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랜선으로 떠나는 세계 곳곳의 신상 호텔 7

터키, 그리스, 프랑스, 스웨덴, 멕시코, 크로아티아, 코스타리카까지.

BYESQUIRE2020.08.27
 

Sleeping  Beauties

 

LOPUD•1483 

ⓒ Eloise Lopud

ⓒ Eloise Lopud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
홈페이지 lopud1483.com 인스타그램 lopud.1483
 
이 호텔의 존재로 여행 애호가를 탄식하게 만들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사진을 몇 장 보여주면 식은 죽 먹기이고, 어쩌면 그냥 관련 키워드 몇 가지 읊는 것만으로도 가능할 것 같다. 마냥 허풍 같다면 당장 스스로 시험해보시라. ‘아드리아해에 면한 발칸반도의 작고 조용한 섬, 500여 년 전에 지은 프란체스코 수도사들의 요새, 영국 여왕 다음간다는 미술품 컬렉터의 방, 중세 약사들이 조성한 약초 정원과 지하 비밀 동굴로 연결된 해안.’
 
로퍼드 1483은 중세 수도원을 재단장해 만든 호텔이다. 크로아티아 로퍼드섬이라는 입지와 처음 건물을 축조한 연도에서 이름을 따왔다. 유서 깊은 미술품 애호가 가문 티센-보르네미사의 후예 프란체스카가 이 수도원을 발견한 건 1990년대. 발칸반도에서 전쟁으로 손상된 미술품을 구조 중이던 그녀는 건물에서 ‘500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공명하는 영적인 울림’을 느꼈다고 했다. 재단장을 맡기고자 건축가 프랭크 게리와 함께 건물을 돌아보기도 했으나 결국 본인이 직접 작업하기로 마음먹은 건 그런 이유다.

 
ⓒ Igor Zacharov

ⓒ Igor Zacharov

결과는 첫 문단과 같다. 재건은 행여나 건물에 감도는 영성이 훼손될까 녹조차 함부로 제거하지 않는 수준으로 진행했다. 대신 당대에 이곳이 명상과 기도에 특화된 수도원이었다는 옛 기록을 살펴 약국 시설과 약초 정원까지 복원해냈다. 화룡점정은 미술품이다. 프란체스카는 가문의 소장품과 컨템퍼러리 미술 컬렉션 TBA21을 활용해 공간을 채웠다. 한 방 안의 가구와 장식품, 그림도 몇 세기를 훌쩍 훌쩍 넘나드니 콘셉트보다는 영감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겠다. 9월까지는 전체 호텔을 독점 예약하는 것만 가능하며 가을부터 5개의 스위트룸에 개별 투숙할 수 있다.
 
 

Saint Hotel Santorini 

ⓒ GIORGOS SFAKIANAKIS

ⓒ GIORGOS SFAKIANAKIS

산토리니 그리스
홈페이지 saintsantorini.com 인스타그램 saintsantorini
 
이토록 기하학적인 건축물이 어째 낯설지만은 않다면, 그건 당신의 잠재의식에 특정 이온 음료 CF의 잔상이 남아 있어서일 확률이 높다. 배우 손예진이 골목을 내달리거나 자전거를 탔던 곳이 바로 이곳, 그리스 산토리니의 이아마을이니까. 물론 이제 막 오픈한 세인트 호텔 산토리니가 2000년대 초반의 CF에 등장했을 리 만무하다. 다만 이 호텔이 마을의 낡은 주택들을 매입해 그 유산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는 점, 마을의 미관에 누가 되지 않는 선에서 모던하게 재단장한 결과라는 점을 참작할 수 있겠다.
 
호텔은 화산이 형성한 칼데라 지형을 따라 점진적으로 내려가는 6개 층에 16개 객실을 갖추고 있다. 모든 객실의 테라스에는 전용 저쿠지가 설치되어 있으나, 객실 내부는 산토리니 전통 동굴 주택의 비정형 형태와 화이트 컬러를 따랐다. 레스토랑, 라운지, 인피니티 풀, 스파, 체육관, 하맘(터키식 목욕탕)까지 규모에 비해 꽤 풍족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절벽 가장자리의 투숙객 전용 마당도 이용할 수 있다.
 

