핫플레이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에요. 단지 미디어의 주목을 끌기 쉬운 거죠. 핫플레이스라 불린 적 없는 구로, 가리봉동, 강북에서도 상인들이 찾아와 상담을 해요. 경리단길과 케이스가 다르냐, 전혀 아니에요. 임대인 건물주로부터 높은 임대료를 요구받고 불합리하게 밀려나는 건 어디나 똑같아요.”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의 말. 요즘 젠트리피케이션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건 바로 SNS다. 취재를 통해 만난 모든 전문가와 현업 종사자는 입을 모아 SNS의 등장과 발달이 상권의 흥망성쇠에 기획 부동산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뜨는 동네의 개념이 아니라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콘셉트가 좋은 가게, 카페 등이 소규모로 모여서 도처에 분산된 형태예요. 은평구에도 있을 수 있고 창신동도 되겠죠.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키려는 시도는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여기에 기획 부동산, 문화 기획자, 혹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움직이는 지방자치단체 등 주체가 굉장히 다양해졌어요.” 의 저자 이지웅 교수 역시 같은 맥락의 설명을 덧붙였다. 이 현상을 면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마치 모세혈관 살피듯 더 섬세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SNS는 뜨는 동네의 흥행 수명을 아주 빠르게 단축시켰다. 에 경리단길이 등장하고 핫하다는 소문이 난 게 불과 3~4년 전의 일이다.최근 5~6년 사이에 서울 시내에서 핫플레이스라 명명되고 젠트리피케이션까지 급속도로 전개된 동네 길의 조건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 키워드가 있다. 공원(녹지), 한옥, 오래된 공장 터와 주택가다. 대로변은 예전 같은 경쟁력을 잃었다. 구글맵만 따라가면 구석진 골목에도 쉽게 닿기에 찾아가는 번거로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거의 홍대, 이태원, 해방촌처럼 서브컬처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정체성을 만들어내느냐가 첫 번째 조건이라면, 두 번째는 종로구 이화동, 통영 동피랑 같은 벽화 마을인데 여기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만든 경우가 많아 다른 범주로 볼 수 있어요. 세 번째는 걷기 좋은 골목길을 끼고 있는 익선동, 서촌, 북촌 같은 한옥 마을이죠. 그리고 성수동, 문래동, 을지로 같은 거칠고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이 있는 공단 지대예요.” 연트럴 파크라 불리는 경의선 숲길을 따라 번성한 연남동, 서울숲이 우거지면서 살아나기 시작한 성수동 일대와 서울숲길, 석촌호수 주변 송리단길 등 도심에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는 지역도 빠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서울에 남은 한옥촌이 어디 있을까 궁금해진다.뜨거운 감자, 환산보증금제도우리나라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전자보다 약 20년 후인 2002년부터 시행됐다. 완전히 정착하기에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그대로 옮겨 만든 상황이라 내용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기에 무리가 있다. 큰 차이는 바로 환산보증금제도의 유무. 서울 기준으로 ‘보증금+(월세×10)’의 금액 총합이 6억1000만원 이하의 상점만 보호해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돈이 많은 자영업자는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아무리 총합이 크다 해도 임차인은 임대인보다 상대적 약자가 되고, 일부 상인만 보호받을 수 있는 모순이 생긴다. 환산 보증금을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폐지하는 것이 진정한 임차인 보호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자영업자들은 말한다. STREET━━━한옥으로 뜬 익선동, 예열이 시작된 문래동서촌, 북촌이 양반과 중인이 살았던 한옥이라면 익선동은 예로부터 서민들의 거주지였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익선다다’를 필두로 한 도시 재생 전문 기업과 몇몇 프랜차이즈업체는 비교적 싼 가격에 낡은 한옥을 매입해 최소한의 정취만 남기고 동네 분위기를 싹 바꿔버렸다. 지난해 1월 서울시에서 뒤늦게 익선동을 한옥밀집지역으로 선정했으나 이미 인스턴트 냄새가 묻어나는, 한옥의 틀만 겨우 유지한 상업 공간으로 대대적인 변신을 끝낸 후였다. 익선동이 지금의 삼청동과 경리단길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말에 “거의 100%라고 봐야죠”라는 답을 들려주었다. 