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한 플랫팩 이케아 스페이스 10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이케아가 만든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혁신가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미래를 디자인하고 있다. | 스페이스,플랫팩,몬스테라 이케아,디자인 회사,자동차 산업

코펜하겐에 위치한 스페이스10 본사. 카브 푸어는 자동차 산업과 이동 수단의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으로 보이진 않는다. 운전면허가 없고, 스스로도 차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인정한다. 더구나 그가 나고 자란 덴마크 코펜하겐은 차보다 자전거를 더 많이 이용한다. 그러니 그가 자동차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올해 28세인 푸어는 각 세대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더 목을 매죠.” 나이키와 아디다스 로고가 나란히 그려진 큼지막한 티셔츠를 입은 그가 이렇게 덧붙인다. “부모님 세대의 목표가 자동차를 사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최신 아이폰을 손에 넣는 거예요.” 푸어는 스페이스10의 공동 설립자이자 매니징 디렉터다. 스페이스10은 스웨덴의 거대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후원하는 미래의 삶을 연구하는 곳이다. 그는 동료와 자율주행차의 외형 디자인과 활용성을 재해석하기로 하고 가장 먼저 구글에서 ‘미래의 차’ 이미지를 검색했다. 우람하고 금속적이며 과장된 선과 공격적인 모습이 튀어나왔다. 마치 배트모빌 같았다. 푸어는 미래의 자동차는 개성과 인간미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 모습을 보고 미래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살려고 노력할 것 같지 않았어요.” 그가 지적한다. “공상 과학 소설 작가 모니카 번은 자신의 책에 이렇게 썼죠. ‘미래주의란 유리로 된 집에서 400살까지 살고 싶어 하는 대머리 백인 같은 느낌’이라고. 그게 바로 우리가 스페이스10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예요. 미래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공상 과학처럼 보여야 한다는 인식 말이죠.” 일각에서는 스페이스10을 이케아의 ‘비밀 혁신 연구소’로 묘사한다. 이 비밀스러운 조직은 단시간에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케아의 명물인 미트볼을 충격적으로 재해석했고, 세계적으로 앞선 증강현실 앱을 만들었으며, 저비용 모듈러 주택과 인공지능 그리고 수직 농장을 진지하게 연구했다. 스페이스10의 연구는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 소개됐다. 지난해에는 미국 경제지 <패스트 컴퍼니>가 선정한 ‘올해의 디자인 회사’ 최종 후보에 올랐다.   물론 지금은 이전만큼 비밀스럽지는 않다. 스페이스10 사무실은 코펜하겐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 한가운데에 있다. 이곳은 레스토랑, 수제 맥주 양조장, 자전거 상점이 즐비한 번화가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소란 뜻이다. 2015년에 스페이스10은 생선 센터로 운영하던 공간에 터를 잡았다. 냉각장치와 가재로 채워진 큰 수조가 있었고 지독한 냄새로 가득 찬 곳이었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산뜻하고 아늑하게 꾸민 3층 규모의 건물에 몬스테라, 이케아의 한정판 제품과 젊고 매력적인 직원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바닥에서 천장까지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대한 창문은 이 건물의 본래 용도를 짐작케 한다. 흡사 어항 같은 느낌이랄까. 템스강 변에 있는 괴상한 MI6 건물처럼 비밀 본부같이 보이기도 한다. 스페이스10의 자부심은 크기가 아니다. 차별화다. 전체 직원 수가 3000명이 넘는 아마존 랩126에 비하면 24명 규모는 구멍가게 수준이다. 대신 스페이스10은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외부 전문가와 협업한다. 그 덕분에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더 심도 있게 일할 수 있다. “<오션스 일레븐> 아시죠?” 시몬 카스퍼센이 묻는다. 그는 스페이스10의 공동 설립자 4명 중 한 사람으로 현재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맡고 있다. “우리 방식도 비슷해요. 