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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AMG, 포르쉐, 애스턴 마틴,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의 괴물같은 마력

자동차에도 날개가 있다. 그러나 이 날개를 날지 않기 위해 써야 날 수 있다.

BYESQUIRE2020.08.10
 

날아올라 

 
 

1 Lamborghini 

 
Huracán EVO “마법 같아.” 람보르기니가 개최한 우라칸 에보 서킷 시승회에 참가한 어느 에디터의 말이다. 5년 만에 ‘에보’라는 이름을 달고 돌아온 우라칸은 강력하면서도 매끈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우라칸 퍼포만테의 강력한 엔진과 우라칸 에보에 최초로 적용된 차체 컨트롤 시스템(LDVI)이 조화를 이룬 덕이다. 향상된 달리기 실력은 달라진 겉모습에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뒷모습 상단이 편편한 실루엣이었던 이전 세대와 달리 우라칸 에보에는 사다리꼴 모양의 스포일러가 리어램프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덕분에 에어로다이내믹 효율을 6%, 다운 포스는 7% 끌어올렸다. 이런 형태의 리어 스포일러를 ‘슬롯 스포일러(slotted spoiler)’라고 한다. 기다랗게 갈라진 틈으로 와류를 배출하는데 이때 벤추리 효과가 발생해 접지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2 Mercedes-AMG

 
GT 63 S 4MATIC + 4Door Coupé 메르세데스 가문은 에어로다이내믹의 ‘맛집’이다. 지난해 출시한 A클래스는 공기저항 계수 0.22를 기록해 양산 차 중 가장 에어로다이내믹한 자동차로 꼽혔다. 막내가 이 정도인데 큰형님 격인 메르세데스-AMG의 GT 63 S 4도어는 오죽할까. V8 엔진 639마력의 최고 출력과 91.7kg·m의 최대 토크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선 뛰어난 공력 성능이 필수다. 그래서 메르세데스-AMG는 가변식 스포일러인 액티브 리어 윙의 작동을 주행 상황에 따라 0~5단계로 구분했다(V8 엔진 기준). 시속 80km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스포일러가 65mm 높이로 날개를 들어 올린다. 시속 140km일땐 130mm, 시속 180km일땐 160mm까지 속도에 맞춰 높이를 조절한다. 속도별로 달라지는 공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시속 200km가 넘는 초고속의 영역에서는 다운 포스를 늘려 주행 안정성을 얻기 위해 172mm와 182mm까지 날개를 치켜든다. 원한다면 에어로다이내믹 패키지를 추가해 고정식 카본 파이버 스포일러를 장착할 수 있다. 
 
 
 
 

3 Aston Martin

 
DBS Superleggera 슈퍼레제라에 부착된 스포일러는 거니 플랩이다. 트렁크 윗부분에 직각에 가까운 각도로 세워 붙인 판을 가리킨다. 명칭은 처음 아이디어를 제안한 카레이서 댄 거니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일반적으로 트렁크 위에 달려 공력 성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부품을 스포일러라고 통칭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스포일러와 거니 플랩은 각기 다르다. 스포일러는 차가 앞으로 나아갈 때 트렁크 주위에 발생하는 진공상태 영역을 차체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게 주목적이지만, 거니 플랩은 공기저항을 만들어 접지력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거니 플랩 덕분에 슈퍼레제라는 최고 속도인 시속 340km에서 180kg의 다운 포스를 얻는다. 그런데 가변식 스포일러 기술을 가진 애스턴 마틴(DB11에 적용했다)이 굳이 거니 플랩을 장착한 이유가 뭘까? 럭셔리 GT 카 답게 고속 주행 안정성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아, 슈퍼레제라의 V12 엔진은 최고 725마력을 쏟아내기 때문에 가속이 답답하다고 느낄 일은 전혀 없다.
 
