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leeping Beauties
」LOPUD•1483

ⓒ Eloise Lopud
홈페이지 lopud1483.com 인스타그램 lopud.1483
이 호텔의 존재로 여행 애호가를 탄식하게 만들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사진을 몇 장 보여주면 식은 죽 먹기이고, 어쩌면 그냥 관련 키워드 몇 가지 읊는 것만으로도 가능할 것 같다. 마냥 허풍 같다면 당장 스스로 시험해보시라. ‘아드리아해에 면한 발칸반도의 작고 조용한 섬, 500여 년 전에 지은 프란체스코 수도사들의 요새, 영국 여왕 다음간다는 미술품 컬렉터의 방, 중세 약사들이 조성한 약초 정원과 지하 비밀 동굴로 연결된 해안.’


ⓒ Igor Zacharov
Saint Hotel Santorini

ⓒ GIORGOS SFAKIANAKIS
홈페이지 saintsantorini.com 인스타그램 saintsantorini
이토록 기하학적인 건축물이 어째 낯설지만은 않다면, 그건 당신의 잠재의식에 특정 이온 음료 CF의 잔상이 남아 있어서일 확률이 높다. 배우 손예진이 골목을 내달리거나 자전거를 탔던 곳이 바로 이곳, 그리스 산토리니의 이아마을이니까. 물론 이제 막 오픈한 세인트 호텔 산토리니가 2000년대 초반의 CF에 등장했을 리 만무하다. 다만 이 호텔이 마을의 낡은 주택들을 매입해 그 유산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는 점, 마을의 미관에 누가 되지 않는 선에서 모던하게 재단장한 결과라는 점을 참작할 수 있겠다.

Arctic Bath

ⓒ Anders Blomqvist
홈페이지 arcticbath.se 인스타그램 arcticbath_sweden
악틱 배스의 요체는 어찌나 명확한지, 그게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 ‘극지방에서 즐기는 목욕’. 스웨덴 쪽 라플란드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룰강, 악틱 배스는 그 복판에 유유히 떠 있는 선상 호텔이다. 나무 다리를 닻으로 삼아 물살에 몸을 맡기다가 겨울이 되면 꽁꽁 얼어붙은 강물에 고정된다. 핵심은 도넛 형태의 건물 중앙에 자리한 풀장. 스웨덴 라플란드의 전통문화인 냉수욕 ‘프로스티 플런지’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한 것이다. 혹자는 왜 돈을 내고 이런 벌칙을 받는지 혼란스러워 할지도 모르겠는데, 심지어 가격까지 만만치 않다. 1박에 9600크로나(약 1백30만원)부터 시작하니까. 냉수욕탕을 둘러싸고 사우나, 스파, 마사지, 보디 트리트먼트 등 온갖 고급 스킨 케어 서비스 시설이 포진해 있다.

Art Villas

ⓒ David Straka CGI, Monolot studio
홈페이지 artvillas.com 인스타그램 artvillascostarica
기사에 사용할 이미지를 요청했을 때 아트 빌라스는 사진 파일과 함께 ‘Resort Note’라는 이름의 워드 파일을 보내왔다. 기본적으로 프레스 키트였으나 편지 형식이라는 점에서 비범했다. 특히 “10년 전 저는 의사로부터 제 인생을 뒤바꾸는 진단을 받았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불임 진단을 받은 체코 프라하의 한 부부는 스스로 낙원을 만들고자 코스타리카로 이주했다고 한다. 이들은 태평양 연안의 숲속에 집을 짓던 중 드라마틱하게도 자녀를 갖게 되었고, 이내 시설을 확장해 미니 리조트를 조성했다.

ⓒ Jakub Skokan and Martin T?ma / BoysPlayNice
The Museum Hotel Antakya

ⓒ Cemal Emden
홈페이지 themuseumhotelantakya.com 인스타그램 themuseumhotelantakya
춘천에 레고랜드 코리아가 유치된 건 2013년. 지난 7년간 공정의 4분의 1도 달성하지 못한 건 레고랜드가 들어서기로 한 부지에서 청동기 시대부터 고구려 시대에 이르는 폭넓은 시기의 유물이 출토되었기 때문이다. 뮤지엄 호텔 안타키아도 동일한 운명을 겪었다. 터키 남동부 도시 안타키아의 호텔 부지에서 발견된 건 자그마치 2300여 년의 시간 동안 최대 13개 문명이 남긴 3만여 개의 유물이다. 그중에는 지금껏 발견된 세계 최대 크기의 단일 조각 모자이크와 그리스 최초의 신 에로스의 대리석 조각상도 있다. ‘1930년대 이래로 터키에서 가장 큰 고고학 발굴’이라는 학계의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 Hotel Museum Antakya Archive
Casa Hoyos

ⓒ Diego Padilla
홈페이지 casahoyos.mx 인스타그램 casahoyos
만약 누군가가 ‘가장 한국적인 숙소’를 묻는다면 우리는 어느 시대의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한옥 민박? 고택 스테이? 궁궐과 고층 빌딩이 동시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호텔? 도심 러브 호텔의 놀라운 기술 설비와 빼어난 기획력을 한국의 맛이라 자부할 수도 있을까? 범주에 적산 가옥을 들여놓는 건 자칫 불경한 일이 될까? 카사 오요스가 ‘가장 멕시코적인 숙소’를 구현한 방법은, 역사의 다채로운 측면을 한 공간에 켜켜이 채워 넣은 것이었다. 전통 기술과 멕시코의 현대 디자인 양식, 그리고 식민지 시대의 유산까지.

Hôtel Le Coucou

ⓒ Jerome Galland
홈페이지 lecoucoumeribel.com 인스타그램 lecoucoumeribel
프랑스 남부 알프스 지역에는 3개 계곡에 걸쳐 조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연합 스키장 레 트루아 발레가 있다. 마리벨은 그 안에서도 가장 오래된 스키 리조트이며, 호텔 르 쿠쿠는 리조트 내에 가장 최근에 문을 연 5성급 럭셔리 부티크 호텔이다. 호텔 르 쿠쿠의 가장 큰 특징은 이 복잡한 입지를 모두 충족하는 형태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우선 샬레(유럽 산간 지방 특유의 지붕이 뾰족한 목조 주택)를 차용한 디자인으로 주변 환경과의 위화감을 없앴다. 하지만 그 실체는 1만2000㎡, 10층 규모의 호텔. 오두막 같은 외양을 보고 내부로 들어온 방문객은 하나같이 감탄을 터뜨린다. 호텔 르 쿠쿠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대성당을 방불케 하는’ 내부 공간의 위용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