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2020 프로 야구에서 승리하는 공식?

이기는 팀은 이기고 지는 팀은 진다. 근데 이기는 팀이 이기는 걸 계속 보다 보니 승리의 공식이 보인다.

BYESQUIRE2020.07.27
 
 

2020 프로 야구 승리의 공식 

 

알칸타라 등판 + 두산 타선

VICTORY 
라울 알칸타라는 올 시즌 두산 베어스의 ‘승리의 요정’이다. 알칸타라가 마운드에 오른 경기는 모로 가든 기어가든 어떻게든 마지막에는 두산의 승리로 끝난다. 7월 13일 기준 12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 1패. 개막전에서 LG에 당한 패배가 알칸타라의 유일한 패전 기록이다. 그 이후로는 단 한 번의 패전도 없이 내리 8연승을 달렸다. 비슷한 기록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2승 밖에 하지 못한 롯데 자이언츠의 댄 스트레일리와 비교된다.
두산 타선은 알칸타라만 나왔다 하면 대량 득점을 쏟아냈다. 잘 던지지 못한 날에도 타선이 무더기 점수를 뽑아내 이긴 날이 많았다. 특히 시즌 초반이 그랬다. 시즌 첫 승을 거둔 5월 12일 롯데전에서는 5이닝 4실점을 했지만, 타선이 11점을 뽑아내며 이겼다. 6이닝 4실점한 23일 삼성전도 타선이 10점을 뽑아냈다. 시즌 초반 알칸타라가 6경기 연속 승리를 거둘 동안 두산 타선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9점에 달했다. 그럼 이게 다 운일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볼, 볼, 볼, 하지 않고 빠르게 승부하잖아요. 투구 템포도 빠르고 수비 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알칸타라가 나오는 날은 공격이 잘 풀리는 느낌입니다.” 두산 동료 오재일의 말이다. 알칸타라의 9이닝당 볼넷은 1.40개로 리그 최소 2위, 스트라이크 비율은 67.1%로 전체 4위다. 알칸타라가 나온 날 유독 두산 수비 시간이 짧게, 공격 시간은 길게 느껴지는 이유다. 지난해 평균 150.5km/h였던 알칸타라의 속구 평균 구속은 올해 152.2km/h로 올랐다. 9이닝당 5.21개였던 탈삼진도 올해는 8.03개로 증가했다. 포수 박세혁은 알칸타라의 변화에 대해 “KT 소속이었던 작년에는 변화구를 던질 때 티가 났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알칸타라에게 모든 구종을 강하게 던지는 버릇을 기르자고 주문했다. 지난해보다 확실히 변화구를 던질 때 팔 위치나 들어오는 코스가 좋아졌다”고 했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미소를 보내는 법이다.
 
 

