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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카페 인터뷰: 2. 리사르 커피 로스터스

어떤 게 좋은 커피고, 어떤 곳이 좋은 카페일까? 리사르 커피 로스터스의 이민섭 대표를 만나 물어봤다.

BY오정훈2020.07.03
리사르 커피 로스터스

리사르 커피 로스터스

자신만의 방식으로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 취향을 탐험하는 진지한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커피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떤 게 좋은 커피고, 어떤 곳이 좋은 카페일까? 서울의 개성 있는 카페에게 물어봤다. 두 번째는 신당동에 위치한 리사르 커피 로스터스다. 이민섭 대표가 운영하는 리사르 커피 로스터스는 에스프레소 바 카페로, 커피의 본질 에스프레소에 대해 탐구한다.  
 
 
커피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엔 인스턴트커피를 마셨다. 커피만의 향이 좋았다. 커피가 필요 없는 어린 나이에도 맛 때문에 하루에 다섯 잔도 마시고 그랬다. 수련회에서 친구들과 놀 때도 커피가 있으면 분위기가 더 좋더라. 원두커피를 처음 접한 건 군대 다녀오고 나서다. 전역 후 군대 선임에게 아르바이트가 필요하다고 연락했더니 카페에 와서 일해보라고 하더라. 신림동의 ‘커피 오다’라는 곳이었는데 거기가 나의 커피 근원지인 셈이다. 거기서 카푸치노, 카페 라테 만드는 걸 보고 이런 세계도 있구나 처음 알았다. 그리고 2009년 거기서 처음 에스프레소를 마셔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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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거부감은 없었나?
거부감이 있었다. 그때 한번 맛본 이후로는 한동안 다시 마시진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경험한 걸 나도 똑같이 경험했다.  
 
그럼 에스프레소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매력을 느꼈다기보다는 반대로 내가 에스프레소를 마시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오히려 찾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등 다른 형태의 커피를 위해 에스프레소를 내리는데 정작 왜 우린 에스프레소를 마시진 않을까 궁금했다. 그 의문이 시작이었다. 그 의문을 풀고자 에스프레소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처음의 실패 때문이다. 대부분 에스프레소에 대한 실패 경험이 있을 거다. 그 실패의 경험 때문에 에스프레소를 기피하게 된다. 문화적인 차이도 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하고 실패하기 때문에 다시 도전하기 어려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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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르 커피 로스터스의 메뉴판에 에스프레소를 ‘커피 중의 커피'라고 설명해놓았다. 어떻게 그 결론에 도달하게 됐나?  
사람들은 ‘오리지널’에 가치를 부여하게 되어 있다. 강렬하고 풍부한 맛을 찾다 보면 결국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맥주에 물 타서 안 마시지 않나. 맥주 본연의 맛을 즐긴다는 건, 재료부터 배합까지 그 모든 과정을 통해 결국 맥주의 풍미에 집중한다는 거다. 그걸 똑같이 커피에 적용시킨 거다. 커피에는 어떤 향과 맛이 있나,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즐겨야 할까. 그 결론이 에스프레소였다. 에스프레소보다 더 맛있는 커피는 기술적으로도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커피를 추출하는 데 있어 에스프레소보다 더 진보된 기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핸드 드립 등 커피를 추출하는 다른 방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핸드 드립, 사이폰 등은 에스프레소 방식을 변형한 것일 뿐이다. 아메리카노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커피의 풍부한 맛을 즐기기엔 에스프레소가 더 좋다는 거다. 카페인 함량이 아메리카노보다 적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는 하루에 최대 7잔까지 마실 수 있다. 커피를 즐기는 가장 좋은 습관과 문화, 그게 에스프레소라고 생각한다. 리사르 커피 로스터스를 통해 에스프레소에 대한 좋은 경험과 더 좋은 커피 습관을 소개하고 싶다.  
 
메뉴판에는 왜 ‘인당 한잔을 권합니다’라고 쓰여 있나?  
우리 카페에서는 한잔을 마시라는 얘기다. 커피는 소량을 여러 번 마시는 게 좋지, 에스프레소 두 잔 분량 이상의 아메리카노를 한번에 마시는 게 좋진 않다. 어떤 사람들은 샷을 여러 개 추가해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도 한다. 그렇게 마시다 보면 결국 커피를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커피를 대체할 만한 향과 맛은 없는데 아파서 더 이상 못 마시게 된다는 게 얼마나 속상한가. 나도 샷이 여러 개 들어간 커피를 매일 여러 잔 마시면서도 왜 속이 불편하고 거북한지 몰랐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맛있게 즐겁게 합리적인 가격에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이탈리아가 완성했던 에스프레소 문화가 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커피를 오랫동안 건강하게 즐기려면 에스프레소를 하루에 여러 잔 마시는 습관이 맞다라는 말인가?
그렇다. 적은 금액을 내고 한번에 딱 한잔 분량만 마시는 그 습관과 문화가 선구적이었던 거다. 몇 시간 후에 또 에스프레소 한잔 마시는 거다. 그럼 속이 불편하지 않다.  
 
