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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미식 여행’ 서울에서 즐기는 고향 음식들 5

고향 생각, 부모 생각 간절할 때 서울에서 만나는 고향 음식들. 전라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그리고 평안도까지.

BY이충섭2020.10.06
진남포면옥진남포면옥진남포면옥
평안도 진남포면옥
닭 백숙, 삼계탕에 익숙하다면 이북식 찜닭을 처음 맛 볼 때 확실히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백숙이나 삼계탕은 닭 한 마리를 육수에 넣고 각종 재료와 함께 푹 삶지만 이북식 찜닭은 닭을 삶다가 어느 정도 익었을 때 꺼내서 찜통에서 다시 쪄낸다. 그 다음은 자작하게 육수를 담은 그릇에 잘 삶은 닭고기를 놓고 익힌 부추나 파를 그 위에 올려서 마무리한다. 육수에 푹 삶는 방식이 아니라서 육질이 쫄깃하고 찌는 과정에서 기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훨씬 담백하다. 닭 백숙을 짭조름하게 먹고 싶을 땐 소금이 필요하고 매콤하게 즐기고 싶을 땐 깍두기나 배추 김치를 함께 곁들인다. 반면에 이북식 찜닭은 특제 소스 하나로 짭조름한 맛과 매콤한 맛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파, 간장, 고춧가루, 식초, 겨자 소스를 넣고 슥슥 비빈다. 닭다리살을 쭉 찢어서 특제 소스에 푹 찍은 후 그대로 입에 넣고 나면 ‘이거 뭐지?’란 즐거운 의문이 든다. 사실상 소스라기 보다 새콤한 파김치에 더 가까워서 닭고기와 특히 궁합이 잘 맞는다. 물론 닭고기 먼저 먹고 함께 나온 나박물김치를 후루룩 들이켜도 충분히 맛있다.  
진남포면옥은 신당동 약수역 근처에 있다. 56년 전, 고향 평안남도 진남포의 이름을 따서 진남포면옥이라고 이름을 지은 사장 일가는 이미 2대를 걸쳐 3대째 이어지고 있다. 고향에서처럼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고 싶어서, 그리고 서울에서 만난 실향민들에게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이북식 찜닭을 만들기 시작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이처럼 정성 가득한 이북식 찜닭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주소 서울 중구 다산로 108 문의 02-2252-2457
 
사랑애 두루치기사랑애 두루치기사랑애 두루치기
충청도 사랑애 두루치기
대전은 서울과 비교적 가깝고 바다와 맞닿아 있지 않으며 산으로 둘러싼 분지형도시라는 점에서 서울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대전을 대표하는 유명한 음식이 있다면 두루치기일 것이다. 물론 두루치기 역시도 경상도 지역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60~70년 대전의 구도심이었던 대흥동, 선화동을 중심으로 진로집과 광천식당이 들어섰고 그때부터 대전에 살아본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두루치기를 먹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전 음식에서 두루치기의 위상은 굳건하다. 서울에서는 직장인 대표 점심 인기 메뉴 제육볶음에 밀려서 찾아보기 힘들지만 돼지 고기와 각종 채소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 다음, 국물과 함께 후루룩 떠먹는 두루치기는 확실히 매력적인 음식이다.  
신설동에 위치한 사랑애 두루치기는 돼지두루치기, 오삼두루치기, 감자전을 판매 중이다. 대전에서 먹는 두부두루치기는 수북한 두부 덕분에 푸짐해 보인다면, 이곳의 두루치기는 돼지 고기 삼겹살, 오징어, 콩나물, 양배추, 가래떡이 냄비 가득 담겨 있어서 푸짐하게 느껴진다. 젓가락 가득 콩나물, 양배추, 삼겹살을 집어서 아삭한 식감을 즐기고 난 후, 쫄깃한 오징어를 질겅질겅 기분 좋게 씹는다. 숟가락으로 매콤하고 개운한 국물을 떠서 후루룩 마시고 밥 한 술 크게 퍼서 입에 넣는다. 양껏 담긴 두루치기를 보고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되고 두루치기 만큼이나 푸짐한 밥 반찬들을 보고 흐뭇해 진다. 가게 이름과 파는 음식이 이토록 잘 들어맞는 가게가 또 있을까.
주소 서울 동대문구 한빛로 3 문의 0507-1307-3479
 