Arctic Bath 

ⓒ Anders Blomqvist

ⓒ Anders Blomqvist

하라즈 스웨덴
홈페이지 arcticbath.se 인스타그램 arcticbath_sweden
 
악틱 배스의 요체는 어찌나 명확한지, 그게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 ‘극지방에서 즐기는 목욕’. 스웨덴 쪽 라플란드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룰강, 악틱 배스는 그 복판에 유유히 떠 있는 선상 호텔이다. 나무 다리를 닻으로 삼아 물살에 몸을 맡기다가 겨울이 되면 꽁꽁 얼어붙은 강물에 고정된다. 핵심은 도넛 형태의 건물 중앙에 자리한 풀장. 스웨덴 라플란드의 전통문화인 냉수욕 ‘프로스티 플런지’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한 것이다. 혹자는 왜 돈을 내고 이런 벌칙을 받는지 혼란스러워 할지도 모르겠는데, 심지어 가격까지 만만치 않다. 1박에 9600크로나(약 1백30만원)부터 시작하니까. 냉수욕탕을 둘러싸고 사우나, 스파, 마사지, 보디 트리트먼트 등 온갖 고급 스킨 케어 서비스 시설이 포진해 있다.
 
객실은 룰강 위에 6개, 지상에 6개가 흩어져 있다. 지역에 융성했던 벌목 산업에서 호텔 디자인의 영감을 얻었다고 하며, 목재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하는 등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건축했다. 극지방이라는 입지에서 오는 장점도 크다. 여름에는 백야 아래에서, 겨울에는 오로라를 감상하며 목욕을 즐길 수 있다. 몸이 견뎌준다면 말이다.
 
 

Art Villas 

ⓒ David Straka CGI, Monolot studio

ⓒ David Straka CGI, Monolot studio

푼타네라스 코스타리카
홈페이지 artvillas.com 인스타그램 artvillascostarica
 
기사에 사용할 이미지를 요청했을 때 아트 빌라스는 사진 파일과 함께 ‘Resort Note’라는 이름의 워드 파일을 보내왔다. 기본적으로 프레스 키트였으나 편지 형식이라는 점에서 비범했다. 특히 “10년 전 저는 의사로부터 제 인생을 뒤바꾸는 진단을 받았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불임 진단을 받은 체코 프라하의 한 부부는 스스로 낙원을 만들고자 코스타리카로 이주했다고 한다. 이들은 태평양 연안의 숲속에 집을 짓던 중 드라마틱하게도 자녀를 갖게 되었고, 이내 시설을 확장해 미니 리조트를 조성했다.
 
ⓒ Jakub Skokan and Martin T?ma / BoysPlayNice

ⓒ Jakub Skokan and Martin T?ma / BoysPlayNice

굳이 편지(혹은 프레스 키트) 내용을 지면에까지 옮기는 이유는, 일련의 정서가 아트 빌라스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이 리조트는 헤르모사 해변에서 300m 떨어진 곳, 열대우림 안에 위치해 있다. 자연과 동화되고, 마음을 정화하며, 모험과 럭셔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숲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며, 서핑 스폿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본래 부부가 거주할 주택으로 지은 디 아트 빌라, 바깥채 격의 디 아틀리에 빌라에 더해 얼마 전 4채의 개별 스위트룸 코코하우스가 완성됐다. 독특한 외관 디자인은 자연과 미래의 희망을 상징하는 모티브, 종자솔방울에서 따온 것이라고. 반면 내부에서 느낄 수 있는 감흥은 무언가의 둥지, 딱 그런 종류의 평온이라고 한다.
 
 

The Museum Hotel Antakya 

ⓒ Cemal Emden

ⓒ Cemal Emden

안타키아 터키
홈페이지 themuseumhotelantakya.com 인스타그램 themuseumhotelantakya
 
춘천에 레고랜드 코리아가 유치된 건 2013년. 지난 7년간 공정의 4분의 1도 달성하지 못한 건 레고랜드가 들어서기로 한 부지에서 청동기 시대부터 고구려 시대에 이르는 폭넓은 시기의 유물이 출토되었기 때문이다. 뮤지엄 호텔 안타키아도 동일한 운명을 겪었다. 터키 남동부 도시 안타키아의 호텔 부지에서 발견된 건 자그마치 2300여 년의 시간 동안 최대 13개 문명이 남긴 3만여 개의 유물이다. 그중에는 지금껏 발견된 세계 최대 크기의 단일 조각 모자이크와 그리스 최초의 신 에로스의 대리석 조각상도 있다. ‘1930년대 이래로 터키에서 가장 큰 고고학 발굴’이라는 학계의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 Hotel Museum Antakya Archive