 
 

4 Porsche

 
Panamera Turbo 변신 로봇 같다. 파나메라를 가속하면 차체 아래로 켜켜이 포개져 있던 날개들이 기지개를 켜듯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변식 스포일러가 파나메라에 장착된 이유를 단지 멋에서만 찾는다면 포르쉐를 과소평가하는 꼴이다. 300여 개의 특수 제작한 부품으로 구성된 스포일러는 시속 90km에서 자동으로 펼쳐진다. 이때 날개의 각도는 -5도로 공기저항을 줄인다. 시속 200km가 넘어가면 날개의 각도를 3도까지 곧추세운다. 이때는 반대로 다운 포스를 생성해 접지력을 확보한다. 스포일러를 더욱더 넓고 가파르게 펼쳐 안정적인 감속을 돕는 에어브레이크 기능도 있다. 일상 주행에서는 연비를 높이고 고속 주행에서는 주행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이야기다. 포르쉐는 가변식 스포일러를 파나메라뿐만 아니라 911과 카이엔 쿠페에도 적용했다. 파나메라 트림 중 터보와 GTS에만 어댑티브 4-웨이 스포일러가 장착된다.
 
 
 

5 McLaren

 
720S 맥라렌 720S는 ‘데일리 슈퍼카’를 지향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km까지 7.8초 만에 도달하는데 그 후로도 속도계 바늘은 멈출 줄을 모른다. 근데 이상하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바닥에 착 가라앉아 오히려 운전하기 편하다. 맥라렌이 포뮬러 원 레이싱 트랙에서 갈고 닦은 에어로다이내믹 기술 덕이다. 720S의 엉덩이 윗부분을 덮고 있는 거대한 전동 리어 스포일러는 이전 모델인 650S에 비해 30% 향상된 공력 성능과 50%의 추가 다운 포스를 발휘하도록 돕는다. 리어 스포일러가 움직이며 바람의 힘을 받아 노면을 향한 차량의 접지력을 배가시킨다. 가속할 땐 30%, 다운 포스가 필요할 땐 70~80%, 에어 브레이크를 통해 안정적인 제동을 도울 땐 100% 날개를 치켜세우는 세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6 Jaguar

 
F Type SVR Convertible 재규어는 선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다. F타입을 보면 알 수 있다. F타입 SVR 컨버터블의 리어 스포일러는 공력 성능 향상뿐만 아니라 조형미까지 아우른다. A필러에서부터 이어진 어깨선이 부풀어 오른 뒤 펜더를 지나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데, 리어 스포일러 끝부분이 그 선과 칼로 잰 듯 맞아떨어진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차체를 따라 휜 카본 파이버 스포일러 역시 재규어에서만 볼 수 있는 디테일이다. 고정식 스포일러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변식이다. 시속 96km에 이르면 수평에 가깝게 누워 있던 날개가 반 뼘 정도 뒤로 이동하면서 각도를 치켜세운다. 최대 120kg의 다운 포스를 만들어낸다.
 
 
 

7 Ferrari 

 
F8 Tributo F8 트리뷰토는 488 GTB를 잇는 모델이다. 그리고 488 GTB의 이전 모델은 458이다. 488 GTB가 처음 나왔을 때 페라리는 ‘신형 488 GTB는 458에 비해 다운 포스가 50%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해 출시한 F8 트리뷰토는 488 GTB보다 에어로다이내믹 효율이 10% 더 높아졌다. 비결은 488 GTB부터 적용한 ‘블론 스포일러’다. 앞 범퍼에서 시작돼 지붕을 넘어온 공기의 흐름은 블론 스포일러의 좁은 구멍을 통해 빠져나간다. 이때 구멍 안에 있는 3개의 디플렉터는 저항을 일으키는 와류의 크기를 잘게 나누는 역할을 한다. 와류가 작아지면 저항도 줄어든다. 또한 F8 트리뷰토는 488 GTB의 블론 스포일러보다 날개 각도를 조금 더 치켜세우고 공기가 빠져나가는 구멍의 위치를 조정해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커다란 날개나 가변식 스포일러 없이도 다운 포스는 늘리고 저항은 줄이는 그 어려운 일을 페라리가 자꾸 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