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델루나>의 라이징 스타 박유나의 운명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배우 박유나는 운명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리 될 일은 그리 되는 법이라고, 나는 아마도 연기를 하게 될 운명이었나 보다고. | 박유나,델루나,사투리 연기,호텔 델루나,드라마 스페셜

&nbsp; 예전 인터뷰를 보니 겨울보다 여름이 좋다고 했더라. 다시 여름이 오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하니 아쉽겠다. 이번 여름에 &lt;호텔 델루나&gt;를 촬영하면서 너무 더웠다. 여름에는 다신 촬영하면 안 되겠다 싶을 정도로. 그래서 겨울이 더 좋아졌다.(웃음) 웃을 때와 웃지 않을 때의 온도 차가 굉장히 크게 느껴진다. 첫인상이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말 걸기 힘들었다고도 하고, 알고 보니 그런 애가 아니었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이렇게 활발한 애인 줄 몰랐다고.(웃음) 워낙 오해를 많이 받다 보니 스스로 좀 바꿔보려 노력하는데 아직은 어렵다. 워낙 낯을 많이 가리고, 잘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그래도 다행히 먼저 다가와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마음을 느끼면 나도 좀 더 친해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SKY 캐슬'은 또래 배우도, 기라성 같은 선배도 많이 나온 작품이었다. 그런 촬영 현장을 경험한 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까? 촬영하는 내내 너무 따뜻하게 챙겨주셔서 정말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을 그렇게 대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 정도까진 안 되는 거 같다. 'SKY 캐슬'에 이어 &lt;호텔 델루나&gt;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연이어 포상 휴가를 다녀왔다. 배우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일 것 같은데. 내 입으로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출연작마다 흥행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이 많다. 그래서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감사한 일이지만, 만약 다음 작품이 잘 안되면 괜히 내 탓일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작품 고르는 게 더 어렵다. 두 작품에서 맡은 역할이 모두 부유한 집안의 미국 유학생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성격적으로 전혀 다른 캐릭터이지만 환경적으로 유사한 캐릭터를 연기한 셈이다. 가정 형편도 그렇고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산 캐릭터들이었다.(웃음) 사실 &lt;응답하라 1988&gt;의 덕선이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lt;호텔 델루나&gt;에서 연기한 이미라도 엉뚱 발랄한 면이 있긴 했지만 그 수준을 넘어 확 깨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드레스, 톱, 쇼츠 모두 미우미우. 'SKY 캐슬'전에 출연한 &lt;드라마 스페셜-닿을 듯 말 듯&gt;은 단막극 드라마이긴 했지만 첫 주연작이었다. 컬링 선수 역할이었는데, 보다 현실감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인상이다. 화장도 거의 하지 않고, 머리도 직접 묶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평소 모습대로 보여주려 했다. 배우들과 호흡도 잘 맞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즐거웠다. 무엇보다도 컬링을 배우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평창올림픽 이후라 컬링이 주목받던 시점이기도 했고. 사투리 연기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어색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서울 사람들이 듣기엔 괜찮았던 것 같더라.(웃음) 드로 자세가 안정적이던데… 상당한 연습량이 느껴졌다. 촬영보다도 컬링 연습에 들인 시간이 더 길었을 거다. 한 달 동안 11번도 넘게 연습장에 가서 두세 시간씩 연습했는데 무릎에 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그래도 이슬비 코치님이 잘 가르쳐준 덕분에 연습 시간이 꽤 재미있었다. 최근 작인 &lt;호텔 델루나&gt;에서 현생의 인물인 이미라와 전생의 인물인 송화공주를 연기하며 1인 2역을 맡았다. 드라마 두 편을 찍는 기분이지 않았을까? 맞다. 사실 사극 분량이 그렇게 클 줄 몰랐다. 초반에는 사극 신에서 대사도 별로 없었으니까. 그래서 사극 톤의 연기를 크게 고민하지 않았는데, 점점 분량이 많아지고 대사도 늘어서 솔직히 망했다고 생각했다.(웃음) 자꾸 ‘멘붕’이 왔다. 