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비밀의 식탁' 원테이블 다이닝 맛집 4

연인과 함께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을 때 가면 좋을 원테이블 레스토랑을 소개한다.

BY이충섭2020.07.13
셰프김태홍셰프김태홍셰프김태홍셰프김태홍
가장 따뜻한 셰프김태홍
셰프김태홍은 5년째 한 자리에서 영업 중인 원테이블 레스토랑이다. 와인유통사를 다니던 김태홍 셰프는 식자재 관련 사업을 하고 싶었고 그러려면 요리부터 제대로 알고 시작해야겠다 생각해서 르 꼬르동 블루 숙명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요리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힘들었지만 배울수록 요리의 재미를 느껴서 결국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요리에 전념했다. 졸업 후 실력을 좀 더 다지고 싶어서 지금의 자리에 쿠킹 스튜디오 겸 작업실을 내고 가끔 지인들을 초대해 함께 음식을 해먹고 와인을 대접하곤 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항상 사람들과 모여서 시끌벅적하게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들도 들어와서 뭐 하는 곳인지 묻는 경우도 많았고 괜찮다면 식당을 예약하고 와도 괜찮겠냐는 제안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때 처음 들어왔던 손님들이 “가게를 내보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했는데 김태홍 셰프 역시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식사를 할 수 있는 다이닝 레스토랑이면 괜찮겠다 싶어서 시작한 것이 지금의 셰프김태홍이다. 처음 예약을 받을 때는 2주일씩 예약이 들어왔지만 한달이 지나자 6개월치 예약이, 6개월이 지나자 1년치 예약이, 그리고 지금은 최소 1년 반치 예약이 밀려들어올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레스토랑으로 성장했다.
셰프김태홍은 다른 레스토랑과 몇 가지 차별점이 있는데 일단 무조건 하루 한 타임만 예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최근 원테이블 레스토랑이 많아졌지만 시간제로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서 시간이 되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그러나 셰프김태홍은 하루 한 타임만 예약을 받으니 뒤에 다른 손님이 올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들어오는 시간만 미리 알려주면 나가는 시간은 따로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코르크 차지를 받지 않기 때문에 손님들이 직접 마시고 싶은 술을 준비해와도 무관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샴페인 등 주종에 맞는 다양한 잔들을 구비해놔서 가게 오픈 초반,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이는 폭발적으로 손님이 는 계기가 됐다. 
사실, 가게 운영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다 해도 맛이 부족하다면 성공하는 레스토랑이 될 수 없지만 셰프김태홍은 음식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코스로 구성된 메뉴 중에서도 대표 메뉴는 앤초비 부르스게타, 보타르가 파스타, 가리비, 관자, 우니 세트이다. 앤초비 브루스게타는 깜빠누 빵에 크림치즈와 프로방스 스타일의 타페나드 스프레드를 바른다. 올리브, 마늘, 허브, 앤초비 등을 갈아서 만든 타페나드 덕분에 풍부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데 생선 특유의 꼬릿한 향이 나지 않도록 레드 페퍼와 루꼴라 잎이 잡내를 잡고 크림치즈와 꿀이 들어가서 달달함마저 느낄 수 있어서 전채 요리로서 훌륭한 역할을 한다. 보타르가 파스타는 청양고추오일을 사용해 느끼함을 잡고 파스타 위에 캐비어를 올려서 다소 심심할 수 있는 맛에 짭조름함을 더한 어란 파스타다. 가리비, 관자, 우니 세트는 모두 일본 북해도산으로서 김 위에 해산물을 올리고 고추냉이 줄기로 만든 젤리와 시소 잎을 곁들여 맛을 냈는데 형형색색의 재료들이 한입에 먹기 아까울 만큼 미적으로도 훌륭한 메뉴다. 싱싱함을 그대로 느끼면서도 고추냉이 줄기가 맛을 잡아주고 다 먹을 때쯤 시소 잎 특유의 화함 덕분에 여러 개를 먹어도 전혀 질리지 않다. 준비된 메뉴 이외에도 예약할 때 먹고 싶은 제철 재료를 미리 얘기해 주면 그에 맞는 요리 메뉴를 선보이는 것 또한 셰프김태홍의 장점이다. 모든 코스 요리가 나가고 여유가 생긴다면 김태홍 셰프 특제 해산물 육수 라면도 무료로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라 해서 무조건 해달라고 요청한다면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이 레스토랑은 김태홍 셰프 혼자 코스 요리를 준비하고 서빙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소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55길 72 문의 010-2758-5634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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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창의적인 0000 서울
