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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한 모델 정소현과 나눈 소소한 인터뷰

대체 불가 고인 물, 정소현의 런웨이.

BYESQUIRE2020.09.25
 
 
 
재킷 렉토. 브라톱, 슬랙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렉토. 브라톱, 슬랙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소현

1995년 출생. 8년 차 모델이다. 2017년 알렉산더 왕 컬렉션을 시작으로 지방시, 에르메스, 마이클 코어스 등 수많은 유명 브랜드 쇼에 올랐다. 모델스닷컴 톱 50에 이름을 올린 국가대표급 모델이다. 남자보다 더 짧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복싱이 취미인 그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① 런웨이

〈에스콰이어〉 인터뷰는 처음이죠?
남성지 인터뷰 자체가 처음이에요. 저한테 인터뷰 요청이 왔다고 했을 때 귀를 의심했어요. ‘나를? 왜? 나는 여잔데? 〈에스콰이어〉는 남성 잡지 아닌가?’라고 생각했죠. 제가 어쩌다 여기 앉아 있게 된 건가요?
주위에서 다들 입을 모아 소현 씨를 추천했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웃음) 아무튼 기분은 좋네요. 25주년 특집에 나오게 된 것도 좋고요. 근데 누가 저를 추천했는데요?
정보원 보호를 위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또래에 비해 일찍 일을 시작했어요. 뭔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게 있나요?
열아홉 살 때 처음 일을 시작했어요. 근데 딱히 잃었다고 할 만한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캠퍼스 라이프도 즐겨봤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거든요. 술도 원 없이 마셨고. (웃음) 오히려 경험을 얻었죠. 보통 스물다섯 살 여자라면 지금쯤 대학교를 졸업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겠죠. 그에 비해 저는 일과 여행으로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녀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으니까요. 모델을 하지 않았으면 절대 해보지 못했을 경험이죠. 만약 제가 모델이 되지 않았다면 집에만 있었을 것 같아요. 원래 집에 있는 걸 무척 좋아해요.
그럼 모델이 되고 나서 성격이 바뀐 건가요?
바뀐 것 같진 않아요. 지금도 돌아다니는 걸 즐기지는 않거든요. 막상 여행지에 가면 또 기분이 좋긴 한데, 그 과정이 귀찮아요. 숙소를 비교하고 맛집을 찾고 그런 것들이요.
전형적인 집순이네요.
맞아요. 깔끔 떠는 걸 좋아해서 청소가 취미입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더 집에만 있어요. 복싱하는 걸 좋아하지만 체육관에 못 가고 있어요. 푹 쉬면서 홈트레이닝을 하거나 영화 보는 게 일상이에요.
체중 관리를 복싱으로 하는 건 좀 독특하네요.
음, 사실 체중 관리를 위해서 복싱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하다 보니 재밌어서 꾸준히 하게 됐어요. 물론 복싱이 칼로리 소모가 많은 격한 운동이라 체중 관리 효과가 있긴 하죠. 진지하게 아마추어 복싱 대회에 나가볼까 고민한 적도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일에 지장이 많죠?
솔직히 바쁘긴 더 바빠졌어요.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 매달 잡지 화보를 찍고 있거든요. 해외에 있을 땐 패션 위크 끝나고 한두 달은 아무것도 안 하고 논 적도 많아요. 그리고 해외에서 활동하던 다른 모델 친구들도 전부 한국에 들어와 있으니까 되레 자주 만나요.
10월에 서울패션위크가 온라인으로 열린다고 들었는데 참여하나요?
예정은 없어요. 온라인으로 하는 쇼에 굳이 나갈 필요가 있나 싶긴 해요. 돈 많이 주면 가야죠.(웃음) 농담입니다. 만약 참여하게 되면 거의 5년 만에 가는 건데, 예전 추억을 회상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그때처럼 설레거나 재미있진 않겠지만요.
스물다섯 살이면 모델 중엔 중견에 속하나요?
나이보단 연차가 중요해요. 요즘엔 워낙 어릴 때 시작하는 모델도 많아서요. 반대로 남자 같은 경우엔 군대 갔다 와서 입문하기도 하고요. 연차를 기준으로 하면 제가 8년 차니까 나름 ‘고인 물’ 소리를 듣는 편에 속해요. 가끔 여러 명이 같이 찍는 화보 촬영이 있을 땐 모르는 모델도 꽤 많아요. 그 친구들도 저를 모르고. 그동안 한국보단 해외 컬렉션에서 활동량이 더 많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재킷 렉토. 브라톱, 슬랙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렉토. 브라톱, 슬랙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② 성취

