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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계의 총아, <반도>의 서 대위, 구교환을 만나다 part.2

멀리서 태풍 소식이 들려오던 적요한 밤거리. 가랑비를 헤치고 배우 구교환을 만났다. 문 닫은 카페 안에 앉아 늦도록 영화 이야기를 했다.

BYESQUIRE2020.09.21
 
 

구의 영화들

 
 
왜요? 걱정되는 부분이라도 있어요?(웃음)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제 생각이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오해 사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많이 느껴요. 왜냐하면 말이 글로 옮겨지면… 사실 저는 그냥 카톡이나 문자를 보낼 일이 있어도 굳이 전화를 하는 편이거든요.
오, 저도 그래요. 제가 시니컬한 농담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농담을 했는데 화난 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고 그렇거든요. 대화에서 뉘앙스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니까.
맞아요. 전화로 얘기하는 게 더 좋더라고요. 오해 사는 게 무서워서. 제가 눈치를 많이 보는 스타일인 건지… 뭐 반반인 것 같네요. 되게 대범한 부분도 있는데, 눈치를 많이 볼 때도 있고.
 
 
재킷, 셔츠 모두 폴로 랄프 로렌. 니트 톱 토즈. 팬츠 아더에러.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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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요. 어떤 인터뷰에서는 교환 씨가 ‘인터뷰 때 말이 없기로 업계에서 악명 높다’고 묘사됐더라고요. 근데 또 GV 영상 같은 거 보면 막 신나서 마이크를 놓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고.
사람이 그때그때 바뀌죠.
그래서 저도 오늘 뽑기 하는 심정으로 왔는데.
오늘은 어떠세요?
굉장히 좋은 것 같은데요. 안 그런가요?
오늘은 꽝이 아니군요. 다행이다, 다행.
현장성 있게 하다 보니까 얘기가 너무 왔다 갔다 해서 오히려 제가 문제죠. 다시 〈반도〉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연상호 감독은 꼭 교환 씨가 서 대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출연을 거절할 줄 알았다고 했어요. 농담 섞어서, “이런 더러운 상업 영화에 출연할 줄 알아?” 그럴 줄 알았다고. 출연을 결정한 가장 큰 요인은 뭘까요?
〈부산행〉요. 그걸 극장에서 너무 재밌게 봤어요. 4년 전이죠? 〈반도〉를 제안받은 게 작년이니까, 3년 전에는 관객이었는데 이제는 거기에 배우로 참여한다는 게 굉장히 설레는 일이잖아요. 멀리서 봤던 좋아하는 뭔가에 참여한다는 게. 그리고 연상호 감독님의 팬이기도 했고요. 오히려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아요? 뭐가 더럽다는 거지 대체? 정말 깨끗했는데. 항균 영화였는데.
서 대위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했나요?
서 대위에 대한 생각은, 규정짓지 않으려는 게 가장 먼저였고요. ‘이 캐릭터를 동정하지 말자’가 두 번째고요. 세 번째는 ‘서 대위의 목적은 무엇인가’였어요. 서 대위가 자살 시도를 하면서 처음 등장하잖아요. 아마 매일매일 그렇게 했겠죠. 그렇게 일상적으로 안 좋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총을 입에 문 채로 대답을 했을 것 같고. 이 얘기는 다른 인터뷰에서도 많이 했는데 ‘평행 세계의 서 대위’를 많이 생각했어요.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간 서 대위, 미혼의 서 대위, 어느 날의 어떤 상태의 서 대위… 계속 새로운 서 대위를 생각해보는 거예요. 그거 자체가 서대위를 이해하는 데 근육이 된 것 같아요.
연상호 감독도 인물 설정을 치밀하게 짜고 알려주기보다는 배우가 해석하도록 좀 열어두는 스타일인가 봐요.
그냥 툭툭 던져주세요. “서 대위는 이런 거 아닐까요?” 하시면, 제가 “어,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고. 뭐 노트를 펴놓고 거기서 서 대위의 과거가 이랬다 저랬다 막 설정하는 건 아니었죠. 단서를 많이 주셨어요. 서 대위 얼굴을 그려서 보여주시기도 하고, 서 대위가 지내는 공간들도 미리 보여주시고. 그래서 더 좋았어요.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캐스팅 전에, 첫 만남 때 연상호 감독이 직접 그린 서 대위의 얼굴을 보여줬다고 했죠.
네, 맞아요.
제가 영화도 좋아하기는 하는데, 영화에 얽힌 그런 트리비아 모으는 걸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렇죠. 저도 그런 거 좋아해요. 작품 외적인 이야기. 뭐 〈타이타닉〉이 1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하고 그럴 때는 매주 영화 잡지 찾아보면서 〈인기가요〉 보듯이 응원하기도 했고요. 저도 보면 항상 누군가의 팬, 어떤 영화의 팬이었던 것 같아요. 서브컬처에도 관심이 굉장히 많고요.
좋아하는 감독이 계속 바뀐다고 했어요. 한때는 크리스토퍼 놀란을 좋아한다고 했고.
크리스토퍼 놀란 항상 좋아하는데.
아, 그래요?
그게 계속 바뀐다기보다는 그냥 많은 감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무슨 감독 좋아해요?” 하면 “크리스토퍼 놀란요” 하잖아요. 근데 다른 곳에서 또 그런 질문이 나왔는데 계속 크리스토퍼 놀란이라 그러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섭섭해할 것 같애. 그럼 “스티븐 스필버그요.” 그러다 보면 왕가위 감독님이 섭섭해할 것 같아서 “왕가위요” (하는 거죠).
저도 크리스토퍼 놀란 좋아하는데, 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그런 장면이 나오잖아요. 술집에서 찬실이가 오즈 야스지로 감독을 막 예찬하는데 관심 있던 남자가 크리스토퍼 놀란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어떻게 그런 감독을 좋아할 수가 있느냐’며 화를 내는.
아이, 그건 감독님이 유머로 쓰신 거죠.(웃음) 두 개의 극단적으로 다른 스타일을 예로 들어서…. 극단적이지도 않죠. 다 영화잖아요. 저는 다 재미있어요. 놀란은 음악과 이미지로 늘 저한테 쾌감을 주고.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를 예찬하면서 첫 번째로 음악을 꼽는 게 신선하네요.
네. 음악을 사용하는 방식이나 이미지 몽타주 방식이 항상 저를 매혹시켜요. 그거 자체가 저한테는 굉장히 서사 차원으로 다가오고. 그런가 하면, 뭐 다른 예로 주성치 같은 감독은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뚜렷해서 좋고. 같은 걸 다른 사람이 하면 유치할 텐데 주성치가 하면 뭔가 다 이해가 되고 만들어지는 게 있잖아요. 감독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정말 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
 