이런 프로젝트를 해내려면 영화에서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와 기술이 필요하죠. 내부 전문가를 써야 한다면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가 많지 않을 거예요.”   실제로 이곳은 지문 인식기 같은 시스템이 없다. 비밀 유지 계약서도 없다. 디자이너, 작가, 장인을 비롯해 의외의 직종인 셰프, 다큐멘터리 감독, 임상 심리학자가 있을 뿐이다. 운전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미래의 자동차에 관한 프로젝트를 맡기는 곳. 스페이스10이라 가능한 일이다. 카스퍼센은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방법이 다른 혁신 연구소에 비해 독특하다고 말한다. 35세인 그는 사내에서 삼촌뻘에 속하고, 자신을 ‘질문이 많아서 귀찮은 사람’이라고 묘사한다. 그는 옅은 금발에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 싱거운 유머 감각도 지녔다. “우리가 일반적인 혁신 연구소이고 이케아가 일반적인 회사라면 모든 것이 달랐겠지요. 회사는 우리에게 현재 사업을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알려주려 했을 거예요. 어떻게 혁신을 이룰 것인가에 대해서요. 하지만 여기선 달라요. 우리는 세상과 함께 움직이면서 시작점을 잡아요. 그리고 문제를 찾아내죠. 인간이 직면한 커다란 문제는 무엇인지, 그들에게 신선한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인지, 늘 고민하죠.” “우리는 혼돈 속에서 패턴을 찾으려고 해요.” 카스퍼센이 말을 잇는다. “이케아를 위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죠. 그런 다음에 이렇게 질문하죠. ‘좋아,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케아가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이런 역발상은 우리에게 완전히 다른 관점을 부여해요.”     생선 센터였던 곳이 현대적인 아이디어 허브로 탈바꿈했다. 새로운 기술이 초래할 미래를 연구하다 스페이스10이 자율주행차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런 이유다. 이케아는 자동차 사업에 발을 들이지 않았고, 그 시장에 들어갈 계획도 없다. 그런데 이케아가 자율주행차에 관심을 갖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고민하며 일 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무려 일곱 가지 예상도를 그리면서 말이다. 왜 그랬을까? 푸어의 주장에 따르면 적어도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세상이 바뀌었어요. 이케아 역시 마찬가지예요. 스마트폰을 만들지 않는데도 말이죠. 우리는 새로운 기술이 초래할 결과를 연구해요. 그 결과가 일상을 바꿀 테니까요. 그렇다고 이케아가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저 인간의 삶이 새로운 기술로 인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동 수단도 마찬가지예요. 아마 인간의 생활 방식이나 회사의 운영과 서비스 등이 이동 수단의 변화로 바뀔 거예요. 당장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한 수많은 일이 일어나겠죠. 지금 우리는 우버와 인스타그램처럼 수십억 인구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지도 몰라요.” 사실 그의 두 번째 이유가 더 흥미롭다. 이케아가 ‘작은 공간에서의 생활’ 전문가라는 점이다. “운전을 하지 않으면 내 삶에 스티어링 휠이 필요하지 않아요. 아마 안전벨트도 무시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무엇을 하게 될까요? 아무도 모르죠.” 푸어와 카스퍼센은 스페이스10의 연구 과제에 대해 몇 시간에 걸쳐 이야기했다. 그 모든 것은 ‘바퀴 달린 공간’이라 불리는 프로젝트로 귀결되고 있다. 만일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일하고, 커피를 마시고,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는 공간이 된다면, 실내를 디자인할 때 누구를 더 신뢰하게 될까? 르노 같은 자동차 회사? 아니다. 이케아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들이 연구하는 자율주행차는 ‘새로운 공간’인 셈이다.   만약 당신이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부류라면 스페이스10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세상을 추구하느라 이케아는 매일 디자이너와 공급업체를 재촉한다. 재정적인 문제도 늘 발생한다. 2018년 11월, 이케아 매장의 대부분을 운영하는 지주 회사 잉카는 세전 이익이 3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모든 것이 스페이스10의 새 프로젝트의 배경이다. 