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의 현재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흐르는 강물처럼, 이동욱은 거스르지 않았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주어진 일상을 살아왔다. 다가올 시간을 살아간다. 돌아보지 않는다. | 이동욱,타인은 지옥이다,프로듀스 X 101,구찌

  멀티컬러 펠라인 프린트의 오버사이즈 볼링 셔츠, 하늘색 스트라이프 셔츠, 울 매크로 오버사이즈 쇼츠, GG 패턴 양말, 체인 호스빗 디테일의 리저드 가죽 소재 부티, 인터로킹 G 디테일과 사이드 핸들이 특징인 스몰 더플백, 실크 스카프 모두 구찌. 화보 촬영 후 이어진 영상 인터뷰 중 빨래 얘기를 하는 걸 들었다.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거 같더라. 혼자 산 지 6년 정도 됐는데, 내가 하지 않으면 해결해줄 사람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더러운 집에 살기 싫으니까 일주일에 두세 번씩 청소도 해야 하고.   왠지 좀 신기하게 들렸다. 이동욱 같은 사람에게 빨래 같은 고민은 해당 사항이 없을 거라 지레짐작했던 거 같기도 하고. 해결해야 할 일상이 너무 많다.(웃음) 촬영이 있을 때에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 쉬면 잘 쉬는 건데,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하게 된다. 밀린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버린다. 그래서 이게 쉬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웃음) 그런데 혼자 사는 직장인들도 다 마찬가지 아닌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특이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긴 하지만 남들처럼 일상은 일상대로 사는 거지.   1999년에 데뷔했으니 올해가 데뷔 20주년이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만한 숫자인데. 음,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아무 의미 없다. 데뷔한 이후로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살 수 있는 대로 살아오는 동안 그저 20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나이를 먹은 것뿐이다. 솔직히 20년 동안 잘했다는 만족감을 느껴본 적도 별로 없어서 일하면서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던 거 같다. 그러니까 이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할 거 같다.   감정적인 기복이 별로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혹은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하거나. 그러려고 노력한다.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하지. 이것도 살다 보니까 터득하게 된 건데 밖으로 감정을 드러내서 누군가에게 얘기하는 게 별 의미가 없더라. 돌아오는 건 결국 같은 얘기니까. 딱히 위로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혼자 끙끙 앓는 성격도 아니라 굳이 뭐, 그냥 각자 인생 각자 알아서 사는 거지.   현재 방영 중인 <타인은 지옥이다>는 사전 제작으로 완료해서 이미 촬영은 끝났다고 들었다. 원작이 유명한 웹툰이라 단적으로 비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걱정되는 바는 없을까? 원작을 보신 팬들이 당연히 많겠지만 안 보신 분들도 많을 테니까, 그렇게 걱정하진 않았다. 다만 성향에 따라 잔인하다, 기분 나쁘다, 재수 없다, 그래서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긴 했다. 내 입장에서는 독특한 이야기와 생소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이라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 전할 수 있는 메시지도 확실하게 느껴졌고.     말과 태슬 프린트의 방수 나일론 재킷, 빈티지 와이드 팬츠, 다양한 구찌 로고 디테일과 멀티컬러가 조화된 울트라페이스 스니커즈 모두 구찌. <타인은 지옥이다>는 드라마틱 시네마를 표방한 작품이다. 화면 비율도 2.35:1의 시네마스코프로 방영하고, 기존의 드라마와 차별화된 결과물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현장 분위기도 기존 드라마 촬영장과 다른 느낌이었나?  반반이었다. 일단 영화감독이 연출하고, 대부분의 스태프가 영화 현장 출신이라 좀 다른 느낌이 있었다. 중요한 신은 다 콘티 작업을 통해 진행했고. 미술이나 세트에 신경을 많이 써서 배우 입장에서는 좀 더 실감 나는 분위기라 좋았다. 그런데 요즘은 드라마 현장도 많이 좋아졌다. 