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걸어서 미식 여행’ 서울 북유럽 식당들

서울에서도 충분히 북유럽 가정식의 과거와 현재를 맛볼 수 있고, 스웨덴 스톡홀름 감라스탄 지구에서 볼법한 고급 다이닝도 즐길 수 있다.

BY이충섭202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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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전통 가정식 햄라갓
햄라갓은 스웨덴 남부 음식을 중심으로 전통 가정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N서울타워가 훤히 보이는 소공동에서 6년째 영업 중인 이곳은 오수진 씨와 그의 남편이자 스웨덴 출신의 다니엘 윅스트랜드 부부가 꾸린 스웨덴 레스토랑이다. 대표 메뉴인 씰(SILL)은 스웨덴어로 청어를 가리키는데 보편적으로 소금, 식초, 허브 등으로 절인 청어 요리, 청어 젓갈을 뜻한다. 여러 종류를 씰 요리를 도전하고 싶다면 어브스먹닝스메뉘 메드 씰 오크 스카겐살라드(Avsmakingsmeny Med Sill & Skagensallad)를 추천한다. 3가지의 씰 요리와 씰 요리에 빠지지 않는 삶은 달걀과 다크 브레드 뿐만 아니라 새우, 날치알 등으로 구성된 스카겐 해산물 믹스와 귀리 빵을 모두 함께 맛볼 수 있다. 양파, 당근 등과 함께 절인 기본 씰은 새콤한 맛이 가장 강하면서도 중간중간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묘한 기분이 든다. 어느 정도 씹어서 먹다 보면 지금 생선을 먹고 있는 것인지, 소고기 육포를 불려서 먹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만큼 비릿한 향조차 거의 없어서 생선회보다도 진입 장벽이 낮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 겨자 크림 씰은 기본 씰보다도 더 난이도가 낮은 음식으로서 혹여나 느껴지는 비릿한 맛을 알싸하고 달콤한 크림이 잡아주기 때문에 쉽게 먹을 수 있을 것. 마지막 토마토 소스와 베이즐 씰은 잘 담근 토마토 살사에 푹 찍어먹는 맛인데 가장 달콤하면서도 익숙한 맛이기 때문에 사람 수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따로 추가해서 먹고 싶을 만큼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씰 요리를 스웨덴 사람처럼 즐기는 팁을 하나 더 얘기하자면, 스웨덴식 보드카 스냅스(Schnapps)와 함께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오죽하면 스웨덴에서 ‘청어는 태어나서 세 번 춤을 추는데 처음엔 바다에서, 두 번째에는 식초에서 절일 때, 마지막은 스냅스는 머금은 입 속에서 춤 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 요리와 스냅스는 환상의 궁합이다. 햄라갓에는 약 40여종의 스냅스가 준비돼 있으니 두 부부에게 음식 취향을 얘기하면 그에 맞춰서 준비해 준다. 스냅스와 처음 먹은 씰이 마치 매일 먹던 고등어 조림처럼 입에 잘 맞는다면 6가지의 씰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스토라 씰탈리켄(Stora Silltallriken)를 추천한다. 만약 씰이 입맛에 잘 맞지 않는다면 북유럽식 연어 절임 요리 그라브락스(Gravlax), 스웨덴식 돼지 껍데기 튀김에 허브, 크림, 스냅스를 넣어 숙성시킨 치즈를 바른 다크 브레드의 스벤스크 클라시케르(Svensk Klassiker), 스웨덴식 미트볼(Kottbullar) 등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을 추천한다.
주소 서울 중구 소공로 35 문의 02-318-3335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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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유럽 가정식 바통
용산은 변화무쌍한 곳이다. 2000년 초반, 용산역에 대규모 멀티플렉스몰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재개발이 시작됐고, 최근, 용산역 앞뒤로 각각 주상복합 아파트와 호텔 등이 들어서며 마천루의 도시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용산역 부근에서 한강대교 남단의 이르기까지 지역은 여전히 세월이 멈춘 듯 조용하다. 그 안에서도 변화의 조짐을 일으키고 젊은 세대의 발걸음을 불러모으는 곳이 있으니 카페 트래버틴과 브런치 카페 바통이다. 두 가게는 모두 이승목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서 먼저 문을 연 트래버틴은 국내 최초로 덴마크 라 카브라 커피 로스터스 원두를 다루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바통은 평범한 것을 지양하는 이승목 대표의 두번째 승부수인 셈이다. 북유럽 가정식을 서울식으로 재해석했다고 알려진 바통에는 청어 젓갈이나 연어 그라브락스와 같은 북유럽 전통 음식은 없다. ‘북유럽 전통 음식이 없는 북유럽 가정식 식당’이라는 말이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잘 곱씹어보면 북유럽 상황에 정통한 이승목 대표의 뜻을 읽을 수 있다. 북유럽 국가들이 선진국으로 대두됐던 20세기 중후반부터는 북유럽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변화를 맞이했다. 미국, 중국, 베트남 음식 등 맛있고 간편한 음식들이 식탁에 등장하면서 젓갈처럼 손이 많이 가는 전통 음식은 자연스럽게 덜 찾게 된 것이다. 취재하면서 만난 북유럽인들도 역시 북유럽 가정에서도 베트남의 안남미로 만든 볶음밥 등을 자주 먹을 정도라고 하니 북유럽 전통 음식은 아니지만 북유럽 현대인의 가정식을 선보인다는 바통의 철학이 이해가 된다. 이건 우리가 집에서 삼시세끼 김치를 먹는지, 아니면 한 끼라도 쌀국수에 양파 절임을 먹는지만 떠올려봐도 쉽게 답이 나온다.
