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동부이촌동 오래된 '노포' 맛집 5

동부이촌동 토박이가 뽑은 진짜 동부이촌동 맛집을 소개한다.

BY이충섭2020.08.16
일본 사람이 많이 살고 또 일본 음식점이 많아서 재팬 타운이라 불리는 곳. 용산 미군 부대가 가까워 서양 레스토랑이 많은 곳, 모두 동부이촌동에 관한 이미지다. 최근 10년 가까이 동부이촌동의 공무원 시장을 중심으로 저마다 맛집을 주창하는 주점, 퓨전 레스토랑이 많이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하지만, 동부이촌동 주민들은 즐겨 찾지 않는 곳이 많았다.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열어주는 레스토랑은 반갑지만 터무니 없는 소주, 와인 한 병 가격으로 무장한 새 가게들은 반갑지 않다. 가끔 기자 선후배들이 동부이촌동 핫한 맛집이라며 취재해간 곳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30년 넘게 산 진짜 동부이촌동 주민이 말하는 이촌동 오래된 ‘노포’ 맛집을 소개한다.
 
더 루시 파이 키친(동빙고2)더 루시 파이 키친(동빙고2)더 루시 파이 키친(동빙고2)더 루시 파이 키친(동빙고2)더 루시 파이 키친(동빙고2)
국내 파이의 선구자 더 루시 파이 키친(현 동빙고2)
20년 전, 동부이촌동 학생들 사이에서 전설과도 같았던 디저트 카페들이 있었는데 케이크 전문점 라리와 파이 전문점 루시 파이였다. 그 중에서 라리는 이미 오래 전에 자취를 감췄지만 루시 파이는 처음 그 자리에서 그대로 영업 중이다. 파이 이외의 메뉴도 개발하면서 이름은 더 루시 파이 키친으로 바꿨지만 이곳의 대표 메뉴는 여전히 파이들이다.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바나나 크림 파이와 민트 초콜릿 파이다. 바삭한 파이 위에 초콜릿 잼 한 층을 쌓고 얇게 썬 바나나 한 층, 그리고 그 위에 다시 바나나 커스타드 크림 한 층을 쌓는다. 바나나 크림 파이에서 맛 없는 층이 단 한 곳이라도 존재할까. 단맛에 있어서 둘째로 가라면 서러워할 초콜릿, 바나나, 커스타드 크림의 조합은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을 만큼 최상의 조합이 아닐까 싶다. 사실, 20여년 된 파이 가게를 지금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민트 초콜릿 파이 때문이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민초단(민트 초콜릿 단맛의 줄임말)이 유행하면서 이와 관련된 각종 민초단 밈(meme)이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는데 아마 민트 초콜릿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더 루시 파이 키친에 방문해서 이 파이를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달콤한 초콜릿 푸딩 크림을 느끼기도 전에 그 위에 올린 페퍼민트 휩크림을 먹고 나면 지금 내가 먹은 게 크림인지, 최소 치약, 최대 솔의 눈을 먹은 것인지 생각이 들 만큼 강렬하다. 입 속은 물론 머리 끝까지 화한 느낌이 퍼지는데 정신이 번쩍 들 것. 개인적으로 민트 초콜릿 마니아라서 그런지, 최근 먹어본 케이크, 파이 류 중에 최고였다. 자, 이제 민초단 멤버들 모두 도장 깨기를 위해 동부이촌동으로 컴온.
주소 서울 용산구 이촌로 182 풍원상가 1층 109호 문의 02-790-7779
 