이들은 미래를 선점하고 상업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곳에 집중한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보자. 스페이스10의 시작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2014년 이케아는 코펜하겐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레벨 에이전시와 브로킥 가구 컬렉션을 위해 협업했다. 기하학 패턴의 제품은 좋은 반응을 얻었고 유럽 전체로 팔려나갔다. 그리고 이케아는 레벨 에이전시 설립자인 칼라 카밀라 요르트와 동료인 카스퍼센에게 또 다른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카스퍼센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한다. “팔레스타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중이었는데 요르트가 전화를 걸어 이케아 측에서 다시 만나고 싶어 한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또 가구를 디자인하는 일은 관심 없어’라고 말했더니 그도 동의했어요. 한편 우리는 이렇게 생각했죠. ‘이케아 사람들을 만나서 우리가 꿈꾸는 것을 제안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그들이 거절하면 일상으로 돌아가고, 승낙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진행할 수 있겠지.” 요르트와 카스퍼센의 꿈은 대중의 삶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이케아의 철학과 맞아떨어졌다. 이케아는 매장 안내문이나 현금이 없는 계산대처럼 일상적인 것에 매달리지 않았다. 대신 인구 과잉, 기후변화, 지속성 등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마침내 이케아 경영진과 대면한 두 사람은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먼저 새로운 연구소가 이케아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일 것. 이케아의 사내 연구소가 되어서는 안 되고 경영진으로부터 어떤 업무 지침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케아 측이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어요.” 카스퍼센은 여전히 놀랍다는 듯이 말한다. “그래서 6시간의 미팅 후에 우리는 CEO와 포옹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이렇게 말했죠. 한번 해봅시다!” 생선 센터였던 곳이 현대적인 아이디어 허브로 탈바꿈했다. 요르트와 카스퍼센은 사업가 카브 푸어, 프랑스의 혁신 전략가 기욤 샤니브뤼네를 불러 모았다. 이들은 곧장 에너지 소비 절약, 건강과 웰니스를 겨냥한 콘셉트 제품을 공개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과 전기의 양에 따라 색이 변하는 벽걸이 액세서리 ‘스마트’와 샤워기에 설치하면 수도꼭지가 사용 시간을 알려주는 ‘클라우드 버스트 모니터’가 그것이다. 시제품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었으나 곧 판단 착오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사실 샤워실은 굳이 첨단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공간이다.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죠.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거든요.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나 소란스러운 가족과 분리될 수 있는 공간이죠. 그래서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어요. 과연 스마트 콘셉트를 사용하면 실제로 물을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는지를 말이죠. 그러다 패스트푸드 햄버거 하나를 만드는 데 2000리터의 물이 사용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건 석 달간 샤워할 수 있는 양이죠.” 그들은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무엇이 더 옳은 일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멋진 수도꼭지 대신 식품 제조 시스템을 검토하는 일이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모두 접고 음식으로 주제를 돌렸다. 스페이스10의 두 번째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했다. ‘미래의 미트볼’ 프로젝트는 우리가 멀지 않은 미래에 먹을 수 있는 여덟 가지 요리를 제안했다. 