기획 부동산 혹은 투기 자본이 일단 SNS에서 입소문이 나기 좋은 그럴싸한 가게를 몇 개 열고, 동네가 뜨기 시작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이 따라오는 것이고, 가라앉으면 그 장사는 끝이 난다. “기획 부동산이 적극적으로 카페를 차려서 동네를 띄우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가장 많이 하는 일은 건물주들 찾아다니며 ‘건물 파세요, 임차인 있으면 내보내세요, 더 비싼 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게를 쪼개세요’ 등 매일 전화하고 굉장히 집요하게 옆에서 부추기는 겁니다. 낙후된 동네에서 크게 돈 욕심 없이 오래 살던 주민들이 주요 타깃이 될 때가 많죠.” 문화 기획자와 자본, 부동산이 만났을 때 익선동과 같은 급속한 변화가 일어난다. 문래동은 젊은 예술가, 소상공인이 하나둘씩 몰린다는 말이 나온 지 몇 년이 지났고 잡지에도 여러 번 동네 소개와 거주 아티스트 인터뷰가 실렸지만 순식간에 핫플레이스로 떠오르진 않았다. 최근 들어서야 노천 점포, 펍이 생겨나면서 유동 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러한 문래동에도 기획 부동산의 손길이 닿았다는 말이 돌고 있다.거리의 흥망성쇠를 말하면 신사동 가로수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12년 전부터 다닌 가로수길이 지금의 모양새가 되리라고는 당시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문득 돌아보니 특색 있는 숍, 디자이너 스튜디오는 사라지고 대기업의 팝업 스토어가 생겨나고, 유명 로드 브랜드 뷰티 숍과 화려한 패션 브랜드 숍이 경쟁적으로 자리를 잡은 ‘작은 명동’이 되어 있었다. 일본, 중국 관광객들은 가로수길에 와서 어떤 차이를 느낄까? 어디에나 있는 프랜차이즈, 그들의 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카페와 브랜드 숍을 보려고 서울까지 왔을까? “익선동의 인기도 그리 길게 보지 않습니다. 지금 주로 중국 관광객들이 차지하고 있으니까 명동 같은 느낌이 들죠. 투어리스트피케이션이 되어서 한국 사람들이 밀려나요. 그 동네에 중국 사람들이 떠나면 한국 사람들은 다시 오지 않고, 동네의 열기는 식어버리는 거죠.” STREET━━━2019년 봄 망원동에서 장사를 해볼까“망리단길 메인 도로 1층에 있는 가게라면 최소한 월세 100만원은 생각해야 해요. 솔직히 이 가격도 없다고 보면 되고 기본 120만~150만원, 보증금은 1000만~2000만원 선입니다.” 10평 남짓의 수입 소품 숍을 하고 싶다고 공인중개사에게 문의했을 때 들은 말이다. 송리단길보다는 비교적 저렴해서 다행인 건가. “대부분 권리금은 3000만~4500만원 선이에요. 면적은 14평,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으로 나온 점포가 있는데 보러 가실래요? 권리금 500만원 정도는 조절해볼게요.” 망원동에 꽤 오래전 자리 잡은 1인 식당의 월세는 분명 70만원이라고 들었는데, 두 배를 주고 차린다면 매달 얼마의 매출을 올려야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걸까. 머릿속 계산기가 바쁘게 돌아갈 때, 망원동의 핫플레이스인 태양식당 앞으로 길게 늘어선 줄이 눈에 들어왔다. 평일 저녁에도 여전히 붐빈다 싶었지만 그 길을 따라 이어지는 카페, 이자카야, 액세서리 숍 등에 모두 손님이 많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공인중개사 사무소도 높은 임대료 때문에 이전한 것이라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STREET━━━하지만 누군가는 망원동을 떠난다“4년 전에 70만원 월세로 시작했는데 지금 140만원을 달라고 해요. 처음 재계약을 할 때는 10만원 올린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보증금도 두 배로 늘릴 거라고 하고요.” 힘겨운 조정 끝에 90만원 선에서 정리했는데 계약서 마지막쯤에 특약 사항으로 2019년 4월 말까지만 운영해달라고 적혀 있었다. “결국 140만원을 낼 수 없으면 나가라는 얘기죠.” 망원동에서 꽤 입소문 난 카페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망원동 인근 건물주 모임에서 월세 상승을 담합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현실이 됐다.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명절까지 챙겨가며 건물주와 유대 관계를 잘 쌓아왔다고 생각했으나 임대료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개인 SNS에도 올려보고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가 상담도 받았지만 건물주의 완강한 의지 앞에서 속수무책이라고. “건물주를 상대로 이기려면 긴 싸움이 된다는 걸 아니까 솔직히 힘들어서 버티고 싶지 않아요. 이미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받으며 마음고생을 해서 다른 동네에 이전할 매장을 보고 오기도 했어요.” 