처음 식당을 방문했을 때 가게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랐다. ‘오오오오나 영영영영쯤 되겠지’ ‘혹시 나만 모르는 밈(meme)은 아닐까’ 망설일 때, 김정덕 셰프가 다가와서는 ”부르기 편한 이름으로 불러주세요”라고 얘기했다. 친절함과 동시에 셰프만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0000 서울은 이름 만큼이나 독특한 요소들을 갖고 있는 식당이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 자리 잡은 이곳은 프렌치 가정식을 기반으로, 재패니스 퀴진과 접목한 와인바다. 좁지 않은 가게이지만 스탠딩 석 몇 자리 이외에는 오직 6인용 테이블 하나만 놓았다. 0000 서울의 문턱을 넘어서 자리에 앉은 손님들에게 만큼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하나만 놓았다고 한다. 메뉴판 역시 긴 설명을 담지 않았으나 찾아오는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재료, 조리법, 제대로 즐기는 법까지 일일이 설명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컨템포러리식 요리를 표방하지만 셰프 특유의 창의성이 더해져 어디에서도 쉽게 먹어볼 수 없는 메뉴가 준비돼 있다. 대표 메뉴는 할리벗 카르파치오와 레디시 오리 다리찜, 그리고 포도간장 소스 오리찜이다. 할리벗 카르파치오는 익히지 않은 생선, 소고기를 간단하게 양념하는 이탈리아식 요리인데 이곳에서는 광어를 사용하고 재패니즈 스타일을 가미했다. 광어를 다시마에 감싸서 숙성시키는 곤부지메 과정을 거친 후 피클링한 백다시마와 홀스 레디시, 소금으로 간을 잡는다. 스시스(스시 식초)와 레몬 껍질로 맛을 낸 샤리(초밥의 밥)가 함께 나온다. 마지막으로 음식 위에 노란 소국이 올려서 음식의 미를 완성시킨다. 할리벗 카르파치오는 다시마 특유의 감칠맛과 식초, 레몬의 상큼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다소 산도가 높게 느껴질 때쯤 유자 껍질과 고추냉이로 만든 유즈코쇼와 크림치즈 덕분에 달달한 맛으로 중화된다.
레디시 오리 다리찜은 고기와 생선이 아니면 메인이 될 수 없다는 대중적인 인식을 깨트리고 싶어서 만든 김정덕 셰프의 채소 메뉴다. 레디시를 센 불에 빠르게 볶은 다음 일본 아키타현의 훈연 단무지 이부리카코로 만든 크림 소스를 올리고 레드 와인에 졸인 오리 다리를 잘게 찢어서 함께 내는 메뉴다. 불 향을 머금은 신선한 레디시에 부드러운 크림, 짭조름한 오리 다리가 어우러져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포도 간장 오리 구이는 오리 가슴살을 시로 미소에 절이고 한 번 씻어낸 후 껍질 부위의 바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서 3~4일 정도 말린다. 프렌치식 오리 요리는 비가라드라는 오렌지 소스를 주로 사용하지만 이곳에서는 포도와 간장, 덕쥬를 사용해 소스를 만든다. 김정덕 셰프가 된장과 어울리는 과일 향을 찾다가 포도와의 조합을 찾았다고 한다. 껍질부터 천천히 구워서 고기 속까지 완벽하게 조리된 포도 간장 오리 구이는 묵직한 오리 고기에, 된장의 짠맛, 포도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과 은은한 간장의 맛이 잘 어우러진 메뉴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길 36 문의 010-6601-6590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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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밀스러운 앂 비스트로
앂 비스트로(SIP BISTRO)는 다른 어떤 원테이블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에 가깝다. 금호동 금남시장 안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지도만 보면 잘 찾아갈 수 있겠지’하고 도착한 곳은 시장 상인들이 물건을 적재하거나 잠시 쉬려고 만든 창고가 즐비한 구역이었다. 가게 간판은 애초부터 만들지 않아서 찾는데 조금 애먹을 수 있지만 가게로 전화를 하면 셰프가 친절히 안내해준다. 마침내 가게 안으로 입성하는 순간, 눈 앞에는 비밀과 같은 레스토랑이 펼쳐진다. 창문 하나 없는 5~6평 남짓한 공간에 분위기 있는 조명들, 6인용 테이블 하나, 내추럴 와인들, 오래된 선반 위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오직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만의 공간으로 재탄생된다. 호주 르꼬르동 블루에서 프렌치 퀴진을 공부하고 그린테이블, 쿠킹 앤 모어 쿠킹 클래스, 우마텐 등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임형일 셰프는 손님들과의 대화가 간절했다. 오랜 시간 식당에서 일하면서 주방에만 있다 보니 손님들을 마주할 기회가 적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픈형 키친의 레스토랑을 차리려고 계획하던 중에 테이블을 많이 놓는다면 결국은 요리하는 것만으로도 바쁘고 이전 레스토랑들과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서 지금의 원테이블 식당 ‘앂 비스트로’를 열게 됐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여러 종류의 샤퀴테리와 싸워도우 빵이다. 샤퀴테리는 유럽식 수제 가공육을 말하는데 이곳에서는 임형일 셰프의 다양한 경험만큼 여러 형태의 샤퀴테리를 맛볼 수 있다. 프랑스식 생햄 잠봉과 머릿고기 프로마주 드 테테부터 쌀국수 테린, 닭고기 버섯 테린까지 모두 셰프가 직접 만든다. 