그중에는 바삭한 벌레 미트볼, 쓰레기 미트볼, 그리고 실험실에서 배양한 소고기로 만든 인공 미트볼도 있다. 미래의 미트볼은 금세 미식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며 입소문을 탔다. 카스퍼센이 웃었다. “우리는 이케아의 가치 있는 자산 중 하나인 미트볼을 건드렸죠. 스페이스10이 더 이상 존속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를 공개할 때 이케아에 다니는 누구에게도 허락을 받지 않았으니까요. 이케아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많은 기자들이 이 소식을 다루려고 이케아 영국 법인에 연락했지만 그들은 아는 내용이 하나도 없었어요. 이 희귀한 미트볼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는데 이케아는 아무 대책 없이 매장 내 식당을 방문하는 6억 명의 고객을 맞이하고 있었던 거죠. 이케아는 정말 큰 사업체예요. 당연히 그들은 이렇게 말했죠. ‘우리 음식이 실험실에서 배양한 고기와 벌레로 만든 거라고? 우리 브랜드를 망치고 싶어?’” 이케아가 정말 이 프로젝트에 대해 몰랐을까? “네, 전혀 몰랐어요.” 카스퍼센은 이것이 스페이스10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스10을 시작할 때 이케아와 독립적인 부서라는 것을 명백히 했어요. 그래서 일종의 시험을 했죠. 하지만 모든 것이 원하는 것보다 더 순조롭게 풀렸어요. 실제로 이케아 측은 정말로 그 프로젝트를 좋아했어요. 최고 경영자가 저에게 말했죠. ‘당신이 우리를 더 이상 도발시키지 못하는 날, 그날이 바로 당신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날일 겁니다.’ 덕분에 우리는 계속해서 다양하고 창조적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포지션이죠.”     한 연구원이 엄격한 제품 테스트를 하기 위해 이케아 콘셉트 베드에 뛰어들었다. 이케아를 자극시키고 계속해서 발전시킨다 미래의 미트볼 프로젝트가 결국 홍보 효과를 노린 행위가 아니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카스퍼센은 그런 비판이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말한다. 이케아는 당장 벌레로 만든 미트볼을 매장에서 판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2018년 9월, 이케아는 케일, 생강, 붉은 렌틸콩과 당근 같은 재료로 채식주의자를 위한 새로운 핫도그를 출시했다. 이 핫도그의 탄소 발자국은 1981년에 등장한 핫도그보다 현저하게 낮다. “미래의 미트볼을 통해 사람들이 낯선 대상에 좀 더 친숙해지길 바랐어요.” 카스퍼센의 말이다. “무심했던 문제에 관해 생각을 일깨우고 논의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렇다고 모두가 10년 안에 귀뚜라미를 자연스럽게 먹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틀릴 수도 있죠. 덴마크에 스시가 처음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날생선을 먹는다며 혐오스러워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아주 맛있는 음식이었죠. 그래서 곧 유행처럼 번졌어요. 그러니 누가 알겠어요?”   스페이스10의 프로젝트 중 가상 정원 프로젝트도 화제였다. 2017년에 코펜하겐 사무실 지하를 작은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수경 재배를 통해 일반 농장보다 물을 90% 가까이 적게 사용하며 1년 내내 신선한 채소를 생산할 수 있었다. 그렇게 키운 채소를 직원들의 점심 식사에 사용하고 현지 식당에도 일부 제공했다. 새로운 콘셉트를 알리기 위해 2017년에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 참가해 쇼디치에 카페를 열었다. 6일 동안 현장에서 직접 키운 2000그릇의 새싹 채소를 제공했다. 한 달 뒤 이케아는 세계 최대의 수직 농장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 에어로팜에 큰 규모의 투자도 했다. 이케아와 에어로팜의 만남에 스페이스10의 프로젝트가 영향을 끼쳤을까? 카스퍼센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케아가 여전히 잎채소를 키우는 카페 프로토타입을 시험 중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이스10 공동 설립자 시몬 카스퍼센과 칼라 카밀라 요르트. 스페이스10의 목표는 정확했다. 이케아를 도발하고,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일이다. 실제로 이 인터뷰를 위해 스페이스10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도 ‘바퀴 달린 공간’ 프로젝트에 대해 이케아는 아는 것이 없었다. “사실 당신과 인터뷰하기 전에 보고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이케아는 아무런 정보가 없죠. 