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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매력을 담은 별난 시계들 6

또 다른 한 축의 별난 시계들. 품격이나 헤리티지 대신 저마다의 스토리를 담은.

BYESQUIRE2020.10.02
 

THE OTHER GUYS 

 
 

NASA × ANICORN

Mars Mission
 

미항공우주국(나사)은 참 기념할 것이 많은 단체다. 첫 시도, 첫 성공, 첫 발견이 그만큼 많았으니까. 홈페이지에 아예 기념일만 정리해둔 페이지가 있는데, 월별로 정리된 도표에서 어느 달을 클릭하든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리스트가 나온다. 굵직한 것만 따져도 재작년에는 창립 60주년, 작년에는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 올해는 화성 탐사선 발사가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기념을 홍콩 기반의 시계 브랜드 애니콘과 함께했다. 애니콘의 신작 마스 미션 역시 나사의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의 발사 성공을 기념하는 시계다. 탐사선이 착륙할 ‘예제로 분화구’와 탐사 로버의 형태에서 디자인의 모티브를 따왔으며, 곳곳에 나사와 우주 탐사를 상징하는 요소를 넣었다. 패키지까지도 우주선에서 많이 사용하는 알루미늄 압축 팩이다. 가격은 895달러. 200대 한정 판매라 아쉽게도 매진되었는데 대신 티셔츠, 퍼즐, 뱅글, 메신저백, 농구공, 스케이트 데크 등의 협업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anicorn-watches.com 

 
 

VOLLEBAK

Garbage Watch 
오늘날 괴짜를 자임하는 브랜드의 출몰은 오트 오롤로지 업계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그리고 아웃도어 어패럴업계의 세계 최고봉은 단연 볼레백이다. 디자이너인 닉 티드볼과 운동선수인 스티브 티드볼 쌍둥이 형제가 만든 이 영국 기반의 브랜드는 스스로를 ‘미래에서 온 의류’라고 소개한다. 칼로 그어도 찢어지지 않는 패딩부터 칠흑 같은 어둠을 선사하는 후디, 체온을 유지해주는 재킷, 카본 파이버로 만든 티셔츠까지. 최근에는 브랜드 최초의 시계 모델을 발표했는데 그 생김새부터 심상치 않다. 아니, 이름부터라고 해야 정확하려나. 가비지 워치는 마이크로칩, 마더 보드, TV 배선 등 전자 폐기물로 만든 시계다. 이 미래지향적인 브랜드가 ‘과거에서 온 시계’를 발표한 이유는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 때문이다. 귀한 물질을 품고 있음에도 오직 지구를 오염시키는 데에 쓰이는 전자 폐기물의 존재가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아무렴 매해 5000만 톤씩 쏟아지고 있다니, 물량이 달릴 걱정은 없겠다. 홈페이지에서 판매 예약을 받고 있으며 내년 출시 예정이다.
vollebak.com
 
 

TRIWA

Time for Oceans
 
1천1백95 스웨덴 크로나.

1천1백95 스웨덴 크로나.

심각성으로 따지자면, 전자 폐기물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소재는 아무래도 플라스틱일 것이다. 오늘날 바다에는 덤프트럭 1억5000만 대 분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떠다니고 있으며 심지어 1분마다 1대 분량씩 추가되고 있으니까. 스웨덴의 워치 브랜드 트리바의 설명에 따르면 말이다. 이들이 ‘타임 포 오션스’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그런 이유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류하고 태양 에너지로 과립화해 재활용하는 스위스의 사회적 기업 ‘#타이드 오션 머티리얼’과 협업해 케이스와 스트랩을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시계를 제작한 것이다. 색상은 파란색, 주황색, 초록색, 회색의 네 가지. 각각 ‘딥 블루(Deep Blue, 진파랑), 코럴(Coral, 산호), 시위드(Seaweed, 해초), 실(Seal, 물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10기압 방수 기능을 탑재해 위트를 더했다. 사실 ‘타임 포 오션스’는 트리바의 2018년 프로젝트 ‘타임 포 피스(Time for Peace)’의 후속이라 할 만하다. 당시에는 불법 총기류를 녹여 만든 메탈로 시계를 제작했으며, 협업한 비영리단체 IM을 통해 수익의 일부를 총기 폭력 피해자에게 기부하고 있다.
triwa.com
 
 

SHINOLA

Gumball Detrola 43mm
3백95달러.

3백95달러.