ⓒ Hotel Museum Antakya Archive

그러나 이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설계를 변경해, 단 몇 개의 기둥에 하중을 두고 유적 위로 공중에 뜬 호텔을 만들었다. 호텔이 영업하는 동안 학계는 발굴 작업을 계속하고, 방문객들은 객실에서 몇천 년 전의 유물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그 전환에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렀지만 말이다. 호텔 건축에 에펠탑의 네 배에 달하는 약 2만 톤의 구조용 강철을 사용했고 완공에는 10년이라는 시간과 1억2000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다. 반가운 점은 그러면서도 숙박료가 그리 높지 않게 책정됐다는 점. 5성급 시설을 갖추고도 공식 숙박료가 1박에 180달러부터이며, 가장 저렴한 방에서도 ‘유적 뷰’를 감상할 수 있다.
 
 

Casa Hoyos 

ⓒ Diego Padilla

ⓒ Diego Padilla

산미겔데아옌데 멕시코
홈페이지 casahoyos.mx 인스타그램 casahoyos
 
만약 누군가가 ‘가장 한국적인 숙소’를 묻는다면 우리는 어느 시대의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한옥 민박? 고택 스테이? 궁궐과 고층 빌딩이 동시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호텔? 도심 러브 호텔의 놀라운 기술 설비와 빼어난 기획력을 한국의 맛이라 자부할 수도 있을까? 범주에 적산 가옥을 들여놓는 건 자칫 불경한 일이 될까? 카사 오요스가 ‘가장 멕시코적인 숙소’를 구현한 방법은, 역사의 다채로운 측면을 한 공간에 켜켜이 채워 넣은 것이었다. 전통 기술과 멕시코의 현대 디자인 양식, 그리고 식민지 시대의 유산까지. 
 
호텔은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미겔데아옌데의 시내에 위치해 있다. 오요스 가문에 4대째 내려오는 건물은 기본적으로 스페인식 주택이었으나 역사 속에서 다채로운 기능을 했다. 종묘상부터 도시의 첫 환전소에 이르기까지. 건축 사무소 AG 스튜디오는 건물의 식민지 양식을 유지하며 새로운 색상과 패턴을 더해 건물이 지닌 역사까지 은유하고자 했다. 유약을 바른 세라믹, 파스타 타일, 점토 석판 등 지역 장인들의 기술을 활용하는 한편 통 콘크리트 벽, 독특한 텍스처의 유리, 특유의 타일 활용 방식, 검은 윤곽선 등 ‘멕시칸 모더니즘’이라 할 만한 디자인 요소를 더하기도 했다. 램프부터 안락의자, 화분, 태피스트리에 이르기까지, 16개 객실 곳곳에서 멕시코 유명 디자이너들의 감각도 느낄 수 있다.
 
 

Hôtel Le Coucou 

ⓒ Jerome Galland

ⓒ Jerome Galland

레 알류 프랑스
홈페이지 lecoucoumeribel.com 인스타그램 lecoucoumeribel
 
프랑스 남부 알프스 지역에는 3개 계곡에 걸쳐 조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연합 스키장 레 트루아 발레가 있다. 마리벨은 그 안에서도 가장 오래된 스키 리조트이며, 호텔 르 쿠쿠는 리조트 내에 가장 최근에 문을 연 5성급 럭셔리 부티크 호텔이다. 호텔 르 쿠쿠의 가장 큰 특징은 이 복잡한 입지를 모두 충족하는 형태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우선 샬레(유럽 산간 지방 특유의 지붕이 뾰족한 목조 주택)를 차용한 디자인으로 주변 환경과의 위화감을 없앴다. 하지만 그 실체는 1만2000㎡, 10층 규모의 호텔. 오두막 같은 외양을 보고 내부로 들어온 방문객은 하나같이 감탄을 터뜨린다. 호텔 르 쿠쿠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대성당을 방불케 하는’ 내부 공간의 위용 때문이다.
 
친밀한 이미지와 압도적 감각 사이의 대조와 융합은 객실까지 이어진다.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피에르 요바노비치는 고전적인 알파인 스타일과 미니멀 미학, 위트를 절묘한 비율로 배합해 독창적인 인테리어를 만들어냈다. 최신 시설답게 ‘스키-인 스키-아웃’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테라스가 슬로프와 연결되어 있어 호텔을 나서자마자 곧장 알프스산맥의 등허리를 탈 수 있다는 뜻. 39개의 스위트룸과 실내 복도로 연결된 2개의 독채를 갖추고 있으며,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실내 수영장과 설원이 바라다보이는 실외 수영장도 특기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