  
트렌치코트, 슈즈 모두 토즈. 네이비 재킷, 톱, 팬츠 모두 디올 맨.

트렌치코트, 슈즈 모두 토즈. 네이비 재킷, 톱, 팬츠 모두 디올 맨.

사실 전 그게 궁금했어요. 질문지에도 써 왔는데. ‘구교환은 시네마 키드일까, 아니면 자신의 끼를 펼칠 수 있는 창구를 찾아낸 게 영화였던 걸까?’
어, 영화… 그냥 남들 좋아하는 만큼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단지 저는 그걸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참여해보겠다고 생각했다는 게 다른 것 같고. 세상에는 영화보다 재미있는 것이 많거든요. 꼭 ‘영화가 1등이야’는 아니에요. 어느 순간에는 영화가 1등이기도 했겠지만요.
언제일까요?
대학 입시 때요.
굉장히 환경에 의한.(웃음)
세속적인.(웃음) 아니, 근데 그때가 아니어도 어느 순간 다시 영화가 1등일 때도 있고 그래요. 영화를 만들고 있을 때는 영화가 1등이겠죠. 참여만 하는 거라도. 그런데 계속 그렇게 살 수 있을까요? 밥 먹을 때는 밥이 1등이고, 진라면 먹을 때는 진라면이 1등이고. 저는 그때그때 충실한 게 좋은 것 같아요.
맞아요. 이게 또 대상에서 거리를 약간 뒀을 때 나오는 에너지도 있는 것 같고.
어, 그런 것 같아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마음으로. 거리를 두면 무엇보다 실망을 안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인데, 그거랑 집착은 다르잖아요. 집착하다 보면 이제 〈로미오: 눈을 가진 죄〉에서처럼 눈알 뽑히는 거죠.
그런 태도가 작품에도 반영될 것 같아요. 〈로미오: 눈을 가진 죄〉에서도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집착하는 남자가 창문 좀 열어달라니까 여자가 춥다고 답하고, 그러니까 남자가 “소정아, 지금 7월이야” 하는 대사가 있잖아요. 그런 실없는 유머 코드 같은 것도 작품에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이라면 못 넣지 않았을까 싶고.
아, 근데 그건 이옥섭 감독이 쓴 거라서요.(웃음) 〈로미오: 눈을 가진 죄〉 같은 경우에도 뭐 거창하게 시작한 게 아니고, 영화 〈메기〉가 대만 영화제에 갔을 때, 그냥 거기서 만들어보고 싶어서 한 거예요. 4명이서 찍었거든요.
저 그 영화 좋아해요.
저도 좋아해요. 소정이의 “추워” 좋아요. (말투를 흉내내며) 추워.
본인이 나온 영화 보는 거 좋아해요?
아뇨. 잘 마주 안 하려고 해요. 창피해서. 음성사서함에 녹음된 내 목소리 듣는 것 같은…. 아까 화보 촬영한 것도 결과물을 잘 안 봤잖아요. 제가 연출하거나 편집하는 작품은 보죠. 그런데 연기할 때는 안 보는 것 같아요. 만들어지고 나면 그건 못 바꾸니까. 제가 그 당시에 만들었던 감정이나 마음이 그냥 그대로 나가는 거죠.
보면 자꾸 아쉬워지나 보군요.
여러 이유가 복합적인 것 같아요. 부끄러운 것도 있고. 또 제가 나온 걸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보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앨범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졸업 앨범 찍자마자 보면 좀 그렇잖아요, 재미도 없고. 문득 생각날 때 보는 게 좋죠.
그럼 칭찬은 어때요? 좋아해요?
좋아해요. 근데 쓴소리도 좋아해요. 저는 저한테 ‘말을 위한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좋아하거든요. 칭찬보다는 ‘이거 별로야’ 말해줄 수 있는 그런 동료들이 있는 게 좋죠. 저도 누군가한테 코멘트를 해줘야 할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때 저도 솔직하게 얘기하거든요. 내 의견은 나만 줄 수 있는 거니까. 저는 누군가와 서로 경솔해질 수 있는 사이가 된다는 게, 그게 최고인 것 같아요. 이게 예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얘기했다가 ‘겸손해질 수 있는 사이’라고 잘못 나갔는데….
 
 
독립영화계의 총아, 〈반도〉의 서 대위, 구교환을 만나다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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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0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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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임한수
  • STYLIST 박선용
  • HAIR 홍준성
  • MAKEUP 한마음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