촬영 때 쓰는 카메라 기종도 영화나 드라마나 비슷하고. 그럼에도 가장 큰 차이라면 기존 드라마 현장보다는 좀 더 여유로웠다는 점? 드라마는 주로 16부작이나 24부작으로 진행되는데 <타인은 지옥이다>는 10부작이니까.   사전 제작 과정이 좀 여유로웠나 보다. 배우 입장에서는 좋은 일 아닌가?  장단점이 있다. 카메라 테이프 갈아 끼우던 시절부터 해온 사람 입장에서 열흘씩 밤새우며 찍을 때 느낀 장점은 캐릭터에서 빠져나올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끝날 때까지 몰입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잠을 못 잔다는 건 지옥 같은 일이니까. 반대로 여유가 있어서 길게 쉬다가 촬영장에 나오면 약간 낯선 기분이 든다. 그만큼 다른 배우들이나 감독님과 충분히 대화하고, 일부러 세트를 돌아다니고, 몸을 달구는 시간이 필요하다.   악역을 맡은 건 처음인데, 심지어 사이코패스 살인마다. 그런 인물을 연기하는 것 자체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진 않았을까? 좀 더 예민해지더라. 괜한 생각도 많아지고. 예를 들어 마취도 하지 않고 치아를 뽑는 장면이 있는데, 찍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더 아프게 보일까. 사실 화면상에 아픔의 정도까지 담아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 캐릭터에 빠져서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있긴 했지만 이 캐릭터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가 잘 방어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했고.   혹시 참고한 캐릭터나 작품은 없었나? 없다. 일부러 보지 않았다. 따라 하게 될 것 같아서. 원래부터 뭘 찾아보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원작 웹툰도 딱 한 번 봤다. 이런 내용이구나, 심리 묘사를 이렇게 했구나, 캐릭터 간의 대립은 이렇구나, 이 정도만 숙지하고 대본에 집중했다. 현장에서 몰입하려 했고.   그렇다면 서문조라는 악인을 연기할 때 무엇이 중요하다고 느꼈나? 과장된 몸짓이나 잔동작이 많은 인물이 아니라 잔인한 짓을 할 때에도 최대한 간단하게 움직여서 해결할 거 같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살인을 즐기는 인물이기보단 내면에 잠재된 악마를 끌어내서 지옥에 빠뜨리고 싶어 하는 인물이니까. 분명한 건 서문조가 일말의 동정심도 느껴지지 않는, 어떤 당위성이 없는 캐릭터로 보이길 원했다는 거다. 서문조뿐만 아니라 고시원에 있는 모두 다. 나쁜 놈은 나쁜 놈으로 끝나야지, 어떤 과거가 있었다는 식으로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악인을 미화해선 안 되는 법이니까.   4회의 엔딩 신에서 보여준 표정은 지금까지 이동욱이라는 배우에게 기대하지 못한 얼굴이라 놀라웠다. 덕분에 5회에 대한 기대감이 좀 더 높아졌고. 혹시 그 표정은 거울을 보고 연습한 결과인가? 특별히 연습하진 않았다. 사실 내 표정이 그렇다는 걸 나 역시 방송을 보고 알았다. 현장에서 모니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라 감독님이 오케이 하시길래 됐나 보다 생각하고 안 봤다. 어떻게 웃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평소처럼 웃으면 안 된다는 건 확실했으니까. 자신의 목표인 윤종우(임시완)가 계획대로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즐거움을 느끼는 서문조의 입장에 집중하려 했다. 물론 시청자들에게는 그저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웃음일 수도 있겠지만.    기분 나쁘게 느껴진다면 연기는 성공한 셈인데,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진 않았나? 내 입으로 답하기 좀 그런 질문이긴 한데,(웃음) 이런 생각은 들었다. 다시 찍자고 하면 저 표정이 나올까? 아무래도 처음에는 날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런 표정이 나온 게 아닐까 싶어서. 그런데 언제나 100% 만족하긴 어렵다. 그리고 <타인은 지옥이다>는 시작할 때부터 뭔가를 설정하려고 달려들지 않았다. 대사를 외워 가는 정도로만 준비하고, 리허설에서 해본 대로, 현장에서 느껴지는 대로 부딪치며 최대한 라이브한 느낌으로 해보고 싶었다.   이전까지는 뭔가를 많이 준비해 가는 편이었나 보다. 그렇다.     그만큼 새로운 자극을 받기도 했겠지만 계속 불안감을 견디는 일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예민해진 거 같다. 생각도 많아지고. 사실 나는 대사 방식이 좀 다르다. 다른 배우들은 일상적으로 말하듯이 한다. 그 때문에 대사가 씹히기도 하고,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기도 하고. 그런데 서문조는 정제된 말투를 쓴다. 군더더기가 없다. 다른 캐릭터들과 그런 결이 다르다 보니 혼자 튀어 보이진 않을지 좀 우려가 됐다. 