그래서 만약 관련 인터뷰를 먼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를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어쩌면 이후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죠. ‘사과할 게 있어요. 바퀴 달린 공간 프로젝트의 발표가 취소됐어요.’” ‘미래의 미트볼’과 ‘바퀴 달린 공간’은 재미있는 연구에 속한다. 비슷한 프로젝트가 또 있다. 지난 4월에 유럽에서 출간한 요리책 <최신 미래 음식>이다. 이 책에는 집에서 소형 생물 반응 장치를 만드는 방법도 담겨 있다. 이 정보를 활용하면 식사 후 소화가 잘되고 비타민과 항산화 물질을 풍부하게 유지할 수 있다. 자연에서 가장 완벽한 식량으로 여겨지는 스피룰리나(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조류)를 집에서 직접 키울 수 있다. 푸어와 카스퍼센은 비공식적으로 ‘지루한 연구’라고 명명하는 작업도 수행한다.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 에너지와 블록체인, 그리고 이런 첨단 기술로 전력 공급이 안 되는 지구상의 11억 명의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 등이다. 이런 연구는 이 글에 재미를 더하지 못한다. 하지만 수입을 창출하는 연구이자 이케아에 직접적인 가치가 있는 분야에 속한다.   물론 다른 형태의 성과도 있다. 지루한 연구를 통해 2017년에 증강현실 앱인 이케아 플레이스를 출시할 수 있었다. 이케아 플레이스는 출시 이후 게임 외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증강현실(AR) 앱으로 인기 순위 2위를 차지하며 화제가 됐다. 이케아 플레이스는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현실 세계로 이케아 상품군을 불러온다. 그리고 가구를 실제 집에 배치했을 때 어떤 모습인지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훌륭한 콘셉트일 뿐 아니라 실제로도 아주 유용하다. 애플 CEO 팀 쿡은 이 앱에 대해 “집에 둘 수 있는 가구를 정하는 과정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과 경험을 뒤바꿨다”고 평가했다. 이케아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직면했을 때 이케아 플레이스가 흥행 가도를 달리며 성과를 냈다. “우리는 증강현실 기술이 향후 3~4년 내에 시장에 통용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카스퍼센이 시인했다. “하지만 2017년 6월, 애플의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AR 키트를 배포한 이후 하룻밤 새에 수십억 대의 스마트폰이 증강현실 기능을 갖추게 됐어요. 그 덕에 우리는 AR 기술로 무언가를 실현할 기회를 얻은 셈이죠. 그 후 9주 만에 이케아 플레이스를 만들어냈죠.” 물론 갑자기 이뤄낸 성과는 아니다. 이케아는 한동안 3D 모델에 집중해왔다. 이케아 최초로 만든 ‘3D 버틸 체어’는 2006년 가을 카탈로그에 등장했다. 2009년에는 방대한 3D 모델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방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가구 세트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요즘 이케아 카탈로그의 대부분은 진짜 사진이 아닌 3D 그래픽이다. 이케아가 3차원 모델에 정통해 픽사가 아이디어 교환을 요청했을 정도다.     건물 지하에는 ‘메이커리’ 디자인 연구소가 있다. 탐구적 자세에 투자하다 2017년 9월 이케아 플레이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 안에 수록된 가구와 제품의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그들은 앱을 원활하게 구현하느라 정신없는 가운데에서도 미묘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하는 장소에 가구를 옮길 때 만족감 중 하나는 햅틱 피드백이다. 희미한 소리와 약간의 떨림이 손끝에 전달된다. 이 소리는 스웨덴의 음향 스튜디오인 플랜8 뮤직이 맞춤 제작한 것으로 선택한 품목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달라진다. 앞으로는 플레이스 앱 카탈로그에 1만 개가 넘는 제품이 등록될 예정이다. 또한 비주얼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제 물체를 스캔하면 이케아의 라인업에서 가장 비슷한 제품을 찾아 안내하는 기능도 갖출 것이다. 