한양스낵한양스낵한양스낵한양스낵한양스낵
응답하라 한양스낵
1980~90년대 동부이촌동 최대의 위락 시설은 신동아 쇼핑 센터였다. 옷, 주얼리 가게들이 즐비했고 볼링장과 오락실, 레스토랑, 사우나 등도 있어서 지금으로 치면 멀티플렉스 몰 같은 곳이었고 남녀노소 누구나 발걸음 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였다. 이곳 지하에는 푸드 코트처럼 여러 분식점들이 모여 있었고 그 중에 지금까지 남은 곳이 한양스낵이다. 무려 1987년 한양치킨으로 시작해서 1995년 한양스낵으로 상호를 변경했는데 그러고도 한동안 가게 한 켠에 치킨 튀김기가 있어서 한양치킨 때의 모습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꽤 있다고 한다. 지금이야 떡볶이의 원조가 밀떡이냐 쌀떡이냐로 왈가왈부할 만큼 두 떡볶이 모두 사랑 받지만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쌀 떡볶이는 생경한 음식이었고 밀 떡볶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30여년 이상을 두툼한 쌀 떡만 고집한 가게 답게 적당히 불어서 쫀득한 식감이 인상적이다. 밀떡에 비해 밀도가 높은 쌀 떡은 자칫하면 딱딱하고 국물에 오래 불리면 물컹거리는 식감 때문에 젓가락을 놓게 된다. 떡볶이 특유의 매콤달콤함에 잘 어울리는 식감 때문에 남기지 않고 먹게 될 것이다. 오징어 튀김이 유명한 곳이지만 최근, ‘금징어’라 불릴 만큼 비싼 오징어 시세 때문에 다소 작아진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지금이야 김밥 전문점이 흔하고 또 김밥 속처럼 다양한 김밥 레시피가 존재하지만 한양스낵의 우엉김밥이야 말로 센세이션 그 자체였고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다. 간이 알맞게 베어있는 우엉 조림이 김밥 속 3분의 1을 차지하고 나머지에 단무지, 달걀 지단, 당근, 시금치, 우엉, 어묵이 들어있다. 고기, 해물이 들어가는 화려한 김밥과는 거리가 멀지만 한끼 식사 대용으로 충분할 만큼 맛있는 김밥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촌로 352 신동아쇼핑센터 지하 1층 문의 02-795-0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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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정식의 원조 사누끼
동부이촌동의 일식집이라고 하면 보통 지금의 파리 바게트 시그니처 자리 주변, 맥주와 꼬치를 파는 로바다야키 거리와 현대아파트 11동 상가의 우동 가게들이 대표적이었다. 적어도 1990년대 초반까지는 말이다. 그 때쯤 동부이촌동에는 돈까스나베, 일본식 덮밥, 라멘과 같은 새로운 일식 메뉴의 바람이 불었고 그 선두주자 중 한 곳이 렉스 상가의 사누끼였다.(비슷한 시기, 삼익 상가의 미타니야도 마구로 덮밥, 에비 까스 등으로 사랑 받았다.) 물론 1980년대 후반에도 일본 경양식 ‘까사’에서 일식 돈까스에 카레를 부어 먹는 메뉴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동부이촌동에서 일식 돈까스가 유행한 것은 사누끼가 등장할 때쯤으로 기억한다. 특히, 소스를 뿌려서 먹는 것이 아니라 달콤한 나베 육수에 돈까스를 넣고 졸인 돈까스나베의 등장은 획기적이었다. 국물은 달콤하고 딱 먹기 좋을 만큼 짭조름해서 정식 메뉴에 곁들여 나오는 밥을 한 숟갈 말아먹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여전히 바삭한 돈까스와 그 위에 얹은 달걀물, 양파, 당근 등을 다 함께 뜬 조합은 한 입에 털어 넣지 않고는 못 베길 것이다. 나베 요리 이외에도 생연어 덮밥, 우나기 덮밥, 규돈, 가쯔돈 등 다양한 덮밥 요리가 있으니 입맛에 맞게 고르면 된다. 취재할 때 먹은 에비돈은 튀김 속 새우가 생각보다 좀 더 짠 편이어서 밥과 국물까지 다 먹진 못했으니 짠맛을 피해야 하는 사람은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촌로 300 문의 02-794-0470
 
소담칼국수소담칼국수소담칼국수소담칼국수소담칼국수
늘 이름처럼 소담칼국수
소담칼국수는 생긴지 10여년쯤 밖에 되지 않은 곳이니 동부이촌동의 다른 가게들에 비하면 꽤 새 가게인 편이다. 이 가게의 닭 요리 내공이 높다는 사실을 얘기하려면 현대 아파트 21동 상가에 있던 현대 삼계탕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1990년대 초중반에 생겨서 2000년 중반까지 영업했던 현대 삼계탕은 동부이촌동을 오랜 산 사람들이라면 모두 기억할 삼계탕 전문점이었다. 폐점할 당시에도 손님들이 꽤 있었지만 가게 주인의 건강 문제 때문에 문을 닫아야만 했다. 가게 주인은 오랜 시간 쉬면서 건강을 회복했고 다시 새로 문을 연 곳이 지금의 소담칼국수인 셈이다. 대표 메뉴인 닭칽국수는 닭 육수를 베이스로 한 칼국수에 잘게 찢은 닭 가슴살과 닭 다리살, 파, 양파, 호박이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느낌 보다는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칼국수처럼 정갈하면서도 깊은 맛이 인상적이다. 장마가 지나고 한창 더운 요즘 어울리는 메뉴로는 막국수가 있는데 여기에도 닭 가슴살이 올라간다. 살얼음 진 닭 육수를 그릇에 담고 국수, 무김치, 오이에 양념장과 참기름을 넣고 잘게 찢은 닭고기와 김 가루를 수북하게 올리면 국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국수 한 젓가락 떠서 닭고기, 무김치, 오이와 함께 빙빙 돌려 먹으면 담백하고 시원한 막국수 덕분에 잠시나마 무더운 여름을 잊는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촌로 200 LG프라자 지하 1층 문의 02-793-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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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팥빙수의 귀환 동빙고
동부이촌동하면 재팬 타운이라는 이미지 이외에 맛집, 디저트 가게가 즐비한 곳이라는 걸 알린 곳이라면 아마도 동빙고가 원조일 것이다. 20여년전 동빙고가 생길 때만 해도 팥빙수로 가게를 낸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당시에도 아이스베리, 캔모아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빙수 전문점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곱게 간 얼음에 과일이나 시럽,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넣은 빙수였기 때문에 말이 빙수지, 사실상 시원한 얼음 디저트에 가까웠다. 그 때 오로지 얼음, 팥, 떡으로만 승부하는 원조 팥빙수 전문점이 생겼으니 동네 사람들도 의아해 했다. 그러나 그 의구심은 오래 가지 않았고 원래 팥빙수를 먹어 본 부모 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났고 그 후에 그들의 자녀들 세대까지 자연스럽게 유행이 됐다. 그렇게 동빙고는 순식간에 동네의 명물이 됐고 타 지역 사람들까지 몰려들 만큼 유명해졌다. 곱게 간 얼음, 팥, 떡이 전부이지만 100% 국내산 팥만을 쒀서 만든 팥 앙금은 팥의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진한 팥의 맛이 느껴지고 또한 건강한 단맛이 나기 때문에 여러 숟갈을 먹어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는다. 쫄깃한 세 덩어리의 떡 역시 별미라서 몇 알 더 넣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촌로 319 문의 02-794-7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