나 혼자 연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했고, 오히려 그게 서문조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덕분에 지금과 같은 캐릭터가 만들어졌고.   외적으로도 살짝 음침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외모에도 신경을 쓴 것 같다. 일부러 메이크업을 거의 안 했다. 다른 작품에 비해 조명의 조도도 좀 낮은 것 같고. 물론 조명 팀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다. 혹시라도 조명 팀이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내가 이렇게 말한 것이라면 섭섭할 수도 있으니까. 그냥 개인적인 짐작이다.(웃음)   각색에 공을 들여서 원작과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덕분에 배우들 입장에서는 원작 캐릭터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 같기도 하다. 원작 캐릭터의 오라는 존재하지만 거기에 끌려갈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할까. 각색 덕분에 배우가 캐릭터를 해석할 수 있는 영역이 보다 자유로워진 인상이다. 작가님과 감독님의 능력 덕분이다. 특히 감독님이 배우들을 많이 위해준 거 같고. 감독님이 확고한 신념으로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배우들도 흔들리지 않았던 거 같다. 사실 원작 자체가 드라마의 스포일러나 마찬가지인데 원작에서 왕눈이라 불리던 캐릭터를 두 인물로 분산해서 일종의 페이크를 준 셈이기도 하고. 다만 원작 팬 입장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고, 유기혁 역할을 맡은 이현욱 배우의 팬들 입장에서는 좀 아쉬울 수도 있을 거 같다.   이동욱이라는 배우 입장에서도 일종의 도전처럼 보인다. 처음으로 장르물과 악역을 맡은 것 같다. 사실 지난 20년간 전작과 비슷한 인물이나 장르를 선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로맨틱 코미디를 굉장히 많이 한 것 같지만 20년 동안 네 편밖에 하지 않았다. 다른 작품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인기를 얻어서 그렇게 각인된 것뿐이지. 사실 작품이 잘되면 비슷한 제의가 정말 많이 들어온다. <도깨비> 이후에는 판타지물 제안이 정말 많이 들어왔고. 하지만 그런 제안은 단 한 번도 수락하지 않았다. 해보지 않은 것을 선택했지. <타인은 지옥이다> 역시 그런 기준으로 당연한 선택을 한 건데 전작들에 비해 변화의 폭이 더 크게 느껴지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거다. 그리고 사실 이 작품에서 내 분량이 그리 많지도 않다. 내가 나오는 신들이 강렬해서 캐릭터가 확실히 인식되는 것일 뿐. 애초에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선택한 작품이기도 하고. 이번 작품의 실질적인 리더는 시완이지.     핀스트라이프 재킷, 스트라이프 울 터틀넥 니트, 스트라이프 셔츠, 울 새틴 팬츠, 다양한 구찌 로고 디테일과 멀티컬러가 조화된 울트라페이스 스니커즈, 인터로킹 G 디테일이 특징인 소프트 레더 포트폴리오. 페이즐리 프린트 타이 모두 구찌. 제작 발표회에서 임시완 씨의 복귀를 도와주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원래 친분이 있었나?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촬영을 시작할 때 개인적인 스케줄로 외국에 나가 있던 상황이라 뒤늦게 현장에 합류했는데 배우들이나 스태프들 모두 이미 편한 사이가 됐더라. 그래서 내 캐릭터도 좀 그렇고, 나 혼자 낯설어지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시완이가 먼저 다가와서 챙겨준 덕분에 금방 편해졌다. 경력으로도, 나이로도 시완이가 막내에 가까웠지만 현장 전체를 잘 아우르면서 리더 역할을 잘했다. 그런 면에서 정말 고마웠고, 복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참 괜찮은 친구다.   저마다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역량이 뛰어난 편이라 리액션을 주고받는 쾌감이 상당했을 거 같다. 그만큼 연기에 몰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을 거 같고. 믿음이 있었다. 상대에 대한 믿음이. 내가 이만큼 하면 그걸 받아서 또 이만큼 던져줄 것이라는 믿음. 그래서 다들 마음 편하게 연기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지만 다들 실제로는 너무 선하고 순한 사람들이라 배우들 간에 감정 소모를 겪을 일도 전혀 없었다. 촬영하는 내내 마음이 편했다.   박종환 씨는 정말 점잖고 조용한 사람이라 변득종 같은 인물을 그렇게 소화해내는 걸 보면 정말 놀랍기도 하다. 심지어 1인 2역까지 소화하기도 하고. 종환이가 정말 고생이 많았다. 1인 2역이니 다른 배우들보다 더 큰 에너지가 필요했을 텐데, 말을 더듬고 과장된 웃음까지 들려주는 캐릭터라 더 힘들었을 거다. 