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나이트' 듀카티 파니갈레 V4 S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빨간색의 슈퍼바이크로 뜨거운 여름밤을 가로지른다. | 나이트,듀카티,빨간색 슈퍼바이크,모터사이클 여행,김포 신도시

무엇을 하든지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최고의 순간이란 정확한 타이밍에만 경험할 수 있다. 레저용 모터사이클은 타이밍이 특히 중요하다. 계절이나 날씨 같은 외부 요소에 라이더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제대로 즐기려면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7월의 어느 날, 최고의 순간이 밤의 기운과 함께 시작됐다. 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7시 50분, 두 바퀴의 짐승이 우렁찬 엔진 소리로 고요한 도심 숲을 깨웠다. 두카티 파니갈레 V4 S가 맹수처럼 그르렁거렸다. 4기통 엔진을 장착한 이 슈퍼바이크는 뜨거운 여름밤을 한껏 불지를 만한 힘을 가졌다.  화살의 형상과 비슷하다. 빨간색의 날렵한 보디, 날카로운 선과 면으로 구성된 차체가 속도감을 불러온다. 뒤 타이어의 넓은 폭과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존재가 숨을 죽인다.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모터사이클 중에서 이만큼 강력한 녀석도 드물다. 이 슈퍼바이크와 춤추기 위해선 밤의 기운을 이용해야 한다. 파니갈레 V4 S의 심장은 뜨겁다. 엔진과 배기 라인에서 뿜어대는 열기가 라이더의 두 다리를 무차별로 공격한다. 그러니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달려야 한다.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빠르고 즐겁게 달려야 한다.    오후 8시 30분, 북악 스카이웨이에 올랐다. 도심 속 정체 구간을 피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굽이치는 산길을 가로지르는 것이다. 북악 스카이웨이는 북악산 능선을 따라 정릉 아리랑고개에서 은평구 자하문에 이르는 길이 11km의 관광 도로다. 주변으로 펼쳐진 서울의 옛 성터뿐 아니라 팔각정 같은 수려한 경승지가 많아서 유명한 곳이다. 어두운 산길에서 빨간색 화살과 함께 거침없이 달린다. 낮과는 분명히 달라진 서늘한 바람이 두 바퀴 짐승과 라이더의 뜨거운 열기를 상쇄시킨다. 동공이 커진다. 코너를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베어나간다. 희열과 공포의 경계가 오락가락한다. 낮은 핸들바와 높은 시트가 만들어내는 공격적인 자세가 파니갈레 V4 S와 호흡을 맞추는 데 일조한다. 두 다리로 차체를 조이고 가슴을 연료 탱크에 밀착한다. 그리고 머리부터 시작해 몸을 지그시 돌려 코너 끝을 바라본다. 이런 행위만으로도 파니갈레는 충분히 빠르게 코너를 지배한다. 뾰족한 앞머리가 코너 끝을 향해 회전하는 감각이 자연스럽다. 때론 빠른 코너링이 너무 쉽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이 괴물은 언제든 무섭게 돌변할 수 있다. 오후 9시, 부암동에 위치한 클럽 에스프레소. 케냐 AA 플러스 원두로 만든 향이 진한 커피를 마시면서 스마트폰으로 다음 목적지를 살핀다. 애초 계획은 없다. 그게 모터사이클 여행의 장점이니까. 그러다 김포 신도시의 아름다운 야경에 시선이 끌린다.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는 38km. 약 1시간 거리로, 이 밤이 끝나기 전에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썸머 나이트' 듀카티 파니갈레 V4 S 산길에서 내려와 다시 도시를 가로지른다. 해가 진 도시는 낮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어둠 속에서 많은 일이 소리 없이 계획된다. 파니갈레 V4 S와의 여행은 ‘질주’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속도를 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고, 공기를 가르는 짜릿한 감각이 온몸에 전해진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슈퍼바이크의 스타일은 확고하다. 이동 수단이라기보다 하나의 스포츠에 가깝다.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스포츠에 참여해야 한다. 애초부터 일상의 출퇴근이 아니라 서킷처럼 스포츠 주행을 위해 태어난 기술이다. 그러니 파니갈레의 움직임이 과하다고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빨간색 슈퍼바이크는 여름밤 도심을 탈출하는 도구로는 아주 좋은 선택이다. 스로틀 레버를 과감히 돌리면 번쩍이는 도시의 밤 풍경이 빛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빌딩 숲을 통과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처음 달리는 길과 마주한다. 편견을 버리고 바라본 서울의 밤은 아름답다. 커다란 강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빼곡하게 위치한 건물들과 그 사이를 지나는 바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풍경이 흥미롭다. 그 에너지에 매료된다. 김포 신도시에 가까워질수록 라이더를 감싼 주변 공기 온도가 급격하게 변한다. 서늘한 수준을 넘어서 새벽 공기처럼 차갑다. 자동차전용도로가 시작되기 전까지 쭉 벋은 고속국도를 따라 기분 좋게 속도를 높인다. 근심과 걱정, 모든 스트레스가 이 짧은 순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이라는 무대 안에서 이렇게 자유로워지는 경험도 드물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잠깐의 휴식 후 다시 두 바퀴에 오른다. 목적보다 과정을 즐기는 게 모터사이클 라이딩이다. 빨간색 두카티도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DUCATI PANIGALE V4 S엔진1103cc, V4최고 출력 214마력최대 토크12.6kg·m변속기6단 두카티 퀵 시프트무게195kg가격4430만원 파니갈레 V4는 도로를 달리는 가장 강력한 슈퍼바이크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최첨단 정밀기계 장치로 꽉 찬 모습이 환상적이다. 두카티 특유의 독창적인 설계로 4기통 엔진을 장착하고도 상당히 콤팩트한 모습이다. 심도 깊은 경량화 설계뿐 아니라 최첨단 전자제어 장치로 무장했다. 최대 1만4500rpm으로 회전하는 고회전 V4 엔진은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스로틀을 최대로 감을 때 가속력은 경험하지 않은 이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괴물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성능이지만 정밀한 전자제어 장치 덕분에 라이더 실력에 맞춰 세밀하게 주행 성능을 조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