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 다큐 ‘더 라스트 댄스’가 재미있는 이유 3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는 농구 중계 콘텐츠가 아니라 무명팀에 들어간 신인 선수가 팀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농구를 몰라도 즐거운 이유다.


1997-1998 시즌 우승 직후 마이클 조던과 필 잭슨 감독의 모습.

1997-1998 시즌 우승 직후 마이클 조던과 필 잭슨 감독의 모습.

농구 황제를 넘어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로 뽑히던 마이클 조던의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이하 ‘더 라스트 댄스’)가 지난 11일(한국시간)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닌 게, 마이클 조던이 뛰던 1980년대에는 서남 아시아, 아프리카 등 일부 오지에는 TV조차 보급되지 않은 곳이 많았는데 거기 주민들에게 마이클 조던의 사진을 보여주면 다 알아본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ESPN이 제작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더 라스트 댄스’는 매회 60분, 총 10부작으로서 마이클 조던이 1차 복귀 후 두번째 3연패를 노리던 1997-1998 시즌 시작부터 우승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지난 4월 19일 일요일 저녁 9시 미국 현지에서 먼저 공개된 ‘더 라스트 댄스’의 1화 평균 시청자수(P2+AA)는 630만명으로 ESPN 다큐멘터리 역사상 최다 시청자수였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2년 NFL 출신 전 미식축구선수 보 잭슨을 다룬 ‘당신은 보를 알지 못한다(You don't Know Bo)’로서 총 360만 명이었다. 여기에서 평균 시청자수는 분 단위로 매긴 시청자수의 평균치로서 한 프로그램을 쭉 보는 시청자수를 나타내는 누적 시청자수와는 다른 개념이다. 국내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지표이지만 미국에서는 프로그램의 시청자 반응을 측정할 때 널리 쓰는 지표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포츠 선수였던 마이클 조던. 슛 쏘는 폼까지 교과서와도 같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포츠 선수였던 마이클 조던. 슛 쏘는 폼까지 교과서와도 같았다.

왜 사람들은 은퇴 후 20년 가까이 지난 선수에게 이토록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일까. 물론 올해 초 발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전세계 스포츠 이벤트들이 취소됐고 ‘집콕’이 생활화되면서 집에서 볼 수 있는 새 스포츠 콘텐츠라고는 ‘더 라스트 댄스’밖에 없다는 게 평균 시청자수 증가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지만 이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더 라스트 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 아는 이야기를 뻔하게 풀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끝까지 붙잡는다는 점이다. ‘더 라스트 댄스’는 1화 첫 신부터 ‘여섯 번째 우승을 노리던 시카고 불스와 마이클 조던은 시즌을 맞이하기도 전에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문구와 함께 왕조의 위기설을 제시한다. 올드팬마저도 ‘여섯 번의 우승을 하는 동안 마이클 조던이 위기가 있었나’란 의문과 함께 이 영상에 빠져드는데 마이클 조던을 잘 알지 못하는 ‘뉴비’라면 더욱 더 시선을 사로잡히고 마는 것이다. 사실, ‘더 라스트 댄스’는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선수를 택했기 때문에 ‘화제성’을 챙길 수는 있어도 ‘진부함’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시간 흐름의 구성을 버리고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서 완벽히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킨 것이 주효했다. 마이클 조던을 언급할 때 철저한 자기 관리와 늘 최선을 다하는 프로 정신을 빼놓을 수 없는데 ‘승부욕’이라는 키워드로 1997년 시즌 중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1980년 고등학생 시절 경기 모습을 오버랩 시킨다거나 1984년 드래프트날, 팬들과 우승을 약속하는 모습과 1990년대 우승 직후 약속을 지켰다며 인터뷰하는 모습을 연결시키는 부분은 모든 것을 예측하고 촬영을 한 것인가 싶을 만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사람들이 더 라스트 댄스에 열광하는 두 번째 이유는 그동안 보지 못한 희귀한 영상들이 곳곳에 등장함으로서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ESPN은 1997년 당시,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동의 하에 약 1년간을 따라다니며 촬영을 했고 이때 촬영본이 약 500시간이었다. 시즌을 마친 후 ESPN은 바로 다큐멘터리를 제작에 착수했으나 마이클 조던이 “한 팀의 리더로서 노력한 나의 마음을 (짧은 다큐로는) 많은 분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며 제작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500시간의 촬영본은 22년의 시간을 돌고 돌아서야 공개됐으니 이 영상에 새로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다. 동료 선수들의 플레이에 하나하나 지적하는 모습은 물론, 때로는 욕설을 날리기도 하는 마이클 조던의 모습은 그동안 대중적으로 알려졌던 매너 좋은 그의 이미지와는 또 다르기 때문에 흥미롭게 다가온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시절의 마이클 조던. 뒤늦게 키가 큰 마이클 조던은 대학교 때부터 전미가 주목하던 선수였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시절의 마이클 조던. 뒤늦게 키가 큰 마이클 조던은 대학교 때부터 전미가 주목하던 선수였다.