카페 인근의 피아노 교습소, 서점, 꽃집, 작은 식당 등이 하나둘씩 같은 이유로 떠나가는 걸 지켜본 터라 포기도 빨리 찾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과연 4월 말이 지나면 이 카페를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망원동이 핫플레이스로 등극하기 전부터 영업을 시작해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카페를 더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2014년 스타일난다 & 2018년 궁중족발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3회 이상 임대료가 연체되면 임대인은 계약을 자동 해지할 수 있다. 한데 이 법을 교묘하게 응용한 사례가 있었는데 2014년의 스타일난다와 가장 최근 화제가 된 2018년 서촌 궁중족발 사태다. 건물주가 바뀌면서, 임대료를 올리거나 혹은 기존 세입자가 매장을 비우길 바라던 임대인이 의도적으로 월세 납입 계좌 정보를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합법적으로 계약을 해지시켜버린 것. ㈜난다는 쇼핑몰 홈페이지에 계좌 번호가 표기되어 있으므로 세입자가 계좌 번호를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황당한 해명을 했다. 지난해 서촌 궁중족발의 경우 보증금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월세를 279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올려버리는 비상식적인 요구에서 극심한 갈등이 시작됐고 결국 12번의 강제 철거 집행, 임대인 김 씨가 건물주에게 둔기를 휘두르는 사태까지 번져 1심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시간이 흘러도 임대인은 법망을 피해가고 임차인이 보호받을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STREET━━━성동구청 공무원 K는 왜 매일 건물주를 만나나 올해 2분기 안에 뚝섬역 혹은 이마트 성수점 주변에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1호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삼성동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결국 1호점은 성수동으로 낙점됐다. 성수동이 이렇게 급부상한 것은 길게 봐도 5년이 채 되지 않는다. 서울숲, 성수동 일대를 관할하는 성동구청은 전국에서 상가 젠트리피케이션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오 구청장의 강력한 의지 덕분에 인근 임대인 건물주, 임차인들과의 관계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고 있을까?“시작은 서울숲 조성이었어요. 숲이 우거지기 시작하고 공원의 모양새가 갖춰지니까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어요. 마침 주변 주택가, 상가의 시세가 다른 지역 대비 비교적 저렴했던 거죠. 사회 혁신 기업, 소규모 공방 운영자, 자영업자가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과거 이 지역은 홍수가 발생하면 언제나 침수 피해를 보던 동네예요. 오래전부터 거주하신 분들은 지금의 변화가 놀랍죠.” 성동구청 지속발전과 이덕윤 지속가능정책팀장은 성수동 일대의 성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낙후된 주택가가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하다는 커피 브랜드 서울 1호점이 열리는 동네가 된 걸 보면 동네의 운명도 사람의 앞날만큼 알 수 없다(블루보틀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점쳐지는 장소는 성동구청의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지역에서 벗어나 있다). 성동구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이곳에서 떠나지 않고 오래 머물고 싶다는 주민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건물주·임차인·성동구 간의 상생 협약 체결, 지방자치단제의 상가 자산화 전략인 공공안심상가 조성, 서울숲길 일대 휴게음식점, 화장품 판매점,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 입점 제한,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조례 제정 등이 현재 성동구청에서 대표적으로 시행하는 일이다.“상가임대차보호법을 준수해 최대 5% 이내로 임대료 상승 제한에 협의하도록 건물주를 설득하기 시작한 게 2015년 말경이고 약 50명이 동의했어요. 4년이 지난 지금은 160명이 넘는 건물주와 상생 협약을 맺었습니다.” 현장을 다니며 임대인과 임차인을 직접 만나 누구보다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지속발전과 공민영 주무관이 밝혔다. 현재 건물주가 협약을 체결했을 때 주어지는 주요 인센티브는 용적률 완화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구체적 조건 없이, 단지 상생 협약을 맺었다는 이유만으로 용적률 완화 조건을 받아들인 매우 특별한 케이스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청에서 마련한 조례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없다는 한계는 분명하다. 