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토'라는 취향의 공동체이자 소셜살롱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지식을 공유하고, 취향을 공감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문토를 소개한다. | 소셜살롱,공동체,현대미술,문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강산이 변했는지 몰라도 시대는 변했다. 일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 시대는 지났다. 바야흐로 ‘워라밸’의 시대. 업과 낙의 균형을 다스리는 사람이 잘 산다는 말을 듣는 시대가 왔다. 그리고 시간을 보내는 것과 쓰는 건 엄연히 다른 일이다. 취향이든, 기능이든 뭔가를 배우거나, 즐기거나, 온전히 시간을 쓴다는 기분을 느끼려면 무언가를 해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알아야 했다. 새로운 물음표가 생겼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리고 곧 물음표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답을 제시하는 서비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셜살롱’을 표방하는 ‘문토’는 ‘취향이 통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스스로를 규정하는, 취향 기반의 커뮤니티 서비스다. 관심 있는 분야의 모임을 선택하면 매월 두 차례씩 세 달 동안 모임에 참석할 수 있다. 요리, 미술, 영화, 음악, 작문, 와인, 뷰티, 연극 등 다양한 취향의 카테고리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모임에 따라 10만원 대 후반에서 20만원 대 후반까지, 각각의 기준에 따라 멤버십 비용이 책정돼 있다. 모임마다 멤버로 참여하길 신청한 인원이 최소 6명이 넘어야 모임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모임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대 인원은 15명 혹은 20명 정도다. 인원이 적은 것도 곤란하겠지만, 지나치게 많은 것도 곤란하다. 사람이 많으면 모임 자체가 방만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정한 인원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문토를 운영하는 이미리 대표는 회사를 다니던 중, 재미있는 일을 벌이고 싶었다. 대학교 재학 시절에 열심히 했던 동아리 활동의 재미를 찾고 싶었다.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영화와 연극 워크숍 모임을 기획했다. 영화나 연극을 보고 감상을 교류하는 모임이었다. 기획을 공유하고, 사람을 모으고, 공간을 마련했다. 처음부터 사업으로 해보자고 도모한 일은 아니었다. 회사를 1년 동안 다니면서 꾸려갈 만한 사이드 프로젝트 정도로 생각했다. 그저 재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한테 재미있는 일은 남한테도 재미있는 일이 된다. 재미를 공유한다는 것에 대해 비즈니스 관점으로 조금씩 생각하게 됐다.   “가치 있는 연결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취향을 통해 사람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싶었고요. 그러려면 보다 많은 카테고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미리 대표는 회사를 그만 두고 본격적으로 문토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취향의 카테고리를 늘려 나가고, 모임을 확대해 나갔다. 사람은 계속 모였고, 카테고리도 점차 확대됐다. 좀 더 그럴듯한 공간이 필요함을 느꼈다. 물론 모일 수 있는 공간은 어디서든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셜살롱을 표방하는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선 확실한 거점이 필요했다. 2018년 10월, 문토는 합정동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소위 문토 라운지라고 부르는 문토만의 영토가 생겼다. 진정한 소셜살롱의 시작이었다.   취향을 공유하기 위해선 대화가 필요하다. 무분별한 잡담이 아닌 유의미한 토론이 되려면 대화의 주제가 있어야 한다. 대화를 이끌어갈 사람이 필요하다. 문토에서는 이들을 리더라고 칭한다. 리더는 발제문을 만든다. 모임의 커리큘럼도 구성한다. 리더는 강연자로서 모임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을 전달하고, 대화를 위한 발제자로서 질문을 공유한다. 리더가 없어도 모임은 가능하지만 좋은 리더가 있으면 좋은 모임이 가능해진다. 결속력도, 지속력도 단단해진다. “리더는 경험의 지도를 그리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일방적으로 재능을 나누는 게 아니고, 함께 경험을 나눌 지도를 그리는 사람 말이죠.” 이미라 대표의 말이다. 미술전문기자 곽세원은 문토에서 ‘아는 만큼 보이는’이라는 모임을 운영 중이다. 메일로 현대미술 모임을 기획 중이라는 문토의 제안을 받고 모임을 운영하게 된 것도 벌써 1년 전 일이다. “미술기자로 일하면서 작가, 비평가, 큐레이터, 미술 기획자들 등 미술계의 중심에 있는 분들을 만나서 전문적인 이야기만 하다 보니 좀 신선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천진난만한 감상처럼 들리지만 작품의 의미를 사회적 의미로 연결해 발전시키기도 하고, 미술 외적인 분야에 있는 애호가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죠. 새로운 시각을 터득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배경지식이 너무 탄탄해서 오히려 제대로 보지 않고 간과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는 걸 깨닫기도 하고요.” 지식을 제공하고, 경험을 제안하는 리더 입장에서도 사람을 만난다는 건 분명 새로운 자극이 된다. 곽명주 씨는 문토에서 ‘생각하는 주방’과 ‘페어링 코드 내추럴’ 등 네 개의 모임에 참석했다. 주로 요리와 미식과 관련된 경험을 제시하는 모임 위주로 활동했다. “회사만 다니다 보니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어서 재미있는 활동에 참여하고 싶었어요.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싶고. 그러다 인스타그램 광고로 문토를 알게 됐고, 멤버십을 신청하게 됐어요.” 그렇게 작년 여름부터 문토와 함께 곽명주 씨의 워라밸이 시작됐다. “요리 학원에 가면 그냥 요리를 어렵게 배우는 거잖아요. 여기서는 그냥 캐주얼하게 함께 요리해서 나눠 먹고, 함께 맛있는 걸 먹으러 가고, 공통의 관심 자체를 같이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는 개념이라 좋아요.” 취향의 공감대를 바탕에 둔 경험적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비용을 쓸 만한 가치는 충분해진다. “검색만 해도 많은 걸 알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시대인데, 왜 문토를 찾을까요? 종종 생각해요. 어쩌면 요즘 사람들은 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탐구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요? 더 이상 학교, 직장, 연봉, 지위, 숫자들로 본인의 가치를 대변하던 시대가 아니라는 걸 잘 아는 거죠.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정서를 교감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그렇게 필요한 감정과 지식을 경험하며 성장하길 바라는 거죠.” 이미리 대표의 말처럼 지식도 풍요도 넘치는 시대에서 문토는 선택적인 경험을 제시한다. 할 수 있는 것도, 가질 수 있는 것도 많아져서 선택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걸 보다 정확하게 알고 싶고, 폭넓게 겪고 싶다. 문토는 바로 이들을 위한 취향의 공동체다.   자료 제공 '문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