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아카데미가 주목한 또 다른 작품 이승준의 <부재의 기억>

<부재의 기억>으로 2020년 아카데미상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오른 다큐멘터리 감독 이승준은 기록하고 또 기록한다. 존재로써 부재를 지워내려는 듯.

BYESQUIRE2020.02.23
 
 

존재의 기억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기록이다. 이승준 감독은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우리가 주목한 건 ‘고통’이었다.“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기록이다. 이승준 감독은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우리가 주목한 건 ‘고통’이었다.“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기록이다. 이승준 감독은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우리가 주목한 건 ‘고통’이었다.“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기록이다. 이승준 감독은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우리가 주목한 건 ‘고통’이었다.“

미국 현지 시각 기준 지난 1월 13일,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발표된 최종 후보 중 〈기생충〉의 활약만큼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In the Absence〉, Yi Seung-Jun.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이다.
 
미국 현지 시각 기준 1월 13일,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발표된 최종 후보 중 〈기생충〉의 활약만큼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In the Absence〉, Yi Seung-Jun.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이다.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기록이다. 이승준 감독은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우리가 주목한 건 고통이었다. 내가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3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해결이 안 된 게 너무 많고, 그로 인해 유가족과 잠수사들의 고통과 트라우마도 굉장했다. ‘이제 그만 얘기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중략) 시간적으로 정확하게 구성해보자고 생각했다. 첫 신고부터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어떤 풍경이었을까,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때 어른들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담담하게 시간순으로 보면 고통의 시작점이 보일 것 같았다.”
그리하여 뉴스 자료 화면과 세월호 CCTV, 희생자들의 휴대폰에서 나온 영상, 관계자들의 통화 녹음본, 잠수사들의 증언 등을 시간순으로 나열해 그날을 정리한 〈부재의 기억〉은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 후보작으로 꼽혔다. 28분 51초의 러닝 타임이 지독히도 길다. 끝없이 고통이 이어진다.
돌이켜보면 다큐멘터리 감독 이승준은 늘 기록해왔다. 인도에서 가장 가난하다고 알려진 비하르 지역에서 1년 동안 살며 관찰한 〈보이지 않는 전쟁 - 인도 비하르 리포트〉(1999)를 비롯해 철거 작업이 한창인 서울 황학동 재개발 지역에서 텃밭을 일구는 85세 하오종 할머니의 일상을 담은 〈폐허, 숨을 쉬다〉(2002), 시청각장애인 조영찬 씨와 척추장애인 김순호 씨의 결혼 생활을 그린 〈달팽이의 별〉(2012), 북한으로의 귀환을 요구하는 ‘평양 시민’ 김련희 씨의 이야기 〈그림자꽃〉(2019)과 같이 그는 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다큐멘터리에 담긴 것은 오직 실재한 현실뿐. 그로 인한 무형의 기쁨, 사랑, 슬픔, 고통, 혹은 무어라 특정할 수 없는 감정은 보는 이의 몫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미국으로 떠난 이승준 감독과 메일로나마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뉴욕에서 〈부재의 기억〉 상영회를 마치고 다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와 아카데미 사전 행사에 참가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에게 물었다. 왜 다큐멘터리를 만듭니까?
 