왕십리에서 카페를 운영할 당시, 플랫 화이트로 유명했다고 들었다. 그 사이에 생각의 변화가 있었던 건가?
그때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테, 플랫 화이트 4가지 메뉴가 있었다. 플랫 화이트가 잘나가긴 했다. 다른 카페에서도 인기가 많을 정도로 플랫 화이트가 유행이었던 시기다. 그때도 사람들이 에스프레소를 마시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고민이 많았지만 당시에는 생계형 카페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1년에 한번씩 변화를 주기 위한 계획을 세웠고 하나씩 실행에 옮겼다. 거기서 3년 정도 했는데 1년 후에 플랫 화이트를 메뉴에서 없앴고 또 1년 후에는 아메리카노를 없앴고 그다음에는 라테도 없앴다. 마지막 1년 정도는 에스프레소만 팔았다.  
 
사람들이 황당해하진 않았나?  
사람들이 당황하고 의아해했다. 다소 극단적인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커피를 그만해도 되니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해보자 싶었다. 해보고 싶은 형태로 카페를 해보고 안되면 다른 일자리를 찾자는 마음이었다. 에스프레소를 좀 더 심도 있게 연구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고 계속 맛보고, 그런 과정의 연속이었다. 에스프레소 위주로 팔게 되면서 마지막에는 기다란 바 형태로 시설도 바꿨다. 시설을 바꾼 지 채 1년도 안 돼 건물주가 바뀌면서 쫓겨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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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형태로 공간을 구성한 건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문화를 재현하기 위한 것인가?  
어설프게라도 구현을 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했던 건 내가 판매하고 싶은 에스프레소 가격이었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가격은 평균 1.2유로다. 한화로 하면 1500원 정도다. 관광지가 아닌 이상 보통 1~2유로 정도면 마실 수 있다. 나도 에스프레소를 1500원에 판매하고 싶었다. 1500원에 판매하려면 서비스의 형태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는 커피를 서서 마셔야 한다. 화장실도 없고 와이파이도 없다. 커피 말고 다른 서비스는 없다. 말 그대로 돈 내고 커피만 마시고 가야 한다. 그 모든 걸 고려해봤을 때 에스프레소 한 잔에 1500원이면 나쁘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마시는 소비자들은 이렇게 저렴해도 되나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해 주면 감사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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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나온 에스프레소 추출 기준을 보면, ‘7g의 커피를 88~93도의 뜨거운 물로 30초 이내에 30ml를 뽑아낸다’고 되어 있다. 맞나?  
정답이다. 그대로 하고 있다. 크레마 포함, 7~8g을 1초에 1ml씩, 총 30초에 30ml를 뽑는다. 질량으로 치면 20g 정도 된다. 라 마르조코 기계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이 물의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우리는 물의 온도를 측정하진 않고 보일러의 온도를 본다. 보일러의 온도는 120도 정도고 물로 나오면 90~94도 정도다. 물의 온도는 통상 90~94도 혹은 88~92도라고 보면 된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자주 바꾸는 이유가 있나?  
1년에 한번 정도 바꾼다. 싫증도 나고 새로운 기계를 써보고 싶은 호기심도 있다. 지금 쓰는 건 라 산마르코로, 베니스에서 탄생한 기계다. 재밌게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는 대부분 저 기계를 쓴다. 레버의 기술력이 굉장히 좋다. 실제로 커피가 매우 괜찮게 나온다. 좀 더 나폴리 커피에 가까운 맛을 만들고 싶어서 저 조그만 바에서 최대한 바꿀 수 있는 건 다 시도해보고 있다.  
 