바통에서 든든한 한 끼를 먹고 싶다면 감자 스프와 바통 클럽 샌드위치, 팝오버 팬케이크다. 감자 수프에는 알알이 씹히는 감자와 바삭한 식감의 감자칩이 함께 들어 있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묽지 않고 걸쭉해서 빨리 식지 않는 수프는 직접 구운 고소한 빵을 찍어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바통 클럽 샌드위치는 브리오쉬 번에 상추, 오이, 양파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베이컨, 햄, 로스트 치킨을 올린 다음, 번 위에 방금 튀긴 달걀 프라이를 올려서 마무리했다. 팝오버 팬케이크는 영국식 빵에 크리미 부라타와 프로슈토를 올려서 구웠는데 담백한 맛 덕분에 그 자체로 즐기기에도 충분하지만 화룡점정을 느끼고 싶다면 함께 나오는 메이플 시럽을 뿌려서 먹기를 권한다. 따뜻한 팬케이크에 프로슈토의 짠맛, 시럽의 단맛이 아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너무 강한 달콤함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팬케이크를 한 입 크기로 자르고 부라타, 프로슈토를 올린 다음, 그 위에만 시럽을 뿌리는 게 좋을 것이다. 최근, 입소문을 듣고 몰리는 손님 때문에 거의 매일 같이 가게 앞은 웅성거린다. 평일은 저녁 6시 50분에 끝나고 주말은 한 시간 빠른 5시 50분에 영업이 종료되니 시간대를 잘 맞춰서 가는 것이 좋겠다.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15길 33 문의 070-8869-6003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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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고급 다이닝 코마드
앞서 소개한 바통과 햄라갓이 북유럽 가정식의 과거와 현재라면, 코마드는 스웨덴 스톡홀름 감라스탄 지구나 노르웨이 오슬로 시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을 연상시킨다. 호주, 스웨덴, 홍콩 등에서 경력을 쌓은 고경표 오너 셰프의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곳은 프렌치 퀴진을 베이스로 북유럽 스타일과 한국식 재료가 더해졌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코마드란 이름도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들이란 뜻의 ‘노마드(Nomad)’에, Korea의 앞글자 ‘코(Ko)’를 따서 만든 것으로서, 가게 이름에서부터 고경표 셰프의 의지가 엿보인다. 대표 메뉴로는 훈제 고등어 파테(Smoked Mackerel Pate)와 큐어드 새먼(Cured Salmon), 그릴드 램 타르타르(Grilled Lamb Tartare), 덕 브레스트(Duck Breast), 초콜릿 브룰리(Chocolate Brulee)를 추천한다.
스타터인 훈제 고등어 파테는 훈연으로 익힌 고등어 살에 뼈를 제거한 후 크림 소스와 된장을 바른 다음, 딜 파우더와 채소와 호박 등을 올려 마무리했는데 간이 적당해서 그 자체로 떠먹어도 맛있다. 물론, 함께 나온 스웨덴 전통 빵 크네케브뢰드에 발라서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 에피타이저인 큐어드 새먼은 염장한 연어에 홀스레디시 아이스크림과 딜 오일을 먼저 그릇에 담고 염장한 연어를 올린 다음, 유자, 오이, 겨자잎, 소국을 곁들였다. 짭조름한 연어와 상큼한 유자, 소국, 홀스레디시 아이스크림이 잘 어울려서 식욕을 돕기에 가장 적합한 메뉴다. 또 다른 에피타이저 그릴드 램 타르타르는 북유럽에서 먹는 순록 고기 대신에 양을 써서 만든 메뉴인데 양고기 특유의 향이 없어서 고기 본연의 맛 그대로를 느낄 수 있고 사프란을 녹여낸 달걀 노른자에 찍어 먹으면 고기의 풍미가 더 살아난다. 다소 심심한 육회의 식감은 고기 위에 뿌린 바삭한 감자채 튀김이 잡아준다. 메인 요리의 덕 브레스트는 오븐에서 구운 오리 가슴살에다가 구운 버섯, 헤이즐넛, 셀러리악, 오렌지 등을 올려서 마무리했는데 오리 고기의 쫄깃함과 헤이즐넛, 오렌지 등의 단맛이 인상적인 메뉴다. 마지막으로 디저트의 초콜릿 브룰리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초콜릿 브룰리와 시나몬 향의 바삭한 머랭이 잘 어울리는데 여기에 트러플 꿀까지 첨가돼 있어서 디저트라기 보다는 메인 메뉴로서 여러 접시를 먹고 싶을 만큼 맛있다. 코스 메뉴가 유명하지만 단품 요리 역시 주문 가능한데 매 시즌별 제철 재료에 따라 메뉴가 바뀌니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방문하기 전에 한번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소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31길 20, 2층 문의 0507-1368-1929  인스타그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