특히 쌀국수 테린은 이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데 풍미가 넘치는 항정살에 동남아시아의 대표 식재료인 피시소스, 고수가 들어가면서 마지막 한 조각까지 느끼함 없이 즐길 수 있다. 시간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는 샤퀘테리의 가격은 100그램에 단돈 1만원이다. 하루에 1개만 만드는 싸워도우 빵 역시 단돈 3천원인데 음식값을 저렴하게 받는 이유는 비교적 비싼 편인 내추럴 와인과 함께 먹는데 음식 가격까지 비싸면 손님들이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셰프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부드러운 샤퀴테리와 빵에다 아삭아삭한 질감과 상큼함을 느끼고 싶다면 당근 딜을 추천한다. 앞서 말한 대로 창문이 없기 때문에 한참을 놀다 보면 어느새 가게 닫을 시간이 다가온다. 해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 먹고 마신 시간과 기억이 즐겁게 다가온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금호산2길 22-13 문의 010-4079-9829 인스타그램
 
송어의 꿈송어의 꿈송어의 꿈송어의 꿈송어의 꿈송어의 꿈송어의 꿈
가장 다이내믹한 송어의 꿈  
영등포구 문래동에 양식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던 송어의 꿈은 직접 가보니 요즘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문래창작촌에서도 조금 더 외진 곳에 있었다. 주변에는 철공, 목공하는 가게로 즐비해서 해가 떨어지면 캄캄하다고 느낄 정도로 조용한 동네이지만 홀로 밤 늦게까지 따뜻한 불빛을 밝히고 사람들간의 대화가 밤새도록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 끌리는 식당이다.  
여행과 게스트하우스 문화를 좋아하던 이양우 셰프는 훗날 게스트하우스를 열려면 최소한 요리는 제대로 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송어의 꿈을 먼저 차리게 됐다. 때로는 단체 손님들끼리, 때로는 서로 모르는 손님들까지 다 함께 즐거운 저녁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12인용 원테이블 한 개만 두고 장사를 시작했다. 공장 지대에서 테이블 하나 놓고 양식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다들 오래 못 갈 것이라고 했지만 이양우 셰프는 자신이 있었다. 요식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했기 때문에 자신의 요리 철학을 내세우기 보다 유연한 사고로 손님을 배려하는 것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손님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 철학은 메뉴 구성에서부터 느껴진다. 최소 1만원 코스부터 최대 2만원 코스가 있는데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젊은 세대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 코스 가격을 저렴하게 산정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퀄리티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송어의 꿈을 다녀간 손님이 누굴 데려오더라도 만족할 수 있게끔 4~5개의 짜임새 있는 코스 메뉴를 선보인다.
두부 호박 샐러드를 시작으로 라따뚜이, 갈릭 버터 쉬림프, 시그니처 파스타, 부채살 스테이크, 디저트까지 맛볼 수 있다. 두부 호박 샐러드는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 오일, 간장이 들어간 소스로서 샐러드 재료인 두부와 구운 애호박에 찰떡같이 잘 어울린다. 갈릭 버터 쉬림프는 소스에 벌꿀이 살짝 들어가서 달콤한 편인데 마늘의 매콤함과 잘 어울려서 입맛을 돋우기 좋은 메뉴다. 시그니처 파스타의 원래 이름은 시금치 크림 파스타였는데 시금치에 거부감을 느끼는 손님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이름을 바꾼 것이다. 사실, 다른 파스타를 선보이고 싶어서 잠시 뺐었는데 손님들이 계속 그 파스타만 찾아서 시그니처로 바꾼 것이라 할 만큼 가장 인기 좋은 메뉴다. 매콤한 청양 고추를 잘게 다져서 넣었기 때문에 크림 특유의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손님들을 위한 배려는 메인 메뉴인 부채살 스테이크에서도 느껴지는데 원래는 등심 스테이크를 직접 썰어서 먹는 형태였지만, 손님들이 대화 삼매경에 빠지다 보면 고기가 식어 딱딱하고 맛이 없다 보니 좀 더 부드러운 부위인 부채살로 바꿨고 고기 역시 미리 썰어서 나가기 때문에 딱딱하게 굳은 후 먹을 때 느끼는 불편함을 없앴다.
연인들끼리도 많이 찾지만 회사 회식, 청첩장 모임 등 다양한 형태의 모임에서도 많이 온다. 가끔 원테이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왔을 때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이양우 셰프는 최근, 가게 뒷편의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서 송어의 꿈-비밀의 식탁 시즌 2를 열었다. 이곳에는 일반 레스토랑과 똑같이 여러 테이블이 있기 때문에 음식만 편하게 즐기고 싶다면 시즌 2로 안내해달라고 하면 된다.
주소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801-1 문의 010-8380-3034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