그렇게 과장되게 웃는 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건데 테이크별로 계속해야 하니까, 정말 힘들었을 거다. 시완이도 분량이 워낙 많아서 종종 안쓰러웠고. 그래도 다들 열심히 했고, 워낙 잘하는 배우들이라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싶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관계라는 지옥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 같기도 하다. 배우로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할 때가 있을 텐데,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대응하나? 대부분 그럴 거라 생각하는데 그냥 가만히 있는 편이다. 어차피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할 수 없다면 원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입 밖으로 꺼내봤자 스트레스만 더 쌓일 거 같으니 그냥 놔둔다.     밀리터리풍 테일러드 재킷, 셔츠, 스트라이프 셔츠, 밀리터리풍 팬츠, 페이즐리 프린트 타이 모두 구찌. 화를 잘 참는 편인가?  아니, 못 참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하지만 이제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으니 참으려 노력하는 거지. 화날 때마다 화를 내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고. 상식적인 선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다들 그렇듯이.   <타인은 지옥이다>의 주 무대가 되는 고시원은 하나의 캐릭터처럼 느껴질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배우 입장에서는 공간과 리액션을 하며 연기하는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미술 팀의 공헌도가 상당해 보인다. 맞다. 고시원 세트 자체가 제1의 배우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거기 들어가면 누구나 음침하고 스산한 기운을 느낀다. 배우만이 아니라 스태프들도 그런 얘기를 할 정도다. 좁은 공간이 주는 압박감도 상당하고. 그런데 제작진 말로는 취재 다니면서 본 고시원의 방보다는 조금 더 넓게 만든 거라고 하더라. 촬영을 하려면 장비도 들어가야 하고, 아무리 못해도 카메라가 들어갈 자리는 있어야 하니까. 그조차 안 될 정도로 좁은 공간이 많아서 촬영하는 내내 벽을 뜯고, 다시 붙이고의 반복이었다. 미술 팀이 정말 ‘열일’했지만 진행 팀이나 카메라 팀도 이만저만 고생한 게 아니다.   사실 그런 환경에서 서문조는 어떻게 항상 말끔함을 유지하는 걸까 좀 궁금하긴 했다. 회가 거듭되면 알겠지만 입는 옷이 몇 벌 안 된다. 게다가 잠잘 시간도 없어 보인다. 치과에 일찍 출근해서 일하고, 돌아와서는 종우를 살피고, 살인을 저지르고, 정말 바쁘지 않나.(웃음) 잠도 잘 안 자는 거 같고, 뭘 먹는 거 같지도 않아서 일부러 살을 빼기도 했다. 사실 대본을 보고 감독님한테 이런 얘기도 했다. 얘는 대체 언제 자느냐고. 그러니까 감독님도 “그러게요” 하면서 웃고 말았는데, 궁극적으로 그런 인물이니 협소한 공간의 불편함 같은 건 다 감당이 되는 거 같다.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더 큰 즐거움이 중요하니까. 외형적으로 깔끔함을 유지하는 것도 치과 의사라는 이중생활을 하기 위한 필요성에서 비롯된 선택처럼 느껴지고.   10부작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란 점에서 기존 드라마와의 차별성을 느낀 부분이 있나? 전개가 빨라서 좋았다. 콤팩트하니까. 물론 16부작이나 24부작의 전개가 느리다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더 짧은 시간 안에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녹여낸다는 점에서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애초에 감독님이 10부작 드라마가 아니라 1시간짜리 영화 10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배우들도 그런 마음으로 따라간 것 같다.     니트 디테일의 멀티컬러 파이톤 소재 보머 재킷, 브이넥 울 스웨터, 캐시미어 터틀넥 니트, 웹과 파이핑 디테일의 스트레치 저지 팬츠, GG 모티프의 시퀸 베레모, 귀 모티프 브로치, GG 로고 메탈 브로치 모두 구찌.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화 출연작이 적은데, 혹시 영화에는 관심이 없나? 당연히 있다. 특별히 매체를 구분해서 연기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드라마 위주로 선택하게 된 것뿐이다. 기회가 되면 연극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타이밍이 중요할 거 같다. 