하지만 점포마다 다니며 계약 조건을 전부 조사하고, 추울 때나 더울 때나 건물주들을 만나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의식을 동시에 향상시킨 데 큰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그 결과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선정된 서울숲길의 ‘상생 성동’이라는 심벌마크를 부착한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창업·폐업 신고 수, 교통량 증감 그리고 무엇보다 유동 인구의 증가를 살펴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전개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미 젠트리케이션이 발생한 곳, 인접해서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한 경계 지역, 그리고 아직은 미진하지만 인접해 있어 임대료 상승 가능성이 높은 관심 지역까지 3단계로 나눠서 관리하고 있어요.” 성동구청의 이러한 구체적 대응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유되어 뻗어나가고 있다. “솔직히 시장 논리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그 진행 속도를 늦추고 그동안 자영업자도 성장하고 준비할 시간을 벌고 임대료 상승 정도를 완화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부에도 꾸준히 법으로 제정해서 효력을 갖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STREET━━━월세 180만원, 서울숲 거리에 서점을 차릴 수 있을까서울숲과 바로 연결되는 골목길이어서 인기 있는 밥집, 이탈리아 비스트로와 주점, 카페가 늘어선 서울숲 2, 4, 6길에 서점을 차리고 싶다면 예산이 얼마나 필요할까? 과연 변경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고, 상생 협약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반지하층에 매물이 있는데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는 180만원이에요. 근처의 1층 매장은 월세 250만원이고요. 아파트 공원을 끼고 있어서 뷰도 좋아요.” 반지하층 월세가 망원동 1층 가게보다 비쌌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가고 눈에 잘 들어오는 상권은 어떤 조건으로 나와 있나. “권리금은 5000만~6000만원 정도 생각하시면 되고요, 브런치 카페를 3년 정도 운영한 곳이 이전을 준비 중인데 17평 규모로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10만원에 입점하실 수 있어요.” 공인중개사는 이 정도 매물도 귀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지층의 180만원이든, 유력 상권의 210만원이든 자영업으로 가뿐하게 지불할 수 있는 월세는 아닐 것이다. 동네에 애착을 가진 건물주들이 서서히 올리거나, 혹은 투자를 목적으로 건물을 구입해 처음부터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는 임대인이거나, 이들을 감당할 수 있는 건 거대 자본, 프랜차이즈밖에 남지 않는다.상가 자산화 전략, 과연 성공할까대표적으로 성동구에서 시행 중인 공공안심상가를 들 수 있다.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내몰릴 우려가 있거나 내몰린 임차인을 위한 상가로 주변 임대료 시세의 70~90% 수준으로 운영되며 기본 임대 기간은 5년으로 연장이 가능하여 장기간 안심하고 영업할 수 있는 상가’를 말한다. 성동구청은 서울숲 IT 캐슬, 부영공공기여 등의 기여 혹은 구청의 예산으로 매입한 부지로 공공안심상가를 조성했다. 이 상가로 인해 주변 시세 안정화까지 노린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상권 임대인들은 이 구역을 자신들과 무관한 특수 상권으로 받아들여 임대료 상승 제한에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이와 같은 공공 상가에 입주하려면 마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인공처럼 스토리가 있어야 하기에 임차인이 처음부터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환영할 만한 시도인 공공 상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 STREET━━━삼청동 역젠트리피케이션, 건물주는 정말 손해를 볼까열풍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사했던 삼청동. 하지만 오래된 한옥과 정갈한 주택이 만들어내던 여유롭고 호젓한 분위기는 진즉 사라졌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던 갤러리와 특색 있는 가게 역시 많이 사라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오픈으로 젊은 층의 발길이 늘었고 여전히 생업을 열심히 이어가는 가게가 많지만 전성기라고 볼 수는 없다. 경리단길 이전에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고, 북악산 입구인 길 안쪽까지 유입되는 유동 인구가 줄어들자 최근 이곳의 몇몇 상가와 사무실의 임대료가 낮아졌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야말로 역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것. “원래 200만원 받던 임대료를 500만원까지 올렸는데 임대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50만원, 100만원 내린 수준입니다. 