시놀라는 ‘미국 대통령의 시계’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시놀라 시계만 십수 개를 갖고 있다고 하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세계 정상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저력은 브랜드가 가진 상징성이다. 시놀라는 1877년 구두약 제조사로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보급품으로 명성을 쌓은 회사다. 사실 원류는 1960년에 폐업했는데 2011년에 이르러 그 아이덴티티에서 영감을 얻은 동명의 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두 가지. 새로운 시놀라를 세운 사람이 파슬과 베드락 매뉴팩처링 컴퍼니의 설립자 톰 카트소티스라는 점, 그리고 소재지로 택한 것이 디트로이트였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놀라는 자동차 산업의 쇠락으로 파산에 이르렀던 도시 디트로이트를 빠르게 재생시켰다. 일자리를 잃은 지역 장인과 노동자를 고용하는 한편 도시의 관광자원을 개발했으며, 꾸준히 미국 국내 생산 브랜드들과 협업하면서 ‘메이드 인 USA’의 기수로 떠올랐다. 사진 속 시계는 동그란 풍선껌에서 영감을 얻은 검볼 디트롤라 43mm 모델. 사실 시놀라의 디자인 세계는 훨씬 음전한 축인데, 가장 최근에 발표한 모델이라 여기에 소개한다. 좀 다른 의미지만 참 ‘미국 맛’으로 생겼기도 하고 말이다.
shinola.com
 
 

SINGER REIMAGINED

Track1 Launch Edition 
 
오트 오롤로지(Haute Horology)업계에서 역사와 정통성이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일까? 반대로 속도감이나 경쾌함 같은 감성은 얼마나 천대받을까? 싱어 비히클 디자인은 영국의 록 밴드 캐서린 휠의 보컬 롭 디킨슨이 설립한 자동차 개조업체다. 소재지는 미국 LA이며 오직 포르쉐 911S만 다룬다. 그리고 내력만 들어도 시원해지는 이 브랜드가 시계 디자이너 마르코 보라치노와 함께 만든 브랜드가 바로 싱어 리이매진드다. 클래식 스포츠카 애호가인 두 사람이 1960년대 레이싱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자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백미는 우연히 이들의 디자인을 보게 된 사람이 스위스의 전설적인 시계 제작자 장마르크 비더레히트였다는 것. 그는 전에 구현된 바 없는 새로운 기계식 무브먼트 개념을 갖고 있었고, 그게 싱어 리이매진드 시계에 꼭 맞을 것이라고 생각해 합류하기에 이르렀다. 포르쉐의 대시보드를 꼭 닮은 시계 트랙1의 탄생 비화다. 얼마 전 첫 제작 모델인 론칭 에디션이 제네바 시계 옥션에 출품되며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는데, 결국 책정된 감정가를 훌쩍 넘어 5만2천5백 스위스 프랑에 낙찰되었다.
singerreimagined.com
 
 

RESSENCE

Type 1 Slim Ayrton & Finlay
 
이 시계는 다소 이례적인 대상을 모티브로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그렇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시계를 디자인한 레이몬드 렘즈덴 역시 ‘낙관적이며 초월적인 감각의 디자인’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그 면면은 유럽 국가들의 삼색 국기처럼 온갖 상징으로 가득하다. “파란색 서브 다이얼은 우리가 사는 행성을 의미합니다. 노란색 서브 다이얼은 따뜻함, 빛, 생명을 주는 태양이고, 흰색 서브 다이얼은 열망, 로맨스, 꿈을 안기는 달이죠. 배경이 된 파란색은 의료진과 필수 근로자들의 헌신을, 레센스 로고 손바닥과 19분 위치의 눈금이 붉은색인 건 병의 확산을 막는 신중함을 표현한 요소입니다.” 이 시계의 정체는 지난 4월 소더비와 벨기에의 독립 워치메이커 레센스가 기획한 시계 디자인 대회 #WatchAgainstCovid19의 우승작이다. 다이얼과 서브다이얼 모두가 계속 회전하는 레센스 타입1 슬림의 오비탈 컨벡스 시스템을 상상하면 의도가 한층 더 와닿을 수 있겠다. 참고로 모델명은 레이몬드의 두 아들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소더비 경매를 통해 37만5천 홍콩 달러에 낙찰되었으며, 수익금은 모두 벨기에 루뱅 대학교의 코로나19 연구진에 기부되었다.
ressencewatch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