알테어 홈런

VICTORY (feat. 8승 무패 구창모)
프로 농구에서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가 맡는 포지션은 센터다. 프로 배구 외국인 선수의 절대다수는 레프트 혹은 라이트 공격수다. 그렇다면 KBO 리그 외국인 타자는? 홈런을 펑펑 날리고, 찬스마다 타점을 올리며, 투수에게 아찔한 공포를 선사하는 중심 타자 역할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 초창기의 타이론 우즈(두산)부터 최근의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까지 시대를 주름잡은 외국인 타자는 하나같이 팀의 최고 타자이자 4번 타자였다.
그런 면에서 NC 다이노스(이하 NC)의 새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는 독특한 존재다. 성적만 놓고 보면 알테어도 중심 타자로 손색이 없다. 7월 13일 현재 16홈런 55타점에 장타율 0.617로 3개 부문 팀 내 1위. WAR(대체 선수 대비 기여 승수)도 2.50승으로 팀 내 야수 1위다. 하지만 알테어는 중심 타자로 나온 경기보다 하위 타선으로 나온 경기가 훨씬 많다. 현대 야구에서 팀 내 최고 타자를 배치하는 2번 타순부터 제일 타격이 약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8번 타순까지 오르내림이 심했다. 언뜻 비효율적인 타선 구성처럼 보이지만 결과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NC는 39승 1무 17패로 2위 키움에 5.5경기 차 앞선 압도적 선두다. 총 372득점으로 리그 최다 득점을 올렸고 팀 홈런도 84개로 가장 많다. 생산성 낮은 라인업으로는 기대하기 힘든 성적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알테어의 하위 타선 배치는 NC의 두꺼운 야수 뎁스를 보여주는 증거다.
NC에는 알테어 외에도 중심 타선에 들어갈 만한 선수가 수두룩하다. OPS(On base Plus Slugging)는 말 그대로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으로 최근 널리 이용되는 타격 지표다. 간판스타 나성범(15홈런 48타점)을 필두로 권희동(OPS 0.966), 양의지(0.905), 강진성(0.966), 박석민(0.870) 등 어느 팀에 가도 중심 타선에 포진할 만한 타자가 넘쳐난다. NC는 알테어를 5월 21일 두산전에 처음 8번 타순에 배치했다. 이날 경기에서 알테어는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을 올렸고 팀은 12 대 6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 경기를 비롯해 올 시즌 알테어가 홈런을 날린 경기는 거의 다 NC의 승리로 끝났다. 알테어가 홈런을 친 16경기에서 NC는 13승 1무 2패를 기록 중이다. 마운드에서 8승 무패의 에이스 구창모 등판이 NC의 승리를 의미한다면 타선에서는 알테어의 홈런이 곧 NC의 승리와 동의어다.
알테어는 7번 타자로 홈런 6개, 8번 타자로 홈런 4개를 날렸다. ‘휴게소’로 생각한 하위 타순을 상대로 홈런을 맞으면 투수는 몇 배 큰 데미지를 입는다. 하위 타순에서 홈런과 적시타가 나오면 경기가 쉽게 풀리게 마련이다. 올 시즌 NC는 6~9번 타순에서 OPS 0.848에 홈런 35개 172타점을 기록 중이다. 3~5번 중심 타선(0.870, 36홈런 132타점) 성적과 큰 차이가 없고 삼성, LG, SK, 롯데, 한화의 중심 타선보다도 오히려 NC의 하위 타선이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 중심에 ‘외국인 8번 타자’ 알테어가 있다.
 
 

5회까지 리드 + 승리조 출격

VICTORY
2020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부분의 야구 전문가가 삼성을 최하위 후보로 예상했다. 오승환이 돌아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봤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예상과 달리 삼성은 시즌 60경기를 치른 시점까지 5할대 승률을 유지하며 선전하는 중이다. 7월 초에는 잠시나마 LG를 제치고 4위까지 올라간 순간도 있었다. 비결은 탄탄한 수비와 강력한 불펜 투수진이다. 13일까지 삼성 불펜은 평균 자책 4.73으로 리그 3위.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홀드(36개)와 가장 적은 블론세이브(3개)를 기록했고, 세이브 성공률은 80%로 전체 1위다.
특히 오승환의 국외 진출 뒤 한동안 무너졌던 ‘5회 리드=삼성 승리’의 공식이 올 시즌 오승환과 함께 돌아왔다. 오승환 복귀에 때맞춰 왕조 시절의 위력을 다시 찾았다. 13일 현재 삼성은 5회까지 리드 시 25승 2패, 승률 0.926으로 리그 전체 1위, 6회 말까지 리드한 경기도 26승 2패, 승률 0.929로 1위다. 7회 말까지 앞선 경기도 27승 1패, 승률 0.964로 1위, 8회 말까지 앞선 경기에서는 26승 무패, 승률 100%다. 7월 4일까지는 5회, 6회,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도 승률 100%였다.
왕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불펜 자원이 풍부하다. 150km/h 돌직구를 던지는 우완 최지광과 김윤수, 좌완 강속구 투수 노성호가 좌우 날개를 이루고 베테랑 잠수함 우규민, 좌완 언더핸드 임현준까지 다양한 유형의 투수가 출격한다. 투수 출신 허삼영 감독의 세심한 배려도 삼성 불펜 투수들이 잘 던지는 비결이다. 허 감독은 좀처럼 이닝 중간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는 투수를 바꾸지 않는다. 가능하면 이닝 시작할 때 올라간 투수가 끝까지 막고 내려오게 한다. 삼성 불펜진이 물려받은 승계 주자는 총 67명으로 리그 최소. 이 부문 최다인 한화(132명)의 절반 수준이다. 삼성 불펜진은 이 가운데 단 20명만 홈으로 들여보내 승계 주자 실점률 29.9%로 리그 최고 기록을 냈다. 모 구단 퓨처스 투수 코치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은 투수의 심리적 부담은 물론 체력 소모도 커진다”며 “가급적이면 한 투수가 1이닝을 책임지는 게 이상적이다”라고 했다.
 