과연 상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수준일까요?”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방자치단제에서 개별적으로 애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어떤 방안도 임대인, 건물주의 사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상권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간단해요. 임대료를 적정 수준까지 확 낮추고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장기 계약을 적용시키면 됩니다. 삼청동이 여전히 살아나지 않는다는 건 아직 임대료가 덜 내려갔다는 뜻이죠. 한데 삼청동, 경리단길에는 낡고 오래된 건물이 많아요. 건물주들이 장기간 소유하면서 더 이상 갚아야 할 대출금이 없다는 말입니다. 공실로 돌려서 상권이 죽으면 지방자치단제에서 거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개발 지원을 해줄 거라는 계산도 있을 거예요.” 한번 임대료를 낮추면 장기간 임대료를 올릴 수 없기에 공실로 두는 것이 낫고, 행정적으로 개입해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임대료로 손해를 보지 않는, 실제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건물주들이 모여 있다는 것. STREET━━━임차인과 임대인 사이, 숨은 공인중개사모든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인과 임차인, 양자 대결 구도로 단순하게 보이지만 이 둘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공인중개사가 존재한다. 임대료가 높아질수록 요율 적용으로 수수료가 높아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계약이 발생해야 수익이 발생하므로, 공인중개사들이 임대차 시장에서 자정 작용을 하는 데에는 임대인과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한다. 임대인이 공인중개사를 압박해 상가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했을 때 불합리한 가격이라고 거절하면 거래가 끊기는 상황에서 임차인 편에 서는 이가 얼마나 될까? 고로 이들도 젠트리피케이션의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 임대인, 임차인, 공인중개사의 삼각관계로 보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끊임없이 창업, 폐업이 이뤄지고 매물을 순환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공인중개사는 자본을 가진 임대인 측에 설 수밖에 없다. STREET━━━다음 ‘힙&핫’ 플레이스는조심스러운 질문이었고, 다들 ‘확신할 수 없지만’이라는 전제를 달고 말했다. 누군가는 짐작할 수 있지만 말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일단 아직도 더 상승세를 탈 여지가 남은 건 송파구 잠실 송리단길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익선동과 망원동에서 만난 상인들도 다음 점포 자리로 송리단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맛집 투어 위주지만 한 골목 상권의 생명력이 3년 정도인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이제 막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오랜 거주 지역에 있는 상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에 계약을 맺은 가게도 여럿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물론 현장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반응은 좀 달랐지만. 뒤를 잇는 건 효창공원앞역에서 공덕역, 광흥창 역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경의선 숲길이 정비되면서 아기자기한 숍과 술집, 맛집이 연이어 오픈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고 확실히 유동 인구도 늘어났다. 근방 숙명여대 앞길과 용산 아모레퍼시픽 뮤지엄, 삼각지까지 상권이 더 넓게 발달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STREET━━━아름다운 담론의 끝하지만 힙&핫의 숙명은 식는 것이다. 지나가버린다. 동네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식당은 자라(ZARA) 같은 거대한 패스트 패션이 될 수 없다. “어떤 상권도 과열된 상태로 장기간 지속될 수는 없어요. 그렇다고 잔잔하게 지속되기에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자본력과 지식 차이가 너무 커요. 