 
’많이 들은 말이 ‘너무 충격적이다’였다. 언론을 통해 세월호 사고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많이 들은 말이 ‘너무 충격적이다’였다. 언론을 통해 세월호 사고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아직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지 않은 지금, 수상 결과를 떠나 무엇보다 〈부재의 기억〉이 더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것을 기념하고 싶다.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를 실시간으로 봤다. 단편 다큐멘터리 후보작은 비교적 빨리 발표됐는데, 거기서 〈부재의 기억〉이 제일 먼저 발표됐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다행이다’였다. 이 영화를 유가족들 앞에서 상영했을 때 그런 요청이 있었다. “전 세계에, 많이 많이 알려달라.” 그러겠다고 약속했고, 아카데미상 후보로 선정되면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리스트에 오르려면 ‘그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한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를 기준으로 한다. 또한 7일 연속으로 상영해야 한다’라는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다만 다큐멘터리 영화는 7일 연속 상영이 힘들어 ‘3일 이상 상영하는 정도면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 말은, 노미네이트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후보의 여건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번 〈부재의 기억〉은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는 걸 목표로 계획한 건가?
처음부터 아카데미상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해외 관객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것은 맞다. 〈부재의 기억〉은 미국 뉴욕의 필드 오브 비전(Field of Vision)이라는 다큐멘터리 제작사와 함께 했는데 아카데미상과 관련해서 필요한 사항은 그곳에서 우선적으로 챙겼다. 편집이 진행되고 1차, 2차 편집본을 공유해서 의견을 나눌 때 필드 오브 비전에서 ‘이 작품은 아카데미상을 겨냥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카데미상 후보작 응모 자격을 갖추는 방법에는 일정 기간 동안의 극장 상영도 있지만, 몇몇 영화제의 경우 수상작에게 아카데미상 후보작 응모 자격을 준다. 〈부재의 기억〉은 2018년 11월 뉴욕 다큐멘터리 영화제(DOC NYC)에서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 영화제는 수상작에 자동적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작 응모 요건을 부여한다. 그 때문에 〈부재의 기억〉은 극장 상영을 하지 않고도 후보작 응모 요건을 갖추게 됐다. 적어도 미국인들에게 아카데미는 영화인들의 최고 영예로 간주된다. 노미네이션되면 크게 주목을 받는다. 게다가 공동 제작자인 필드 오브 비전은 미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니 당연히 아카데미를 신경쓰고, 또한 가능성이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영화제에 참가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수상만 노린 것도 아니다.
미국의 제작사는 어떤 점에서 ‘아카데미상을 겨냥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한 걸까?
많이 들은 말이 “너무 충격적이다”였다. 언론을 통해 세월호 사고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충격적이고, 그리고 이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해주는 다양한 근거 자료와 인터뷰 등을 높이 샀던 듯하다.
그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고 많은 국제 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했다. 그럼에도 이번 아카데미 노미네이션을 계기로 급작스레 주목받게 된 상황이 씁쓸하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가 들기도 했다.
후보작 발표가 난 다음 날은 다른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수많은 인터뷰 요청 전화를 받았다. 사실 좀 놀랐다. 아카데미가 이 정도인가 하고.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적도 있었고 어떤 경우는 유명한 영화제이기도 했는데 그때는 언론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인터뷰이에게 그간의 필모그래피 작품을 볼 수 있는 경로가 있는지 물은 건 처음이었다. 필드 오브 비전과 〈뉴요커〉가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부재의 기억〉과 OTT 서비스 플랫폼에 등록된 〈달팽이의 별〉 외에는 웬만한 한국 영화가 다 있다는 한국영상자료원 도서관에도 그간의 다큐멘터리가 없더라. 대중이 환경적으로 다른 장르에 비해 다큐멘터리를 쉽게 접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다큐멘터리의 제작·배급 여건이 힘든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지원하는 공공 기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다.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영화제, 정부 지원 제도 등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여전히 많은 감독들이 부족한 제작비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배급이다. 다큐멘터리는 일반 극영화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산업적인 논리만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교육적 가치를 생각해보면 공공의 영역에서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교나 도서관 등에서의 정기적인 상영 등이 그런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의 방송 채널들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외면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해외 방송사, 특히 공공 채널, 예컨대 NHK, BBC, POV, ARTE 등은 독립 제작자들이 만드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방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국에서는 그런 역할을 하는 채널이 없다. 방송사가 문을 열고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를 소화해준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작 과정은 어떠한가?
기획, 섭외, 제작비를 위한 피칭, 촬영, 편집과 같이 일련의 제작 과정은 크게 다를 바 없다. 기간으로 이야기하자면 방송 다큐멘터리는 두세 달 만에 한 편을 만들기도 하나 다큐멘터리 영화는 짧게는 6~7개월에서 길게는 4년에 걸쳐서 만든다. 장편 다큐멘터리는 2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림자꽃〉 2019

〈그림자꽃〉 2019

〈그림자꽃〉 2019

〈그림자꽃〉 2019

〈그림자꽃〉 2019

〈그림자꽃〉 2019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다루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반드시 고민하면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촬영에 임하려고 한다.
 