그래도 나름 잘 끝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옛날 복장을 하고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정말 그 시대의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새로웠다. 혹시 전생이 있다고 생각하나? 음, 믿지 않는다. 딱히 있을 거라 생각해본 적 없다. 그렇다면 운명은? 운명은 믿는다.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 배우가 된 것도 운명일까? 그렇게 생각한다. 어릴 때는 가야금을 했다고 들었다. 예중 진학에 실패하면서 그만뒀다고. 만약 그때 진학에 성공했다면 삶이 달라졌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가야금은 내 의지보다는 엄마의 권유로 선택한 것이라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떨어진 게 잘된 일 같다. 모델에 도전해보라고 권한 분도 어머니라고 들었다. 키가 큰 편이니 모델학과로 예고 입학에 도전해보라고 하셨다. 춤을 특기로 삼으면 입시에 도움이 될까 싶어 댄스 학원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원장님이 모델보다는 아이돌을 시켜보자는 거다. 나도 관심 있는 분야였고,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준비 과정도 재미있었다. 그러다 한 기획사에 들어가 2년 정도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회사가 문을 닫았다. 신생 기획사라 사정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뭘 해야 할지 막막해하던 차에 우연히 전 소속사 대표님을 만났다. 혹시 배우가 될 생각은 없느냐고 물으시더라. 그래서 얼떨결에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연기를 하려고 이런저런 길을 밟아온 것 같기도 하다. 마치 운명처럼. 연기 제안을 받았을 때 부담스럽진 않았나? 사실 이 길이 맞는지, 어설픈 연기만 하다 끝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다. 연기 학원을 다녀본 것도 아니고,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니 어렵게만 느껴진 거다. 그런데 데뷔작인 &lt;발칙하게 고고&gt;를 찍으면서 욕심이 생겼다. 신인인 데다 연기도 잘 못하니까 카메라에 계속 풀숏으로만 잡히는데 나도 원숏으로 잡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학원을 등록해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잘하고 싶었다. 욕먹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뭐든 잘해야 남는 게 있는 법이기도 하고. 드레스, 슈즈, 양말 모두 펜디. &lt;발칙하게 고고&gt;에서는 댄스 팀 멤버로 출연했다. 춤을 배운 게 도움이 됐을 거 같다. 사실 그 덕분에 역할을 얻을 수 있었다. 연기는 모르겠지만 일단 춤을 잘 추니까, 춤추는 역할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연기에 자신을 갖게 된 계기는 없었을까? &lt;발칙하게 고고&gt;가 끝난 후에는 연기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lt;더 패키지&gt;를 찍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연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초반에 파리에서 촬영할 때는 감독님한테 연기 잘한다는 말을 한 번도 못 들었다. 아빠 역할을 맡은 류승수 선배님의 도움이 컸다. 리액션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감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알려주시기도 하고. 심지어 자기 컷이 끝난 뒤에도 옆에서 기다리면서 감정을 잡아주셨다. 그때 많이 배웠다. 한국에 돌아와 나머지 분량을 찍는데 감독님께서 연기가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주셨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이게 내 길이 맞나 보다.’ 그래서 류승수 선배님과 전창근 감독님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배우가 되기 전에는 아이돌을 꿈꿨으니 애초에 주목받길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래도 좀 ‘관종’인가 보다.(웃음) 시청률이 높은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으니 점점 알아보는 사람이 생길 것 같은데…. 확실히 달라지긴 했다. 얼마 전 촬영 하다가 이동 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밥을 먹는데 직원분이 나를 알아보는 거다. 심지어 ‘생얼’이었는데.(웃음) 밥을 다 먹고 나오는데 의자를 꼭 넣어야 할 거 같았다. 휴지로 테이블도 닦고.(웃음) 누가 알아보면 아무래도 신경 쓰인다. 괜히 밉보이면 안 되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항상 신경 쓰고 다니는 건 아니다. 집 앞 마트 같은 곳에서도 알아보시는 분이 종종 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잘 가는 편이기도 하니까. 