제가 본 여자 모델 중 머리가 가장 짧아요. 2017년 알렉산더 왕 컬렉션 이후 쭉 짧은 머리를 유지하고 있는 거죠?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저는 긴 머리가 안 어울려요. 머리가 길면 오히려 남자 같아 보이더라고요. 패션 디자이너나 브랜드에서 저를 좋아하는 이유가 짧은 머리인데도 여성스러움이 느껴지는 묘한 매력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저 스스로도 그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2017년 머리를 자르기 전에도 쇼트커트를 좋아했어요.
어려서부터 모델이 꿈이었어요?
딱히 모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계기도 없고요. 다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또래보다 키가 컸기 때문에 모델 하라는 말을 지겹게 듣고 자랐죠.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엄마 친구분이 저를 보더니 “길쭉길쭉한 게 딱 모델감이네. 근데 얼굴이 못생겼으니까 미스코리아는 안 되고 패션모델 시키면 되겠다”라고 했대요. 나름 선견지명이 있었던 거죠.
그거 칭찬 맞죠? 근데 모델 말고 다른 무언가를 꿈꾼 적은 없어요?
이것저것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근데 결국 모델이 저랑 제일 잘 맞아요. 고등학생 때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서 막연하게 화장품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복싱할 땐 복싱 심사위원도 해보고 싶었고요. 최근엔 예능이나 연기에도 관심이 있는데 아직 말 그대로 관심 수준입니다. 쉽게 덤빌 일은 아니니까요.
브이로그 찍은 거 봤어요.
으악! (웃음) 꾸준히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워요. 혼자서 카메라에 대고 말을 한다는 게 낯부끄러워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그렇게 능숙하게 하는지 새삼 놀라울 정도예요. 회사에선 브이로그 해보라고 자꾸 권하는데… 유튜브 출연은 그나마 나아요. 누가 시키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제가.
그럼 지금까지 얻은 가장 큰 성취는 뭐예요?
직업적으로는 모델스닷컴 톱 50에 든 것, 개인적으로는 뉴욕에 집을 구해서 3년 정도 혼자 살아본 거요.
모델스닷컴 톱 50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셀프 자랑 좀 부탁드려요.
제 입으로요? 민망한데. 음, 근데 요샌 우리나라 모델도 랭킹 안에 꽤 많이 들어서 예전만큼 희소성은 없어요. 굳이 자랑을 해보자면, 전 세계에서 매 패션 위크마다 수백 명의 신인 모델이 지원을 해요. 이미 수백 명의 모델이 활동하고 있는 세계에 말이죠. 각자 나름대로 포트폴리오가 있고 활동 이력이 있는 모델들이지만 선택받는 건 몇 안 돼요. 그중에서도 네임 밸류가 있고 퀄리티가 뛰어난 캠페인과 쇼를 한 사람만 50위 안에 들 수 있어요. 모델에도 국가대표가 있다면 아마 모델스닷컴 톱 50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일 거예요.
 
 
(왼쪽) 2019 F/W No.21 (오른쪽) 2020 S/S Givenchy.

(왼쪽) 2019 F/W No.21 (오른쪽) 2020 S/S Givenchy.

③ 대체 불가

모델이라는 직업을 가진 자만 갖는 고충도 있을 것 같아요.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 아무리 끼가 많고 열정이 넘쳐도 프로모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패션모델로 컬렉션에 설 수 없거든요. 키나 체형 같은 선천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은 걸 좌우해요. 물론 비율이 좋고 끼가 많더라도 끊임없이 자기 관리와 노력을 해야 하고요.
그럼 소현 씨는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소화력이 좋다는 말이 가장 듣기 좋고, 듣고 싶은 말이에요. 쉽게 말하면 ‘뭐든 다 잘 어울린다’는 말이요. 모델은 콘셉트와 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모습을 바꿀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뛰어난 소화력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많이 봐요. 지금 저는 짧은 머리에 보이시한 이미지이지만 엄청 여성스러운 모델의 작업도 챙겨 봐요. 다른 유명 컬렉션이나 모델도 참고하죠. 그리고 만약 나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상상해봐요. 그런 것들이 쌓이면 낯선 상황이 닥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겨요.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모델 정소현 말고 인간 정소현은 어떤 사람이죠?
귀엽고 여성스러워요. 겉모습은 털털하고 남자 같지만 원피스 입는 걸 되게 좋아해요. 요리 만드는 것도 즐겨요. 음, 말하면서 느낀 건데 솔직히 저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스물다섯 살 정소현 말고 쉰 살의 정소현은요?
50대의 제 모습은 상상이 안 돼요.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지만 나이를 먹더라도 멋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옷이 멋진 것보다는 얼굴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멋진 사람요. 누군가 저를 봤을 때 ‘저 사람은 되게 멋진 삶을 살아온 것 같아’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0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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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GRAPHER 이기석
  • STYLIST 최자영
  • HAIR & MAKEUP 권호숙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