 

진화한 터커 + 박·전·문 트리오

VICTORY
“KIA 캠프 분위기가 그렇게 좋다던데요? 선수들이 신나서 펄펄 날아다닌대요. 확실히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왠지 올 시즌 KIA가 예상보다 잘할 것 같아요.”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를 둘러보고 온 야구 관계자가 들려준 말이다. 예감은 적중했다. 지난해 리그 7위로 최악의 해를 보낸 KIA가 올 시즌에는 56경기를 치른 시점까지 +5할 승률과 리그 4위로 반전을 이뤄가는 중이다. 여러 관계자와 전문가는 KIA 선전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맷 윌리엄스 감독의 지도력을 꼽는다.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윌리엄스 효과가 KIA 선수단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괴물 타자로 진화한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터커는 95경기, 타율 0.311, 9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외국인 타자치곤 애매한 성적. 그러나 KIA는 터커를 믿고 재계약했고 터커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거듭났다. 5월 한 달간 날린 홈런만 6개, 6월에도 5홈런을 추가하며 KIA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39홈런, 134타점 페이스. 안치홍의 이탈과 이범호의 은퇴로 생긴 공격력 구멍을 터커 2.0 버전으로 완벽하게 메웠다.
KIA의 상승세에는 강력한 불펜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박흥식 감독대행-서재응 투수 코치 체제에서 경험을 쌓은 구원투수들이 올 시즌 몰라보게 성장했다. 시즌 초반에는 ‘박·전·문 트리오’가 뒷문을 지켰다. 박준표, 전상현, 문경찬으로 이어지는 승리조 계투진은 KIA의 필승 공식이었다. 7월 13일 기준 KIA는 6회 말까지 리드 시 삼성과 함께 가장 적은 역전패(2패)를 기록했다. 불펜진 WAR은 4.42승으로 키움에 이은 2위, 불펜 WPA(추가한 승리 확률)는 0.01로 유일하게 플러스 수치를 기록 중이다.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고루 강점을 보이는 잠수함 박준표를 필두로 팀 내에서 가장 탈삼진 능력이 뛰어난 전상현, 높은 속구 회전수를 무기로 공격적인 피칭을 펼치는 마무리 문경찬까지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박·전·문 트리오의 페이스가 떨어진 7월에 들어서는 ‘홍·고·정 트리오’가 새로 나타났다. 홍상삼과 고영창, 2020 신인 1차 지명 선수 정해영이 KIA 불펜의 새 활력소다. 공황장애를 이겨내고 마운드에 돌아온 홍상삼은 15경기, 14.2이닝, 1승, 3홀드, 평균 자책 1.88을 기록했다. 여전히 이닝보다 많은 볼넷(16개)을 내주고 있지만, 대신 삼진을 27개나 솎아내며 실점을 최소화하는 투구가 돋보인다. 지난해 1군 주축 불펜으로 올라선 고영창도 20경기(24이닝)에 등판해 1승 1패, 1홀드, 평균 자책 3.00으로 페이스가 좋다. 전 해태 선수 정회열의 아들인 신인 정해영도 5경기, 2승 무패, 평균 자책 1.23을 기록하며 ‘야구인 2세 성공 시대’의 당당한 주역으로 떠올랐다.
KIA 불펜에 무시무시한 강속구와 압도적 구위를 자랑하는 투수는 없다. 불펜 최고 강속구 투수 홍건희는 두산으로 이적했다. 평균 145km/h를 던지는 홍상삼 정도가 그나마 파이어볼러에 속하는 투수다. 박준표, 전상현, 문경찬의 속구 평균 구속은 모두 140km/h 초반대로 평범하다. 하지만 KIA 불펜진은 63%의 높은 스트라이크 비율을 자랑한다. 타석당 투구 수도 3.79개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적다. KIA 코칭스태프가 강조하는 자신감, 공격적 투구가 가져온 성공이다.
 
Who’s the Writer?
배지헌은 〈엠스플뉴스〉 야구 기자다. KBO 리그와 아마 야구를 담당한다. 뉴욕 메츠 한국 팬사이트를 15년째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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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박세회
  • WRITER 배지헌
  • PHOTO 두산 베어스/삼성 라이온즈/NC 다이노스/KIA 타이거즈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