사실 누군지 알아봐주는 건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인지도라는 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거니까 있을 때 누려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과거 인터뷰에서 롤모델이 전지현 씨라는 얘기를 적지 않게 했던데. 최근에도 그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본 드라마 중에서 &lt;별에서 온 그대&gt;를 가장 재미있게 봤는데, 특히 전지현 선배님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연기하는 게 너무 멋있었다. 정말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연기인 거 같아서, 그 순간부터 롤모델로 여기고 있다. 2014년경에 &lt;별에서 온 그대&gt;가 끝나고 전지현 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배우로서 자신의 능력을 의심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떨쳐낸 지 얼마 안 됐다”고 답한 게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배우로서 연기를 한다는 건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싸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인드컨트롤에 집중하려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끔씩 힘들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촬영 들어가기 전에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뛰고 울렁거리고, 그래서 더 긴장되고 그럴 때가 있다. ‘내가 과연 이 장면을 욕먹지 않을 정도로 잘 해낼 수 있을까?’ 오만 가지 생각에 시달리다 실제로 그것 때문에 연기가 실패하기도 한다. 최대한 생각을 떨쳐내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안 되는 거다. 오히려 갓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전혀 떨지도 않았고 아무 생각 없이 했기 때문에 편했는데, 이젠 단순히 물 마시는 연기인데도 온몸이 떨리곤 한다. 너무 긴장해서 몸에 힘이 들어가니까.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좀 더 집중력이 필요할 것 같다. 드레스, 셔츠, 슈즈 모두 프라다. 목걸이 웨일즈 보너. 후디드 트렌치 코트 노앙 x MeMe Seoul. 그렇다고 고민을 끌어안고 끙끙 앓는 편은 아닐 거 같다. 원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스타일이다. 너무 응어리지면 힘드니까. 기분 나쁜 일이 생겨도 금방 잘 잊어버리는 성격이라 좋다. 아무래도 장점이지. 아직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을 만나진 못했는데, 혹시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이 있을까? 로맨틱 코미디를 한번 해보고 싶다. 진실한 사랑을 나누는 역할도. &lt;거침없이 하이킥&gt; 같은 시트콤도 해보고 싶다. 완전 코믹한 작품. 요즘에는 &lt;배가본드&gt;에 꽂혔는데 그런 액션물도 좋다. 키가 크고 선이 굵은 편이라 액션 연기도 어울릴 것 같다. 해본 적은 없지만 배우면 잘할 자신 있다.(웃음) 좋아하는 액션 영화가 있나? 마블 영화 정말 좋아한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 위도우 캐릭터, 너무 좋다. 비밀스러운 역할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lt;배가본드&gt;도 국정원을 배경으로 한 첩보물 성격의 드라마인데. 맞다. 비밀스럽게 활동하는 스파이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액션도 도전해보고 싶고, 막 폭탄 제거 같은 것도 하면서… 내가 너무 나갔나?(웃음) 지난 2년 동안 쉼 없이 활동해왔다. 지금도 영화를 찍고 있고. 좀 쉬고 싶진 않나? 그렇지 않다. 쉴 때는 집에만 처박혀 있고 뭉그적대는 편이라 차라리 밖에 나가서 일하는 게 낫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지금 찍는 공포 영화도 촬영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이고. ‘화이트데이’라는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데 재미있을 것 같다. 첫 주연 영화인 셈인데…. 맞다. 첫 주연이지. 만약 어머니가 모델 일을 권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 운명이 배우라면 돌고 돌아서라도 결국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그랬을 거 같다. 2019년도 이제 세 달밖에 남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내고 있나? 이만하면 잘 산 것 아닐까? 나름대로 오르막길을 좀 올라온 기분이라 기특하기도 하고. 나는 만족한다. 2020년에도 잘 살 거다. →&nbsp; &nbsp; &nbsp;&nb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