이케아 입장에서 플레이스 앱 하나로만 평가해도 스페이스10의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 인터 이케아의 최고 경영자 토르비욘 뢰프는 어느 날 아침 전화 통화로 이렇게 말했다. “스페이스10에 우리가 쓴 모든 비용, 즉 투자에 대한 보상은 이 사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됐어요. 게다가 앞으로 무엇이 새롭게 나올지 우리도 모른다는 것이 정말 멋지죠.” 인터 이케아는 디자인의 지적 재산을 관리하는 지주 회사다. 뢰프는 2015년 5월부터 총괄 전략을 책임지고 있다. 그의 초반 계획 중 하나는 2015년 11월에 스페이스10을 만드는 것이었다. 스페이스10이 획기적이고 역동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거라고 예상한 인물이다. 뢰프는 이케아가 혁신적인 역량과 사고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케아 내부에는 능력이 출중한 인재, 혁신가가 많아요. 하지만 그들은 커다란 회사의 일부이고 스페이스10은 다른 세대, 다른 사고방식을 지녔죠. 스페이스10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네크워크를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그 당시에도요.” 뢰프 역시 험난한 순간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들의 첫 프로젝트 중 하나가 이케아 미트볼이었죠. 벌레 미트볼 말이에요.” 뢰프는 스페이스10과의 협업을 대성공이라고 자부한다.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성공적이다. “당연히 스페이스10의 모든 프로젝트는 언론의 엄청난 주목을 받죠. 우리는 내부 방침상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해야 해요. 알다시피 관련된 일은 아주 곤란했고, 여전히 그래요. 하지만 그들은 상상도 못 한 방식으로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고 해결하려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해요. 그러한 탐구적 자세에 이케아가 투자하는 거니까요. 분명 제가 본 사람 중 최고의 재능을 갖고 있어요.”   스페이스10은 한 프로젝트를 끝내면 보통 코펜하겐 본부에서 파티를 연다. 본부 지하를 개방하고 200매의 티켓을 판매한다. 선착순이다. 무료 바 앞에 많은 사람들이 보여서 대화의 장을 펼친다. ‘바퀴 달린 공간’의 출시 현장, 이날 주요 연사는 스페이스10의 매니징 디렉터인 카브 푸어와 ‘특별한 건수’를 위해 데려온 베를린 소재 3D 전문 에이전시 폼스튜디오의 디자이너 두 명이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물어보죠. ‘혁신 실험실이라면서 왜 연구 결과를 숨기지 않고 공개하죠?” 카스퍼센의 말이다. “난 마이크 타이슨의 이 인용구를 정말 좋아해요. ‘누구나 계획을 갖고 있다. 입을 한 대 얻어맞기 전까지는 말이다.’ 개발에 3년을 소요하고 코펜하겐의 어항 속에 앉아 있느라 이걸 생각하지 못했다고 깨닫는 것보다 우리 아이디어에 대해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는 게 좋아요.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우리 아이디어는 수없이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죠. ‘좋아, 이번 라운드가 끝나고 여전히 서 있는 건 누구지?’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카스퍼센이 덧붙였다.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은 프로젝트도 많아요. 이제는 그런 것을 빠르게 포기하는 편이죠.” ‘바퀴 달린 공간’은 이미 온라인으로 어느 정도 소문이 퍼졌다. 초기 반응도 긍정적이다. “만족스러워요. 분석 에이전시로부터 듣기로는 지금까지 1700만 명에게 정보가 도달했다고 해요. AP 통신은 우리가 코펜하겐에서 이를 시제품화할 계획이 있는지, 반달리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건 아닌지 묻는 이메일을 보내왔어요. 그건 실제 자동차가 아니라 콘셉트에 가깝다고 설명해야 했죠. 이케아와 함께 일하면서 흥미로운 부분은 반응의 규모예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1500명에게 퍼졌다면 그건 망한 프로젝트죠. 훨씬 더 많아야 하거든요!”     스페이스10의 ‘작은 농장’은 실외 정원에 비해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 실내의 조명 아래에서 수경 재배로 채소를 키우는 연구를 진행한다. 스페이스10의 앞날은 누구도 모른다 자동차 디자이너도, 제조사도 아니기에 스페이스10은 연구 결과를 유쾌하게 보여주기 위한 색다른 방식을 모색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자동차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스페이스10은 이케아 플레이스의 증강현실을 접목하기로 결정했다. 앱을 통해 거실에 소파를 놓는 대신 7대의 ‘바퀴 달린 공간’ 중 하나를 주문하는 것이다. 