이상적인 에스프레소의 맛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들 맛은 주관적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맛에는 객관적인 게 있다고 생각한다. 자두를 먹을 때 시큼한 부분만 먹고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껍질은 시큼하지만 과육이 달콤하기 때문에 맛있다고 한다. 덜 익은 딸기를 먹고 ‘이게 진짜 딸기의 맛이다’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는 거다. 사람마다 느끼는 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인 평가를 모으면 객관성으로 연결된다. 커피에도 분명 좋은 맛이라는 게 있다. 이탈리아에서 맛있는 에스프레소에 대해 정의해놓은 게 있다. ‘은은하게 나는 꽃 향과 때때로 나는 과일 향, 초콜릿 향과 미끄러지는 바디감, 그리고 아주 약간의 쓴맛.’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설탕의 단맛이다. 내가 로스팅하고 추출하는 커피에는 설탕이 꼭 있어야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설탕을 에스프레소에 넣고 테스트하기도 한다. 설탕을 넣었을 때 커피가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향과 맛이 나는지 그걸 평가하는 거다.  
 
수익적인 이유 이외에 로스팅 한 원두를 판매하는 이유가 있나?  
직접 볶은 신선한 커피를 직접 판다는 게 매력적이다. 우리는 매일 커피를 볶는다.  
 
로스팅 기준은 무엇인가?
에스프레소를 맛있게 추출하기 위한 기준이다. 에스프레소를 마셨을 때 시큼하고 불편한 느낌이 거의 없는 로스팅 방법이라고 보면 된다. 약한 불에서 오랫동안 볶는다.  
 
블렌딩하는 이유가 있나?  
브라질이 80% 들어가고 에티오피아가 20% 정도 들어간다. 이런 가격에 이런 커피를 선보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우린 엄연히 말해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는 아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납품가가 지금 우리 상황에는 맞지 않다. 우리는 커머셜 커피 위주로 사용하고 블렌딩을 한다. 장기적으로 가려면 로스팅 기술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커피를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약수 시장을 선택한 이유도 있었나?
약수 시장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처음에 이 공간을 보러 왔을 때 ‘여기가 약수 시장이네’ 정도였다. 지하철역이 가깝고 버스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로스터리 공장도 함께 해야 하니까 주택가보다는 상가와 주택이 같이 있는 동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라면 냄새 태우는 기계를 설치해도 민원은 없겠다 싶었다.  
 
원하는 방향대로 공간이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원하는 부분대로 흘러가는 부분도 있다. 동네 분들도 오시고 연세 있는 분들도 많이 오신다. 연세 있는 분들은 양이 적다고 오히려 더 좋아하신다. 양이 많은 아메리카노를 부담스러워하는 욕구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장 골목이지만 에스프레소 마시는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개하면 사람들이 충분히 적응하고 마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은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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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전문 카페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에스프레소 문화가 점점 확산될 거라고 생각하나?
에스프레소 관련, 자문도 하고 교육도 한다. 하지만 운영이 쉽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 사람들이 보통 카페에 들어가면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라고 한다. 다른 카페에 아메리카노를 팔지 말라고 할 순 없다.
 
누구나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이 필요하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잊을 수 없는 커피 한잔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난해 초 이탈리아 소렌토에서 백발 할아버지가 내려준 에스프레소 맛을 잊을 수 없다. 일리 커피였는데 맛이 무겁지 않고 산뜻해, 소렌토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그 커피 맛이 너무 좋아서 그 할아버지가 쓰던 에스프레소 머신 라 심발리를 지금의 라 산마르코를 쓰기 전에 쓰기도 했다.  
 
‘better than espresso’ 슬로건의 의미는 무엇인가? 에스프레소보다 더 좋은 게 있나?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다 죽을 것인가 생각한다. 우리는 마시고 싶은 걸 마시고 돈을 벌 수 있는 손이 있고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그게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내가 열심히 살아서 어려운 사람에게 나의 일부를 떼어서, 그게 10분의 1이든 100분의 1이든 후원하고 돕는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상징화시켜서 만든 게 늑대 로고다. 늑대는 자신의 우리를 보호하고 공동체를 챙기면서 살아간다. 나에게 에스프레소는 인생의 1순위일 만큼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앞으로 꿈꾸는 리사르 커피 로스터스의 모습이 있나?
에스프레소를 1000원에 팔 수 있게 되면 더 좋을 것 같다.  
 
벽에 걸린 서예 액자가 인상적이다. 뜻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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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호월세심(皓月洗心), ‘밝은 달에 마음을 씻는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반드시 친구가 있다'라는 뜻이다.  
 
 
Info.
리사르 커피 로스터스  
주소 서울 중구 다산로 8길 16-7
연락처 070-7677-5538
영업시간 월~금 07:00~10:00, 12:00~15:00, 토 12:00~16:00,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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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박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