마실마실마실
전라도 마실
전라도 음식 중 가장 먹고 싶은 것을 정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전주 비빔밥, 광주 오리탕, 담양 떡갈비, 흑산도 홍어까지 음식 하나를 뽑는 순간 즐겁다가 ‘그럼 다른 음식은 못 먹겠네’ 생각하면 우울하다. 고향이 아니면 쉽게 찾을 수 없는 음식이라면 아무래도 낙지탕탕이다. 산낙지를 칼로 탕탕 내리쳐서 만든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낙지탕탕이는 세발낙지가 주로 잡히는 목포를 중심으로 영암, 무안 등에서 즐겨 먹는다. 언제부터 목포에서 낙지탕탕이와 육회를 곁들이게 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목포의 지리적 여건을 살펴보면 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목포는 서해와 남해가 만나고 또한 바다에서 육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도시다. 바다와 육지의 식재료가 넘나드는 맛의 고장 목포에서 건강한 낙지와 소고기 육회를 함께 대접하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었을까.
마실은 전라도식 제철음식 전문점으로서 낙지탕탕이 육회를 맛볼 수 있다. 배를 채썰어서 접시에 깐 다음, 산낙지를 잘게 다져서 올리고 나서 다시 수제 고추장으로 버무린 육회와 날달걀을 풀어서 올린다. 색깔부터 맛있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만큼 노란색, 빨간색, 흰색의 조화가 벌써부터 위장을 건강히 자극한다. 신선하고 담백한 낙지와 고소한 육회, 달콤한 배의 맛을 그대로 느끼며 허겁지겁 먹는다. 냉동된 육회가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3만4천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만약 당일 도축된 육회를 썼다면 그 두 배를 주고도 많은 양을 즐기진 못했을 테니. 내친 김에 전라남도 벌교의 대표 특산물인 새꼬막도 시켰다. 감칠맛이 좋은 새꼬막을 파 간장에 찍어 먹으니 짭짤하니 맛이 괜찮다. 사실 벌교 꼬막이라 하면 싱싱한 내장과 풍부한 핏물이 있어야 진짜배기인데 이날 먹은 꼬막은 삶은 시간이 길었는지 핏물을 즐길 수는 없었다.
주소 서울 동작구 사당로 215 서림빌딩 1층 문의 02-596-5260
 
부산밀면냉면부산밀면냉면부산밀면냉면
경상도 부산밀면냉면
밀면은 1950년 6∙25 전쟁 때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부산에서 정착 후, 고향 음식인 냉면을 대신해서 먹었던 것이 첫 시작이다. 메밀 가루가 구하기 힘든 시절, 구호 물품인 밀가루와 전분을 이용해서 만들어 먹은 것인데 그 맛이 냉면과 비슷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해서 부산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부산만큼은 아니지만 서울에서도 종종 밀면을 파는 식당을 만날 수 있는데 이문동에 위치한 부산밀면냉면 역시 10년이 넘도록 밀면을 판매하고 있다. 밀가루와 전분을 배합해 쫄깃한 면을 시원한 육수가 담긴 그릇에 넣고, 잘 곰삭은 무김치, 오이, 삶은 달걀 반 개를 올린 이곳의 물밀면은 꽤 괜찮았다. 한약재 여섯 가지를 넣고 끓였다는 국물 맛 역시 어린 아이들이 먹긴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어른이 먹기에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물 맛에서 고기의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부산에서 먹던 밀면 가격보다 조금 비싼 7천원대라는 점이다. 고기 고명이나 달걀 지단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대가 다소 높은 것이 아닐까.
주소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로4길 73 문의 02-969-9008
 
강원도 시골보쌈&감자옹심이 사당본점강원도 시골보쌈&감자옹심이 사당본점강원도 시골보쌈&감자옹심이 사당본점
강원도 시골보쌈&감자옹심이 사당본점
감자옹심이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곱게 간 감자를 전분과 섞은 다음, 새알처럼 빚어서 끓여 먹는 감자옹심이는 예로부터 강원도 지역 사람들이 흉년이 들어 쌀을 구하기 쉽지 않을 때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감자를 갈아서 먹었고 현재는 전국 어디에서나 입맛이 없을 때 찾게 되는 별미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름마저 귀여운 ‘옹심이’ ‘옹시미’는 모두 새알심의 강원도 방언이다.  
시골보쌈&감자옹심이 사당본점은 약 20년 전 서울 방배동에서 작은 점포로 시작해 지금의 대형 식당으로 자리잡았다. 가게 번영의 1등 공신은 다양한 스타일의 보쌈이지만 감자옹심이 역시 충분히 괜찮은 맛집이다. 멸치 육수에 옹심이를 넣고 팔팔 끓인 다음 매생이와 달걀물을 살짝 풀어 넣는다. 간이 딱 맞고 시원한 국물 맛은 멸치 육수와 매생이에서, 담백한 국물 맛은 간간히 떠먹게 되는 달걀물에서 나온다. 건강한 국물 맛의 힘은 크고 두툼하게 썰어 넣은 버섯과 호박이고 버섯은 옹심이와 함께 쫄깃한 식감을 더하는 역할까지 한다. 이곳의 감자옹심이는 맛과 재미를 모두 주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선 강원도 대표 음식이 하나 더 있는데 강릉, 속초 중앙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밀전병이다. 담백한 곤드레 전병과 매콤한 김치 전병 두 가지가 나오는데 감자옹심이와도 잘 어울리고 막걸리를 마실 때 안주 삼아 먹기에도 괜찮다. 물론 강원도의 시장에서 먹던 합리적인 가격을 생각하면 1만2천원의 메밀전병을 시키는 건 힘든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주소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2길 25 문의 02-3473-7358