들어오는 대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드라마보다 영화를 선택하는 게 좀 더 신중해지는 거 같다. 바로바로 흥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니까 이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다가와서 좀 더 고민하게 되는 거 같다.   아무래도 주연배우로서 책임감이 더 예민하게 다가오는 걸까? 흥행이 잘 안되면 아무래도 미안하겠지. 물론 그걸 감독 책임이다, 배우 책임이다, 제작사 책임이다,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흥행이 안되면 주연배우로서 미안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잘 안 하는 것도 그런 책임감과 연관이 있는 걸까?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아서.(웃음) 자꾸 아쉬운 것만 보이고, 그래서 보기가 힘들다. 그래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가능하면 혼자 보는 편이고. 그런데 본방송을 놓치면 재방송이든 IPTV로든 챙겨 봐야 하는데 자꾸 미루게 되더라.   스스로 연기가 뛰어난 배우가 아니라고 말했는데, 지향점을 높게 잡고 있는 건 아닐까? 늘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다. 더 잘하면 좋겠고, 더 열심히 하고 싶고, 그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더 나아갈 수도 있는 것이겠지. 깨질 수 없을 만한 기록을 남긴 운동선수들도 은퇴할 때가 되면 해내지 못한 게 있어서 아쉽다고 하지 않나. 만약 내가 내 연기에 만족했다면 진즉 그만두지 않았을까? 만족스럽다면 더 할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혹시 선택한 걸 후회하는 작품도 있나? 그건 말할 수가 없다. 같이 일했던 동료 배우들이나 제작자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그렇다면 배우로서 살아가는 것에 일말의 확신이나 자신을 갖게 해준 작품이나 시기가 있었나? 배우로 20년을 살아온 건 내가 무엇을 선택한 덕분이 아니라 대중이 나를 선택해준 덕분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배우란 끊임없이 인정받고 선택받아야 하는 존재니까. 만약 내가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혼자 발버둥쳐도 의미 없겠지. 그래서 안주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일을 해온 시간이 행복했다고 느껴지고, 마음 같아서는 오랫동안 했으면 하니까. 하지만 그건 온전히 내 선택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만약 이동욱이 나오니까 보기 싫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내 존재의 의미가 없어지는 거니까. 나로서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거고.   그만큼 새로운 작품 선택이 두렵진 않나?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인데, 누구든 어떤 일을 선택하고 새롭게 도전할 때,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망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나도 마찬가지고. 새 작품에 출연하고, 새 캐릭터를 연기하고, 뭔가 새롭게 시작할 때에는 늘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프로듀스 X 101>을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였고.     오버사이즈 가죽 블루종, 꽃무늬 셔츠, 스트라이프 셔츠, 울 새틴 팬츠, 다양한 구찌 로고 디테일과 멀티컬러가 조화된 울트라페이스 스니커즈 모두 구찌. 올해 <프로듀스 X 101>의 진행을 맡기도 했는데 좀 의외였다.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로 출연해서 의외였다는 게 아니라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원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특별한 반감이 없기도 했지만 내게 그런 제안이 들어온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나 역시 ‘왜 나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웃음) 어쨌든 제작진을 만나서 대화해보고 재미있을 거 같아서 결정했다. 어차피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사에 어떤 족적을 남기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니까.