법률 지원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하고요. 법적 효력이 없는 내용증명만 받아도 큰일이라도 난 줄 아는 임차인이 많아요. 또한 건물주들이 담합을 잘하는 것에 비해 임차인 커뮤니티가 약해요. 법률 개정이 드라마틱하게 일어나도 임대인에게 유리한 구멍이 있어요. 즉 법률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압박 방법이 있어야 하죠. 커뮤니티로 임대료와 계약 조건을 공유하고, 옆 가게가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면 다 같이 행동하고 건물주에게 책임 의식을 요구해야 해요. 전통적 형태의 마을 공동체인데, 지금은 상권 공동체를 보기 드물어요.” 구본기 소장은 자본의 힘을 넘어설 수 있는 커뮤니티의 힘을 강조했다.한 거리가 주목받고 소위 ‘뜬다’는 말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그 열기가 꺼지는 건 생일 케이크 위의 촛불처럼 굉장히 쉬운 일이 되었다. “도시 공간을 철저하게 사유재산으로만 인식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하나의 공공재로,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여기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사유재산을 공정하게 더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해요. 사유재산의 보존· 보호로 본다면 논의 방법부터 확연히 줄어들죠.” 이지웅 교수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알고 있다. 애초에 공동체 의식이 강했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이 이렇게까지 우리에게 익숙해지지 않았으리라는 걸. 아름답고 낙관적인 담론일 뿐이라는 사실도. 법도 완벽할 수 없다. 임대인은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부르지 않는 대신 건물·상가 재테크라고 표현한다. 출발점부터 다르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무대의 주연이라면 한쪽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어느 쪽에 힘을 더 실어주고 있나, 세력의 균형이 어떻게 맞춰지고 있나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의 논리는 그대로 현재 법령에서 드러난다. 현 정부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청와대로 초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간담회까지 열었다. 그리고 실제로 법 개정이 일어나는 등 변화가 보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젠트리피케이션 둘 중 어디에 가중치를 두느냐의 문제이고, 실상 들여다보면 여전히 전자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유럽, 미국, 일본 어디서든 일어난다. 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서 어느 나라에서도 완전한 해결책을 찾았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임대료 분쟁을 겪고 있는 망원동 그 카페는 이번 여름에도 가고 싶고, 외국에서 친구들이 오면 항상 데려가던 이국적 분위기의 경리단길 상권도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 이명박, 오세훈 시장을 거치며 서울은 점진적이 아니라 순식간에 크게 달라졌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도 마찬가지다. 오늘도 내일도 재생 혹은 개발의 이름으로 공사는 계속된다. 도시는 끊임없이 재생하면서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 숙명이다. 다만 해외의 100년, 200년 전통을 지닌 가게를 찾아가 멋지다고 즐기는 소비자라면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이와 같은 상황에 반드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꼬박꼬박 월급받는 회사를 벗어나는 순간 모두 예비 자영업자가 되는 지금 같은 현실이라면 더더욱.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라는 시각이 지금보다 더 팽배해진 사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100년 전통을 지닌 가게를 가질 수 없다. 우리나라의 도시 성장 역사 자체가 외국에 비해 훨씬 짧지만, 이렇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도시의 흥망성쇠를 빠르게 겪고 ‘혐핫’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문제 의식을 공유하는 지금이 앞으로의 100년을 만들어갈 마지막 타이밍일 수도 있다. 취재 도움말성동구청 지속발전과, 구본기(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 이지웅(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 저자), 안진걸(상지대 초빙 교수, 민생경제연구소장) 참고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