우버로 차량을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면 가상의 자동차가 당신이 있는 장소로 찾아오고 그 과정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지켜볼 수 있다. 카스퍼센이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우리는 어떤 ‘공간’을 주문할지 논의했다. 장거리 여행 시 눈을 붙일 수 있는 ‘바퀴 달린 호텔’이나 농장에서 집으로 직접 건강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배달하는 ‘바퀴 달린 농장’도 있다. 또 사무실, 카페, 모바일 진료소, 오락실, 그리고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치장하고 이케아 제품으로 채운 팝업 스토어도 있다. 모든 차량은 스스로 움직이기 때문에 운전자는 필요 없다. ‘바퀴 달린 카페’ 콘셉트로 이동식 바를 만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음주와 자동차의 매치가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어 포기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차량이 2분 내에 도착할 것이라는 알림이 뜬다. 반짝이는 방울 모양의 아이콘이 코펜하겐 중심부의 구불구불한 거리를 지나오는 것을 지켜본다. 카스퍼센은 바쁜 도시에서 일반인이 자가용으로 출근할 경우 75분 걸리며 교통 혼잡으로 30분을 허비한다고 지적한다. 이것을 30년으로 환산하면 운전자는 교통 정체로 1년이 넘는 시간을 소비하는 셈이다.   스페이스10의 ‘바퀴 달린 공간’ 프로젝트 중 ‘바퀴 달린 호텔’은 기존 호텔 객실의 모든 요소를 담은 청정에너지 전기 자동차다. 체크인하면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스마트폰 화면에 뜬 차량이 우리 옆에 멈춘다. 차량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모든 모서리가 둥글고, 차분한 톤이다. 한쪽 끝에는 커피 머신이 있고 측면을 따라 식물로 채운 유리 상자가 놓여 있다. 1991년에 방영한 <심슨 가족>의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에피소드에서 호머가 디자인한 차와 어느 정도 비슷하다. 가상으로 살펴보면 A에서 B로 느긋하게 이동할 때 30분 정도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이케아는 뢰프의 진두지휘하에 변화하고 있다. 그는 30년 동안 근무하며 겪은 어려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케아의 제품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와 중국 같은 신흥 국가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길 원한다. 모든 제품의 탄소 발자국을 더 줄이고 재생 및 재활용 소재의 사용을 늘리는 야심 찬 포부도 가지고 있다. 뢰프는 지금까지 이케아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과 도시의 확장에 따라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시점에서 파란색 창고형 매장의 대대적인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케아가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혁신적 사고죠. 그래서 저는 스페이스10을 아주 중요한 자산으로 생각해요. 우리는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스페이스10처럼 기발한 집단은 유일해요. 회사 내부에 설립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그랬다면 성공적이었을지는 의문이네요. 평범한 운영과 일상의 비즈니스, 그리고 그에 따르는 모든 문제와 딜레마가 발목을 잡았겠죠.” 뢰프는 스페이스10의 잠재력을 여전히 높게 평가했다. 취재를 위해 스페이스10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양한 영감을 얻었다. 이들은 유머, 도덕적 코드 그리고 전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인 회사를 곁에 두고 세상의 여러 문제에 접근한다. 만일 스페이스10이 무언가 찾아낸다면 그들의 연구는 지구상의 수백만, 아니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태양이 건물 뒤로 저물고 있는 코펜하겐 거리. 그 안에서 맥주병 따는 소리가 들린다. 파티를 시작하려는 참이다. 카스퍼센이 말했다. “누구도 미래를 예언할 수 없어요. 하지만 누구나 미래를 그려볼 순 있죠. 우리가 사람들의 삶을 과감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면 그건 이케아와 세상 모두에 가치 있는 일일 거예요. 이건 야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