최근작인 〈그림자꽃〉(2019)도 꽤 긴 시간 동안 촬영했다는 게 느껴졌다.
2015년 여름 경상북도 영천에서 〈그림자꽃〉 주인공인 김련희 씨를 처음 만났다. 한 일간지 신문 1면에 실린 ‘나의 조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기사를 보고 나서였다. (김련희 씨는 2011년 중국에 사는 친척집에 갔다가 “탈북 브로커에 속아 남한으로 억지로 오게 되었다”고 말하는 평양 시민이다. 그는 평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고 〈그림자꽃〉은 그 각고의 노력, 때로는 포기했다가 때로는 희망에 넘치는, 그러다 또 벽에 부딪히고 마는 김련희 씨의 하루하루를 좇았다. 〈그림자꽃〉은 김련희 씨의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모습을 담았으며 김련희 씨는 2020년 현재도 여전히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연출의 경우 기다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두르면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 힘들다. 인물과 신뢰감을 충분히 형성하고, 그다음에 인물과 되도록 많은 이야기와 풍경을 나눌 수 있도록 서두르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다루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당사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반드시 고민하면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촬영에 임하려고 한다. 편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실과 인물에 대한 존중, 기다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림자꽃〉에서 피사체로 나오던 김련희 씨가 휴대폰 카메라 렌즈를 획 돌려 촬영진을 향했을 때 화면에 비치는 스태프 수를 보고 조금 놀랐다. 생각보다 많은 스태프들이 카메라 뒤에 있어서. 은연중에 다큐멘터리는 상업 영화와 달리 아주 소규모 인원, 혹은 감독 혼자서 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장르라 생각했던 것도 같다.
〈그림자꽃〉을 촬영할 때 나를 포함해 3명의 스태프가 있었는데, 많은 건 아니다. 독립 다큐멘터리라고 해서 혼자서 한다는 생각은 선입견이다. 대체로 내가 직접 촬영하는 편이고, 붐 마이크를 책임지는 스태프가 따로 있어야 한다. 거기에 한 명이 더 있으면 카메라 삼각대나 렌즈 등을 챙길 수 있으니 나는 오로지 촬영과 연출에만 신경 쓸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촬영 현장 인원은 3명이다.
다큐멘터리가 다른 장르와 구분되는 점은 진실성, 꾸며내지 않은 리얼리티라고 생각한다. 카메라 앞에서, 타인 앞에서, 피사체가 되는 인물이 과연 얼마나 진실될 수 있을까?
카메라 앞에 서면 누구든 긴장한다.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을 주저하기도 하고, 자신의 일상을 전부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인물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도 하다. 서두르면 안 된다. 무엇보다 인물을 존중해야 한다. 그 인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촬영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 원하지 않는 것은 당연히 카메라에 담겠다고 하면 안 된다. 서로 신뢰감이 쌓이면 보다 많은 풍경이 드러난다. 보다 많은 풍경을 드러내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 남북 문제, 비행 청소년, 장애 등 더 가까이 끌어다 놓고 들여다봐야 할 이슈지만 늘 저만치 소외되어 있는 주제를 택해왔다. 왜인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뉴스에 행복하지 않고 누군가는 고통스럽고 슬픈 일이 발생하면 참 무섭고 때로는 공포스러웠다. 어른이 되고 보니 사람들이 행복할 수 없는, 행복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 것들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풍경에 주목해왔다. 그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지칠 때는 없나? 진실을, 현실을 외면하는 건 쉬워도 직시하는 건 어렵다. 어느 순간 그 응시가 덧없이 느껴진 적은 없나?
다행히 매너리즘에 빠진 적은 없다. 그럴 새가 없었던 것 같다.(웃음)
 