또한 1997년 제작 당시 모아뒀던 과거 영상들도 평소에 찾아 보기 힘든 것들이 많았는데 이를 테면, 루키 시절 마이클 조던이 부모님에게 용돈을 달라고 말하는 영상, 자전거를 타고 편하게 인터뷰하는 모습 등은 그동안 공개된 적이 거의 없었고 완벽한 선수가 되기 이전의 인간미 넘치는 느낌을 전달하니 재미있다. (또 한 명의 시카고 불스 리빙 레전드인 스코티 피펜이 찰스 오클리에게 뺨 맞는 모습은 생경하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더 라스트 댄스’에는 마이클 조던 이외에도 106명의 인터뷰이가 등장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왜 이 다큐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세 번째 이유가 된다. 106명의 인터뷰 신이 나오면서 얻는 긍정적인 효과는 시청자로 하여금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와 함께 신뢰를 전달한다. 데이비드 스턴 전 NBA 커미셔너, 데이비드 알드리지 전 ESPN 기자, 마이클 윌본 전 워싱턴 포스트 기자, 샘 스미스 전 시카고 트리뷴 기자, 매직 존슨, 래리 버드, 鼓코비 브라이언트, 필 잭슨과 같은 스포츠계의 전설들이 마이클 조던의 커리어부터 성격, 성장 배경 등을 하나씩 이야기하는데 영상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하기가 더 힘들 것이다.
스포츠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스, 샘 스미스,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같은 문화계 인물은 물론 빌 클린턴, 버럭 오바마 등 전 미국 대통령이 나와서 대통령이 되기 전에 마이클 조던과의 인연에 대해서 언급하다 보니 새삼 마이클 조던이 세상에 미친 파급력에 대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마이클 조던은 빈스 카터가 나오기 전까지 공중 동작이 가장 아름다운 선수 중 하나였다.

마이클 조던은 빈스 카터가 나오기 전까지 공중 동작이 가장 아름다운 선수 중 하나였다.

한편, ‘더 라스트 댄스’는 제작 비화 역시 본편 못지 않게 흥미롭다. 마이크 톨린 프로듀서 겸 만달레이 스포츠 미디어 공동 대표는 2016년 6월 21일 마이클 조던을 만나러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을 방문한다. 마이클 조던의 묵혀 놓은 영상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출발한 그는 약속도 미리 잡지 않은 채, 8화까지의 기획서를 들고 무작정 찾아가서 마이클 조던을 만났고 “마이클. 오늘도 제 회사의 어린 친구들은 에어 조던을 신지만 정작 당신이 뛰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때가 됐습니다(It’s time)”라고 말한다. 마이클 조던은 돋보기 안경을 끼고 기획서를 약 40분간 꼼꼼히 훑어보다가, “당신이 앨런 아이버슨의 다큐(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이버슨’)를 만들었다고요? 저는 그 다큐를 보고 세 번 울었습니다”라고 말하며 구체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날은 마이클 조던의 후계자라고 칭송 받는 킹 르브론 제임스가 세 번째 우승을 한 직후였으니 마이크 톨린의 ‘요즘 세대가 당신을 모른다’는 말마저도 그에게 충분히 긍정적인 자극제였다. 1998년 당시에만 해도 한 두 편의 짧은 다큐로 제작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 거절했던 마이클 조던은 결국 마음을 돌렸고 20여년간 ESPN의 창고에 있던 필름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지난 11일 1, 2회가 공개되자마자 한국 TOP 10콘텐츠 5위로 자리매김한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는 NBA의 전설이자 문화 아이콘이었던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1990년대 황금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서 6월 8일까지 매주 월요일 2회씩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자신의 플레이만 신경쓰는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까지 잘 다독였던 마이클 조던.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마저 그 앞에선 함부로 날뛸 수 없었다.

자신의 플레이만 신경쓰는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까지 잘 다독였던 마이클 조던.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마저 그 앞에선 함부로 날뛸 수 없었다.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는 농구 중계 콘텐츠가 아니라 무명팀에 들어간 신인 선수가 팀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농구를 몰라도 즐거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