(웃음) 아이들이 데뷔에 도전하는 과정이 내 어린 시절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친한 형처럼 연습생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내 직함이 국민 프로듀서 대표라는데, 말이 그렇지 그냥 진행자일 뿐이지 않나. 진짜 CEO는 아니니까. 그래도 나는 시청자를 대신하는 대표 입장으로 애들을 좀 챙겨주자 싶었다. 내가 응원하는 저 친구가 밥은 잘 먹는지, 쉬는 시간은 좀 있는지, 잠은 잘 자는지, 이런 것들이 궁금할 테니 먹어야 할 때 잘 먹이고, 쉴 수 있을 때 잘 쉬게 하고, 고민 있을 때에는 잘 들어주고, 그게 내 역할이라 생각했다. 내가 다른 선생님들처럼 노래나 춤을 가르쳐줄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점점 정이 들었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니까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겠고, 그만큼 마음이 동해서 진심으로 다가간 거 같다. 냉정한 서바이벌 판에 있는 애들이 조금이나마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할 일을 한 건데, 시청자분들이 좀 더 큰 의미를 부여해주신 거 같다.     종이 같은 질감의 볼링 셔츠, 스트라이프 셔츠, 오버사이즈 타탄 쇼츠, GG 패턴 양말, 다양한 구찌 로고 디테일과 멀티컬러가 조화된 울트라페이스 스니커즈, 말과 안장 프린트의 실크 스카프 모두 구찌. 1999년에 단막극으로 데뷔한 뒤 <학교> 시리즈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경력이 시작됐다. 지금에 비하면 매니지먼트 체계가 잘 잡혀 있지 않은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부침이 있었을 거 같은데. 내가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매니저도, 스타일리스트도 없었다. 현장 스태프들과 같이 버스 타고 다니면서 드라마 의상 팀과 동대문에 가서 의상 협찬받으러 돌아다니던 시절이었지. 그런데 굳이 고생했던 얘기를 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남들이 알아야 할 만큼 중요한 일도 아니고. 아무튼 지금보다 훨씬 여건이 열악했지만 사실 그때만 해도 그게 당연한 시절이었다. 다들 그렇게 시작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갓 데뷔한 고3 신인이 불만을 얘기할 입장도 아니었고.   그때에 비해 지금은 좀 편안하다고 느껴지나? 꼭 그렇진 않다. 그저 시스템의 변화를 함께 겪어왔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같다는 생각 정도? 물론 그때보다 많이 편해지긴 했지만 19살보단 39살이 좀 더 편해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하니까.(웃음)   과거의 어떤 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음, 글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안 돌아가는 걸로 하겠다.(웃음)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편인가? 그런 편이다. 지나간 일은 어차피 다시 돌이킬 수 없으니까. 물론 후회도 하고,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다. 다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기 싫었고, 어느 정도 훈련이 된 것 같다. 어차피 드러낸다고 득이 될 일도 아닌 거 같아서. 그냥 차곡차곡 쌓아두고, 앞으로 가는 거지.         밀리터리풍 테일러드 재킷, 셔츠, 스트라이프 셔츠, 밀리터리풍 팬츠, 체인 호스빗 디테일의 리저드 가죽 소재 부티, 페이즐리 프린트 타이, 호랑이 프린트와 웹 스트랩의 소프트 GG 슈프림 토트백 모두 구찌. 올해 예년보다 많은 활동을 했는데 새롭게 보고 있는 작품이 있나? 전혀 없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계속 일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별생각 없이 조금 쉬고 싶다. 물론 아예 쉬진 못할 거다. 이런 화보 촬영도 할 수 있고, 광고나 행사 스케줄도 있어서 어디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작품은 한 스텝 쉬고 천천히 보는 게 나을 거 같다. 게다가 서문조에 대한 잔상이 조금 오래 남을 거 같아서, 그걸 좀 희석시킬 시간도 필요할 거 같고.   내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계획이 있나? 항상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부모님 집에 간다.   일단 지금은 배우가 아닌 이동욱으로서 일상을 보내는 게 더 중요한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나한테는 일상이 꽤 중요하다. 일만 하고 사는 사람은 없듯이 나도 그렇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얻는 에너지도 있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