 
〈얘기해도 돼요?〉 2015

〈얘기해도 돼요?〉 2015

〈얘기해도 돼요?〉 2015

〈얘기해도 돼요?〉 2015

이 와중에 돈 이야기를 하면 너무 현실적일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록에 따르면 2015년에 개봉한, 청소년들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얘기해도 돼요?〉의 입장권 수익은 3만6000원으로 나온다. 수익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텐데.
다큐멘터리가 수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 극영화처럼 극장 수익에 의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말씀드렸듯이 다큐멘터리는 일반 영화와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산업적인 논리만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공공의 영역, 그리고 공공 방송 채널, 혹은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소화해준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언제 가장 행복한가?
관객을 만나고, 그들이 공감해줄 때. 그때가 가장 떨리고 행복하다. 마치 연애편지를 써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넬 때의 떨림, 행복감이랄까. 늘 현실에 관심을 가져왔고, 그것을 재료로 표현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은 뿌듯한 일이기도 하고,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다. 특히 실제 존재하는 인물과 풍경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일은 전율감을 일으킨다. 세상에 이야기가 있는 한, 세상을 행복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있는 한, 다큐멘터리를 할 이유는 유효하다.
 
 
아카데미가 주목한 또 다른 작품 이승준의 〈부재의 기억〉

아카데미가 주목한 또 다른 작품 이승준의 〈부재의 기억〉

아카데미가 주목한 또 다른 작품 이승준의 〈부재의 기억〉

아카데미가 주목한 또 다른 작품 이승준의 〈부재의 기억〉

차기작 계획이 있나?
아직 준비 중인 작품은 없다. 고민 중이다. 생각이 많아졌다. 이건 좋은 현상이 아닌데.(웃음) 그래도 ‘조만간 다음 작품에 들어가야지’ 생각한다. 그게 어떤 이야기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껏 늘 타인을 관찰하고 기록해왔다.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어떤 내용이 될까?
언젠가는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나 혼자만 주인공이라기보다 내가 만나는 감독들과의 대화를 통해 다큐멘터리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될 것이다.
제목을 붙인다면?
글쎄, 그냥 ‘다큐멘터리’가 되지 않을까?
 
 
아카데미가 주목한 또 다른 작품 이승준의 〈부재의 기억〉

아카데미가 주목한 또 다른 작품 이승준의 〈부재의 기억〉

현지 시각 2월 9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 상은 캐럴 다이싱거 감독의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존〉에 돌아갔다. 매캐한 포탄 냄새가 공기에 섞여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스케이트를 배우는 소녀들의 이야기다. 수상에 실패한 이승준 감독에게 면구스러운 마음을 감추고 소회를 물었다. 뉴욕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다는 그의 메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수상을 했으면 더 주목을 받았을 테고, 세월호와 관련된 이야기도 더 주목받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작지 않은 일을 했다고, (감병석) 프로듀서와, 그리고 함께 참여하셨던 어머니 두 분(단원고 장준형 군 어머니 오현주 씨, 김건우 군 어머니 김미나 씨)이 말씀하셨어요. 덕분에 세월호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다시 관심을 갖게 됐고요. 특히 국내 언론과 수많은 인터뷰를 했는데, 유가족분들이 좋아하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지 언론에서도 이 작품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걸로 충분히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현지 언론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했어요. ‘작품은 좋은데 아카데미가 전통적으로 해피 엔딩이나 희망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부재의 기억〉의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수상은 하지 못할 것이다.’ 한 어머니 말씀대로 〈부재의 기억〉은 슬프고 우울하지만, 이를 통해서 현실에서는 희망적인 풍경을 만들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큐멘터리 감독 이승준은 응시한다. 기록한다. 현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가 상을 받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만든 적은 애초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